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저의 농활의 추억 입니다.

비꽃 · ·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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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저는 97년도에 경희대 국문과에 입학했던 사람입니다. IMF 터지면서 집안 문제로 졸업은 못했구요.



대학 입학하고 얼마 안되어서, 선배들이 농활 이야기를 하더군요. 마을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우리는 전북 고창으로 가는 것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기가 참 애매했어요. 4월 말일 쯤부터 5월 초순이었는데, 솔직히 이 때에 우리 고향인 김제나, 농활이 결정된 고창 등은 아직 농번기가 아니거든요. 정확히는, 농사 일을 모르는 대학생이 가서 할 일이 딱히 없다는 겁니다.


논농사의 경우, 우리 지역에서 4월 말 5월 초는 볍씨 파종은 대부분 끝났고, 아직 모는 덜 커있을 상황입니다. 즉 못자리를 만들려고 논의 일부를 삽으로 파고, 괭이나 쇠스랑으로 흙을 부숴 고를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모가 자라는 동안 굳이 초보자가 모판 안에 들어가서 할 일도 없으니 초보자가 할 논일은 없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저처럼 경운기를 몰 줄 알고 논농사 경험이 있다면, 경운기로 가래질을 하거나 조금 일찍 물 받아 로타리를 치거나 하겠지만, 그건 농사일 경험이 없는 도시출신 대학생이 할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굳이 이 시기에 왜 농활을 가는지 이해가 안되었는데, 나중에 PD 계열이었던 우리 동아리, 장작불 선배들이 알려줘서 알게 되었죠. 그러고 보니 영택이 형, 대학로에서 소극장 하며 아직 무대 서시는 모양이던데 언제 뵈러 가긴 해야 할텐데... 맘 먹기가 힘드네요.


또 밭농사의 경우, 고창에서 대표적인 게 고추농사인데 이 때쯤이 우리 지역인 김제에서는 고추모종 심기는 딱 좋은 철입니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심는 고추모종 대부분은 바로 고창에서 오는 거고, 그 말은 고창은 하우스에서 모종 재배해서 다른 곳에까지 팔다보니, 고추모종 이식이 우리 지역보다 빠르다는 뜻이죠. 이미 4월 중순 쯤이면 고추모종을 밭에 심을 정도로요.



여튼 저는 집에 농사일을 먼저 돕고 간다는 핑계로 농활 초반에는 빠지고 (실제 농사일을 조금 돕긴 함),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장충단 공원에서 있던 5월 1일 노동절대회를 참가했습니다. 아주 약간이지만 최루탄 맛도 조금 봤죠. 그리고 나서 고창으로 내려가 농활에 합류했는데... 피곤했어요. 어르신들이 자주 불러서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티를 안내려고 해도 아무래도 도시에서 나고자란 친구들이나 선배들과 달리, 저는 시골에서 자라 농사일을 알다보니 동작이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사투리도 있구요. 그러니까 이장님이 자넨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사투리 때문에 결국 거짓말 못하고 김제라고 하니까 아따, 글머는 집에 농사 좀 솔찬히 도와봤겄는디? 이러시면서 이것저것 시켜보시고, 결국 나중에는 따로 부르셔서, 경운기로 논에 로타리치는 작업까지 맡기려고 하시더군요... 그건 혹시나 다치면 선배들까지 문제생길 수 있어서 극구 사양했지만요.


그러면서 하셨던 말씀이, 왜 학생들이 농활을 이 때 오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늦게, 그러니까 5월 중순만 넘어서 와도 이르게 모내는 집은 모내기도 할 수 있고, 아예 방학 때에 와주면 논에 들어가 초보자도 할 수 있는 피뽑기라도 도와달라고 할텐데, 이러시더군요. 저는 선배에게 이유를 들어 대강은 알았지만, 차마 그 말은 못하겠어서 그렁게요잉, 이러고 맞장구만 쳐드렸지만요. 아, 선배랑 동기들이랑 만들어 먹은, '감자 맛국' 생각도 나는군요.



그리고 말이 씨가 된 것인지... 그 해 여름 방학 때, 고딩 때 활동했던 YWCA 산하의 써클 탓에, 전북대 다니던 써클 선배들과 함께 팔자에 없는 Y - Teen의 인솔교사가 된 저는, 중고생들 데리고 우리 시골동네 바로 옆, 태인에서 진행된 농활에 참가해서 원없이 피를 뽑았습니다... 아, 헌혈이 아니고 논에 자라는 잡초 말하는 거에요... 물론 남자가 어떻게 스타킹을 신느냐며 고집부리다가, 논에 사는 거머리들 몇 녀석에게 헌혈 아닌 헌혈은 좀 했지만요... 아, 밥 해야 하는데 각 조들 버너가 몽땅 소나기 맞고 고장나서, 라이터로 말려서 고쳤던 기억도 있군요...



그냥 새벽에 쌀 이야기 하다보니, 옛생각이 나서 두서없이 적어본 글입니다...

혹시라도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려요...

이만 자러가야 겠습니다... 다들 굿밤 되세요.






댓글 4

  1. climeX · · 공감 1
    동작과 사투리라니.. ㅎㅎ
    글을 읽고 마음이 많이 푸근해졌습니다! 굳잠하셔요!!
  2. 비꽃 ·
    @climeX님 좋은 밤 되세요!
  3. 혼자걷는다 · · 공감 1
    농활가서 만난 지역 처자랑 결혼한 지인이 있는데..
    집에서 내마음의 풍금 영화 보다가 전화해서 약속잡고 같이 밥먹으면서 신나게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ㅎㅎ
  4. 비꽃 ·
    @혼자걷는다님 앗, 그러시군요...ㅋ

    내마음의 풍금 말고, 보리울의 여름은 우리 시골동네 근처에서 촬영하긴 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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