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는 호언장담은 그만두자'
-YHC
이제 적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40대 중반이 머지않았으니 말입니다.
이젠 눈앞에 휴대폰 글자도 잘 보이지 않고 손목시계도 멀찍이 떨어트려 봐야 시간이 보입니다.
오랜 시간 혹사당한 발목은 수시로 시큰합니다.
밤 아홉 시 반이면 잠자리에 들 만큼 체력도 예전 같지 못합니다.
어느 날 빗질을 하다 제법 새하얀 머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에는 새치가 났다며 대수롭지 않게 봤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기가 쉽지 않습니다.
끝에서 끝까지 새하얀 게 영락없는 흰머리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에도 같은 자리에 흰머리가 있었습니다.
흰머리가 나는 나이가 돼버렸구나 싶습니다.
살아온 순간을 되돌아보면 그땐 왜 그리 호기스러웠나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나는 여자친구가 없을 거라며 결혼 안 하고 평생 살겠다고 장담했던 때가 그랬습니다.
시간이 지나 마음을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생겼습니다.
그 호언장담이 외로워지고 싶지 않다는 반대말인 것도 알았습니다.
젊을 때야 넘치는 혈기로 그 반대말을 별것 아닌 냥 치부하고 살았지만,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걸 말입니다. 그리고 불행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기에 행복을 얻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걸 알기도 했습니다.
본가에 일찍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집
어머니가 차린 식탁을 마주했는데, 차려둔 음식이 하나같이 제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돼지 수육, 미역국, 배추김치...
그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꼬막까지..
암과 20년 가까이 친구로 사는 어머니는 잠깐 왔다가는 아들이 뭐 예쁘다고 그렇게 상다리 휘도록 차리시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맛있게 먹는 일이기에
빼지 않고 열심히 먹어 치웠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충실히 하려고 다 먹었습니다.
반대말로 행동하던 철없던 시절과 다르게...
이제는 정말 원하는 마음과 반대로 행동하지 않고
충실히 감정이 향하는 길 따라 살아아죠...
후회하지 않게...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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