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연대기 정주행 하기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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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한 이의 심의를 신청하게 되면, 이의 신청 이유서 와 함께 이전에 제출한 모든 서류들이 검사에게 즉시 송치 됩니다.
8편에서 기술한 반박 논리에 따라 이유서 를 작성했는데, 요약하자면, 이 사건은 직업안정법 제34조를 명확하게 위반한 사례임을, 그리고 ㈜Y유통으로 대표 되는 법인과 법인 대표인 조bb 가 주요 피의자로 특정 되어야 함을 강조했고, 계약서 변조 관련해서는 ‘필적 감정’ 도 요청했어요. 무엇보다 수사 결과에 이르는 논리의 모순을 지적하고, 참고인 조사 등의 보완/재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노동청과 경찰의 처리 결과 통보까지 10개월을 기다린 것과 달리, 검찰의 이의 신청 기각 통지는 거의 빛의 속도입니다. 접수 2일만에 카톡이 도착했으니까요. 논리적인 설명 따위 당연히 없고요. 저의 즉각적인 반응은, 내 주장을 제대로 읽어 보기는 했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추측하자면, 월요일 접수된 서류를, 화요일 오전에 검토하고 결제하면 오후에는 이미 통지 문 발송이 가능하겠네요.
어찌 되었든, 논리의 모순을 들여다보고 수사의 방향을 다시 짚어주는 것이 검사의 업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저의 뇌리에 박히게 되었어요.
또한, 수사와 사법 기관의 전문성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환상이 깨어지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논리의 모순을 파고들고, 허위 진술 여부를 검증하고, 증거의 생성 여부와 신빙성을 따지고, 법리 적 효력 여부를 따질 것이라는 환상. . . 오히려 실상은, 사건의 구성 요건 충족 여부보다 불 처분 사유를 우선 탐색하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노동청, 수사 & 사법 기관의 (진짜) 역할은 노동자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많은 이들이 거꾸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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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이번 경험에서 놀라웠던 점은, 처벌 규정이 아예 없음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은 존재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극도로 소극적으로 해석되었고,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넘겼으며, 결국 아무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었습니다. 시스템이 움직일 의지가 없으면, 법은 종이 조항에 가까워진다는 것이죠.
그 결과, 사용자는 “문제없네? 괜찮아” 라 인식하고, 노동자는 “원래 이런가 보다” 하며 순응하거나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저는 이것이야 말로 사회적 비용이 누적되는 구조적 부조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와서 개별 공무원의 적극성만 기대하거나, 개인 단위의 비판에 머무르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법 집행 단계가 아니라, 법과 제도를 만드는 단계에서 문제를 다뤄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입법 취지와 다르게 해석 집행되거나 사실상 방치되는 문제가 반복된다면, 행정기관과 수사 기관이 보다 명확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기준과 장치를 법과 제도 안에 담아야 하니까요.
현재로서는 직업안정법(34조)상 근로 조건 제시의 신뢰 문제, 그리고 근로기준법(17조 & 24조)상 근로 계약서 작성 시점의 실효성 문제가 중심이 되어야 하겠죠.
결국 다음 단계는, 국회 환노위(환경노동위원회)와 같은 입법 영역에 문제를 전달하는 과정이 되겠네요. 이 또한, 공유할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어도 왜 내 주장이 인용될수 없는지 티끌만큼이라도 설명 해 놨으면 납득이라도 하지, 엄연히 법과 다른 처분에 대해 읽어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변호사를 안 껴서 무시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검찰청도 똑같이 재항고를 기각하면 더 이상 억울함을 표현할 방법도 없어지겠죠.
속터지는 마음 공감 되어 댓글 남기고 갑니다. 힘내시길
그래서 결국 제도와 집행 기준 자체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같은 기준과 같은 해석 구조 안에서 반복 적으로 판단이 이루어진다면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내 사건의 결과를 뒤집는 것’ 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그리고 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집행되고 있는 지를 기록하고 문제 제기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개인 사건 하나 만으로 시스템이 바로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경험들이 계속 축적, 공유되는 과정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