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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31) 초순수 시간 추출하기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5

9
2025-02-07 15:26:13 175.♡.28.221
커피짱조아

안녕하세요.

평택에서 숙식 노가다를 했습니다.

지난 글은

(1)평택 고덕 삼성반도체 건선현장 숙식 노가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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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숙식 노가다(2)-고덕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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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3) - 하나도 못 알아 듣다, 언어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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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4) - 어쩌다 이곳에? 당연히 돈 때문에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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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5) - 이모(E-Mo) 네트워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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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최근 소식, 이모(E-Mo) 네트워크가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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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이곳은 AI로부터의 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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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슬로우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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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완벽한 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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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완벽한 잠을 위해 한 일,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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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정말 이게 다야? 이렇게 간단히 살이 빠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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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밴드 공고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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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메가 스트럭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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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나의 몽골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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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멋진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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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불가리아의 100만달러 크리스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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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불가리아의 100만달러 크리스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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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대가리가 깨끗해 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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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가장 원초적인 형벌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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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그레이카드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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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영구퇴출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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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고덕 아이돌 이야기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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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현장에 답이 있다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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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콘크리트 생태 도감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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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세상은 고요합니다.

아무리 아침 일찍 출근 준비를 하는 고덕이라도 이 시간만큼은 모두 자고 있고, 너무나 조용합니다. 숙소 주변도 마치 기계의 전원을 꺼버린 것처럼,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눈을 뜹니다. 처음에는 낯선 천장을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내가 정말 이곳에 왔구나. 내가 왜 그랬지? 정말 이게 내 인생이야?”


미술을 하다가 숙식 노가다로 전향한 제 인생은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지인들은 믿지 않는 눈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대신 기계들의 비프음소리, 콘크리트 타설 소리, 알 수 없는 거대한 기계들 속 변압기에서 465KV의 전류가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생활합니다.


초반에 이런 현장에서 일하고, 잠들고, 다시 눈을 뜨다 보면 모든 게 두렵고 한숨이 나오지만, 딱 하나 이 생활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고요함.


다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니, 고덕의 거리는 8시, 9시만 되어도 고요해집니다. 특히 동삭동의 골목은 북적이는 퇴근 인파를 겪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집니다. 간간이 어디선가 TV 소리나 술 먹고 고함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그 소리들은 고요함에 순식간에 잠식당합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조용한 환경에 있어봅니다. 서울에 있는 본가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3분도 안 걸리고, 앞에는 주유소가 있어 도둑 맞을 염려도 없습니다. 하지만 24시간 불빛들과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 밤에는 음악을 크게 틀어 놓은 채로 주유하는 차량들 덕분에 고요함을 잊고 지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요함이 넘쳐납니다. 가장 좋았던 건 새벽에 홀로 일어날 때였습니다. 남들은 6시 즈음 일어나지만, 그보다 한 시간 정도 먼저 일어나면 세상이 이렇게 깨끗했나 싶을 정도로 정적과 고요,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신비감이 있습니다.


이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유일하게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IMG_4359.JPG 첫 숙소에 들어와서 먼저 한일은 주말에 다이소에 가서 부랴부랴 앉은배잉 책상과 쓰레기통을 구입한 일입니다. 


운이 좋게도 첫 숙소에서는 제 독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작고 세탁실과 연결되어 있어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혼자 사용할 수 있어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인기척이라는 게 있습니다. 누군가가 집 안에 계속 있고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이미 ‘홀로 있음’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낍니다. 함께 밥 먹고 수다 떠는 상대가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누구나 자기 혼자 온전히 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숙식 노가다 주제에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군대에서도 힘든 것 중 하나는 끊임없이 누구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외롭지 않다는 장점은 있지만, 결국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원합니다. 장교가 되었을 때 좋았던 것은 퇴근 후 BOQ에서 홀로 침대에 누워 여러 생각을 할 때였는데, 그때도 누군가는 복도를 지나가고 선배가 연락 와서 놀러 가자고 하여 온전히 홀로 있다는 느낌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고덕에서 어느 날, 우연히 일찍 잠들고 4시경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가 들리고, 거실 냉장고에서는 컴프레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지금 나는 온전히 혼자 있다.”


