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오래 하겠어? 한 두어턴 만 하고 말지 뭐”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다음날 하루를 망쳤습니다.
한 두어턴 만 하겠다는 생각은 게임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눈이 벌게지며, 한 턴만… 하며 되뇌는 제가 있었습니다.
게임 문명을 해보신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한 턴만...'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말입니다.
게임 문명은 특이합니다.
턴제로 진행되고 인류를 시뮬레이션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게임과 그리 차별화된 점을 못 느끼겠지만, 특이합니다.
1편이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라고 호칭하기 때문입니다.
게이머라면 시드 마이어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습니다만,
그는 제법 나이가 많습니다. 1954년생 이니 말이죠.
저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으니 제게 아버지뻘인 개발자네요.
그가 게임을 제작하는 계기는 1982년 즈음이라고 합니다.
같이 일하던 회사 동료 빌 스틸리와 라스베이거스에 출장을 가서 '붉은 남작'이라는 게임을 했답니다.
그런데 빌 스틸리가 억울하다는 듯이 시드 마이어에게 푸념을 합니다.
“나는 10년 전에 비행기 조종 면허를 땄는데, 어떻게 당신 점수가 더 높게 나오죠?”
시드 마이어는 쿨하게 “저는 개발자라서요. 게임에 나오는 적기의 알고리즘을 파악했거든요”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이 AI는 예측하기 쉽네요. 제게 2주만 있다면 더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겠어요”라고 했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둘은 친해졌는지 함께 게임 회사를 차립니다.
시드 마이어가 게임을 개발하고 빌 스틸리가 파는 식으로 운영합니다.
여러 게임으로 성공을 거두다 그의 이름을 붙인 첫 게임 '시드 마이어의 해적’을 출시합니다.
그가 여러 게임으로 성공을 거두고 유명세를 치렀기 때문에 그걸 역이용할 생각으로 이름을 붙인 건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안 팔릴 것 같아서 부족해진 자신감을 역으로 표현한 셈이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그는 1991년 드디어 시드 마이어의 문명을 발표합니다.
'한 턴만…’이라는 생각이 중독을 만들고 성공할 것이라 믿었던 모양이었던 그는
본인도 문명 개발 회의에 ‘한 턴만 더 문명’을 하다가 늦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2023년에도 그가 파 놓은 문명 수렁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작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는 1954년 2월 24일에 태어났습니다.
오늘 생일을 맞이한 그가 앞으로도 좋은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아.
시드 마이어와 저는 생일이 같네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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