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간만에 의료이야기가 나오길래 적는 최근에 겪은 이야기

ameba ·

조회 1,551 · 공감 8 · 댓글 28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을 가지신 산모분이십니다.

임신중 사용가능한 치료제를 사용하다 도저히 안되서 면역억제제까지 투약하신 분이신데...

그럭저럭 잘 유지되다가 임신 막달에 와서 다시 악화가 되버리셨습니다.

그로인한 심한 통증을 호소해서 입원해서 빨리 분만하고 산모를 치료하자 가 계획이었는데,

조산이다보니 NICU자리가 없어서 바로 분만못하고 자리나는 2-3일을 기다리고 응급제왕절개로 분만을 했습니다.

이후 치료를 하는데....

이게 하루이틀에 치료될 상황이아니고, 이분에게 가장 좋은 치료가 이 면역억제제인 상황입니다.


문제는 중간에 제왕절개술로 분만을 했다는 점입니다.

DRG, 포괄수가제에 묶인 상황이죠.

현행 포괄수가제는 수술전날 입원 - 수술 - 수술 후 3일입원 후 퇴원 이라는 입퇴원일정에 맞는 수가가 주어집니다.

그이상의 치료를 하면 더이상 돈을 환자에게 청구할수 없습니다.

즉, 저 수가에서 주어지는 금액으로 알아서 해야합니다.

물론 그나마 조산에 고위험이라 가산이 붙기는 하지만....


수술전 추가 입원 대기, 그동안 질환 치료, 분만후 추가 면역억제제 처방, 치료, 처치등이 들아가다보니 전체적으로 수익이 상당히 줄게 되고 최악은 적자가 생기기도 할수 있습니다.

뭐... 사실 저 혼자 적자나는건 괜찮아요. 

그걸로 욕먹는게 하루이틀일인가요.

사실 괜찮은게 아니긴 하죠. 

이런 환자가 늘수록 제 개인이 올리는 수입도 줄고 과 전체 수입에도 악영향을 주니...


어쨌든 그냥 그걸로 끝내면 그냥 나하나 손해보고 끝 하면 되는데...

문제는 산모분 상태가 회복이 더디고 악화 소견도 종종 보여 그 면역질환 치료하는 과로 전과를 해서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전과가 되서 치료를 하게 되면 그 치료기간이 전부 제왕절개 포괄수가제에 묶입니다.

즉 이 산모를 전과받은 과는 약처방하고 처치하고 시술한 모든 비용을 한푼도 못받게 되는거죠.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 아파서 걷지도 못하는 환자를 퇴원시켜서 00시 넘겨 날짜 바뀐다음 응급실로 오시라고 해서 입원시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아, 다른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건 양심을 좀 팔아야 하는 방법이라 별로 쓰고 싶지는 않네요.


다른 산모분은 뇌쪽에 병변이 있어서 37주에 빨리 제왕절개로 수술해서 분만을 진행하고 그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해당과에서 저희한테 수술하고나서 입원중에 MRI를 찍어달라고 하는데...

문제는 포괄수가제에 포함된 기간동안 시행하는 모든 시술 검사가 포괄수가제에 묶입니다.

미리 외래에서 처방해놓고 MRI비용 수납을 받아도 제왕절개로 입원중에 시행하면 포괄수가제에서 비용이 처리되서 병원이 그 비용을 못받게 된다고 하네요.

결국 이것도 그쪽과에서 알아서 예약잡고 찍으라 말씀드렸습니다.


입원중 수술하고 환자분 상태가 안좋아서 하는 검사야 얼마든지 하는거지만, 그거랑 무관하게 타과적 진료목적으 촬영을 포괄수가제 수가 안에서 해결하기는 좀 그래요. 1-2만원짜리 검사도 아니고 말이죠.


어쨌든 이런고민을 하는 상황자체가 참 우스워요.

자괴감도 많이들고.

그냥 환자한테 필요한거 좋은거 편하게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이런거 하나하나 계산기 돌리면서 어떻게 든 손해 안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는게...

물론 모든 직업들이 그렇게 아둥바둥 사는건 맞는데...


그래도 대학병원에서, 사람 살리려는 상황에서 마저 이렇게 주판알을 튕겨야 한다는게 이런일 있을때 마다 참 마음이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인간이 덜되서 이런일에도 주판알 튕기며 계산하는거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네요.