미라클 모닝이 아니라 콰이어트 모닝?

누구도 깨지 않은 고요한 시간, 홀로 일어나 책상에 앉습니다. 조심스레 부엌에서 물을 데워 카누 한 봉지를 넣고, 아이패드 메모장에 글을 적기 시작합니다. “이 시간이 이렇구나.” 그 어떤 방해도 없고, 고요 속에서 타이핑하며 생각을 정리하니 짜릿했습니다. 그 뒤로는 더 일찍 자기 시작했습니다. 연장근무를 하고 오면 대략 8시 30분쯤 되고, 그때부터 준비를 합니다. 보통은 10시에 잠들었는데, 그 시간을 당길 수록 무리 없이 일찍 일어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한동안 이런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이 시간대가 너무 좋아 최대한 매일 가지려 했습니다.


중2병 시간?

한번은 일을 하다가 동생이 “형, 저 사람 안전모에 쓰인 업체명 보세요 ㅋㅋㅋ”라고 하자, 동생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이동하니 하늘색 안전모를 쓴 기술인이 있었습니다. 보통 안전모 왼쪽에는 이름, 오른쪽에는 업체명이 크게 적혀 있습니다.


‘초순수’


저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완전 중2병 스러운 이름 같았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온이 하나도 없는 극도의 ‘초순수’한 상태의 물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내 새벽 시간도 초순수 시간이구나”였습니다.

스크린샷 2025-02-07 오후 3.02.12.jpg 이런뜻이었군요.. 


초순수 시간 확보 및 전환


이 온전히 홀로 있는 시간,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는 시간을 ‘초순수 시간’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삶에서 이 순수한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대부분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하다 잠드는데, 대략 2시간 가량을 게임이나 유튜브, 쇼츠 등으로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시간을 초순수 시간으로 바꾸려면, 아예 생략하고 먼저 자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 삶의 패턴을 보면, 7시쯤 집에 와서 씻고 저녁을 먹으면 8시 반쯤 됩니다. 이때가 중요합니다. 보통은 쇼츠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비슷합니다.


이때 ‘순수하지 않은’ 유튜브 쇼츠나 틱톡을 보는 시간을 없애고 바로 자버리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다만, 저녁을 먹고 바로 자는 건 건강에도 좋지 않았기에 “저녁 대신 아침을 성대하게 먹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략 연장근무를 마치면 8시에 옵니다. 이때 씻고 바로 잘 준비를 합니다. 9시 즈음 준비를 마치자, 함께 생활하는 분들이 “벌써 잘려고?”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홀로 방을 쓸 때는 불을 끄고 바로 잠들면 되지만, 함께 생활할 때는 이어플러그와 안대를 끼고 잠을 잡니다. 눈을 뜨면 4시가 되고, 그때는 정말 거짓말처럼 주변이 고요합니다. 분명 몇 시간 전만 해도 게임 소리, 유튜브 소리가 울리던 숙소에 묵직한 고요함이 내려앉습니다.

20230810_071215078_iOS.jpg 아날로그 메모장과 키보드+아이패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새벽 4시의 고요함은 다른 시간대의 고요함과 다릅니다. 그야말로 초순수한 고요함입니다. 숙소 안의 인기척도 없고, 거리에도 이 시간대에는 술 취한 사람도, 청소 차량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조차 이 시간대에는 멈춰 있는 듯합니다.


이 시간에는 감히 유튜브나 쇼츠를 볼 불순한 시도조차 내지 않습니다. 이 맑고 투명한, 고요한 시간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영상을 틀어놓는 것 자체가 죄악처럼 느껴집니다. 종교만큼이나 경외감이 드는 시간이기에 글을 쓰기에는 정말 최적의 시간입니다.


초순수 시간은 시, 공간을 초월한다.


