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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28) 고덕 아이돌 이야기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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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6 16:30:45 수정일 : 2024-12-16 16:52:39 1.♡.36.22
커피짱조아


안녕하세요.

평택에서 숙식 노가다를 했습니다.

지난 글은

(1)평택 고덕 삼성반도체 건선현장 숙식 노가다 체험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784024

(2)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숙식 노가다(2)-고덕의 하루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16539

(3)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3) - 하나도 못 알아 듣다, 언어의 전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24903

(4)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4) - 어쩌다 이곳에? 당연히 돈 때문에 왔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38875

(5)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5) - 이모(E-Mo) 네트워크 이야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49953

(6)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최근 소식, 이모(E-Mo) 네트워크가 특별한 이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63337

(7)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두 계단 위에 서 있는 사람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878405

(8)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이곳은 AI로부터의 피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7932355

(9)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슬로우 다운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064741

(10)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공수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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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완벽한 잠을 찾아서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086088

(12)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완벽한 잠을 위해 한 일, 깨달음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110282

(13)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정말 이게 다야? 이렇게 간단히 살이 빠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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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저녁 식사를 아침으로 미루면서 체험한 효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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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삼성은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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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돈을 모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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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밴드 공고 보는 법!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316321

(18)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호캉스? 노노 빌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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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메가 스트럭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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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나의 몽골 도서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519888

(21)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멋진 책 소개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583266

(22)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불가리아의 100만달러 크리스틴(1)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747328

(23)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불가리아의 100만달러 크리스틴(2)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750082

(24) 평택 고덕 반도체 공장 노가다 - 대가리가 깨끗해 지는 곳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810118

(25) 가장 원초적인 형벌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824726

(26) 그레이카드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834309

(27) 영구퇴출 - 평택 고덕 반도체 숙식 노가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851112



오늘은 잠깐 특이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015년, 저는 처음으로 혼자 미국 여행을 떠났습니다. 뉴욕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보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죠. 난생처음 밟아보는 미국 땅, 그중에서도 뉴욕은 제게 거대한 문화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그날 밤 처음 찾아간 타임스퀘어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한여름의 뉴욕은 뜨거웠고, 공기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라고 썼지만 눈이 매울만큼의 매캐한 암내가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ㅋㅋㅋ ㅜㅜ)

IMG_6780.JPG

 타임스퀘어는 엄청난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거대한 전광판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알 듯 말 듯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주변에는 뮤지컬 광고와 백화점의 화려한 조명, 끊임없이 오가는 차량과 관광 버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용광로처럼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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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건물들 사이를 걸을 때면 마치 조선시대 보빙사가 되어 서양 문물을 처음 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건물들을 하나씩 촬영하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거대한 공간 속에 서 있는 제 자신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스크린샷 2024-12-16 오후 4.14.02.jpg


그러던 중 한쪽 거리에서는 흑인 악사가 페인트통과 양철통을 뒤집어 놓고 타악기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악기나 장비는 아니었지만, 그의 열정적인 연주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모두가 그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뭔가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뭔가 주눅이 들만한 환경인데 저렇게 자기만의 소리를 내는 행위 자체가 사람 내면의 강인한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제가 일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에도 그런 타임스퀘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동료들과 함께 테이블 리프트 장비 운영 시험을 보러 밖으로 나가던 길이었습니다. 가장 빠른 길은 P2와 P3 사이에 있는 거대한 메인 통로였죠. 그곳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었습니다. 거리를 걷는 데만 30분이 걸릴 정도로 넓었고, 2km가 넘는 길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스크린샷 2024-12-16 오후 3.13.21.jpg 카카오맵에서 캡쳐. 빨간 화살표 방향으로 걷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로 양옆으로는 거대한 건축 구조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고, 중앙에는 어마어마한 크레인이 서 있었습니다. 두 개의 몸체로 분리되어 있고, 뒤쪽에는 거대한 무게추가 달린 1,000톤급 크롤러 크레인이었습니다. 그 규모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정말이지 SF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거대한 크레인이었습니다. 보안으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지금도 그게 어떤 크레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지나가다 본 엘리베이터는 한 번에 트럭 여러 대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대했고, 사람으로 치면 100명이 들어가도 넉넉할 정도였습니다. 이곳은 마치 거대한 도시의 한복판 같았습니다.


“와 여기서 일한지 2년이 되었는데 이렇게 큰 줄 처음 알았네요” 한 동료가 감탄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일하는 곳이 정말 작은 곳이었구나” 제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처음 뉴욕 타임스퀘어에 왔을 때의 그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거대한 규모와 사람들의 에너지에 압도되었던 것 같습니다. 동료들도 마치 시골에서 처음 서울에 올라온 사람들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을 벌리고 건물들과 장비들을 쳐다보기 바빴습니다.


