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사위원장은 사법부의 상관이 아니다
조회 327 · 공감 0 · 댓글 0
판결을 주문하고 판사를 탓하는 정치, 자기반성 없는 개혁은 설 자리가 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를 하루 앞둔 22일,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위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법원은 오 시장에게 징역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란다." 23일 서울고법은 1심의 벌금 1000만원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서 위원장은 "구회근 재판부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조희대 탄핵 등 사법개혁을 단호히 추진하지 않은 후과"라고 했고, 조국혁신당은 대법원장 탄핵을 다시 꺼내 들었다. 선고 전에는 형량을 주문하고, 선고 뒤에는 판사와 대법원장을 겨냥한 셈이다.
필자가 가장 무겁게 보는 장면은 법사위원장의 입장문이다. 법사위는 법원을 감사하는 상임위원회이고, 법원은 지금 그 국정감사를 받는 중이다. 피감기관을 상대로 감사 권한을 쥔 위원장이 특정 사건의 형량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서 위원장은 자신이 서울시민이자 서울 지역구 의원이라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입장문에 법사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붙이지 말았어야 했다. 직함을 내건 순간 그 글은 한 시민의 의견이 아니라 국회 권력의 의사 표시가 된다. 법사위원장이 사법부를 지휘하는 자리라고 여긴 것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처신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이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항변이 아니라 유감 표명이었다.
(...)
우리에게도 기억해야 할 장면이 있다. 1971년 정권이 시국 사건에서 영장을 기각한 판사들을 수사하려 하자, 판사 수십 명이 사표를 내며 항의했다. 이른바 제1차 사법파동이다. 그때 법관들이 지키려 한 것은 특정 판결이 아니라 판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원칙을 흔드는 목소리가 군사정권이 아니라 민주화를 자임해 온 정치세력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
출처 : https://www.gokorea.kr/news/articleView.html?idxno=88256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