첫 번째 숙소에서는 제 방 자체가 워낙 작아 혼자만 사용했지만, 그 다음으로 옮긴 숙소는 아파트형으로 이미 일하는 사람과 함께 방을 써야 했습니다.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개인 공간이 작아지자, 가져온 짐들과 함께 글쓰기용 접이식 책상을 거실에 양해를 구해 설치했습니다.


탁 트인 거실에서 글을 쓰는 것은 굉장히 힘듭니다. 계속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뭐하는 건지 물어보는 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방을 쓰다 보니, 방에서도 무언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함께 있는 분이 이야기를 좋아하시어 이것저것 수다를 떨다 보면 금방 잘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 초순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 자고 4시에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세상은 고요했고, 옆에 있던 동료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나는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와 책상 앞에 앉고, 아이패드 메모장을 실행시켜 타이핑을 시작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넓고 탁 트인 거실이라 집중하기 어려울 줄 알았지만, 깊은 생각에 잠기며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초순수 시간의 고요함, 묵직한 고요함이 하나의 벽처럼 존재한다는 것을.


이 시간대에는 누구도 일어나지 않으니 조용합니다. 그렇기에 혼자 있지 않지만, 온전히 홀로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감각이 신기했습니다.


분명 숙소에는 나를 포함해 6명이 있지만, 온전히 홀로 존재하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다섯 명은 각자의 방에 2~3명씩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고, 오로지 혼자 거실에 앉아 글을 쓰는 그 느낌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는 듯했습니다.


같은 공간에 모두 있어도, 각자 시간이 다르면 따로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철학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한 공간에 있어도 시간이 다르기에, 함께 있어도 지금은 각자의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게 초순수 시간의 위력인가.”


새벽에 글을 쓰며 깊이 생각하던 중, 전율로 몸이 떨렸습니다. 그 어떤 때보다도 많은 메모를 하며 내면의 다른 기억들과 연결할 수 있었고, 순수하지 못한 시간에는 절대 떠오르지 않을 기억들이 하나둘 내면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때의 기억들을 끌어 모아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초순수 시간은 고작 40분.

4시 30분부터 미친 듯이 집중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커피 한 잔을 하며 글을 쓰다 보면 금세 30~40분이 흐르고, 여기저기서 서서히 깨어나는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들척이는 소리, 화장실에 들리기 위해 나오면서 “뭐해요?”라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이제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하고, 초순수 시간이 서서히 탁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서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리, 액정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들이 들려오면 글쓰기를 중단합니다. 사람들이 거실로 나오기 전에 아침 준비를 마칩니다.

20230517_201509181_iOS.jpg 아침 5시 15분. 이때부터는 전날 먹고 싶었던 요리들을 해 먹습니다 ㅎㅎ


초순수 시간 추출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전날 야간 근무까지 하면 4시에 일어나는 건 무리입니다. 때로는 동료들과 저녁을 먹고 늦게까지 이야기하다 보면, 이미 잘 시간이 훨씬 지나버립니다. 기껏해야 일주일에 2~3번 정도밖에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일을 하고, 약간 게임도 하며, 주말에는 인터넷 방송과 교회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수한 시간 속에서는 극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손가락은 정신없이 타이핑하고, 머릿속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말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만약 집이나 카페에서 글을 쓴다면, 중간중간 유튜브 쇼츠를 보거나 카톡 연락을 확인하는 등 2시간 이상 걸릴 작업이 되어버립니다.


아무리 낮에 휴가를 내서 글을 쓴다 하더라도, 세상이 돌아가는 소리와 계속 울려대는 알람, 그리고 자신 스스로 유튜브나 게임의 유혹에 굴복하게 됩니다. 다들 마음먹고 카페에 와서 독서를 하려 해도 결국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초순수 시간 추출에는 시간의 격리가 필요합니다. 한때 퇴근 후 글을 써보겠다고 카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었지만, 낮이라는 시간, 한창 세상이 돌아가는 시간에는 여기저기서 긴급한 연락이 오고, 제 스스로도 쇼츠나 틱톡의 유혹에 계속 빠져 결국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늦은 저녁 카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사람들의 이동과 퇴근 후 전화 오는 직장 문제로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특히 장소의 격리는 많은 비용이 발생합니다. 카페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 달에 20만원이 넘는 돈이 커피값으로만 나가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전용 작업실을 계약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 격리하지 않으면 결국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시간의 격리가 제일 효과적입니다. 누군가의 터치를 막으려면, 그 누군가가 활동하지 않는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심지어 스마트폰 앱 알람도 감히 새벽 4시에 울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수면 모드로 되어 있어 조용하고,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벽 4시나 5시에는 집안의 누구도 활동하지 않습니다. 