타임스퀘어와 다른 점은, 먼지는 항상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고, 비라도 오는 날엔 바닥은 진흙투성이가 되어 시궁창을 걷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소음은 끊이지 않았고,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곳은 돈을 벌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기에, 표정은 지치고 무기력합니다. 타임스퀘어에 비하면 모든 것이 흑백으로 보이는 듯한, 활기가 없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때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거기 반장님! 스몸비 조심해 주세요!”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금발의 장발 머리에 빨간색 안전모를 쓴 남자가 어깨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메고 있었습니다. 스피커에서는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한 손에는 빨간 경광봉, 다른 손에는 확성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화재 감시자 겸 안전 통제원으로서 사람들의 이동을 안내하고 차량의 진입을 통제하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진짜 신기하네. 이런 환경에서 저렇게 열정적으로 일하다니,”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는 허리를 흔들고 음악에 맞춰 경쾌한 춤을 추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공연이었습니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이 현장에서 유일하게 색깔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의 모습에 시선이 고정되었습니다. 동료들은 한번 쓱 보며 지나갔지만 저는 계속 고개를 돌려 마치 과거의 첫사랑을 보는 사람마냥 계속 힐끔힐끔 바라봤습니다. 


퇴근 후에도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퇴근할 때 일부러 그가 있는 길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밤에도 그는 빨간색 경광봉을 밝히며 흥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먼지와 소음, 지친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그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노가다 갤러리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교통 통제’, ‘경광봉’ 등의 키워드로 검색하자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고덕의 아이돌’로 불리는 반장님이었습니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그의 실명과 사진이 많이 공개되어 있었지만, 여기서는 그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는 고덕에서 꽤나 유명인사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여러 게시글에서 화제가 되었고, 사람들은 어디에서 그를 볼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IMG_7553.JPG 출처 디시인사이드 노가다 갤러리. 과거에 저장했었는데 그당시 누군가가 그 반장님의 모습을 앱으로 그려봤다고 해서 올린 게시물이었습니다. 다만 원글을 찾을 수 없네요 ㅜㅜ


여기서 말하지만 한번도 아이돌 덕질을 한 적이 없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나 가수의 작품을 몇번이나 읽고 듣기는 했어도 그 사람의 사진을 모으거나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고덕에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서 ‘덕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분의 보직은 화재감시자이고 주로 에*토라는 업체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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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그의 목격담과 실제로 뒷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아이돌 직촬?)과 목격담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것을 넘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를 주변에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뉴욕에서 본 거리의 음악가가 생각났습니다. 


특히나 공사현장처럼 먼지도 많고 자연스레 지치고 퇴근만 절실해 보이는 환경에서 자기만의 장비를 갖추고, 주변까지 즐겁게 한다는 건 그 사람의 성격뿐만 아니라 의지까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영향력(Influence)’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흔히 영향력이라고 하면 대단한 스펙, 유명세, 특별한 기술이나 거창한 이벤트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고덕의 아이돌이 보여준 영향력은 그런 외부적 조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그사람은 한번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SNS를 홍보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색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를 보고 감동받은 사람들이 실제로 인터넷에 그의 존재를 검색하고, 정보를 나누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노가다로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검색창에 그의 특징을 입력한다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그의 존재는 잊히지 않고, 마음속에 남았던 겁니다.


결국 영향력이란, 거창한 홍보나 전략 없이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일 안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더해갈 때 그 사람의 색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일에 지쳐가며 회색빛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그는 점점 더 선명한 색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흑백으로 가득한 이 현장에서 그의 존재는 컬러 텔레비전처럼 눈에 띄었습니다.


저 역시 일하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릴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분을 생각하면 삶의 위안을 얻습니다. 먼지가 가득한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광봉과 확성기, 블루투스 스피커를 메고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하며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그의 모습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는 내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주어진 환경이 어떻든 간에, 지겹게 반복되는 일상을 묵묵히 소화해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을 만든다면 주변에서는 그 사람으로 인해 감명받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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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그분은 23년 4월부로 그만두었다고 본인으로 추정되는 글이 노가다 갤러리에 올라왔었습니다만...

 좀 더 검색해보면 누군가는 그를 또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어느곳에서 일을 하시던 간에 항상 건강하게 일하시기를 빌겠습니다 : )





커피짱조아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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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6]
eeeeee
IP 118.♡.81.54
12-16 2024-12-16 20:22:08
·
멋진 글 감사합니다. 추천밖에 드릴 게 없네요..
커피짱조아
IP 175.♡.28.221
12-17 2024-12-17 13:56:15
·
@eeeeee님 감사합니다^^!!!!
쳘이
IP 121.♡.198.168
12-17 2024-12-17 09:16:00
·
님이시야말로 자신만의 색깔로 영향을 주는 분이십니다 저도 읽고 늘 감동을 얻고 있어요^^
커피짱조아
IP 175.♡.28.221
12-17 2024-12-17 13:56:45
·
@쳘이님 ㅎㅎ 감사합니다. 가끔 저런 분들이 정말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당
오준환
IP 140.♡.207.156
12-17 2024-12-17 11:57:37
·
늘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해외에 주재원으로 나와 있지만,
이전엔 FAB에서 근무하던 입장이라 항상 공감해가며 잘 읽고 있습니다.
커피짱조아
IP 175.♡.28.221
12-17 2024-12-17 13:56:00
·
@오준환님 저는 그린동이었는데 팹동(맞나용) 가니까 정말 엄청난 규모에... 다들 입만 벌리고 그 거리를 지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거기 엘베가 정말 무슨 트럭도 들어갈만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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