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FPS 게임들 간단한 감상 (~1999)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570007
2000년대 초 FPS 게임들 간단한 감상 (2000~2004)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586420
2000년대 후반 FPS 게임들 간단한 감상 (2005~2009)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606533
2010년대 초 FPS 게임들 간단한 감상 (2010~2014)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5215742CLIEN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어느 금요일에 일하기 싫어 대충 끄적거리기 시작한 글이 어쩌다 보니 다섯 개가 되어버렸네요. ㅎㅎ
이번엔 2015년부터 지금까지의 나름 최신작들입니다.
오버워치 (2015)
소개가 필요없겠지만, 블리자드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FPS로 멀티 전용 게임입니다. 이때만 해도 블리자드는 지금의 맛간 회사 취급을 받기 전이었고, 블리자드가 FPS를 만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많은 기대를 모았지요.
게임은 기대에 부합할만큼 훌륭했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블리자드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게임인데,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게임플레이, 특유의 알록달록 동글동글한 그래픽, 여기저기서 많이 따왔지만 (이 게임은 부인할 수 없는 팀 포트리스의 직계 후손입니다.) 나름의 개성이 있는 잘 다듬어진 게임이란 점 등등이 그렇습니다.
몇년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운영이나 여러 면에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 밸런스 등 비판받는 점 중 상당수는 이런 팀 포트리스식 클래스 기반 멀티 FPS의 근본적 한계라고 봅니다. 그래도 장르를 고려하더라도 밸런스 문제가 특히 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결국 제가 접은 이유도 내가 어떻게 플레이하는가에 상관없이 시작시 어떤 팀을 만나고 팀원들이 어떤 영웅을 고르는가에 따라 이미 승패가 결정난다는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멀티플레이어 게임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특히 플레이어들이 이기적이고 완벽하지 않은데 균형잡힌 게임플레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시사점을 던져주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파 크라이 프라이멀 (2016)
파 크라이 3의 외전으로 블러드 드래곤이 나온 것처럼, 4편의 외전으로 프라이멀이 나왔습니다.
이번 작의 배경은 무려 선사시대인데, 언어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선사시대 언어까지 재현하는 등 쓸데없는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ㅎㅎ 뭔가 제작진들의 사심이 들어간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 크라이의 게임플레이가 총기 액션에 기반을 둔 이상, 선사시대로 배경을 잡으니 뭔가 좀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FPS에서 근접무기란 게 대략 비슷비슷할 수 밖에 없구요. 오픈월드 탐험 요소는 나쁘지 않지만 3,4편에서 이미 한 것들의 재탕에 불과합니다. 대신 동물 길들이기 요소를 강조했는데, 이게 게임을 떠받칠 정도의 재미를 주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고 할 만하지만, 전작들부터 해오던 팬들에게는 슬슬 질리고 피로도가 쌓여간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입니다.
둠 (2016)
이전 글을 읽으신 분들은 제가 둠 광팬인 걸 아실 겁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둠 3 이후 12년만에 나온 속편입니다. 둠2와 둠3 사이보다 둠3와 둠(2016)의 시간 간격이 더 크지요. ㅎㅎ
이 게임은 스토리상으로는 둠 3와 마찬가지로 화성에 악마들이 침공해 오는 이야기로, 3편에 이어 둠 1을 다시 리부트한 것에 가깝습니다만, 게임 컨셉은 둠 3와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오리지널 둠은 공포와 액션 모두가 있는 게임이었지만, 공포에 집중한 둠 3는 그리 좋은 평을 듣지 못했고, 이번 작품은 화끈한 액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발 과정에서 콜 오브 듀티 식의 현대식 FPS로 만들다가 뒤집어 엎고 고전 둠/퀘이크류의 아케이드식 액션에 가까운 게임으로 회귀했는데, 대표적으로 둠 3에도 있었던 무기 수동 재장전이 없어진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런 아케이드식 게임플레이를 추구하는 방향은 후속작인 둠 이터널에서 한발 더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한 요소들이 모두 공포나 적막한 긴장감 따위는 없이 플레이어가 막강한 화력으로 악마들을 시원하게 쓸어버리는 방향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이는 많은 팬들이 기억하는 둠의 이미지와 일치했고, 새로운 팬들도 효과적으로 만족시켜 주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게 됩니다. 파워 판타지의 극치라 할 수 있는데, 플레이하고 있으면 그냥 내가 짱센 투명드래곤... 아니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ㅎㅎ
그런 게임 방향에 맞춰 주인공 둠 슬레이어의 캐릭터성도 고전 둠과는 사뭇 다릅니다(사실 고전 둠에선 캐릭터성이랄 것도 없었지만요). 이 게임의 주인공은 전작들 같은 지구인 해병이 아니라, 악마들이 두려워하며 봉인한 엄청나게 강한 고대인입니다(일단 여기선 둠 이터널 설정은 접어 두지요). 예, 고대 마왕이 봉인에서 깨어나는 얘긴데 내가 마왕인 겁니다. ㅎㅎ 옛날 둠 코믹스에 영향받아 만들어진 둠 슬레이어 캐릭터는 그야말로 단순무식마초의 극단인데, 인트로부터 브리핑하려는 스크린을 그냥 패대기치면서 이건 그런 게임 아니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주고, 후술할 글로리 킬로 악마들을 글자 그대로 무자비하게 찢어 발기며, 스위치 하나를 눌러도 주먹으로 우악스럽게 후드려 팹니다. 컷씬 등에서도 '그 장비는 조심스럽게 해체해야 돼. 어떻게 하는 거냐 하면..."하는 소리를 들으며 그냥 발로 까버리는 식으로 이런 캐릭터 이미지를 쭉 밀고 나갑니다. ㅎㅎ 이런 캐릭터성이 아주 대박을 터뜨려서, 지금도 인터넷에는 무지막지한 둠 슬레이어와 불쌍한 악마들 밈이 넘쳐 납니다. 이쯤 되면 마케팅상 이미지 메이킹의 성공 사례로 꼽을 만 하지요.