댓글 28

  1. 이퀄라이저 · · 공감 2
    참 의사분들 그런 고민 다들 있는거 같더라구요. 환자랑 보호자도 직접 불편을 겪으니 잘 알죠.
    좀 그런부분 국가에서 유도리 있게 처리되도록 바꿔주었으면 좋겠습니다.
  2. 명약 · · 공감 2
    @이퀄라이저님
    해줄리가 없어요.
    어느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거든요.
    오직 의사만 전전긍긍하고 있죠.
  3. 이퀄라이저 ·
    @명약님
    그게 관심들이 없는게 아니라 그냥 복잡한, 특히 돈 문제 아닐까 싶어요.
  4. Techno_CRT ·
    그 DRG 를 만든 주역이 누구였더라요.. 아이고 진짜.. 의정사태때 생각하면 화딱지가..
  5. tirpleA ·
    @Techno_CRT님 호의호식하고 계시겠지요
  6. 사라했제 ·
    @tirpleA님 기업 대표이사 하고 있네요
  7. 애플미니 · · 공감 4
    개인적으로 포괄 수가제는 복잡한 구조의 환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 같습니다.
  8. tirpleA · · 공감 3
    @애플미니님 그런데 공공의료라는게 1000원을 줄테니 빵하고 우유를 사 먹어라의 성격이 강해서요
    그리고 의료가 발전하고 정교해지며, 환자 입장에서도 기대치가 올라갈수록 공공의료라는 틀에 모든걸 담기는 어려워지죠

    개인적으로는 결국 당연지정제의 시대도 저물고, 싸제의료-민영화의 시대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9. 에펨 · · 공감 3
    포괄수가제라는 것은 결국은 포괄임금제와 마찬가지 개념인데,
    포괄임금제는 못하게 하려는 정부에서 포괄수가제는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 아이러니 하죠.
    포괄수가제 제도를 못 없애면 결국 포괄수가로 봐야 하는 진료를 안하거나 그쪽 분야 전공을 안하는 경향이 생기겠죠.
  10. 잣까는전문가 · · 공감 3
    결국엔 건강보험 재정 떄문에 이런일이 벌어지는건데 단순 질환은 본인 부담금을 좀 늘려야 할것 같아요. 연령별 예방주사도 최소한의 비용을 받아야죠.
  11. 그시절그때 ·
    사기업에서 급여를 받고 일을 하는 입장이라면 회사의 최소한의 수익구조 유지, 나아가 본인과 동료들의 일자리 보존이 선순위가 되는 것이 맞습니다.

    비록 제도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이 민간에 위탁되는 구조이긴 하지만, 예산으로 명백하게 그 한계가 정해져 있다면 그 범위에서만 업무를 행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이상하게 다른 직역과 달리 의사집단만 유독 시스템의 문제를 양심의 문제로 치환하는 습성을 보이던데...본인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결국은 그게 사회전체가 치를 댓가를 더 키울 수 있어요.

    문제가 드러나야 사회적인 인식의 공감대가 생기고, 그래야 시스템이 변화합니다.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이라면 본인 사업체를 운영할 때 고민하셔도 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모든 직업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거라 쓰셨지만, 세상 어느 비즈니스가, 특히나 용역 비즈니스가 시간대비 매출을, 수가대비 이익율을 안따질까요.
  12. 시급루팡 ·
    @그시절그때님 말씀하시는 사고 과정을 위 면역질환 가진 산모에게 적용하면 근무 병원의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아직 치료중인 산모를) 퇴원시키고 응급실 입원을 시키는 "꼼수"를 쓸 수밖에는 없지 않나요?
    양심을 떠나서, 제도의 헛점에 대해 그런 꼼수를 써야만 수익이 보존되는 상황이라면 고민을 하지 않을래야 안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 비슷한 꼼수(?)들에 대해 심평원에서 문제삼을 가능성은 차치하고 나서라도 치료받고 있는 환자 방빼고 응급실 가라는 건.. 딱히 양심이나 소명의식까지 가지 않더라도 누구라도 마음에 걸리는 선택일 것 같고요.
  13. 수수깡65 ·
    개혁신당 지지율이 올라야 정상적인 제도로 바뀔텐데 지지율 처참해서 아쉽네여
  14. JIUO ·
    @수수깡65님
    갑자기 개장수요?
  15. 수수깡65 ·
    @JIUO님 개혁신당 지지율이 올라야 의료가 정상적으로 가죠
  16. 필름나무 ·
    포괄수가제가 언제 만들어진건지 알아보니, 법안의 첫 단추를 꿰고 시범 도입한 것은 김영삼 정권(1997년)이며, 이를 병·의원급에 의무 법제화하여 사실상 제도의 틀을 완성한 것은 이명박 정권(2012년),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까지 전면 확대는 박근혜 정권(2013년)이군요.
  17. tirpleA ·
    @필름나무님 그런 제도를 기획하고 도입하고 그러던 분들과 그 분들의 제자,후임들이 지금 장차관급 직위를 하고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그런 거죠
  18. 그시절그때 ·
    @필름나무님 의사들이 의료 사회주의라 욕하는 당연지정제는 박정희때 시행되어, 전두환때 안착되었지요.

