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언급된 게임들 및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90년대 FPS 게임들 간단한 감상 (~1999)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570007
2000년대 초 FPS 게임들 간단한 감상 (2000~2004)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586420
2000년대 후반 FPS 게임들 간단한 감상 (2005~2009)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606533
2010년대부터는 FPS 게임들의 발전이 더뎌진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신작보다 후속작이 많아지면서 참신함보다는 기존 성공공식의 개선 정도에 머무르는 일이 많아졌고, 특히 콜 오브 듀티 같은 건 우려먹기를 계속하게 됩니다. 그래픽 기술 역시 콘솔이 메인 시장이 되면서 고사양 PC 의 성능을 극한으로 활용하는 대신 적당한 선에서 더 넓은 시장을 노리는 쪽이 많아집니다. 이러한 것들은 아마도 게임개발 비용의 상승이 주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 시기 정도만 되어도 그래픽 기술은 이미 충분히 상향 평준화되어 더이상 엄청나게 혁신을 보여줄 것도 별로 없구요.
바이오쇼크 2 (2010)
비평적으로 큰 찬사를 받은 바이오쇼크의 속편입니다.
전편 제작자인 켄 레빈은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에 집중하고 다른 제작진이 만든 속편인데, 작가이기도 한 켄 레빈의 빈자리가 큽니다. 1편에서 깔끔하게 끝난 랩처의 이야기를 굳이 늘렸다는 느낌이 강하고, 속편의 주제라 할 만한 전체주의에 대판 비판은 뻔하고 식상해 전편만큼의 깊이가 없습니다.
액션은 1편보다 낫다는 평들이 많고, 그래서 좋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글쎄요. 스토리가 아닌 액션을 즐기려면 굳이 바이오쇼크를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본편보다 오히려 DLC인 미네르바의 동굴이 훨씬 좋았습니다. 자체로 완결성도 있구요.
메달 오브 아너 (2010)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의 후속작입니다. 2차대전이 아닌 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것이 특징입니다.
메달 오브 아너 시리즈는 얼라이드 어썰트 이후 계속 미적지근한 게임만이 나오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비평적으로 호평을 끌어낸 작품입니다. 콜옵에 비해 좀더 사실적(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요)인 톤으로 특수부대 미션을 그려내었고, 그 덕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꽤 좋지만 막상 게임은 별로 재미는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캠페인 중 한 장면에서 폭격을 요청하고 나서, 다른 게임이나 영화처럼 뻥뻥 터지는 게 아니라 흙먼지로 시야가 까맣게 덮이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후속작인 메달 오브 아너 워파이터(2012)는 미완성 게임 수준으로 출시되어 시리즈의 관 뚜껑에 못을 박아버렸죠. 그렇게 시리즈가 영영 끝나나 했는데, 얼라이드 어썰트의 제작진에서 이어진 회사인 리스폰에서 VR 게임으로 신작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010)
월드 앳 워를 만든 트레이아크의 차기작입니다. 지금까지도 모던 워페어와 함께 콜옵의 두 축을 이루는 시리즈죠.
콜옵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모던 워페어(2007)에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던 월드 앳 워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조작감이나 타격감 등 FPS의 기본과 미션 구성 등에서 본가인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 비해 조금 처집니다. 멀티의 경우 모던 워페어 2에서 밸런스상 문제가 되었던 것들을 삭제해서 어느 정도 균형잡힌 게임을 제공합니다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조작감이나 타격감이 아쉽더군요.
이 게임 캠페인의 장점은 스토리와 캐릭터에 있는데, 게리 올드만이 연기한 걸로 유명한 빅터 레즈노프 뿐 아니라, 우즈, 허드슨 등 조연들도 뚜렷이 기억에 남고, 냉전 시대를 관통하는 음모론 스토리는 콜옵 시리즈를 통틀어 단연 최고입니다. 제법 인상적인 복선과 반전도 있습니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페트렌코를 초반에 허무하고 잔인하게(골프채 따위는 양반입니다) 죽여 버리는데, 요즘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사태를 보면서 이 게임 생각이 나더군요. 라오어2와는 달리 게이머들의 분노를 사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월드 앳 워 자체가 1인칭 시점이라 페트렌코에 감정 이입이 덜 된 점도 있지만, 그 죽음으로 인한 레즈노프의 분노와 복수가 게임 스토리의 주 동력이 되고 어설픈 개똥철학을 끼워 넣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따져보면 레즈노프의 복수 역시 문제가 많고 윤리적 이슈들도 있습니다만 그런 것을 깊게 따지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의 본분에 충실합니다. (엔터테인먼트에 윤리적 질문을 넣는 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잘 넣으면 깊이를 부여하고 재미마저도 늘려 주죠)
블렛스톰 (2011)
콜옵의 매너리즘을 까는 Duty Calls 트레일러로 유명한 그 게임입니다.