게임플레이는 더블 점프, 무기의 부착물 등 고전 둠에는 없던 요소들이 상당히 많음에도, 친숙한 무기들로 정겨운 악마들을 쏘고 터뜨리고 썰다 보면 이건 둠이다라는 느낌을 확실히 줍니다. 특히 그로기 상태에 빠진 적을 근접 공격으로 처리하는 '글로리 킬'이 대표적으로 새로운 요소입니다만, 이전에 FPS 장르에서 근접 공격 무기는 대부분 쓸모없거나 게임플레이상 잘 구현되지 못했는데, 모탈 컴뱃의 페이탈리티 같은 느낌을 주는 글로리 킬은 그 자체의 액션도 호쾌하고, 총질 액션 중간중간에 리듬상 방점을 찍어주는 느낌이 있어 무척 잘 녹아듭니다. 게다가 글로리 킬로 체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악마들 사이로 파고들어 근접전을 하도록 유도해, 게임플레이 설계 방향과도 잘 맞습니다.
이벤트 연출이나 스토리, 부가적인 게임플레이 요소 등이 액션보다 더 전면에 나서는 감이 있던 FPS 게임계에 원조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 명작입니다. 아마 뒤에 얘기할 타이탄폴 2가 아니었다면 2010년대 최고의 싱글플레이 FPS로 꼽았을 겁니다.
배틀필드 1 (2016)
멀티를 해보지 않고 배틀필드를 평하는 건 사실 부당합니다만, 싱글 캠페인에 한정한 감상을 써 봅니다.
캠페인 한정 완성도가 많이 부족했던 3, 4에 비해 크게 발전한 게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많이들 호평하는 부분인 오프닝의 '전장에서 쓰러지는 병사들' 연출은 인상적이었구요. 하지만 여전히 일급 캠페인이라고 하기엔 좀 어설펐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잠입 요소가 과도하게 쓰였고, 일부 미션 외에는 별 재미없는 요소들이 반복 사용되는 느낌이 있더군요. 그래도, 보기 드문 1차대전 배경을 구현한 점은 큰 플러스입니다.
타이탄폴 2 (2016)
멀티 전용이었던 전작과 달리, 스토리 기반 캠페인을 갖추고 나온 후속작입니다.
멀티는 전작의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고, 무척 뛰어나고 재미있지만 플레이어별 격차가 크다든가 하는 장단점 모두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2편의 진국은 캠페인으로, 둠빠임에도 저는 2010년대 최고의 FPS 캠페인으로 둠(2016)을 제치고 이걸 꼽습니다. 아니, 이 게임과 같은 사람들이 만든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2007) 이후 단연 최고의 FPS 싱글플레이 캠페인입니다.
게임플레이의 코어는 건플레이와 벽타기/더블점프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에 거대로봇 타이탄을 조종하는 시퀀스가 곁들여집니다. 이런 기본 요소도 탄탄하지만, 캠페인을 최고로 만들어 준 것은 미션 및 레벨 디자인입니다.
하프 라이프 2처럼 큰 단위마다 조금씩 다른 테마의 요소가 바꿔가면서 나오는 식인데, 예를 들어 한 부분에서는 국지적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장치가 나와 이걸로 퍼즐을 풀면서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레벨 디자인이 아주 기가 막힌 수준일 뿐 아니라, 플레이어가 와 재밌다 대단하네 하는 시점에서 질리기 전에 가차없이 딱 끊고 다음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다른 제작사 같았으면 저 시간 장치 하나만으로 게임 하나를 만들었을 겁니다. ㅎㅎ 그 외에도, 중간의 집 만드는 공장이나 공중전함들 사이를 건너뛰는 미션 같은 곳은 그야말로 뛰어난 레벨 디자인 하나로 살려낸 곳이라고 봅니다.
