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만 되면 눈이 떠집니다.
부지런한 게 아니라 일찍 자는 덕분입니다.
아이들이 깰까 살그머니 몸을 움직여 밖으로 나옵니다.
거실에는 정적이 감돌고 인기척을 느낀 고양이가 서재에서 울기 시작합니다.
물 한 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가면 복슬거리는 생명체가 반깁니다.
왜 이제 왔느냐는 듯이 울며 안깁니다.
간밤에 혼자 지냈을 녀석이 안쓰러워 토닥여주고 놀아줍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책상 위에 작은 등 하나를 켭니다.
매일 새벽이면 하는 것들을 펼칩니다.
하나씩 마무리를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챙겨서 하지 않았다면, 분명 속이 상했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저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세 7시 40분이 됩니다.
아이들과 아내를 깨울 시간입니다.
다 들으라는 듯이 밖으로 나가 불을 켜고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합니다.
물통을 채우고 수저를 챙깁니다.
다른 식구들이 눈을 떴는지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오늘 아이들 입힐 옷을 챙겨서 한 벌은 아내에게 나머지는 제가 들고 아이들 옷을 입힙니다.
신생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부쩍 자란 딸들을 깨우기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요즘에는 딸 2호가 꽤 능글맞아졌습니다.
발끝에 양말을 신켜주고 기저귀를 갈면, 기지개를 켜며 온몸에 힘을 주는 모습이 마치 저 같습니다.
그러고는 “아빠 아침이야?”라고 덜 깬 목소리로 물어봅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저를 깨우면서 한참을 비비댔습니다.
본인 자식이 맞는지 확인하려는지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는 게 귀찮기도 했고 좋기도 했습니다.
자식이라 그 마음은 알지 못했는데, 이제는 압니다.
내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나와 생김새도 비슷하고 말투도 비슷한 이 녀석을 보기만 해도
행복하고 사랑스럽다는 사실, 그래서 아이가 귀찮아하든 말든 비비대고 싶다는걸.
그렇게 아이들 깨워 아침을 먹이고 아내가 등원을 시킵니다.
그동안 저는 집 정리를 시작합니다.
아내를 차로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는데, 그동안 로봇 청소기가 청소할 수 있도록 널브러진 장난감을 정리합니다.
식탁 의자도 뒤집어서 식탁 위에 올려둡니다.
시간을 아껴야 하니 빨래도 세탁기에 넣습니다.
그리고 아내 준비가 끝날 때까지 주방 정리를 합니다.
아내가 출근을 돕고 집에 돌아오면, 오늘 청소를 크게 해야 할지 아닐지를 생각합니다.
아니라면 로봇에게만 맡겨두고 아이들 이불 털고 해님에게 보여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이렇게 가벼운 집안일을 끝내면 비로소 제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 하원과 저녁 준비를 해야 하지요.
비록 집안에 주로 있어야 하는 삶이지만, 다른 식구들이 생활을 잘 하는 걸 뒷받침한다는 생각에 요즘은 스트레스가 덜합니다.
아내도 더 마음잡고 일하는 것 같고
아이들도 잘 크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제 어머니가 저를 키우며 느낀 안도감 같은 건 이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은 해야 할 과제 중 무엇부터 건드려 볼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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