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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시곗줄을 바꾸며. 12

2
2023-05-18 12:45:48 수정일 : 2023-05-18 12:58:41 125.♡.75.228
Darthvader


가볍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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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오후 집에서 일을 보고 있는 와중에 더위가 코앞까지 왔다 싶었다. 한밤중에도 찬 바람을 부르려 창문을 열어야 했는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여름이면 채비를 한다. 타오르는 불덩어리와 싸울 채비랄까? 여름 옷을 꺼내기는 당연하고, 에어컨 필터도 말끔히 청소한다. 선풍기도 묵은 먼지를 불어내고 몸 구석구석을 닦아준다. 여름에도 정장을 피할 수 없다 보니 시원한 원단으로 지은 셔츠를 꺼내 세탁한다. 이렇게 여름을 보낼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시곗줄 바꾸기다. 

사람을 챙겨줄 만큼 똑똑한 스마트 워치가 대세인 세상이지만, 나는 아날로그시계를 좋아한다. 동전만 한 작은 시계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채워진 글자를 보는 재미가 있고 그 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는 핸즈(시침과 분침 초침을 말한다)를 감상하는 맛도 있다. 남들은 지위나 재력을 보이려고 시계를 찬다고 하지만, 나는 그러기엔 벅차다보니 시계를 몇 점 가지고 있지만, 값 비싸지는 않다.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에 맞게 아니면 차림새에 걸맞는 정도로 구색을 갖추고 있다

평소에는 주로 다이버 시계를 찬다. 이름대로 바다에 잠수하는 잠수부들을 위한 시계다. 수압을 견디는 능력은 다이버 시계 능력의 알파요 오메가다. 그만큼 두툼한 남성미를 자랑하는 시계들이 보통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시계는 다이버 시계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두루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이코사의 SKX007이다. SKX007은 200미터(20기압) 수압을 견딜 정도로 견고하면서도 기계식 시계하면 떠올리는 오버홀(완전분해조립, 정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직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진흙탕 속에 넣었다 꺼내 쏴도 멀쩡하다는 구 소련의 AK47 소총과 비슷하달까? 이 정도로 믿을 수 있고 신경 쓸 필요도 없으며 담백하게 생기기까지 해서 시계 애호가 하면 한 점쯤은 가지고 있거나 가졌을 법한 시계다.

나 역시 SKX007을 가지고 있는데, 겨울이면 스테인리스로 된 시곗줄을 쓰지만, 여름이면 땀이 차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해서 가죽 줄로 바꿔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곗줄을 바꾸며 여름을 시작했다. 이왕이면 기분을 내는 샘으로 묵혀둔 가죽 줄을 꺼내들었다. 줄 바꿈질을 하는데 특별한 가술은 필요가 없다. 전용 도구로 줄과 시계 몸통을 이어주는 봉을 빼고 그 봉을 바꿔줄 줄에 넣어 다시 시계에 달아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새 줄을 입혀준 시계를 손목에 올려보니 생각보다 어색했다. 시계와 줄이 어우러진 모습은 제법 보기 좋았는데, 내 손목과는 따로 놀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어울림의 문제는 아니었다. 시계와 줄 그리고 손목은 궁합이 잘 맞아 보였지만, 영 불편했다. 시계를 풀어보니 아직 가죽 줄에 길이 들지 않아 아직 뻣뻣한 것이 문제였다. 줄이 구부러지며 손목을 휘감으면 좋으련만, 오래 모셔둔 탓인지 운동을 게을리한 중년 아저씨같이 뻣뻣했다. 이렇게 길이 덜든 줄로 시계를 차면 손목이 아프기도 한다.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냥 찬다. 본래 생명을 담던 그릇으로 만들어진 줄이니 차다 보면 내 손에 맞게 변하리라고 믿으며 말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시계를 차고 있으면 아무리 뻣뻣한 줄이라도 길이 들기 마련이다. 늘어나고 휘어지며 사람 손목을 편안하게 휘감게 모습이 변한다. 길이 드는 데까지 불편함은 있지만, 감내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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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사람 사는 것도 다 이런 일의 연속인 것만 같다. 무엇을 배울 때도 그렇다. 처음에는 단어 뜻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생각을 물리고 보고 또 보다 보면 익숙해져 다음 의미가 이해되기도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처음에는 유치한 문장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쓰고 또 쓰다 보면 익숙해지고 은유법니 구성이니 하는 기술들도 얻는다. 연애도 그렇다. 처음에는 좋아한다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지만, 관계를 만들고 이어가다 보면 자기와 꼭 맞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도 수월히 꺼내게 된다. 다만, 누군가는 그 고비를 넘을 때까지 묵묵하게 걸어보고, 누군가는 ‘난 본디 재능이 없으니까 안됨’하고 단념하기도 한다. 묵묵히 걷는 사람은 결국 얻지 못할지언정 어떤 계기는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두 번 해보고 그만두는 사람은 왜 그것이 되지 않는지 이유도 알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니까 모든 건 때가 올 때까지 묵묵히 해보기가 득되지 않을까? 시곗줄을 바꾸자마자 아프다며 집어 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아! 그래서 내가 요즘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맛이 없던 음식에 맛이 느껴지니 말이다. 역시 알 수 있을 때까지 무르익기를 기다리기가 나는 좋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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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사회의뢰: https://bit.ly/3tZx3Iw (링크 작성 후 쪽지 주세요)

