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재개장 했군요!!
운영진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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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기른 개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파출소에 근무하셨을 때, 유기견으로 들어온 녀석이었지요.
몇 달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날 기미가 없었어요.
마침 '우리도 개를 길러볼까?’하는 분위기가 집에 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녀석은 저희 집식구가 됩니다.
이름하여 '짱구’
크레용 신짱에 나오는 흰둥이에 착안해서 '짱구'라고 이름을 지었죠.
(뭘까요 이 생각의 흐름은 ㅋㅋ)
믹스견이었지만, 절묘한 믹스로 꽤나 예뼜던 짱구는 똘똘하기까지 해서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시작합니다.
무뚝뚝했던 아버지가 등산 갈 때마다 데리고 갈 정도였으니까요.
한 번은 제가 놀아주려고 데리고 나갔는데, 장난을 쳐봤습니다.
녀석이 공원을 뛰는 사이에 나무 뒤로 숨었더니, 녀석은 엄청나게 불안해하며 저를 찾았습니다.
인기척을 드러내니 쏜살같이 달려와 안겼습니다.
버림받은 게 맞구나 싶었지요.
짱구는 그렇게 저희 집식구로 잘 지냈습니다.
아홉 살이 되던해 급성 신부전증으로 어머니 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말이죠.
마침 저는 서울에 살고 있을 때라, 녀석의 임종을 지켜주지 못해 마음이 쓰였지요.
서울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고 몇 해 지나니, 그래도 집에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개를 키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짱구를 키워본 경험 때문이었어요.
집에 항상 사람이 있지도 않은데 가족이 붙어 사랑을 줘야 하는 개를 기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마침 지인들이 고양이를 많이 키웠습니다.
다들 두세 마리씩 키웠는데(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동물이라면 가리지 않는 터라 고양이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츄이가 저희 집으로 왔지요.
녀석과 식구로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 고양이도 개 만만치 않게 가족을 찾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녀석들도 외로움을 타더군요.
그래서 녀석의 친구 알투를 들여옵니다. 그랬습니다.
보통 저 같은 집사들이 최소 두 마리를 키우는 이유가 있었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발치에서 알투가 놀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역시 개보다는 손이 덜 갔습니다.
알아서 놀고, 알아서 먹고, 알아서 싸고 산책시켜주지 않아도 되고 말이죠.
관계를 맺는데 적당히 선을 긋는 녀석들은 자취생에게는 최고의 반려동물이었습니다.
자료를 보니 반려견의 펫푸드 시장 규모는 8,000억 원, 반려묘 시장은 6,0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2025년이 되면 반려묘 시장이 반려견 시장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봐도 개는 2,871만, 고양이는 2,960만 개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만큼은 고양이가 더 인기인 모양입니다.
동물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20년 전만 해도 고양이 진료는 선택사항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고양이가 좋아서 수의대에 오는 학생들이 늘어났을 정도라고 합니다.
고양이만 돌보는 전문병원은 당연하고 고양이 진료를 하지 않고는 동물 병원 운영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라네요.
아무래도 현실 세상에서도 고양이가 점점 개보다는 인기 있는 반려동물이 된 모양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대전에서 짱구를 키울 때와 서울에서 알투와 츄이를 키울때의 차이가 떠오릅니다.
개를 키울 때는 항상 다른 가족이 필요했습니다.
개는 사람만큼 챙겨줘야 할 것이 많은 동물이니까요.
고양이를 키울 때는 저 혼자도 충분했습니다.
심지어 저처럼 두 마리 이상을 키우면 집을 며칠 비워도 괜찮았습니다.
밥은 급식기에서, 물은 급수대에서, 화장실은 아주 큰 모래 화장실만 준비하면 되고
자기들 까리 놀았으니 말이죠.
고양이 인기가 계속해서 높아진다는 건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 가족으로 변모하는
가정의 모습을 상징하지는 않을까요?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궁금해집니다.
1인 가족 다음은 무엇일지 말이죠.
2022년에는 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제 곁을 지켜주는 식구는 두 딸과 아내 그리고 알투가 남았네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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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가 늘어나는 것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강형욱 훈련사가 한 말이 떠오르네요.
https://www.xportsnews.com/article/1208391
물론 고양이도 외롭겠지만,
개보다는 외로움을 덜 타는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다른아이들보다 살짝 거리두기 좋아하고 혼자놀기 좋아하는 토깽이님을 키웁니다
물론 이 녀석도 당연히 외로움도 타고
집사와 애정도 주고 받습니다
고양이는 부르면 안온다.
개는 부르면 잘 온다. 그러나 안불러도 온다.
라는 만화 컷이 너무 와닿았고, 그래서 고양이만 18년 키우다, 이제는 나이 생각해서 못키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