일반 보병인 주인공이 전쟁의 난리통에 어쩌다 엘리트 파일럿의 역할을 맡게 되는 스토리는 크게 독창적이진 않지만, 캐릭터 구축과 전달이 정말 뛰어난데, 플레이어가 모는 인공지능 타이탄인 BT는 진짜 정겨운 동료같고, 그런 감정이 캠페인 후반과 엔딩에서 슈팅게임 주제에 플레이어를 크게 몰입하게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의 바이블인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많이 베껴오긴 했습니다만)
캠페인에도 단점이 없지는 않은 게, 적 인공지능은 대충 콜옵 수준이고 (인공지능이 게임플레이에 맞춰야지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만), 타이탄을 모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좀 밋밋한 감도 있습니다만, 크게 흠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아직 이 게임 싱글플레이어 캠페인 안해보신 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걸작입니다.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콜 오브 듀티 인피니트 워페어 (2016)
인피니티 워드 핵심 멤버들이 리스폰에서 타이탄폴을 만드는 동안, 빈 자리를 새로운 인원으로 수혈받은 인피니티 워드는 고스트에 이어 인피니트 워페어를 내놓습니다.
시리즈가 점점 미래로 가더니, 이번엔 대놓고 우주로 가버렸는데, 그런 시대배경에 게이머들이 질렸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게임 자체가 콜옵 시리즈란 이름값으로 잘 팔렸을 뿐, 좋게 평가할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게임플레이는 그냥 콜 오브 듀티 공식의 재탕이고, 희생을 강조하는 캠페인 스토리는 배달의 기수 급으로 유치하고 오글거려 똑같이 희생이 강조되는 타이탄폴 2와 비교하면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며, 콜옵 특유의 이런 저런 이벤트 씬들도 하품만 나오더군요. 저는 욕먹는 고스트보다도 훨씬 재미 없었고, 그 짧은 캠페인 끝까지 진행하는 것도 지루하고 힘들었습니다. 캐릭터 구축도 실패해서, 저는 주인공이 누구였는지도 기억이 안납니다.
울펜슈타인 더 뉴 콜로서스 (2017), 영블러드 (2019)
뉴 콜로서스는 울펜슈타인 더 뉴 오더의 성공 이후 나온 후속작으로, 나치가 점령한 대체역사 세계를 배경으로 전작에서 이어집니다.
전작이 대체역사 세계관, 잠입 요소와 전면전의 절충 등 참신한 부분이 많았던 것에 비해 아무래도 참신한 맛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보이는 스토리와 연출들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난이도 조정이나 레벨 디자인 등에서도 전작만 못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뉴 콜로서스는 여전히 꽤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이 시리즈의 진짜 쓰레기는 영블러드입니다.
더 뉴 오더 이후 올드 블러드가 나온 것처럼, 뉴 콜로서스 이후 영블러드라는 외전작이 나왔는데, 본 시리즈 주인공인 B. J. 블라즈코윅즈의 두 쌍둥이 딸이 주인공입니다.
10대 여자애들 특유의 치기 어린 모습이 짜증난다는 플레이어들도 많지만, 사실 심각한 문제는 게임플레이에 있습니다.
두 주인공을 내세운 것에서 짐작 가능하듯이, 코옵 플레이를 내세운 게임인데, 문제는 싱글플레이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출시 버전에서는 혼자 플레이하는데 일시 정지조차 안 될 정도였습니다.
둘이 플레이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계해서, 한명이 어그로를 끌고 한명이 측면에서 약점을 공격해야 하는 적들이 많은데, 혼자 할 때 인공지능 파트너가 그런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하기에 체력만 높은 적에게 정면에서 총알을 지겹게 퍼부어야 하고, 인공지능 파트너는 죽으면 그냥 게임오버가 되어 스트레스를 줍니다. 짐덩어리 인공지능 파트너 문제는 제작사와 장르를 불문하고 오래된 이슈인데, 2019년에 나온 최신 슈터에서도 그대로라는 게 어이가 없더군요.
그 외에도 레벨링, 총탄 종류와 적에 따른 상성 등 울펜슈타인과 어울리지 않는 RPG 게임 요소를 어설프게 집어넣었고, 기본도 모르고 난잡하게만 만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는 레벨 디자인까지 더해져 상당한 짜증을 유발하는 게임입니다. 울펜슈타인 시리즈가 맘에 드셔도 뉴 콜로서스까지만 하시고 이건 손대지 마세요.
콜 오브 듀티 WW2 (2017)
오랜만에 시리즈의 출발점인 2차대전으로 회귀한 작품입니다. 시리즈의 창조자인 인피니티 워드가 아니라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개발사인 슬레지해머가 만들었습니다.