요즘 게임들은 대부분 도전과제가 들어있죠. '특정 조건에서 뭘 어떻게 몇번'하면 달성되는 식으로요. 이 게임은 그런 요소가 게임플레이의 핵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총기류와 근접공격, 에너지 채찍을 이용해서 적을 다양하고 화려하게 해치우면 점수가 올라가고 업그레이드 요소 등이 해금되는 방식입니다. 에너지채찍으로 적을 끌어와 발차기로 날려서 선인장에 박히게 하는 식이죠. 유투브에서 동영상을 한번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는데, 화려하고 재미난 플레이와 원하는 방식으로 적을 잡을 때의 성취감이 상당한 재미를 줍니다. 비슷한 FPS를 찾기 힘든 독창적인 물건이란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네요. 저는 꽤 좋아하는데 흥행은 잘 안되었는지 후속작이 안 나오는군요.
싱글 캠페인에는 SF 배경의 막장 스토리가 있긴 한데, 뭐 그런 건 장식입니다. ㅎㅎ
F.3.A.R. (2011)
명작 공포 FPS 게임 F.E.A.R.의 마지막 후속작입니다.
2편의 미적지근한 반응 이후 모노리스가 아닌 다른 제작사가 맡아 코옵을 강조해 개발한 게임입니다. 딱히 나쁘진 않지만, 그다지 기억에 남는 것도 없는 밋밋한 게임입니다. 싱글 캠페인을 혼자 하는데도 이 게임을 코옵용으로 만들었다는 게 느껴지는 것도 단점이구요. 단지 유행한다고 해서 싱글플레이 경험이 뛰어났던 피어의 후속작에 굳이 코옵 요소를 넣었어야 했나 싶습니다.
포털 2 (2011)
퍼즐게임 포털의 후속작입니다. 독립된 게임이라기보다는 실험작으로 합본 오렌지 박스의 부록같은 느낌(완성도는 절대 실험작이나 부록 수준이 아니지만요)이던 1편의 성공 이후 나온, 좀더 길고 잘 다듬어진 속편이지요.
1편과 마찬가지로 공간을 이어주는 문을 열 수 있는 포털 건을 이용해 퍼즐을 푸는 게임입니다만, 나름 굴곡이 있는 스토리를 추가했고, 전편에서도 장점이었던 캐릭터는 더욱 발전하여, 시리즈의 아이콘인 글라도스 뿐 아니라, 휘틀리, 케이브 존슨, 단역이랄 수 있는 스페이스 코어(I'm in space!)까지 제정신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는데 다 매력적이고 개성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살짝 맛간, 어떤 때는 좀 무서운 유머감각도 여전하구요.
퍼즐의 핵심은 전편과 동일하지만 벽의 성질을 바꿀 수 있는 젤이나 맵상의 요소들을 추가해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1편과 마찬가지로 난이도 조절 역시 절묘합니다.
명작 중 명작입니다. 꼭 해보세요. 두번 하세요.
배틀필드 3 (2011), 배틀필드 4 (2013)
사실 이건 쓸까 말까 했는데, 배틀필드는 왜 없냐고 물으실 것 같아 간단하게나마 써 봅니다. ㅎㅎ
배틀필드는 멀티가 핵심입니다만, 멀티는 영 취향에 안 맞아서 못 하겠더군요. 따라서 제 감상은 캠페인에 한정합니다.
배틀필드 3는 게임플레이 트레일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액션영화같은 콜옵과 달리 중동 미군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에 크게 기대를 했습니다만, 막상 출시된 게임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경쟁작 콜옵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홍보했고, 그래픽과 사운드는 당시 콜옵보다 나았지만, 적의 맷집, 인공지능, 반응속도같은 기본적인 부분에서 싱글플레이 게임을 많이 만들어보지 못한 티가 팍팍 났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해 나가기가 짜증나는 수준이었고, 후속작인 4 역시 지루하기 그지없더군요.
레이지 (2011)
FPS 게임의 원조 할매집 id의 FPS 중 가장 인기없는 프랜차이즈입니다(...)
