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들을 키운지도 36개월이 되었습니다.
다음 달이면 생일이네요.
매번 느끼지만, 육아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며 나를 닦는 시간'과 같습니다.
아이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놓았으니 책임을 져야 하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저도 인간이라 감정과 이성의 교차점에서 잘못 판단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혹은 행동했는지 살피다 저에 대해 더 이해하기도 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오후 9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듭니다.
불금과 토요일은 좀 늦게까지 놀도록 두지만, 평일에는 어김없이 9시 30분이 취침시간입니다.
제가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도 하고 일정한 생활 리듬을 심어주고 싶기도 해서입니다.
아이들 재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좀 더 어릴 때는 힘들었지만 말이죠.
지금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금세 잠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할 필요 없습니다.
셋이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거든요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지어내는 걸 보면, 언어 훈련을 잘 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평온한 잠자리가 되는 날은 아침 그러니까 새벽 4시쯤에 제가 슬그머니 빠져나올 때까지 별 특별한 일 없이 아이들이 잘 잡니다.
평온하지 않는 날은 좀 다릅니다.
보통 새벽 2시 정도 되면 1호 딸이 살짝 깹니다.
요즘에는 꿈을 꾸면서 깨는 모양입니다.
어제도 '먹기 싫어!'라며 깼으니까요.
1호는 깨면 많이 웁니다.
그럼 저는 토닥여주며 달랩니다.
분위기가 달래지지 않을 것 같으면 귀에 속삭여 줍니다.
"엄마한테 갈래?"
그럼 보통 자기 애착 인형을 데리고 아내 방으로 갑니다.
알아서 문 열고 닫고 조용히 아내 옆으로 가서 이불 덮고 코를 곱니다.
2호는 좀 다릅니다.
금세 잠드는 2호는 밤에 중간중간 깹니다.
깰 때마다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이불 네모나게 덮어줘, 물 줘 등등
그중 대표적인 건 제가 조용히 나가려고 할 때 요구하는 '아빠 가지 마'가 있습니다.
어제는 갑자기 짜증을 내면서 깨더군요
이내 물을 달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저희는 아이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 한 모금 정도만 먹이고 더 이상 먹이지 않습니다.
기저귀 떼는 훈련을 하고 있기도 하고, 물을 흘리면 치운다고 법석을 떨어야 하기도 하고
잠을 자야 하는 저도 힘들고 말입니다.
2호에게 물을 먹이고 얼마 되지 않아 또 짜증을 내며 깹니다.
또 물을 달라고 합니다.
물을 먹입니다.
또 깹니다.
저는 인내심이 바닥나 짜증이 납니다.
"2호야 아까 먹었는데 이제 그만 마셔 그냥 자"라고 말과 함께 다그치려는 차에...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 그렇지 이제 제법 어린이 티가 나도 이 녀석들은 이제 겨우 아기 티를 벗은 애다,
애가 이타적일 수는 없는 거야. 애는 애니까. 내가 안 줄 수는 있지만 짜증 낼 필요는 없겠다. 애는 원래 그러니까...'
'그렇지.. 우리 부모님은 항상 이런 상황에서 짜증이나 화를 냈어. 그래서 내 기억 속에 부모님은 화가 많았고
짜증이 많았던 분들로 기억이 나.. 내 딸에게 나는 그런 아빠가 되지는 말아야겠다'
그렇게 짜증 섞인 억양이 올라오려던 걸 참고, 부드럽게 타이르되 원하는 걸 주고 다시 재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젯밤이 지나갔네요.
육아는 이렇게 매번 저를 제 과거를 그리고 부모님을 돌아볼 기회를 줍니다.
그 기회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저를 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내 발전의 계기로 삼느냐, 감정에 휘말려 짜증과 화의 화신이 되느냐.
이건 우리의 선택이겠지요.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덧.
그렇게 어젯밤 할 일을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내일과 다음 주 이슈인데.. 어떻게 하나 ... 참 난감합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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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이기나하고 계속해줬어요
알고보니 잠투정 ..
그냥 껴안고재우니까 기절 하더란
으 정말 허무 ㅋㅋㅋ 고맘땐 내마음 못알아차리고 고맘땐 내가왜 짜증나는지 조차 자각도 못하는 시기 애들키우기란 하 ㅎㅎ
힘내세요 파이팅요
생각 많으신 분인것 같이 글 계속 쓰시니까 생각을 여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