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올렸던 글입니다만, 약간 각색해 다시 올려봅니다.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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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란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그렇지 않거나 이해가 어렵다면 지금부터 들려드리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시지요.
저는 대전 사람입니다.
서울에 올라와 자리 잡은 지 20년이 다 되었습니다.
대전에서 스무 일 곱 해 동안 살다 올라왔으니, 지금껏 살아온 시간 중 절반을 수도권에서 보낸 셈이네요.
서울 여러 곳에서 살았는데, 봉천동도 그중 한 곳이었어요. 그 시절에 다니던 회사가 뱅뱅사거리에 있었죠.
보통은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만, 회사 생활에 치일 때면 사치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택시는 2만 원 정도만 지불하면 상석에 앉아 편안히 출근할 수 있어서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을로 접어들던 어느 날이었어요.
종종걸음으로 자취방을 나와 택시를 잡았습니다.
급한 마 음에 올라탔는데 뭔가 달랐어요.
택시 안은 깔끔했고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는 전날의 피곤함 을 달래줬습니다.
적잖이 택시 신세를 져봤지만, 그렇게 말끔한 택시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웬만한 모범택시보다 낫다 싶더군요.
심지어 기사님의 운전 솜씨는 예술이었어요.
급정거 급 출발은커녕 가속페달을 조심스럽게 밟더군요.
택시를 타다 보면 멀미로 불쾌할 때가 많았는데 오히려 편안했습니다.
마치 대접받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그쯤 되니 기사님이 궁금해졌습니다.
슬쩍 운전석을 보니,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제법 괜찮 아 보이는 원단에 빳빳하게 세운 옷깃까지, 흔히 말하는 각 잡힌 모습이었습니다.
제 마음에 서 솟아나는 호기심에 슬그머니 말을 걸었습니다.
차를 말끔히 관리하고 운전도 매너 있게 하 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돌아온 답은 10년도 지난 일인데 여전히 기억에 남을 정 도로 강렬했습니다.
"어휴... 별거 아닙니다.
제가 주로 새벽에 일하고 점심 먹고 집에 가거든요? 이렇게 아침에만 일을 하다 보니까,
손님처럼 회사 다니는 분들을 주로 태우게 되더라고요.
저도 회사 생활했 지만, 출근길이 그리 기분 좋지만은 않잖아요?
그래서 이왕 아침에 일하는 거 내차 타면 출 근길 망치지 않게 해줘야겠다 싶어서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모실 수 있을까 싶어서 생각해 보니 그리되더라고요."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한마디는, 모범답안 같은 대답에 놀랄 새도 없이 걸작이었지요.
"저는 제 일이 손님들의 아침을 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저리도 명쾌히 자신의 일을 정의했을까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서비스정신이 느껴지는 저 말은 제 마음 깊은 곳에 남겨졌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직업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진 끝에
자신만의 ‘관점’ 그러니까 가치관을 가졌기에 저 말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생각과 어울리는 밝고 따스한 태도까지 갖추게 되었을 테죠.
일에 대한 남다른 관점을 가진 그는 마치 택시와 물아일체가 된 것 같았습니다.
떠올려보면 지인들 중에서도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관점'이 있었습니다.
‘관점’이 분명한 사람은 그에 걸맞은 태도와 결과가 따랐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 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왜 그 일을 하는지, 무엇을 하고싶은건지, 어떤 관점에서 일을 처리하는지 모르지만,
유명한 대학을 나왔거나 큰 회사에 다니거나 특별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전문가’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그 택시 기사를 만난 뒤에 ‘전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전문 가가 되기 위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왜 하는가? 왜 중요하고 왜 나여야만 하는가”
이 질문이 아마도 우리를 더 우리답게 만들고 전문가로 일굴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은 직장인의 아침을 여는 일을 한다고 말했던 그 택시 기사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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