이제 와서 2차대전 게임을 만들 때 어려운 부분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 게임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썰트, 오리지널 콜옵 1, 2 등 이미 명작들이 줄줄이 널려 있어, 참신한 내용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게임 역시 예외는 아닌데, 시작부터 사골이 닳도록 줄창 본 노르망디 상륙입니다. (2021년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저걸 다 출시할 때 해보고 아직도 게임하는 제가 문제인가 싶기는 합니다. ㅎㅎ)
콜옵 답게 전체적으로 만듦새는 매끈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제 교회 붕괴나 기차 탈선 등 화려한 이벤트 연출들은 멋지다는 생각보다는 오버스러워서 우스꽝스럽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스토리 역시 전우애와 희생을 강조한 낡아빠진 영웅극입니다. 모던 워페어(2007)나 블랙 옵스(2010)에서 보여주던 우리도 잔인하고 더러운 놈들이란 느낌 같은 건 없습니다.
게임플레이상 특이한 점은 헬스 시스템이 자동회복 대신 헬스팩을 쓰는 옛날 시스템으로 회귀했다는 것인데, 이게 현재 콜옵 플레이랑 잘 맞는 것 같진 않습니다. 엄페물 뒤에 숨어서 재장전하랴 체력 회복하랴 헤매다 보면 왜 자동회복이 도입되었는지만 실감하게 되지요. 비교하자면, 리부트 둠 시리즈도 자동회복이 아니고 체력을 회복하려면 따로 플레이어가 작업을 해 줘야 하지만 이걸 전투에 결합시켜 깔끔하게 녹여냈는데, WW2는 그렇지가 못하고 그냥 숨어서 메디킷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것이다 보니 흐름을 끊어먹고 번거롭고 귀찮기만 합니다.
또다른 큰 문제는 적의 체력입니다. 짧은 캠페인의 플레이 타임을 그나마 늘이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독일 일반병이 총알을 엄청 퍼부어야 죽습니다. 하다 보면 터미네이터냐 뭐냐 하는 소리가 나오게 되고, 이는 몰입감을 해칠 뿐 아니라 안 그래도 밋밋한 게임을 더욱 늘어지고 지루하게 만듭니다.
덧붙여, 작지만 큰 문제로 사운드가 있습니다. 총기 격발음이나 그런 것들은 좋지는 않아도 그냥저냥 그런가 보다 할 수준은 되는데, 환경 사운드가 2017년 AAA 게임이라고 믿을 수가 없을 만큼 형편없습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콜옵 1이나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썰트에서도 전장에서는 주변에 온통 총소리와 폭발음, 비명 소리가 가득했는데, 이 게임은 그냥 조용해요. 노르망디나 파리 시가전을 플레이하면서 왜 이리 뭔가 썰렁하지 했는데, 이게 문제였더군요. 그냥 조용한 세상에서 나 혼자 바쁜 것 같습니다. 콜옵의 매력 중 하나가 전장의 현장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파 크라이 5 (2018)
시리즈가 3 - 블러드 드래곤 - 4 - 프라이멀로 이어지면서, 큰 발전없이 3편의 공식을 답습한다는 비판이 나오던 시점에 출시된 속편입니다.
나름 소소한 변화를 시도했는데, 결과적으로 참신하단 느낌은 주지 못하고 쓸데없는 부분만 바꾼 속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좋은 변화가 없는 건 아닌데, 빠른 이동은 간편해졌고, 어쌔신 크리드식 송신탑 기어오르기가 없어진 건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많이 아쉬워하는 분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2편에서 돌아온 버디 시스템은 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딱히 걸리적거리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나쁜 변화는, 대체 무슨 생각인지 3, 4편의 가장 재미있는 요소였던 근접 암살 테이크다운을 밋밋하게 바꾼 게 있겠네요.
뭐, 그래도 게임플레이는 3편에서 이어진 코어 자체가 워낙 좋기 때문에 자잘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스토리와 연출에 있는데요.
게임 스토리텔링의 딜레마 중 하나는 보스나 중요한 악당을 어떻게 관객에게 각인시키는가 하는 점입니다. 주인공과 일찍 부닥치게 하면 주인공이 처치하지 못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고, 주인공과 결판을 지을 때에야 갑툭튀하게 되면 뜬금없을 뿐 아니라 존재감이 떨어지게 되죠. 영화에서는 전지적 시점으로 악당 쪽을 보여줄 수 있지만 게임에서는 컷씬이 아니라면 주인공 주변을 벗어나 악당을 보여주기가 어렵습니다. 파 크라이 시리즈만 봐도, 3편에서 바스의 존재감이 엄청나 잘 못 느끼긴 하지만 따져보면 주인공을 잡았다 놓치는 게 부자연스럽게 반복됩니다 (물론 바스가 일부러 그랬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요). 반대로 4편에서는 좀더 널리 쓰이는 방법인, 페이건 민이 무선으로 연락해 오는 연출을 주로 쓰는데,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는 직접 접촉하는 것보다 존재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4편에서는 이를 스토리와 좋은 연기로 그럭저럭 극복합니다.
