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는 형님에게 전화가 왔었지요.
자기 친구가 고양이 새끼를 길에서 주워 살려놨는데 키울 생각 있냐고 묻더군요.
마침 긴 자취생활에 외로움을 타던 때라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뒤 생후 3개월 남짓한 새끼 고양이를 식객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헤아려보니 올해로 10년째입니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한없이 좋아지는 이녀석들은 개보다도 신통방통한 면이 많습니다.
똥오줌은 알아서 가리고, 산책가자며 칭얼대지도 않습니다.
밥은 알아서 먹고, 노린내도 나지 않아요.
혼자 사는 사람에게 고양이만큼 함께 살기 편한 동물도 없다고 해도 될겁니다.
물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먼저, 고양이는 부른다고 오지 않습니다.
개보다 멍청해서 그럴까 싶다가도 키워보면 아니었습니다.
고양니는 사람말 다 알아 들으면서 무시합니다.
분명히 이름을 부르면 반응을 하는데 오란다고 오지 않죠.
대게는 지들이 원할 때 사람을 찾습니다.
그래서 예뻐해주려고 안아올리면 앙증맞은 발바닥에 힘을 주며 밀어냅니다.
고양이와 여자가 비슷하다는 건 이래서 그런가 싶습니다.
고양이는 이래서 요물인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짓을 할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외출해 돌아오니, 책상에 놓여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다 쏟아져 있었습니다.
책상은 고양이가 주로 왔다갔다 하는 곳이니, 정리하지 않은 제 탓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물건이 빼곡한 책상 위에서 발 하나 놓기 어려운 그 곳을 유유히 돌아다니던 녀석을 봤습니다.
사뿐한 걸음으로 책상위를 거니는 녀석을 보니 부아가 치밀더군요.
그러니까 물건 틈을 비집고 조심이 다닐 수 있으면서 물건을 떨어트리며 걸어다닌 겁니다.
일부러 말이죠.
생각해보니 며칠동안 빗질을 해주지 않았는데, 불편한 심기를 몸으로 드러냈나 봅니다.
고양이를 보다 보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럴까 싶을때도 있어요.
책장 한 켠에서 다른 곳으로 뛰어다닐 떄가 있는데,
날렵한 고양이지만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미끄러저 떨어질때도 있습니다.
녀석들은 그래도 해보더군요.
뛰어드는 정확한 각도나 착지 지점을 익힙니다.
계속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아지면, 만족한것 같은 걸음걸이를 할 떄도 있습니다.
가끔 그렇게 으쓱이는 녀석을 보면, 역시 경험만큼 자신감을 쌓을수 있는 건 없겠다 싶더군요.
세상일이 다 그렇지 않을까요?
공도 차본 놈이 더 잘 차는 거고 연애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하더라는 말처럼요.
떠올려보니 저도 그랬습니다.
자신이 있어서 하는게 아니라, 해보다 보니 자신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뛰노는 고양이처럼 자신감 쌓으려 한줄을 써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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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빠 식단 시리즈 올리시는 다베님과 동명이인??? +_+ 이라고 순간 착각했습니다. ㅎㅎㅎ
저도 혼자 살 때 고양이가 큰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와이프의 알러지 때문에 결혼하면서 다른 집에 보내야만 했지만요. ㅠㅠ
자랑하고 싶었어요...(코쓱)
냥이들은 올라가고 싶은 곳, 들어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진짜 끊임없이 시도라는 것 같아요.
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