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볍게 읽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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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씨는 괴발개발보다 못하다.

괴발개발은 귀엽기라도 하고 땅바닥에 찍힌 모습은 일정해서 보는 맛이 있지만, 내 글씨는 그렇지 않다.

자유분방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내 필적의 문제라면 크게 두 가지가 되겠다. 

첫째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오 둘째는 음절이 차례대로 보기 좋게 늘어서지 않는 점이다.

거기에 명확한 끝맺음이 없으니 그야말로 불친절한 글씨의 대표 격이다.

발음을 잘 하려면 밥을 꼭꼭 씹어 먹듯이 발음하되 일정한 속도와 명료한 목소리가 우선이라며 가르치는 입장에서

글씨가 그에 미치지 못하니 낯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천성이 단순해 말하는 것처럼 반복해 연습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글씨를 연습을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가 올해 1월 초하루였다. 

넉 달 정도 연습을 하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글씨를 잘 쓰려면 바른 자세가 우선이고 번민이 없어야 한다.

힘을 세게 주어도 안 되고 덜 쓰면 모자라다.

성급하면 글씨는 날아가며 숙고를 오래 하면 나아가지 못한다. 

어느 한쪽으로도 과하지 않은 정도를 살펴야 그나마 봐줄 만한 글씨가 나온다.

말도 그렇다 항상 스스로를 살피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마음과 태도를 갖추려 할 때

듣기 좋은 말이나 매력적인 한마디를 뱉을 수 있다. 

기술만 탐해서는 깊이를 가질 수 없고 깊이만 추구해서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예로부터 관리를 등용할 때면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봐야 한다고 했다. 

용모(풍체)와 언변과 글씨 그리고 판단력 이 네 가지는 모두 맥락이 같다.

끊임 없는 고찰과 단련이 함께해야 피어나는 꽃과 같다. 

기술만 탐해서는 깊어질 수 없고 깊이만 추구해서는 드러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극의를 추구하면 결국 본질로 돌아온다는 말이 귓가에 울리나 보다.

오늘 글씨는 모양새를 보니 어제보다 정돈되어 보인다. 

이런 날이면 기분이 들뜨는데 뜬 마음을 수습해야 무탈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바람이 되면 구름을 올리고 머리에 구름만 가득하면 바람을 불어줘야 매일 한결 같을 수 있더라.

그렇게 오늘도 글씨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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