그럼 5편에선 어떻게 했을까요? 3편처럼 중간보스들이 플레이어를 납치했다 놓치는 게 반복됩니다. 이건 뭐 그렇다 칩니다만, 웃긴 게 이 납치가 3편처럼 스토리상 이벤트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전혀 개연성 없이 아무때나 뜬금없이 일어납니다. 다른 퀘스트 진행 중에 갑자기 납치 이벤트가 벌어져 흐름을 끊어먹고, 심지어는 비행기에 혼자 타고 고공을 날고 있어도 납치된다더군요. ㅎㅎ 날 납치한 중간보스들에게 위협을 느끼고 어쩌고 하기 전에 이뭐병 소리부터 나오게 됩니다.
엔딩 역시 엉망인데, 고전적인 해피엔딩이 아닌 것은 좋습니다만, 충격효과를 주겠답시고 뜬금없는 대형 이벤트를 일으키는 것도 그렇지만, 그 직전에 악당이 주인공의 동료들에게 하는 일도 어이가 없습니다. 게임 내내 주인공과 동료들이 저항할 동안 진작에 저렇게 안 하고 이제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파 크라이 시리즈답게 그래픽이 좋고, 미국 시골 배경과 기독교 광신도 집단이라는 악당 설정 자체는 신선하고 인상적입니다. 바스나 페이건 민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어쨌든 악당 조셉 시드는 카리스마도 있고 (도입부에선 끝내줍니다) 플레이어의 증오를 일으키는 악당 역은 충분히 합니다. 음악도 괜찮습니다.
해서, 3편의 그늘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변화를 꾀한 것들은 의미없거나 실패이며, 게임 자체의 스토리텔링은 아주 나쁜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플레이하는 동안 재미는 있고, 저는 여전히 6편을 기다립니다.
파 크라이 뉴 던 (2019)
전통대로 5편에도 외전이 하나 나왔습니다만, 이번엔 5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어진다고는 해도 설정상 같은 곳의 시간이 흐른 후 이야기일 뿐, 5편 주인공(비참한 꼴로 등장은 합니다)의 후일담은 아닙니다. 5편 보스가 다시 나오지만 이전의 카리스마는 없고 이번에야말로 저 놈을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고 벼르던 게이머들에게도 찝찝함만 안겨 줍니다.
그냥 파 크라이 공식으로 나온 또 하나의 게임으로, 딱히 기억하거나 언급할 게 없네요. 메인 악당인 쌍둥이 자매는 울펜슈타인 영블러드, 보더랜드 3와 함께 쌍둥이 애들 캐릭터는 영 아니라는 징크스만 남겼습니다.
레이지 2 (2019)
id가 만든 전작이 썩 성공적이진 못했기에 속편이 나온다는 얘기에 좀 의외였습니다. 전작은 FPS 액션은 좋고 오픈월드 요소는 아쉬운 게임이었는데, id가 직접 만들지 않고 외주를 준 속편도 똑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FPS의 건플레이에 각종 특수능력을 조합하는 액션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는데, 둠(2016)이나 둠 이터널 수준은 못되지만, 그래도 id 게임들에서 느낄 수 있는 격렬하고 시원시원한 맛이 살아 있습니다. 사실 액션만으로도 어느 정도 돈값은 한다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오픈월드 요소는 실망스러웠는데요. 얼마나 어설프냐 하면,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으면 무기조차도 다 얻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무슨 젤다의 전설도 아니고 FPS인 이상 최소한 기본적인 무기들은 스토리 미션을 통해 얻도록 설계해야 할 텐데 그런 기본조차 되어있질 않아요. 게다가, 모든 미션이 어디로 가라 누구를 죽여라 수준이고 수집 요소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등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뭐하러 굳이 오픈월드를 만드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게 합니다. 캐릭터나 스토리 같은 건 말 그대로 전혀 기억에 남질 않구요.
버그가 꽤 많은 것도 감점 요소이고, PC판 기준 인터페이스 설계도 '대체 왜 이렇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어설픈 것이, 제작사인 아발란체 스튜디오의 기본적인 실력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에픽 스토어에서 얼마 전에 무료로 풀렸던 걸로 아는데, 공짜나 싼 값에 사서 액션만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은 게임입니다.
보더랜드 3 (2019)
FPS+디아블로인 보더랜드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실망스럽던 프리-시퀄에 비해 게임 자체는 탄탄하게 잘 만들었습니다. 별 의미없는 점프 퍼즐 등 작은 문제들은 있지만 게임플레이 상으로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고, 게임플레이의 코어는 근본적으로 2의 재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잘 만든 전작 게임플레이를 재현하는 것조차도 못하는 후속작들도 널린 마당에 이 정도면 잘 뽑아냈다고 봅니다.
