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창동에 살았을 때입니다.
강남에 한번 나오려면 동부간선 도로를 이용했습니다.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참 욕 나오는 도로죠.
회사에 빨리 가겠다고 러시아워를 피한답시고 새벽 5시에 나왔더니
이미 도로가 출근하는 차들로 밀려있는 상황을 마주하고는 어이가 없었던 적도 있습니다.
동부간선도로를 쭉 타고 강남으로 내려오다 보면, 용비교와 한남대교 방면을 빠지는 길이 있습니다.
도로가 좁고 출구 쪽도 밀리는 구간이다 보니 제법 긴 줄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 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줄을 서다가 분기점으로 들어갈 즈음에 종종 끼어드는 차들이 있습니다.
아니... 매우 많습니다.
워낙 많아서 '끼어들기 금지 구간’이라고 쓰여있는 푯말도 있습니다.
한 번은 너무 화가 나 끼어들지 못하게 막다가 싸움이 난 적도 있습니다.
저는 용인에 삽니다.
서울에서 일을 보고 집에 갈 때면 신분당선을 이용합니다.
지금은 신사까지 개통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이 종착역이었습니다.
이 말은 강남역에서 열차를 타면 앉아서 갈 수 있는 확률이 크다는 소리입니다.
경기 남부 거주민을 위한 단비 같은 노선이기에 저녁시간에 강남역은 꽤 붐빕니다.
열차에 타려는 줄이 제법 길어서 맨 앞에 서지 못하면 그냥 열차 하나 정도는 보내는 게 앉아갈 수 있는 확률을 높입니다.
(이제는 강남역이 아닌 신사역에서나 가능합니다.)
열차에 타려고 줄을 서 있다 보면 종종 양쪽 줄 사이에 어중간하게 줄을 선 사람들이 생깁니다.
열차가 도착하면 이들은 분명히 늦게 온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을 비집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습니다.
나는 열차 하나를 보내고 겨우 앉아가는데, 뒤늦게 와 줄을 어중간하게 서서 자기 이득 보는 사람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한 번은 너무 짜증이 나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면박을 준 적도 있습니다.
온라인 콘텐츠 바닥에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독창성, 창의성, 시의성, 이슈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남이 만든 콘텐츠와 차별화를 가져가기 위해 어떤 점을 노려야 할지 오래 고민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남의 것을 많이 봅니다.
많이 보고 참고하기는 그들의 것을 그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 영감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방향을 잡고 비틀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창작은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고생을 줄이고 남보다 빨리 만들어서 돈을 벌수 있을까?
사업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입니다.
이 과정에서 원 저작자를 고려했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방향이 달라지겠지요.
최근 유튜브에서 이슈가 된 주원규(PD)와 옹호론자들은 아마도 '사업’ 혹은 '돈벌이' 관점에서만 접근했을 겁니다.
플랫폼의 설립 취지에는 동의합니다만, 그것은 오롯이 '영감'을 줄 수 있는데만 쓰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강의를 들었던 이들이 언급하는 사실은 '영감'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 결과는 활동 중단과 운영하던 서비스(노아 AI) 서비스 중지가 되었습니다.
동업자던 현 모 대표도 본인 채널의 콘텐츠를 모두 내렸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동부간선도로나 신분당 역에서 보다 쉽게 새치기하는 방법을 가이드 한 것과 다른게 무엇인지 말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보고 '얌체'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그의 예전 직업은 언론사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PD였습니다.
오늘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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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신 지하철 얘기도 정말 공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