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부푼 근육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어, 공격이 맞지 않으면.
- 드래곤볼 중에서 손오공
코흘리개 시절 드래곤볼 연재를 보며 자랐습니다.
청소년 때까지는 아이큐 점프 같은 주간지나 월간지 격주간지 만화 잡지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찾아볼 수 없어, 아련한 기억이 되었네요.
지금도 종종 디지털 판을 보기도 합니다만, 역시 드래곤볼은 프리더전까지가 재미있었습니다.
셀 편은 타임루프물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전투신이 흡입력 있지 않았어요.
그나마 피콜로와 17호의 대결이 볼만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셀 편에서 '공격이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라는 대사가 종종 나왔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힘이 있어도 맞출 만큼의 능력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말. 어릴 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자라고 보니 꽤 생각해 볼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 때 교수님에 따라 재미의 차이가 극과 극을 달리는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개인과 개인 국가와 개인 간을 다루는 형법과 민법은 소재가 일상적인 것들이라 재미가 없을 수 없었습니다.
헌법은 꽤 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행정법은... 헌법만큼 졸릴 만한 분야였지만, 전혀 졸리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교수님에 있었습니다.
헌법 교수님은 교수직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두서없이 말하는 스타일이었고
행정법 교수님은 어떻게 해야 학생들에게 '잘 전달'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에 맞게 전달력이 좋으셨죠.
그래서인지 행정법 시간은 3시간이 졸리지 않았고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들을 수 있었어요
(실은 당시 교수님이 저희 집안 당숙이셨습니다.)
두 교수님은 출신학교가 달랐어요. 전자는 서울대 후자는 다른 곳이었습니다.
학교의 수준으로 강함을 따진다면 헌법 교수님의 전투력이 높았겠지만,
실전에서 그의 전투력은 쓸모가 없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니까요.
논란이 있었지만 설민석 강사의 업적은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한국사의 저변을 넓힌 공 말입니다.
따분하게 강의하지 않고 잘 '전달'했으니까요.
설민석 강사의 전달력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 설민석 강사의 전공은 '연극 영화'였습니다.
연극 특히 무대 연기의 기본기는 '전달력'에서 시작합니다.
관객에게 극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발성과 발음, 표현 등의 집합체인 연기를 배우죠.
남에게 자기 의사를 잘 전달하는 능력을 쌓았고 거기에 한국사를 더했으니
따분할 수 있는 우리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할 수밖에요.
(설민석 강사의 스피치를 보면 연기적인 부분이 꽤 있습니다. 연기자 출신 강사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내 머리에 아무래 대단한 지식이 있다 한들 그걸 펼치려면
남에게 보여주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보여주질 못하면 그 진의를 알기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유추할 수 있지만, 관심법을 쓸 수는 없으니까요.
그것이 우리가 '전달력'을 기초로 연마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전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사랑한다 생각한들 표현하지 못하면 전해질까...
설득하고 싶은데 자신 없어 보이면 설득이 되려나...
주장하고 싶은데 웅얼거린다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나 있으려나...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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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요약하자면
저처럼 야한걸 안보는 사람은 야한걸 보지 말라는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고
결국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ㅇㅁㅇ)/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 아무튼 그렇습니다.
자기 컨텐츠에 자부심이 강한 채널은 시청자보다는 화자 중심의 영상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반면에 시청자 니즈에 중점을 두는 채널은 다소 내용의 깊이가 아쉬운 경우가 많고요.
이 두가지가 두루 조화를 이루면 좋은데, 드물게 그런 채널을 발견해도 구독자 수는 망... ㅎㅎ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유'보다는 '남 연애' 같은걸 재미있어하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