모던 워페어(2019)보다도 진짜 총기 포르노라 할 만한 시리즈답게 개성있고 손맛좋은 총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며, 디아블로류의 파밍하는 재미는 여전합니다.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한정된 일부 총기와 장비 조합이 강요되는 감은 있지만, 이는 전작들도 그랬고 파밍 RPG 게임의 근본적 한계이기도 하지요.
많은 악평을 들은 부분은 스토리와 각본, 캐릭터입니다. 저는 미리 나쁜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거슬리진 않았지만, 솔직히 이것들은 문제가 많긴 합니다.
파밍 RPG는 근본적으로 게임플레이가 반복적이기에 오히려 매력적인 세계관과 스토리가 중요하기도 한데, 보더랜드 2는 이런 부분을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 넘치는 미치광이 캐릭터들과 약빤 조크들, 특히 스토리의 중심을 잡아주는 핸섬 잭은 좋은 의미에서 정신나간 대사들과 함께 2편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지요.
하지만, 3편에서는 나름 맛간 농담들을 하긴 하는데 어딘가 2편과 다르고 썰렁하며 좀 나사 빠진 느낌이 듭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니나다를까 메인 작가가 바뀌었다더군요.
캐릭터 구축도 실패했는데, 우리 편이나 악당들이나 시끄럽고 짜증나는 애들이 나와 빽빽거리기만 하고, 그 행동들도 개연성이 없습니다. 특히 새로 등장한 우리 편의 아바 캐릭터는 철없는 모습에서 성장해 나가는 걸 보여주려 한 것 같긴 한데, 각본이 좋질 않다 보니 짜증나는 철부지를 갑자기 중요 인물로 띄우는 어이없는 스토리가 되었습니다. 너무 한심해서 PC 묻었다 어쩐다 얘기할 수준도 못됩니다. 엔딩에서 모 캐릭터의 희생도 영 작위적이고 뜬금없구요. 메인 악당인 칼립소 쌍둥이도 핸섬 잭의 열화판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래도 게임플레이 자체는 훌륭해 돈 값은 충분히 합니다. 뭐라뭐라 해도 일단 꽤 재미있어요. 또한, 보더랜드 시리즈는 알찬 스토리 DLC들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라서, 본편 외에도 4개의 스토리 DLC들도 해 보실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각본도 쓰레기 같은 본편보다 훨씬 낫습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019)
핵심 인력이 떠나고 나서 고스트와 인피니트 워페어로 2연속 욕을 먹은 인피니티 워드가 절치부심해 모던 워페어 시리즈로 복귀했습니다. 스토리 상으로는 콜옵 4 모던 워페어(2007)의 프리퀄에 가깝지만 딱 맞아 떨어지진 않고, 시리즈 리부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그래픽과 사운드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총성은 '콜옵 딱총 소리'를 벗어나 박력있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총기 모델링이나 애니메이션은 단연 시리즈 최고입니다.
캠페인은 여전히 콜옵 공식을 벗어나진 않지만, 지독한 매너리즘을 벗어나 참신한 연출들로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서 따온 주택 침투나, '13시간'의 영향을 받은 대사관 미션, 민간인 아이 입장에서 플레이하는 미션 등이 큰 인상을 남겼지요. 선악 이분법을 벗어나진 않지만, 시리즈가 가벼운 액션영화처럼 되면서 모던 워페어(2007)와 블랙 옵스(2010) 이후 잊혀졌던 전쟁의 냉혹하고 비정한 느낌도 어느 정도는 돌아왔습니다. 다만, 러시아를 부당하게 묘사한 것은 확실히 문제였지요. 그냥 악역을 맡긴 게 문제가 아니라, 실제 걸프전쟁에서 다국적군이 벌인 일을 모티브로 배경을 짠 레벨에서 그걸 러시아군이 했다고 설정한 건 분명 선을 넘었습니다.
좋은 캠페인과 달리 멀티플레이는 좀 문제가 있는데, 리얼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지 총기 화력이 올라가고, 캠핑을 조장하는 여러 게임플레이 요소가 추가되면서 캠퍼 천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이전과는 달리 꾸준히 패치를 해줬고, 기본적인 총 쏘는 맛이 좋아 한동안 재미있게 하긴 했습니다.
