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볍게 올립니다.
가볍게 읽어주시되 가벼이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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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신에게 ‘병신’이라고 하면 기분이 나쁜가 좋은가? 아니면 무덤덤한가? 나는 무덤덤했다. 그러니까 바보 소리를 듣던, 병신 소리를 들어도 별달리 감정이 요동치지 않았다. 이쯤에서 그쳤으면 다행일지 모르지만, 한술 더 떴는데, ‘헤헤’거리면서 웃기도 했다. 그러니 사람들 눈에는 ‘저 녀석은 욕을 먹어도 좋다고 하는 걸 보니 병신이 맞다’ 싶었을 것이다.
낮에 누가 내게 욕을 하는 일을 겪었다 치자, 그럼 그 당시는 별 반응 없다가, 내 방으로 돌아오면 달라졌다. 욕을 먹었다는 사실, 별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리고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분노가 남을 향했으면 좋으련만 나를 향했다.
‘병신같이 반응도 하지 못하고 욕이나 먹고’라는 식으로 말이다.
깊은 바닷속 심해어를 낚는 기분으로 고찰을 할 줄 알았거나, 누군가 생각의 물꼬를 터트려줄 수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었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할 줄 몰랐고 돕는 이도 없었으며 부모님도 몰랐다. 그런데 내가 가만히 있는데 욕을 먹었을까? 아니다. 공연히 그랬다면 욕하는 이가 악인이었을 것이다. 단초는 내가 제공했다. 흔히 말하는 또라이짓으로 말이다. 그렇게 또래들이 병신이라고 말하며 관심을 보이면 나는 그걸로 족했다. 욕먹어도 즐거운 ‘관종’이었던 거다.
나이를 먹고 자존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나는 이점에 집중했다. ‘왜 나는 알면서도 욕먹을 짓을 하는가’ 어려서 나는 부모님의 큰 사랑을 받았다. 어머니는 내적으로 외적으로 풍부한 사랑을 주셨고 아버지는 내적으로만 주셨다. 아버지가 자식으로서 나를 사랑한다는 관념은 알고 있었지만, 진짜 그런가 싶었다. 그는 내게 항상 무뚝뚝했고, 다정한 말을 건넬 줄 몰랐으며 칭찬도 할 줄 몰랐고 툭하면 화를 냈으며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예뻐할 짓을 해야 예뻐하지’ 그랬다. 내가 아버지에게 사랑을 얻으려면 조건이 필요했다. 최소한 그의 기준에 들어야 했다. 하지만 어린 내게 그의 기준은 높았고 철옹성이었다. 아무리 해도 그가 만족하게 만들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반대의 행동을 했다.또라이짓말이다. 그러면 관심을 줬다. ‘병신 그게 뭐 하는 짓이래’라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욕과 관심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 태도는 내게 ‘나는 욕을 먹어도 괜찮은 사람, 욕먹어도 싼 사람, 값어치가 낮은 사람’과 같은 기준을 만들었다. 다른 말로 ‘낮은 자존감’을 가지게 된 셈이다. 게다가 보통의 관계를 쌓는 기술도 배우질 못해 오직 또라이짓으로 관심을 얻으려던 사람이 되었다.
자존감은 스스로 나를 평가하는 정도를 말한다. 외부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으로 해야 한다. 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사랑받을 존재임을 느껴야 하고 알아야 한다. 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부여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부모라고 한다. 부모가 조건 없이 사랑을 주지 않는 한 자존은 쉬이 자라지 못한다고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한창 자랄 때는 부모가 곁에 있어줘야 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의 표현을 건네야 한다고도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모의 사소한 태도가 자녀가 성인이 된 후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한때는 저런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아버지 역시 툭하면 ‘병신’이라는 말을 내뱉던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 자식에게 표현할 줄 몰랐을 테니 말이다.
이제 나부터 하지 않으면 된다.
나 같은 인간을 또 만들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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