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몇주전 비를 맞으며 손에 든체 들고다니던 핸드폰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벌어진 휴대폰 뒷덮개 틈새로 빗물이 세어들어간 모양입니다.
삼성AS센터를 갔더니, 수리기사님이 폰을 분해 한 후 가져와, 내부 검게 그을린 쇼트(합선) 자국을 보여줍니다.
"메인보드 이외는 다 망가져, 고치는 비용이 더 드니 그냥 폰을 바꾸세요."
목돈이 나갈껄 생각하니, 집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다음날, 사설 수리업체에 방문하여 삼성센터에서 분해해논 상태 그대로의 폰을 내밉니다.
"수리불가 입니다."
사장인지 직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이건 쓸모없는 폰이니 버릴꺼면 나두고 가라고까지 하네요.
매우 당황스럽지만 다시 정중히 물어봅니다.
"메인보드는 살아있으니, 다른 정상 폰에 메인보드만 교체해 껴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라고 제가 재차 물어봅니다.
"그럼 메인보드만 교체해주는데 5만원 받겠지만, 중고폰은 당신이 사오고, 작동 유무는 장담못합니다." 라고 사장인듯한 직원이 답합니다.
일단 가게 밖을 나옵니다.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달궈진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 때문인지 주위가 더 어질어질해 보입니다.
그때 우연히 가게 문앞 붙어있는 광고 전단지를 보았습니다.
** 무점포 휴대폰 수리 창업 교육생 모집 **
- 지원자격 : 만25세 이상 남녀노소 아무나"
그때 저는 속으로 외칩니다,
"그래 나도 할 수있어!!"
그렇게 저는 제 손으로 직접 메인보드를 교체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참고로 전 문과 출신으로 전기공학적 지식은 건전지 +, - 구분하는거 말고는 전무합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무모한 결단이었습니다.
챕터1. 나의 핸드폰 수리기 시작
1. 우선 알리에서 수리 도구를 주문합니다.
- 히트건 (13,000원), 정밀 드라이버 (1,600원), 틈새벌리는도구(1,000원), 뒷뚜껑 부착 테이프 2개 (3,000원)


2. 당근으로 같은 모델(갤럭시 S21 Plus)의 중고 핸드폰을 구입합니다. (구입가 190,000원)

3. 맨 왼쪽은 당근에서 구매한 중고 스마트폰, 오른쪽은 삼성AS센터에서 분해해서 준 제 침수폰 입니다.

4. 뒷덮개를 여는게 정말 힘듭니다.
삼성AS 센터에서 분해해논걸 봐서 4면이 양면 테이프로 밀봉되는 방식이란건 이미 알고있었습니다. 근데 이 양면테이프의 접착력이 너무 강력해서, 벌릴 틈새를 만들기도 힘들고, 억지로 힘을 가하면, 얇은 뒷판이 꺽여 구부러질수가 있습니다.
히트건으로 열을 쐬주고, 벌리고, 쵸크를 껴놓고, 다시 열 가하고, 또 더 벌리고를 반복합니다.


5. 결국 열었습니다. 이 뚜껑 여는 작업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립니다.
포기할까도 여러번 생각했지만, 지난 인생의 숱한 역경을 헤쳐나갔던걸 떠올리며 참고 견뎠습니다.

6. 아래 사진은 그 사투를 벌인 흔적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여기서 멈췄을 겁니다.

7. 관련 유튜브를 보면서 내부 구조를 파악합니다.
아... 머리가 어질어질 합니다. 특히 근시로 인해 2mm도 안되는 작은 나사가 잘 보이지 않아 안경을 벗어 던지고 기기판에 코를 파묻으며 작업을 하였습니다.

8. 이상합니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푸는데 자꾸 드라이버 끝이 뭉게집니다. 나사 또한 빠가 납니다.
빠가난 나사를 돌릴수록 헛도는데, 제 정신도 함게 돌아가 버리겠습니다.
이렇게 드라이버 끝이 뭉게 집니다.

9, 결국 2개의 드라이버를 날려버립니다.
왜 그런걸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남은 정밀 드라이버도 몇개 없습니다.

10. 원인을 찾았습니다.
제가 사용한 드라이버가 나사 사이즈에 비해 너무 작아 헛돌다 끝이 갈려지는 거였습니다. 다행이 한치수 더 큰 정밀 드라이버가 있어 분해를 계속합니다.

11. 중고폰의 메인보드를 적출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부품들끼리 연결된 여러 커넥터를 조심스럽게 분리 해줘야 하는데 이것또한 처음 해보는 저로서는 손끝이 떨려 진정하는데 애 먹었습니다.

12. 침수에서 살아남은 유일하게 멀쩡한 메인보드를 중고폰(왼쪽)에 이식해줍니다.

13. 뚜껑을 덥고 전원을 켜봅니다.