이 게임에 기초한 배틀 로얄 게임인 '워존'도 많은 인기를 끌었지요. 저는 성격이 급해 배틀 로얄 게임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하진 않았지만, 시작시 권총을 주고, 파밍을 간략화했으며, 한번 죽어도 1대1 매치로 부활 기회를 주는 등 기존 배틀 로얄 게임들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을 대중적으로 잘 고쳐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둠 이터널 (2020)
둠(2016)의 후속작이자, FPS의 아버지 쯤 되는 둠의 적자입니다만, 다른 어떤 FPS들과도 다른 개성적인 물건이 나왔습니다. 게임플레이 면에서 바로 앞 전작인 둠(2016)과도 꽤 차이가 큽니다. 용감하게도, 전작의 증명된 공식을 답습하는 대신 많은 변화를 주었고, 호불호가 갈리지만 제가 보기엔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전작이 빠르게 움직이며 쏘아대는 액션 게임으로 잘 만들어졌지만, 콜옵처럼 느릿느릿 엄폐하며 한두가지 무기로만 싸우고는 재미 없다고 하는 게이머들이 있었고, id는 그런 플레이가 가능하게 한 게 문제였다고 진단하고는 대놓고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아 버렸습니다. 소지 탄약량을 대폭 줄이고, 몬스터별 약점과 무기 상성을 모르면 진행이 어렵게 만들었으며, 헬스, 아머, 탄약 모두 맵에서 집어 먹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싸워 악마들에게서 뽑아내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냥 달리는 것도 부족해서 대시 기능을 추가하고 수퍼샷건에 갈고리를 다는 등 이동기를 늘려 미친 듯한 속도감을 자랑하며, 쏘고 터뜨리는 것 뿐 아니라 글로리 킬, 전기톱, 화염방사기를 이용해 헬스, 탄약, 아머를 계속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숨쉴 틈 없이 바쁩니다. 전작에도 글로리 킬과 전기톱이 있었지만, 이터널처럼 필수적으로 계속 써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요.
또한 헤비급 이상 악마들은 맷집이 굉장히 세지고, 몬스터 조합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높은 난이도로 갈수록 어떤 무기로 어떤 악마부터 쓰러뜨리고, 어디에 위치를 잡아 치고 빠지며, 언제 전기톱 등을 쓸지를 순간순간 계속 판단해야 합니다. 제작진은 이걸 '컴뱃 퍼즐'이라고 부르더군요. 사실 고전 둠에서부터 고난이도에서는 그런 계획적 플레이가 필요했지만, 이터널에서는 그게 아예 게임플레이의 핵심으로 들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유례없이 빠르고 격렬한 액션게임이 나왔습니다. 과장 없이, 한 레벨 정도 깨고 나면 말 그대로 진이 빠져서 그만 하게 될 정도입니다. 둠(2016)도 무척 격렬한 게임이었는데도, 이터널을 하다가 둠(2016)을 해 보면 튜토리얼, 혹은 느긋하게 공원 산책하는 것 같아요. ㅎㅎ
이런 게임플레이는 양날의 검이긴 한 것이,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만 플레이하라는 느낌이 강하고, 특히 특정 순간에만 공격 가능한 머로더 같은 건 처음엔 좀 심하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이제 와서 보면 머로더는 그 특이함으로 인해 '컴뱃 퍼즐'을 완성하는 키 퍼즐조각의 역할을 하는 게 보이긴 합니다.
이런 단점은 DLC에 와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머로더처럼 특정 해법을 강제하는 적들이 더 늘어났지요. 게다가 첫번째 DLC는 출시 당시 극악의 난이도로 악명이 높았는데, 이터널 본편이 전작에 비해 난이도가 한 단계 올랐다면, 첫 DLC에서는 한번 더 오른 느낌입니다. 본편은 나이트메어로 깼는데 첫 DLC는 울트라 바이올런스로 깨고 나니 더 어렵게 할 엄두가 안 나더군요. 이래저래 본편에서 아슬아슬하게 잘 줄타기하다가 DLC에서 선을 넘어버린 느낌이 있습니다.
두번째 DLC에서는 머로더류 적들의 천적인 신무기 센티넬 망치가 추가되고, 전체적으로 난이도도 조금 낮춰져 이런 문제는 완화되었습니다만, 형편없는 최종보스 디자인과 허망한 엔딩은 실망스러웠습니다. id의 오랜 팬으로 id 게임의 엔딩이 썰렁한 게 하루이틀이 아니긴 한데 (진짜 둠, 퀘이크, 레이지 시리즈 대부분 다 그래요), 최종보스의 스토리상 스케일은 엄청 키워 놓고, 거기 어울리지 않게 어이없고 짜증나는 최종보스전에 찝찝하고 허탈한 엔딩이 이어지니 이게 뭐냐 싶은 건 어쩔 수 없네요.
