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혼자서 달리기에 참 어려운 길이다.
-YHC
매년 삼월 두 번째 주쯤이면 날씨가 따뜻해집니다.
제가 헤아려보니 매년 그렇더군요.
그때면 푸근한 기운이 강해져 밖에서 놀기 좋았습니다.
제가 매년 삼월 두 번째 주를 살피기 시작한 건 2011년 3월 13일부터였습니다.
그날은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6개월간 병상에서 사투를 벌였기 때문입니다.
발목이 잘릴 뻔했거든요.
(그리고 3월 11일에는 지인들이 출장나간 일본에서 큰 지진이 났지요.)
(핀 다 못빼고, 들러붙은 하나 남았습니다. 이건 제 자식들이 나중에 확인하겠죠?)
큰 수술 끝에 발목은 달려 있습니다만, 좋아하던 조깅처럼 뜀박질하는 운동은 평생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의사가 말하길 연골을 많이 갉아 먹어서 관절염이 빨리 올 수 있으니 뛰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때문인지, 지금도 조금만 무리하면 발목이 시큰거립니다.
그때 입원했던 병실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섯 명이 한꺼번에 입원했는데요, 따뜻해진 기온 탓에 밖에서 운동같은 걸 하다가 다쳐서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알았죠.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는 그때가 되면 사고 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걸.
퇴원하고 재활 치료하느라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해 장마철에는 한 달 내내 비가 와서, 다섯 평도 되지 않던 자취방에 갇혀있기도 했죠.
그러니 우울증이 심해지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일이 제가 벌인 일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가득한데, 날씨까지 종일 흐리기만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거동을 제대로 할 수 없던게 말입니다.
실은 저는 척추측만증이 심하고 디스크에 문제가 있습니다.
운동으로 관리했지만, 계속 누워있으니 허리 근육이 약해져 아프기 시작했던 거죠.
딱히 도움 청할 사람도 없었고 허리가 아파 뒤척이지도 못한 채 종일 울었습니다.
(그때쯤 클량에 꽤 많이 찌질한 태도를 보였을 겁니다.)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되자마자, 낙성대에 있는 수영장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야 허리 아픔을 줄일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허리뼈가 제 동작을 할 수 있도록 근육을 관리했습니다.
신경 써 운동하니 보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거동이 편해지더군요.
역시 허리가 아플 때는 근육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것도 그렇더군요.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보통은 저마다의 상처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누구는 외모에, 누구는 마음에, 누구는 관계로 상처를 입고 살아가죠.
그리고 삶의 무게 앞에 주저앉기도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혼자서 이겨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불행은 불행한 마음을 부르고 또 불러, 원기옥처럼 모아 자신에게 날리기도 하거든요.
이럴 때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마치 척추뼈 옆에 근육처럼 대신 힘을 받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도 견딜만할 겁니다.
저도 돌아보면 힘들 때마다 곁에 있던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족이 혹은 친구가 혹은 영혼의 단짝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힘든 시기입니다.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냈으면 합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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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잘 극복하신 것 같군요
그리고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저도 얼른 영혼의 단짝을 만나고 싶내요.
좋은 단짝을 만나면 추운 겨울날 따뜻한 커피와 와 함께 좋은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