늘 신기술을 들고 나왔던 id답게 이번에도 신기술이 들어갔는데, 메가텍스처라는 텍스처 처리방식을 도입해 넓은 지역에서도 반복되는 텍스처가 없다는 것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 딱히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둘째 문제고, 이 신기술로 인한 텍스처 팝인이 상당히 거슬렸는데, 콘솔에서 컨트롤러로 하면 좀 나을지 몰라도 마우스로 빠르게 방향전환을 하면 찰흙덩이 그래픽에 텍스처가 입혀지는 걸 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일부 배경의 그래픽은 굉장히 좋았는데, 기술보다는 미술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합니다.
소행성 충돌로 세상이 망한 후를 배경으로, id FPS에서는 처음으로 오픈월드 및 차량이 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 매드맥스나 게임 보더랜드와의 유사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경험 부족인지 오픈월드 요소는 딱히 나쁘진 않지만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았고, 반대로 id답게 FPS 총격 액션은 뛰어나다 보니, 하다 보면 굳이 오픈월드로 만들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후반에 나오는 기어헤드 부족과의 총격전은 하프 라이프의 해병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재미있더군요.
게임의 평가를 깎아먹은 큰 요인 중 하나는 싱글 캠페인의 엔딩인데, 보스전이 없는 건 둘째치고 하다보면 그냥 끝나 버립니다. 하도 뜬금없어서, 보스전에 대비해 탄약을 아껴두고 있다가 벙쪘던 기억이 나는군요.
요약하자면, 전투는 좋고 나머지는 아쉬운 게임입니다. 희한한 것이, 나중에 타 제작사에 외주 줘서 만든 2편(2019)은 이런 양극화가 개선된 게 아니라 더 심해졌더군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3 (2011)
모던 워페어 2의 히트 이후 제작사인 인피니티 워드와 배급사인 액티비전 사이의 갈등이 악화되어, 인피니티 워드의 주요 멤버들은 회사를 떠나 새로운 제작사인 리스폰을 차리게 됩니다.
액티비전에서는 부랴부랴 껍데기만 남은 인피니티 워드에 다른 제작사인 슬레지해머를 붙여 모던 워페어 3을 완성시켜 콜옵의 매년 출시 주기를 이어가는 데 성공합니다만, 아무래도 그런 뒷사정이 게임에도 드러나 보입니다.
모던2에서는 1에 비해 발전된 부분이 꽤 있었는데, 모던 3는 그냥 모던 2에 새로운 스킨만 입힌 버전이라는 인상이 큽니다. 전체적으로 못만든 건 아니지만, 모던 워페어 1,2에 비하면 어딘가 어설프기도 하구요. 캠페인 스토리는 개연성이 막장이지만 뭐 그건 2도 그랬으니 그러려니 합니다. 캠페인 내내 전작들의 재탕 내지는 열화판인 느낌이지만, 그나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엔딩이 멋져서 겨우 살렸다는 느낌이네요. 그런 면에서는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도 비슷합니다.
멀티 역시 킬스트릭(연속 킬 보너스) 대신 점수 기반인 스트라이크체인을 도입하는 등 소소한 변경점은 있지만 2에서 크게 발전한 건 없습니다. 무한 유탄같은 말도 안되는 플레이는 없어졌지만, 멀티 맵 디자인이 좋지 않아 그냥 연사력만 높은 무기가 최고가 되는 등 (FMG-9 아킴보...) 여전히 밸런스는 별로입니다. 이후 인피니티 워드 콜옵들은 계속 멀티 맵 디자인이 문제점으로 지적받게 됩니다.
보더랜드 2 (2012)
FPS와 파밍 RPG의 하이브리드인 보더랜드의 후속작이자 3이 나온 현 시점에서도 시리즈 최고작으로 불리는 게임입니다.
전작에서 닦아놓은 기초 위에 세세한 개선 및 더 많은 총기류(게임의 핵심이죠)를 더하고, 특히 캠페인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전작의 경우 캠페인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별 존재감이 없고 반복적으로 전투와 파밍만을 반복하는 느낌이 있었던 반면, 2편에서는 핸섬 잭이라는 개성적인 악당을 배치하고, 전작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NPC로 등장시켜, 단순히 외계인의 유물이 숨겨진 볼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름 흥미로운 드라마를 부여했습니다. 매드맥스 풍의 살짝(?) 망한 세계에 맞게 정신나간 캐릭터들이 그득한 것도 여전하구요.
플레이어 클래스별 밸런스 등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만, 멀티로 오래 파지 않고 캠페인만 해 보려는 분들에게는 큰 문제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싱글로 캠페인만 해도 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구요.