14. 대박!
안드로이드가 부팅 소리로 환생을 알려주네요.
아니, 회춘이란 말이 더 적절하겠군요.
당근으로 구매한 중고폰 내부 기기판에 찍혀있던 제조년월이 1년 더 최신이었거든요. ^^

15. 이제 남은건, 뒷뚜껑의 기존 양면 테이프를 제거하고 다시 붙이는 겁니다.
이 작업이 제일 번거롭습니다.
아래 사진 보면 뚜껑 4면에 흰색 양면 테이프가 있는것을 볼수있을겁니다. 이걸 우선 제거해야합니다.
맨 오른쪽 필름은 알리에서 구매한 S21 Plus용 방수 양면테이프입니다. (1개에 1,500원)

16. 기존에 붙어있던 테이프는 히트건을 사용해 열을 충분히 가하면 쉽게 떨어집니다.

17. 테이프가 끊어지지 않게 한번에 때셔야 깨끗히 제거가 됩니다.
열 쐬주고, 잡아 당기고, 또 열가하고 더 잡아 당기고를 반복합니다.

18. 렌즈덮개 부위는 2개로 구성되있는데 면으로 붙어있다보니 서로 때어내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먼저 위를 덥고 있는 철판을 제거해줘야하는데 힘으로 때려다간 저 얇은 철판이 구부러 질수있으니 열을 가해 테이프를 녹이다시피 만든 후 매우 천천히 들어 분리합니다.

19. 구석구석 알콜과 면봉을 사용해 끈적거리는 본드똥을 제거 해줍니다.

20. 양면테이프를 붙이는 방법은 필름을 뚜겅에 얹혀놓고, 겉 필름만 제거하면 양면 테이프가 아래 처럼 알맞게 제자리에 붙게됩니다.

21. 아래 사진 덥개 테두리에 보이는 흰색띠가 새로 붙인 양면 테이프입니다.
방수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떨어트리거나 충격을 가하면, 테이프 붙인곳이 또 벌어지게 될테니깐요.
손으로 만저 더럽혀진 렌즈 덥개도 알콜+면봉으로 유분을 제거해줍니다.

21. 그리고 마지막, 뚜껑을 덮은 후, 테이프가 더 잘 붙게 히트건으로 열을 가해줍니다.
잉? 손으로 꽉 눌러 덮어봤는데도 옆으로 틈새가 보입니다...

22. 스크래치가 안 생기게 핸드폰 위에 마우스패드를 덮은 후, 아령원판을 사용해 압력을 가한 상태로 몇 시간 기다려봅니다.
결국, 틈새없이 완벽하게 붙게 됩니다.

챕터2.
* 번외편
다음날 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카메라가 작동하질 않습니다.
인식을 못하는것 봐서 카메라 모듈도 침수되어 망가진듯 합니다.

다시 뚜껑 열고, 중고폰의 멀정한 카메라 모듈를 때서, 교체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카메라 모듈이 2개인데, 분해시 힘 조절 잘못하면 커넥터 부분이 부러질수도 있으니 매우 조심히 다뤄야 합니다.