정말 잘 만든 액션게임이고, 성공한 게임 디자인이지만 (어려운 난이도와 더 많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이터널의 클리어율이 둠(2016)보다 높다고 합니다), id의 차기작에서 이 게임플레이를 계승한다면 너무 오버하지 않고 적절한 선을 잡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 (2020)
인피니티 워드가 모던 워페어 시리즈로 회귀해 큰 성공을 거둔 후, 미래로 가던 블랙 옵스 시리즈도 블랙 옵스 1에 가까운 시기로 돌아옵니다. 다만 싱글 캠페인 개발은 원래 블랙 옵스 제작사인 트레이아크보다 레이븐에서 주도했다더군요. FPS 초창기에 id 패밀리로 헤레틱, 헥센, 솔저 오브 포춘 등을 만든 나름 명가였다가 몰락해서 콜옵 보조 개발 스튜디오가 되어 버렸는데, 콜드 워 캠페인이 제법 잘 나와서 앞으로 좀더 잘 풀리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싱글 캠페인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소련과 미국 사이의 첩보물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주요 캐릭터인 애들러의 외모부터가 옛날 첩보영화에 나오던 로버트 레드포드를 따온 것이고, 미술적 요소나 음악 등도 80년대 분위기를 아주 잘 뽑아내 저희 삼촌이 상당히 맘에 들어 하시더군요. ㅎㅎ 특히 동베를린 침투 미션 같은 건 주말의 명화에서 보던 옛날 첩보물 영화들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스토리도 맘에 들었는데, 선악이 모호하고 모두가 악당인, 혼돈스럽고 지저분한 첩보전 흙탕물의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진짜 '블랙 옵스'인 거죠. 블랙 옵스 1편과 함께 스토리로는 시리즈 내 최고라고 봅니다. 여기 비하면 WW2나 인피니트 워페어 스토리는 심하게 말해 중학생이 쓴 습작 같습니다. 캐릭터 묘사도 잘 되었는데, 우즈, 허드슨, 메이슨도 반갑고 내가 아는 저들이라면 저렇게 행동할 거다 하는 설득력이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새 캐릭터인 애들러가 잘 만들어졌고 스토리에 자연스레 녹아듭니다. 군데군데 나오는 블랙 옵스 1편의 오마주도 반가웠구요.
게임플레이는, 역시나 콜옵 공식대로이긴 하지만, 크렘린 침투나 후반부의 특이한 연출 요소들, 시늉만 내는 게 아닌 진짜 멀티 엔딩도 있어 꽤 재미있게 했습니다. 사실 너무 짧아 지루할 틈이 없었기도 하네요. ㅎㅎ
단점이라면, 총기의 모델링과 사운드, 캐릭터 애니메이션 등의 기본기에서 모던 워페어(2019)에 비해 많이 처진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는 모던 워페어 시리즈와 다른 블랙 옵스 쪽의 테이스트이기도 합니다만, 블랙 옵스 1편부터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 비해 그런 부분이 처진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10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네요.
이런 기본기가 부족한 문제에다 캠핑 문제까지 겹쳐 멀티플레이는 아주 오래할 만큼 재미있진 않았습니다. 총기 화력 대비 체력을 높이는 등 모던 워페어(2019)와 반대 방향으로 나간 부분이 많은데, 미술적으로 난잡해 캐릭터가 눈에 띄질 않는 맵 디자인과 점사 및 저격총류가 너무 강한 등의 이유로, 아이러니하게도 모던 워페어(2019)와 똑같이 캠핑이 문제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근데 보스를 그렇게 만들면 안되죠. 뭔놈의 찌질이가 갑옷 한번 안 벗고 총질만 찡찡 하는데 어우
타이탄폴2 설명 보고 오오 구매해야지 스팀에 들어가니 이미 라이브러리에 있네요;;
나이가 들고나선 그때그때 가볍게 할만한 게임들로 오버워치에서 PUBG로. 요즘엔 에이펙스레전드 같은 온라인 무료게임만 하고 있는데 언젠간 여유가 많이 생겨 싱글게임하게되면 요 리스트보고 골라봐야 겠습니다.
특히나 에이펙스 좋아하시면 타이탄폴도 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캠페인도 짧아요.
한글화 되었으면 완벽했을 가성비 게임이죠. ㅎㅎ
둠은... 아.. 액션이 너무 날라다녀야해서 그런지 멀미가 나서 오래 할 수가 없더군요. ㅜ ㅠ
둠은 정신없이 빨라야 제맛이죠. ㅎㅎ
둠3를 제외한 시리즈의 특징인 화력으로 조지는게 불가능해서요..
최하 난이도로 설정이랑 배경그래픽 감상하면서 적들을 조지고 싶은데 최하 난이도에서도 진심으로 각잡고 게임을 해야 합니다...
/Vollago
개인적으로 파크라이4와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가
스토리나 게임성이나 재미있었던거 같아요.
카스 이후로 꾸준히 즐기는 겜입니다.
/Vollago
/Vollago
다 읽고 이전 글 읽으러 갑니다.
옵치는 저와 비슷한 느낌으로 접으셨네요 ㅎ
둠을 하러 가봐야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