공간이 비좁거나 남들과 함께 생활하더라도 활동하는 시간축을 바꾸면 언제든 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고덕에서의 고요함은 너무나 그립습니다. 물론 좋은 호텔이나 조용한 곳에서의 고요함을 만끽하곤 했지만, 하루종일 소음과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과 함께하다 오직 홀로 있을 수 있을 때의 짜릿한 대조는 역시 고덕이었습니다. 



커피짱조아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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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5]
오준환
IP 150.♡.211.247
02-07 2025-02-07 16:13:33
·
25년전 신입 때 FAB의 초순수(DI Water)를 마시면 설사를 하냐? 마냐?를 놓고 회사 동기와 내기를 했던 기억이 문득 나네요.ㅎ


늘 글을 너무 잘 읽고 있습니다.
소중한 새벽 시간의 대한 이번 소고 역시 공감하며 잘 봤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FILM
IP 165.♡.229.34
02-07 2025-02-07 16:35:08
·
초순수 제목을 보고 들어 왔습니다.
실험실에서 DI water 매번 실험때 받던 기억이 나네요
벌써 15년전 ㅠㅠ
가끔식 올려주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챙기고 잘 보내세요.
4fifty5
IP 12.♡.24.194
02-08 2025-02-08 05:48:36 / 수정일: 2025-02-08 06:41:41
·
조용한 시간을 잡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즐겁죠. 저는 군대 야간 당직을 서는 시간에 PC로 쓴 글들을 제대 후 책을 낼 때 사용했습니다. 요즘은 클리앙 같은 곳에 쓰고 싶은 글들이 있으나 머리 속 주제가 자꾸 넓어지고 있어서 그 범위 구상을 하는 일에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제 주변 일들에 대한 부질없는 걱정에 마음이 불안정할 때가 잦은 것도 한가지 이유고요.
커피짱조아님은 연재를 하시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읽을거리가 풍부한 클리앙 무료 구독이 이래서 좋습니다.
어푸어푸
IP 211.♡.81.156
02-08 2025-02-08 15:17:31 / 수정일: 2025-02-08 15:19:39
·
커피짱조아님의 글을 읽다가 보면…
8년전에…제가 고덕에서 일할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그 넓은 벌판에 공장이 딱 두개 있었던가…싶은데…
공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전기선을 참 많이도 깔았었는데ㅎㅎ
지금은 약간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을 막 시작했던 그시기의 추억을 떠올리고…제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던지 간에…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권절현도
IP 1.♡.203.115
02-10 2025-02-10 21:36:08
·
혼자 있는 시간이 제일 좋긴합니다. 프리랜서로 개발일을 하게되면 안좋은건 일이 끊기기 쉽지만 장점이자 단점은 혼자 파견갔가 철수하기 때문에 딱 맡겨진 일만 하기 때문에 오롯이 프로젝트 성패에 관계없이 책임진다는 점이네요. 다만, 뭔가 프로젝트 일원으로써의 감정등은 멀수밖에 없지만 이번에도 그렇고 사람에게 다쳐서 인지 이젠 아예 혼자 되는게 더 편하다는 생각을 하네요. 저도 아이도 아내도 잠든 새벽에 출근할때 잠깐더 일찍 일어나거나 좀더 늦게 자게 될때 생기는 혼자만의 시간이 가장 좋네요. 머리속도 정리되는거 같고... 이러면 아내가 싫어하겠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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