    포괄수가제도 그렇고 이유와 명분이 있으니 도입했겠지만, 이런 저런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다면 누군가 총대를 메고 손질할 필요가 있다 봅니다. 표 떨어지는 일을 마다않는 정치인이 없을 뿐.
  19. tirpleA ·
    @그시절그때님 현실은 당연지정제도 지구상에서 거의 유이하다시피한 제도죠 어쩌면 없어지는게 당연한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가 의료선택권이 가장 넓고 쉽고 민영비율이 높은 국가기도하고요
  20. lhooq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돌아갈 수 없는 제도네요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데서 신나게 DRG 하던지
    깡패도 이런 깡패가 없어요
  21. 시급루팡 ·
    @lhooq님 보건복지부 늘공님들은 DRG에 대한 문제의식은 커녕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고 DRG를 넘어서서 인두제, 총액계약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큰 그림을 틈날때마다 내비치는 것 같긴 하던데요ㅎ
  22. 수면제 ·
    DRG, 포괄수가제,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선 정말 사람 잡는 제도죠.

    관료들 입장에서야 뭐 극소수 환자나 필수 의료과 의사의 희생도 숫자로 취급할 수 있으니까 가능했던 제도입니다.
  23. 디비DB ·
    0시 직전에 행정상 퇴원처리 시키고 응급실만 잠깐 갓다가 다시오는식으로 행정처리하면 안되나요?
  24. 우니페퍼 · · 공감 1
    @디비DB님 이런식으로 하면 나중에 의사만 욕 먹고 또 악마화하겠죠 ㅋㅋ
  25. 시급루팡 ·
    @디비DB님 응급실 운영에도 여러 규칙이 있어서.. 일단 응급실 가게 되면 응급의학과 초진과 기록도 있어야 하고, 그 와중에 다른 진짜 응급환자 제치고 먼저 처리되기도 어렵겠고.. 환자 편의대로 원칙 패스하고 서류상으로만 처리하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의 소지가 있고..
    비슷한 목적으로 응급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다보면 응급의학과의 반발도 당연히 예상되고..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긴 합니다ㅠ
  26. 에펨 ·
    @디비DB님 적어도 10명 중에 1명은 병원에서 이상한 꼼수로 자기 병원비 더 나오게 했다고 민원 넣겠죠.

    지출되는 의료비는 결국 누군가는 지불해야 하는데, 지금 사례는 환자 편의를 위해 병원이 독박쓰는 거구요,
    꼼수를 쓰건 뭘 하건 해결 한다는 것은 환자와 보험공단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니까요.
    환자들 중 자기 부담 늘어난다고 민원 넣는 사람이 생길 것은 뻔한 일이죠.
  27. tirpleA ·
    @디비DB님 말이 꼼수지 지엄하신 심평원은 삭감도 먹이고요 (이상하게 한다고 환자 민원은 덤이고요) 또 퇴원처리-재내원 사이 무슨 변수라도 생기면 사법리스크가 걸리게 되지요 ㅎㅎ 가불기수준입니다
    사실 의사는 fm대로 하고 싶고 fm대로 하는게 맞죠
  28. 하늘풀 ·
    @디비DB님 이렇게 하면 심사하는 국가기관이 당연히 가만히 안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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