라디오 광고, 다큐멘터리 내래이션 전문 성우. 기업행사, 프로모션, 웨딩 전문 MC. CJ오쇼핑 전문게스트 출신 쇼호스트.
동기부여, 스피치, 리더십, 직무능력 등을 주제로 활동하는 강사. 지금은 딸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빠

삶의 목적이 있다면 행복이다. 행복의 정의를 내린다면 가족과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목표를 정한다면 사람들 앞에서 만번 말해보는 것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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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
Darthvader
IP 125.♡.75.228
05-18 2023-05-18 12:46:26
·
올해 초부터 시작한 짧은 글쓰기를 한지(되도록 매일 2천자 이내로) 다섯 달이 되었습니다.

매번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삭제 되었습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05-18 2023-05-18 12:49:12
·
@파란하늘구름님 그건 사람마다 차이라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겨울에 브슬을 쓰는 편입니다.
홍콩딴게이
IP 103.♡.137.66
05-18 2023-05-18 12:59:15
·
365일 나토 or 러버스트랩만 사용합니다 ;
Darthvader
IP 125.♡.75.228
05-18 2023-05-18 13:08:46
·
@홍콩딴게이님 나토 스트랩도 여러개 가지고 있는데 이상하게 잘 안쓰게 되더라고요 ㅋㅋ
New댜넬
IP 219.♡.225.19
05-18 2023-05-18 13:07:28
·
여름엔 실리콘이죠 암요 ㅜ.ㅜ 벨크로로 바꿔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05-18 2023-05-18 13:08:31
·
@New댜넬님 저는 여름에 러버밴드 쓰면 알러지 올라오더라고요 ㅎㅎ 벨크로도 나쁘지 않쥬(괜찮은거 찾으시면 제게도 좀 정보 공유를)
June_
IP 77.♡.170.130
05-18 2023-05-18 13:28:58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여름이면 땀이 차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해서 가죽 줄로 바꿔준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가네요 ㅎㅎ
이 글을 읽고 애플워치에 쓸 가죽스트랩을 찾아보고있습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05-18 2023-05-18 13:36:18
·
@June_님 저는 희한하게 브슬을 차면 땀이 흘려서 냄새가 나더라고요 ㅋㅋ
esrcrp
IP 118.♡.147.134
05-18 2023-05-18 14:10:58
·
단상을 하나의 글로 완성하는 일을 매일 하신다니...존경을 드립니다. 저는 매우 게을러서말이죠...저도 스마트워치 하나 없는 미개인이라 디지털시계 좋아하고, 참고로 겨울엔 가죽 줄입니다.^^
Darthvader
IP 125.♡.75.228
05-18 2023-05-18 14:16:43
·
@esrcrp님 저도 게으름에 있어서는 올림픽 메달을 딸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런 습관을 들이는 것이고요. ㅎㅎ 그나저나 쓰신글 보니 왜 나는 남들 반대로 하는거지? 싶기도 하네요 ㅎㅎ
아르모니움
IP 106.♡.130.41
05-18 2023-05-18 17:30:50
·
좋은글 감사합니다~
Mzzo
IP 14.♡.56.95
05-18 2023-05-18 18:29:13
·
저도 아날로그 시계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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