여유분으로 양면테이프를 2개 사서 다행입니다.
방수 테이핑 작업도 다시 합니다.
회춘한 제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봅니다.
완벽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비오는날, 손에 핸드폰을 들고, 우산없이 밖으로 나가보시기 바랍니다.
걱정할것 하나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방법을 다 잘알고 계시쟈나요?! ^^
- THE END -
* 지난 나의 사용기
- 탄핵집회 거리 쓰레기줍기용 집게 사용 후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875235
- 8가지 맛 붕어빵 리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865548
- 인천 최초 재즈바 '버텀라인(Bottomline)' 방문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819753
- 7년째 사용중인 LG HBS-920 사용기 및 수리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8774746
저두 다시 봐도 와우~! 신기하네요 ^^
실패했다면 사용기 못 올릴뻔했습니다. ㅎㅎ
두번다시하고 싶지 않아 이제부턴 폰을 신주단지 처럼 들고다니려고요ㅎ
저도 여지껏 핸드폰이 이런식으로 방수 되는지 몰랐습니다. ^^
근데 이 실링 테이프가 거의 블랙박스 창문에 붙이는 양면 테이프 처럼 접착력이 무지 강해요.
잘 붙이면 될것 같기도 한데,
또 달리 생각해보면... 알리에서 파는 S21용 실링 테이프의 사이즈나 모양이 가격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어떤 실링 테이프를 쓰나에 따라서도, 방수 유지력 또는 내구력에 영향을 미칠것 같네요.
칭찬해주셔 감사합니다. ^^
인생의 숱한 역경 에서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액정도 회춘하니 좀더 쩅~해진것 같습니다.
셀피로 보니 제 얼굴도 회춘한듯 합니다. ㅎㅎㅎ
볼때마다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옷 압축해서 보관할때 쓰는 압축팩에 폰 넣고 공기 쫙 빼서 압축시켜 놓으면
밀착시키는 동안에도 폰 이용도 되고 편하더군요.
오~ 그 방법도 있었군요. 사실 저 아령원판도 첨에 더 무거운걸 올렸다가 기기에 나쁜영향 줄까봐 얼릉 무게를 줄였네요 ^^
카톡, 연락처, 사진은 다 실시간 백업이 되있는데,
다른 메신저(윗쳇, 왓츠앱), 문자, 통화기록이 백업이 안되있던게 문제였습니다.
간만에 아침에 커피 마시며, 문학소년으로 돌아간 기분으로 써내려갔습니다. ㅎ ^^
손재주 좋으시다..라고 읽다보니
당근에서 구매한 동일한 모델이 모두 정상동작하는 것이라면 중고로 구매한 폰을 사용해도 되는 거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서요.
삼성 센터에서 메인보드를 제외한 다른 부품들이 다 망가져 있다고요.
쇼트도 났다고 되어 있구요.
메인보드만 살아있어서 중고폰 구입해서 데이터 전송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나 봅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살아있는 메인보드 이식해서 사용해야 저장된 데이터 유지하면서 살릴 수 있죠.
네 윗분이 대댓글이 맞습니다.
침수폰은 메인보드만 살아남았기 때문에 전원공급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었어요.
내부 부품들은 대부분 모듈화 되어있어서 레고조립 하듯 떼고 조립하면 되지만요
저 사진에는 잘 안나왔는데, 칼로 뜯고 벌리다 스크래치 많이 났습니다. ㅎ
목제 클램프 같은걸로 핸드폰을 고정하는 장치가 있으면, 열을 가하며 빨판으로 덮개를 들어올리면 될텐데,
장비가 따로 없어 그렇게 못했네요.
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을 함께 만들어 나아가보아요 ^^
역시 문과의 문과스러움은 자연스레 발현되는 걸까요?
많은 재능이 낭비되는 사랑스러운 글입니다. 잘 읽었어요.
음 감성소설 같은 후기라니.. ~
감사합니다.^^ 수리분해 중 사진을 중간중간 찍어논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 안 남겼으면 사용기도 못 올릴뻔했으니깐요 ㅎㅎ
아 침수되니 액정이 나가고 전원이 다시 안들어오더군요.
배터리랑 연결되는 기판 하단 부위가 검게 그을린거 봐서는 전원공급 쪽이 다 못쓰게 된것 같았어요.
대단하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네 맞아요 ㅎㅎㅎ
욱해서 고쳤습니다.
뇌이식이 딱 맞네요.
핸폰 본체 기증자는 현재 운명하셨습니다. ㅎ
감사 감사 합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핸펀 뒷뚜껑을 열고나니 돌아갈수없는 강을 건넜다는걸 깨닳았습니다.
고장나면 일단 한번 열어보는것도 좋아요 ㅎ
배수진을 쳐보는거죠. ^^
맞아요. 온도계가 없으니 손가락으로 계속 대어보며 이정도면 됬다 싶을때까지 열풍기 바람을 쏴주었어요.
근데 손가락이 뜨거운 물체에 곧 적응을 해버리는지 온도 감각이 무뎌 지더군요. ㅠㅠ
유튜브에 "S21 Plus Disassembly" 라고 검색하니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 까지 포함한 수리 영상이 많이 나오는데 이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유튜브가 제 핸드폰을 살렸습니다. ㅎㅎ
겸허하게 공감 하나 박고 갑니다.
아마도 제일 힘든건 기포없이 보호필름 붙이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ㅎㅎㅎ
매번 셀프로 하는데 한번에 성공한 적이 없네요.
침수 라는 고난 이후, 더 강인한 핸드폰으로 재탄생 하게 될껍니다. ^^
저처럼 준비없이 하다간 핸드폰을 믹서기로 가는 유튜버와 같은 결과를 맞이할수도 있어요 ㅠㅠ ㅋ
앞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잘 이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갤럭시의 통화 자동 녹음 파일도 클라우드로 실시간 백업이 될까요?
사실 이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우리는 기억을 못할뿐이지 윤회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몰라요. ^^
야매로 고쳤으니깐 "야메때" 가 어떨까요?
멋지다 킨브로KINBRO!!!
(송혜교 톤으로 읽어주세요)
직원으로 가셔야 겎네여
새로운 분야에서의 성취 또한 존경스럽습니다.
뜯다가 액정 날렸던 나의 여러 기기들이... 흑
그 와중에 후기를 위해 과정사진까지 남기는 여유..
저는 당근에 싸게 올리고 당근에서 비싸게 구할겁니다.
나름 뿌듯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근데 요즘 핸드폰들은 생활방수는 되지않나요! ㅋ
저는 기능이 맘에들어, 20여년 전에 개당 55만원에 동시에 4개를 산 후 지금까지 잘 사용중인 디카를 님만큼은 안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수리하며 지금도 잘 사용 중입니다^^
"당근에서 구매한 중고 스마트폰" 이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중고로 구매했다면 구매한 스마트폰을 그냥 사용하면 안되는건지요?
무식함의 부끄러움을 궁금증이 이겨버려 질문드립니다
글쓴분이 기존에 사용하시던 휴대폰은 침수되서 AS센터 가셨는데 메인보드만 살아있고 다른 부품은 다 죽었다고 했답니다.
그러니 중고폰 구매하셔도 데이터 백업을 할 수기 없으셔서 중고폰 구입해서 침수된 기기의 메인보드를 중고폰에 이식해서 사용하신거죠.
기종 휴대폰에 저장 된 데이터 땜에 그렇게 하신겁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