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취미/음식

나는 디자인 감각이 없어서?

어찌나민굴 · · 수정

조회 19,869 · 공감 12 · 댓글 14

안녕하세요. 목공하는 소모임 '뚝딱뚝당' 당주 민굴입니다.

 

얼마전 2022년 팁과 강좌 게시판 top100 리스트 글에 보니 제가 작성했던 글이 순위에 있더군요. 


'목공을 시작하는 방법'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7435820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번씩 연재식으로 글을 작성해보려 했는데, 결국 또 시간이 이렇게 지나버렸네요.

잠깐 또 시간이 생긴 틈에 사부작 타이핑 조금 해보겠습니다.

 

이번엔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다고 디자인 실력이 늘거나하지는 않을테지만, 디자인에 대한 오해로 어렵게만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작성해봅니다.

 

절대 프로디자이너를 위한 글이 아닙니다 ㅎㅎ

 

 --------------------------------

 

 

목공이 되었든 3D프린팅이든 가죽공예 든 무엇인가를 만드는 행위에 있어서 디자인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이 디자인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교육에서는 이 디자인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들이 쌓여 어렵고 난해한 것으로만 느끼게 되고, 그저 감각에 의존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습니다.

 


그럼 디자인이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제품의 외형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디자인이란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외형을 아름답게 하는, 즉 스타일링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과 과정일 뿐이며 디자인의 전부가 아닌 것이지요.

 

  

보통 디자인은 감각에 의존해서 하는 것이라 오해하기에, 기술을 익히는데만 집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포토샵 기능들을 잘 알고 잘 쓸 수 있으면, 포스터 디자인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거나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익히면, 멋진 제품을 디자인해서 3D 프린팅 할 수 있겠다.

톱질, 끌질과 같은 수공구를 잘 다루고 목공기계들도 잘 쓸 수 있으면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들처럼 근사한 가구들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 

….처럼 많이들 생각하시죠. 

 

그렇게 툴이나 기술을 익히고 막상 실제로 작업에 들어가면 많이들 좌절하십니다.

아..! 나는 디자인 감각이 없구나…..하면서 말이죠. 

결국엔 만드는 것을 그만두거나 카피..와 같은 어둠의 길로 들어갑니다. ㄷㄷ

여기까지 가보신 분들은 아실꺼에요. 희안하게 카피도 제대로 안된다는 것을.

 



디자인도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교육, 학습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당연히 이런 과정의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디자인을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럼 디자인을 하려면 어디가서 배워야 하는 것일까요? 

저는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싶어 전역후에 다니던 공대를 자퇴하고, 재입시를 통해 미대에서 디자인을 차근차근 배운 경우이긴 하지만, 꼭 이렇게 정석(?)적인 루트를 밟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취미의 영역에 있어서는 말이죠.

 


 

그럼 어떻게 디자인 실력을 어떻게 쌓는건데?

 

방법은 정말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 중 많은 디자이너들이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방법은 많이 보는 것이라 말합니다. 저도 그렇게 말을 합니다만 '많이 보는 것'이라는 말 때문에 그냥 자료나 물건들을 그저 많이 '보기만' 해서 눈에 담으려고만하죠. 

 

아닙니다.

 

실제로는 보면서 '왜 저렇게 했을까?' 라는 생각과 '아~! 이건 이런 저런 이유때문일 수 있겠구나'와 같은 자신만의 분석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게 정말 중요한 포인트에요. 

 

그렇게 하나씩 자신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봅니다.

 

'저기 저부분의 비율이 좋아보이는데, 위 아래가 저 정도의 차이면 저런 느낌이 날 수 있겠구나'

 

'이 액션캠의 녹화 버튼은 왜 혼자 튀어나와 있을까? 아! 이게 두꺼운 장갑같은 것을 끼고도 쉽게 누를 수 있게 해놓은 것이구나'

 

'테이블 상판 아래쪽에 왜 사선가공(테이퍼)을 해놓았을까? 아! 두꺼운 상판이 무거워 보일 수 있으니 강성은 유지하면서 얇아 보이게 만들어서 좀 더 가벼운 느낌이 들게 해놓았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왜?' 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이런식의 자신만의 데이터가 쌓이게 되면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자신만의 데이터속에서 해결방법을 찾아내어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경력이 오래된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경험과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 속도가 빠를 수 있고, 이걸 옆에서 보면 마치 '감각적'으로 해결을 했다고 느낄 수도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디자인 감각'이 없으면 디자인을 못한다고 오해를 하게 되는 것이구요.

 

타고난 감각이 없어도, 디자인 전공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을 알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이것과 관련하여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욱 큰 도움이 될 수 있겠구요.

 

목공이 되었든, 가죽, 금속, 세라믹 등 다양한 곳에서 창작물을 만들어내시는 모든분들의 디자인이 풍성해지길 기원합니다.

 

 

------------------

 

 

 

이번엔 디자인에 대한 대략적인 개념 또는 접근법에 대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언제 이렇게 앉아서 타이핑을 할 시간이 날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디자인의 큰 요소중 하나인 외형을 다루는 '스타일링'에 대해 작성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마음 같아서는 이해가 더 쉽도록 이미지도 넣고 그림도 그려보고 싶은데, 

그러면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서 그냥 텍스트로만 작성해 보았네요.

