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차마 못할 짓을 하고 온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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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월만에 한국 왔는데 민심이 몰라보게 흉흉해졌군요. 서울에서는 폭동전야 수준의 민심이반이 깊어져 있다는걸 오랜만에 방문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촉으로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8 가구가 임차해 있는 어느 다가구 주택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건물이 다세대가 아닌 주차장 갖추어져 있는 다가구라 매도가 비교적 쉬운 물건입니다. 


공항철도 포함 지하철 3 개 노선이 교차하는데다 4 개 대학교가 밀집한 구역 정중앙에 위치해 있고 숲길과 문화거리가 지척이라 시도때도없이 인파가 몰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매수인이 8 개 유닛 중 한 유닛을 골라 실거주할 의사만 있다면 오케이입니다.


현찰 동원 능력 있고 은퇴한 시니어가 월세받고 살 생각한다면 딱 들어와 살기 좋습니다. 


임차인들과 같은 건물에 사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그거야 실거주 의무조항 때문에 당분간 어쩔 수 없는 거구요. 


토허제니 실거주의무니 하는 수도권 규제들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문제들입니다. 


사실 건물주는 이 물건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우선 오랫동안 살고 있는 (10 년 이상) 임차인들과 정이 들기도 했지만, 반전세 또는 월세임대라 딱히 들어갈 비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임대보증금은 거래가격의 15분의 1 도 안됩니다. 


건물주의 마음이 바뀐 건 1주택이라도 비거주면 장특공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날벼락같은 세제개편안이 나온 후였습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가뜩이나 자본소득세율(양도소득세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인데  여기에다 장특공까지 폐지된다면 매각할 때 사유재산을 강탈당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매매차익을 같은 액수로 가정했을 때 납부해야 할 세금차이(장특공 적용 vs 장특공 폐지)가 수 억 원에 달했습니다. 


건물주는 고심끝에 2027년 연내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2027 년까지 매각을 해야 그나마 현행 세법의 적용을 받아 절세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종결정은 12 월 세제개편안 국회통과여부 및 확정 내용에 따라 변경할 수도 있지만 일단 부동산에 내 놓았습니다. 


건물주는 처음에는 임차가구들을 그대로 인수할 의사를 가진 매수인을 원했으나 부동산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거주가구가 아닌 에어비엔비로 운영할 의사를 가진 매수희망자를 찾는게 유리하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건물을 리모델링해 여행자 숙소로 사용하겠다는 사업자들의 오퍼는 과거에도 몇 번 있었습니다. 이 지역의 장점이 가진 특별한 메리트 인 셈 입니다. 


건물 연면적이 내가 알고있는 서울시 도시민박업 면적제한을 초과하지만 그건 매수인이 구청과 협의해서 처리할 문제이지 매도인이 상관할 문제는 아닙니다. 


건물주는 임차인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부동산의 의견을 받아들여 임차인 인수인계 조건을 포기하고 임차인들을 모두 내 보내는 명도절차를 오퍼 특약사항에 집어넣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명도비용은 실제 예상되는 비용보다 높게 책정해 매수가액에 덧붙여 포함하고 비용으로 처리하는 절세전략을 채택했습니다. 


전세는 전멸하고 월세는 폭등하는 아비규환의 생지옥같은 서울 부동산시장에서 이런 식의 건물매각이 10 년 이상 살아 온 임차인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될 것이기에 건물주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비단 이 사례 뿐일까요?


앞으로 이런 일들이 봇물 쏟아지듯 터져나올 것 입니다. 매수인이 실거주해야 한다는, 얼빠진 작자들이 만든 비현실적이고도 기괴한 규제 때문에 아파트 임차인은 집주인과 쉐어하우스를 하지 않는 이상 열 이면 열 백이면 백 계속 쫓겨나게 되겠지요. 


어처구니없게도 이들에게는 ‘능력없으면 서울을 떠나라’는 대통령 지지자들의 조롱까지 쇄도하고 있는 중 입니다. 무도하기 짝이없는 야만의 광기가 이 나라를 뒤덮고 있는 현실에 아연실색할 뿐 입니다. 


애당초 건물주는 보유세가 다소 오르는건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세제개편후 양도소득세가 수 천 만 원에서 1 억 정도 선에서만 차이가 났더라도 아마 매각으로 마음이 기울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 정도라면 나중에 고국에 기부한다치고 계속 보유를 선택했을 것 입니다. 


1 억 원은 커녕 단돈 천만원도 손해보기 싫어 8 개월을 버티다가 재개발 사업자 지정고시 수 일 전에야 근저당 설정하고 부랴부랴 매각한 누군가처럼 돈에 대한 집착이 비루할 정도로 악착같은 인간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마 못할 짓 하고 있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화가나는건, 그 차마 못할 짓이 그 비루한 작자가 아니었으면 안해도 될 짓이었다는 점 때문일 것 입니다.


(개혁에는 아픔이 따른다는 개소리가 아둔한 작자들의 뻘짓에 깨춤을 추는 사람들의 입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기 바랍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6 박 7 일동안 머물렀는데, 그 짧은 체류기간 동안에도 이 나라 곳곳이 봉숭아학당이 되어가고 있다는걸 몸소 경험했습니다. 


다음엔 봉숭아학당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은행 이야기도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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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글작성해 환승공항(밴쿠버)에서 글 올리는 건 또 처음이군요. 


댓글 9

  1. 배불뚝1237 ·
    홍대근처 다가구 집주인이신가보네요.
  2. iohc ·
    아쉽겠네요. 가지고 있으면 나름 현금으름을 지속할 수 있는 부동산인데요.
    10년이상 장기 임차인들이 많다는 것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고, 관리가 잘 된다는 얘기구요.
  3. 피부암통쾌 ·
    음 결국 쓰니님도 아닌듯 얘기하시지만 누구와 마찬가지로 손해안보는 방향으로 절세하려 파시는거 아닌가요?
  4. 뚜랑 ·
    다가구면 세입자 있더라도 단독같은 1주택자 취급아닌가요?
  5. 브렛 ·
    @뚜랑님
    맞을 겁니다. 본문도 다주택 보단 장특공 축소/폐지로 흐름이 바뀝니다.
  6. 대게 ·
    전월세 대책 없이 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도
    능력 없으면 지방 가라 이사 가라 는 분들이
    능력 없으면 해고 해도 되냐는 말에는 격분하시더군요.
  7. f-killer ·
    현실적이고 구채적인 사례를 듣고보니 체감이 되네요.
  8. fireagle ·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문제와 정책을 논하기 전에 80년대 수도권 천만명에서 지금 이천오백만명 시대로 지금 꾸역꾸역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지방은 점점 소멸화되고요.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인구를 내쫓는게 유일한 해법이고요. 님글도 나 살기 위한 여건이 아니기에 지옥이라 표현하신거 같고요.
  9. 지니어스명수 ·
    봉숭아 학당이라…ㅎㅎ 근데 제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지 몰라도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거죠!?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양도소득세율!?이 높고 강제로 사유재산을 강탈(?)한다고 하는지….

    진짜 어처구니 없는 글을 참~그럴싸하게 써 놓으셨네… 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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