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오디세이도 울고 갈 사연. 28년 걸어서 집에 간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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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KST - AP통신 - 지구를 거히 한 바퀴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는 한 남자의 사연을 AP통신이 전하고 있습니다.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어떠한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의 두 다리로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은 28년이 걸렸습니다. 영국 북부 출신의 칼 부시비는 이제 이 여정의 끝을 보고 있습니다. 그의 집에서 약 50킬로미터를 앞두고 걷고 있는 이 남자를 AP통신이 만났습니다. 현재 속도로 계산하면 이 남자는 집에 다음주 월요일(11월 2일)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 남자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28년에 걸친 여정이 끝나가지만 영국 북부의 붐비는 시골길을 캠핑장비가 실린 카트를 힘겹게 밀고가는 칼 부시비는 미래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끼며, 그의 어머니 집에 얹혀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에 불안해합니다.
“제 삶의 목적과 이유가 곧 끝나려 합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다시 녹아들려고 노력하는 건…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 칼 부시비 -
57세의 부시비는 1998년 11월 1일, 남미 최남단에서 그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의 나이는 30세가 채 되지 않았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4개 대륙을 가로질러 31,000마일(50,000킬로미터)을 걸었고, 베링해협의 흔들거리는 빙판을 헤쳐 나갔으며, 카스피해와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넜습니다. (‘헤엄쳤다’는 표현은 그의 기술을 과장한 표현입니다). 그는 반평생 전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30개 국가를 가로지르며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자연 환경과 지형과 맞서 싸워왔습니다.
그의 여정은 오직 단순한 규칙 하나였습니다. 남미 최남단에서 영국의 집까지 걸어간다. 어떠한 교통수단도 이용하지 않는다 입니다. 그가 출발할 때 그의 주머니에 있었던 것은 단돈 500달러였습니다.
물론 그도 계획이라는 것을 세웠습니다. 늪지대 정글, 뜨거운 사막, 얼어붙은 툰드라와 같은 자연환경은 충분한 계산을 거쳤으며 어느정도 일정이 연장될것이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그가 세웠던 계획은 12년이었지만 현실은 2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시비가 그의 어머니 안젤라에게 돌아가는 28년이라는 시간은 영화 『오디세이』의 주인공이 이타카에 있는 아내 페넬로페 곁으로 돌아가는 데 걸린 시간보다 거의 세 배나 더 긴 시간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저에 비하면 아마추어죠 뭐. 하지만 오디세우스에게도 인정할 건 해야죠. 전 거대한 사이클롭스들을 만날 일이 없었잖아요."
- 칼 부시비 -

전직 영국군 공수부대 출신인 칼 부시비의 이 여정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역시도 영국군 출신이었는데 부시비에게 보낸 생일카드에서 공수부대원 사이의 논쟁 한가지를 언급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해수면이 낮았던 지구의 역사에서 초기 인류가 아시아에서 아메리카 대륙까지 이주하는데 (물론 걸어서) 배링 해협을 통해 런던에서 뉴욕까지 과연 걸어서 갈수 있을까 하는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부시비는 지도에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북미까지 그냥 직선으로 줄을 쫘악 그었습니다. 그러나 북미 대륙에서 뉴욕이 목적지가 아니라 더 과감한 출발지 - 칠레 최남단까지 줄을 그었습니다.
“그게 전부였죠. 그 생각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버린 이상, 되돌릴 수 없었습니다.”
부시비가 마주해야 했던 온갖 역경은 사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북극곰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콜롬비아에서 게릴라 반군을 피하기 위해 우회하다가 악어떼가 우글거리는 물길을 헤엄쳐 건너야 했습니다. 파나고니아 대평원을 걷던도중 역대급 허리케인을 만나 저승문턱까지 갔다 왔습니다. 페루에서는 폭도들의 약탈을 겪었습니다. 바다위 떠내려가는 유빙위에서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자연환경을 헤처가는 것은 부시비에게는 사실 제일 쉬운 일이었습니다.
파나마에 입국할때 자연보호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18일동안 출입국관리소에 구금되었습니다. 남미 국가들의 국경분쟁에서는 두나라 군대들 사이에 끼여 꼼짝도 못한채로 총알을 피해야 했습니다. 베링해협을 건너자마자 러시아 측에 의해 불법입국혐의로 추방되기까지 했습니다. 이 이후과정이 더 극적입니다. 러시아를 통과하는데 약 10년이 걸렸습니다. 러시아측은 입국 및 체류비자를 내주면서 점점 체류기간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아예 비자발급을 거부했습니다. 때문에 부시비는 미국으로 와서 LA에서 워싱턴 DC 러시아 대사관까지 걸어서 가며 항의의 뜻을 언론들에게 표시했고 결국 러시아는 백기를 들고 비자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중국은 더 가관입니다. 부시비가 중국에서 걸을 때에는 아예 공안들이 같이 걸으며 미행아닌 미행을 했습니다. 코로나 팬더믹때는 방역수칙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정을 잠시 멈추어야 했습니다. 러시아와 이란 국경이 폐쇄될 때에는 31일동안 카스피해를 헤엄쳐서 건너야 했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모르는 부시비는 구명조끼와 네오플렌 잠수복에 의지해 떠내려가는(그의 표현은 수영을 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유럽연합의 셍겐조약 역시도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EU 체류기간 90일 제한때문에 유럽을 걸으며 횡단하다 90일이 다 차면 다시 국경을 넘어 재입국하는 방법으로 매번 체류기간을 갱신했습니다.
부시비는 여행경비가 다 떨어지면 생활비가 훨씬 저렴한 미국이나 멕시코로 물러나 일용직을 전전하며 경비를 벌었고 이후 중단된 지점으로 복귀해 그의 여정을 이어나갔습니다. 28년이라는 긴 시간은 부시비에게 아픈 사연들도 남겼습니다. 여정을 시작한 당시 일찍 한 결혼은 이혼으로 이어졌으며 그에게는 30살이 넘는 아들이 있습니다. 또한 28년동안 콜롬비아 여성과 7년, 일본 여성과는 3년의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시비의 떠돌이같은 생활방식 탓에 이들과의 관계도 가슴 아픈 이별로 끝났습니다.
이 모든 역경에도 부시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시비가 거쳐온 30여개 국가의 시민들 99.9999%는 가난한 계층의 사람들이었지만 이들 모두는 부시비에게 친절을 배풀어주었습니다. 일용할 음식을 대접해주었으며 동네 의사들은 무료로 부시비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부시비는 세계에서 제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그들은 국가별로, 지역별로 다르지 않았으며 똑같이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부시비가 영국으로 들어와 점점 그의 고향집과 가까워지면서 도로에서는 그를 알아보고 환영해주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30살이 채 안되었던 영국 청년은 이제 50살을 훌쩍 넘긴 노년의 나이에 28년을 걸어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미래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매일 수천 걸음을 걷던 것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걷기 좋아해서 이 여정을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 걷는다는 건 그저 어딘가에 가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출처 : https://apnews.com/article/karl-bushby-world-walk-hull-england-home-afa4377d070c2217cdb963f3f4404e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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