긴글에 빈약한 내용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과 돈 많이 받으시고,

목공하시는 분들은 안전목공하시길 바랍니다.


목공소모임 '뚝딱뚝당'도 많이들 놀러오세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dduk

댓글 14

  1. airborne · · 공감 1
    "... 실제로 경력이 오래된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경험과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 속도가 빠를 수 있고, 이걸 옆에서 보면 마치 '감각적'으로 해결을 했다고 느낄 수도 있게 되는 것이죠. ..."

    빅데이터를 통한 기계학습과 딥러닝을 수행하면, 고백하려는 낌새만 보여도 감각적으로 싸대기를 날릴 수 있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할까요???

    :)
  2. 어찌나민굴 ·
    @airborne님 ㅋㅋㅋ 그렇죠~ 비유가 찰떡이시네요. ㅋㅋㅋ
  3. paulie2 ·
    전 디자인 툴을 다룰지 있지만 디자인 기능 익히는 2시간을 제외하면 결국 디자인능력이더라고요 ㅎ
    /Vollago
  4. 어찌나민굴 ·
    @paulie2님 네! 그래서 실무에서도 디자인 기깔나게 잘하는데, 툴 사용은 미숙한 분들 은근 많이 계셔요. 툴을 잘 다루면 좀 더 수월한 경우는 생기지만 그게 디자인 실력과는 별 상관이 없는게 맞습니다.
  5. GusB ·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이 있는데요,
    프로그램밍 언어를 익히는 것과 좋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세상 같아서요 ㅜㅜ
  6. 어찌나민굴 · · 공감 1
    @GusB님 저도 프로그래밍쪽은 문외한이지만 프로그래밍 실력에 있어서도 큰 맥락은 제가 적어놓은 내용과 큰 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여러분야에 다 통용되는 내용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프로그래밍쪽을 비롯해 다른 분야는 감각이라는 말을 잘 안쓰는 것 같은데 유독 디자인쪽에서는 감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참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느껴집니다.
  7. 유심리 · · 공감 1
    디자인은 예술의 영역이면서도 동시에 상업적이라 현실주의자인 저는 항상 볼때마다 경외감이 들고 즐겁습니다. 매번 쉴때마다 이케아에 가서 새로운 디자인, 양산으로 만들어진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들을 보며 놀래요. 디자인 가격이 들어가있긴 한건가? 하구요. 그러면서도 가끔은 개인 목공소에서 만든 제품들도 구매하면서, 이케아보다 훨씬 비합리적인 가격임에도 그 이상의 만족감과 애정이 생깁니다.

    디자인은 학교를 안가도, 왜? 라는 질문으로 그 기능을 기를수 있다는게 매력적인 의견이세요. 저도 그 습관으로 여러가지 디자인들을 살펴보도록 할게요.
  8. 어찌나민굴 ·
    @유심리님 네. 사실 디자인 교육도 크게보면 결국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그걸 해결하는 사고 과정을 학습하는것이라 문제를 인식하는 '왜?'라는 생각만 하기 시작해도 재미있는게 눈에 보이기 시작하실꺼에요.
  9. 유심리 ·
    @어찌나민굴님 저는 철학과 심리학을 학교에서 전공해서, 항상 왜? 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근데 유명한 디자이너들, 대학원때 들은 디자인씽킹, 디자인 수업 들에서도 철학적 사고가 중요함을 느끼네요.

    그 시각으로 한번 바라보겠습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길 기도하겠습니다. 0_0
  10. 어찌나민굴 ·
    @유심리님 철학적 사고, 인문학적 지식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분야랍니다. 유심리님도 질문속에서 살아오셔서 디자인쪽으로 확 재미를 볼 수 있는 역량이 이미 많이 쌓여계실 것 같아요.
  11. 유심리 ·
    @어찌나민굴님 이런 글들 볼때마다 디자이너 뿜이 뿜뿜 들어오네요 ㅠ. 응원의 말 감사합니다.
  12. designist ·
    디자인밥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글을 두세번 읽어내려오면서 학부생때 생각이 났습니다.
    전공교수님1_'디자인을 예술로 승화할거면 미대를 가지 왜 디대를 왔니'
    전공교수님2_'너는 디자이너니 발명가니'
    학과건물 미화아주머니_'어이구야.. 학생거였어?'
    저는 4년동안 위 세분의 격언으로 나름의 철학과 룰을 정하고 수요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해답을 찾는사람이 디자이너이고 그 행위가 디자인이기에 다들 겁부터 먹지마라고 해왔던 저로서는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
  13. 어찌나민굴 ·
    @designist님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이 말씀하신 그런 과정들이 하나씩 모여 생겨나더라구요. 저는 말씀하신 '정답은 없지만 해답을 찾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참 와닿네요. 고맙습니다!
  14. 유심리 ·
    @designist님 미화아주머니 비유 너무 웃긴데요

팁과강좌 최근 글

팁과강좌 목록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