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에서, 1개월 근무 상황과 해고 통보까지 기술했으니, 이제 노동청 경험을 공유할 차례입니다.
문득, 요즈음 세상에서, 사람들이 취업과 (부당)해고를 경험하는 경우가 어느 정도로 빈번한지, 그리고 그런 경우에 대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분명한 점은, 한국의 노동법은 매우 분명하게, 그런 경우를 방지할 수 있게끔 꽤 잘 만들어져 있어요. 하지만, 그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도록 설계된 시스템과 고용된 인력이, 과연 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결과적으로, 법의 교육 효과로 개선될 수 있어야 할 사업장/사업주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답보 상태이고, 정작, 법의 보호를 통해 경제적 인격체로써 사회 기반이 되어야 할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이 아닌가. . . .
다시, 해고 시점으로 돌아와서, YJ 식자재 마트는, 명백하게 불법적으로 부당 해고를 자행했습니다. 잘 만들어진 법에 따르면, 그 사실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어요. 채용 공고에서 1개월 인턴십이 아닌 1년 이상 장기근무(계약직)을 모집했고, 3주간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근로기준법 위반), 법이 명시한 해고 사유가 없음에도 1개월 계약 종료로 위장한 해고를 통보했고(채용절차법과 직장안정법 위반),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핵심 항목인 계약 기간을 임의로 변경하였죠(사문서 변조/위조).
여기서 피해고인은 ‘노동청’에 신고를 하거나 지역별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으며, 둘 다 병행도 가능합니다. 온라인 정보를 취득해서 직접 진행도 가능하고 노무사 고용한 진행도 가능합니다. 상담한 노무사에 의하면, 상당히 악질적인 경우에 해당하며 승산이 크다고 했어요.
노동위원회는, 행정기관이지만 재판처럼 절차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준 사법적 기관입니다. 최소 2개월이 소요되는데, 서면 증거(채용공고, 녹취록), 계속 근로 정황(3주 무 계약 근로)에서 승패가 결정되고,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뒤늦은 계약서+기간 공란) 또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업체 측에서는 정상적인 1개월 계약이며 본인도 동의하고 서명했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3편에서 언급된 증인 조사가 필요 하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1~2개월 임금에 해당하는 금전적 합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요. 승소를 해서 복직과 해고 기간의 임금 지불 명령을 얻어낸다고 해도, 껄끄러운 상황에서 복직을 원하는 경우는 없겠죠. 업체 측에서도 노무사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합의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제 경우, 서면 증거 확실하고 사실 관계 정리도 가능한 만큼 직접 진행도 가능하지만, 스트레스 제거 차원에서 노무사를 고용하는 경우엔, 착수금 + 성공보수 20%가 발생됩니다.
당시의 저는, 1~2백만원의 최종 보상을 목표로 몇 개월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어요 ‘노동위원회’ 시스템이 좋은 제도이긴 한데, 사업주의 법의식 수준과 마인드는 그대로 이면서, 피해고인들에 의해 금전적 합의라는 현실적 선택이 반복된다면, 잘 만들어 놓은 법과 시스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원칙을 우선하기로 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노동위원회가 아닌, 노동청 신고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법이 정한 만큼의 처벌(과태료)과 시정 지시 정도 만으로도 교육의 효과는 볼 수 있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리 언급을 하자면, 만약 누군가 동일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 해고 판정을 목표로, 노동청 신고를 병행하며 압박하는 것이 현실적 전략이 될 듯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해서 확실한 금전 적 손실을 발생 시켜야 실제 교육 효과가 생기지, 노동청 만으로는 사업주의 인식 교정이 거의 없는 구조입니다*
신고 절차는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즉시 근로개선지도과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었고, 신고인 조사 일정(2주 후)은 문자로 통보되었어요. 3편에서 기술한 사실 관계들 (3주 무 계약 근무 + 공란 계약서 서명 + 사후 기간 설정)을 시간 순 정리해 서면 제출하면서 ‘단순 실수 아닌 의도적 회피 프레임’을 확실하게 부각 시킨 만큼, 긍정적 기대감을 가지고 조사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제 착각임을 알게 되었네요.
조사 당일에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제가 들은 메세지는, 1.계약서가 아예 없지 않고 3주후에 작성을 했으므로, 자신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 해도, 혐의 없음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 2.직장 동료들을 증인으로 조사해 본들, 대부분 고용주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 3.자신은 계약서 작성 관련한 근로기준법 위반 만을 처리하므로, 나머지 사안은 2층에 있는 고용관리과에 가서 다시 민원 접수를 하라.
결국, 저의 관찰 경험 결과를 요약하면, 이론적으로,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에 한해 조사 + 수사권한을 가지며 특별사법경찰관 역할을 하는 공무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실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기 보다, 당사자 진술 + 서면자료 만으로 위반 여부를 ‘효율적(소극적)’으로 판단하는 행정 조사관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노동청의 본질이, 이론적으로는 ‘교육/처벌기관’ 이지만, 실제로는, 명백한 서류 위반만 최소한으로 제어하려 하며, ‘의도, 기망, 관행’의 영역은 안 건드리려 하다 보니, 사업주 입장에서, 처벌 없음을 문제없음으로 인식해, 잘못된 관행이 오히려 강화되는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겠지요. 내가 납부하는 세금이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소비된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 순간이었습니다.
1층에서 근로감독관 면담을 마친 후, 2층의 고용관리과에 가서 다른 사안들에 대한 접수를 마쳤는데, 담당자는 제가 접수한 사건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인 공감대를 표출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모르고 있던, ‘채용절차법’과 ‘직장안정법’의 법 조문을 직접 보여주는가 하면, 자신의 업무 과정에서 접한 부조리, 즉, 법이 있어도 처벌이 약하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지불하는 것이 법을 지키는 것 보다 더 이익이 되는 상황에서 근절이 되지 않는다는 고충도 토로하더군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자세한 진행 상황은 다음 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마침 오늘이 노동절이군요.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표현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