보더랜드 시리즈는 DLC가 알찬 걸로 유명한데, 2의 스토리 DLC들 역시 꽤 좋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타이니 티나의 드래곤 요새 습격"은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본작에 등장하는 타이니 티나가 D&D 보드게임을 하는 내용을 게임으로 겪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배경 자체가 판타지 세계로 본편과는 완전히 다르고, 참신한 연출들도 등장하며,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타이니 티나가 특정 캐릭터의 죽음을 부인하다가 결국 수용하는 캐릭터 성장이 꽤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2 (2012)
이때쯤에 이르면 모던 워페어 1 시절의 찬사도 희미해져 가고, 콜옵은 매년 자기복제 게임만 찍어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사실이 그랬구요.
블랙 옵스 2에서는 캠페인 스토리에 분기점을 만들고 미션 시작시에 장비를 선택한다든가 하는 나름 새로운 시도들을 합니다. 캠페인의 스토리는 전작만은 못해도 여전히 좋고, 새로운 악역인 라울 메넨데즈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캠페인을 플레이하기는 상당히 지루하더군요. 콜옵에 질린 것인지 블랙 옵스 2가 지루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전작들의 캠페인은 한번씩 다시 하고 싶어지는데 이 게임은 손이 잘 안 갑니다. 미술 면에서 사각 형태가 많이 쓰인 로봇이나 미래 장비, 총기류 등도 별로였습니다.
멀티는 밸런스가 좋고 콜옵 멀티의 완성형이라는 호평이었습니다만, 역시 이미 콜옵 멀티에는 질려서 별로 해 보진 않았습니다.
파 크라이 3 (2012), 파 크라이 3: 블러드 드래곤 (2013)
3편은 시리즈의 특징들을 정립하고 가장 걸작으로 평가받는 게임입니다.
이전 리뷰에서 썼듯이 2편은 장점들이 있지만 플레이하기 힘든 게임이었는데, 3편에서 그런 부분이 싹 개선됩니다. 총기 고장 등 번거롭던 요소들은 많이 삭제되었고, 무엇보다도 초소를 점령하면 빠른 이동 포인트가 되고 주변의 적들이 더 이상 리스폰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적을 근접 암살하는 테이크다운 개념을 도입해 초소 점령이 굉장히 재미있어졌습니다. 테이크다운 자체도 상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고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짜릿함을 줍니다. 테이크다운으로 초소를 점령하는 것만 반복해도 재미있을 정도입니다.
스토리 연출 역시 크게 개선되었는데, 외딴 섬에서 고립되어 해적들과 싸우며 일행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단순한 영웅담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광기'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테마에 맞게 주인공이 마약에 중독되고 살인을 반복하며 미쳐가는 모습이 (FPS치고는) 비중있게 전달됩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악역인 바스 몬테네그로입니다. 웬만한 영화나 게임의 악당은 현실이 아닌만큼 관객이 느끼는 위협에 한계가 있게 마련인데, 배우의 명연에 힘입어 이건 정말 위험하고 미친 놈이라는 생각이 팍 들게 해줍니다. 플레이해본 분이라면 '내가 광기의 정의에 대해 말해줬던가?"라는 대사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담당 배우인 마이클 만도가 스파이더맨 홈커밍에 작은 역으로 나올 때는 무척 반갑더군요. 연기력에 비해 영화판에서 별로 뜨질 못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본편의 성공 이후 스탠드얼론 외전작으로 블러드 드래곤이 나오게 되는데, 게임플레이 자체는 3의 틀을 따라갑니다만, 약빤 배경과 유머가 특징입니다. 80년대 SF물에서 나오던 미래세계를 테마로 잡아 1997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저처럼 80년대 SF나 액션영화들을 보면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선물입니다. 주인공의 성우부터 80년대 액션스타인 마이클 빈(터미네이터의 카일 리스)이고, 옛날 액션영화들의 클리셰나 과장된 마초스러움 등등에 대한 농담들이 배꼽 빠지게 합니다. 분량도 본편보다 짧으니 부담없이 한번 해 보세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2013)
바이오쇼크 1의 제작자인 켄 레빈이 만든 게임입니다.
이번엔 수중도시 대신 공중도시 컬럼비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1, 2의 랩처만큼은 아니라도 여전히 개성적인 배경이고 이는 게임의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소지무기가 2개로 제한되고 전체적으로 좀더 일직선형 진행이 되는 등 게임플레이는 더 단순해졌지만, 스토리는 반대로 더 복잡해졌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여전히 좋습니다만, 평행세계 등 복잡한 요소가 도입되고 그 설명이 불친절해서 따라가기 좀 힘들어졌습니다. 저는 엔딩을 보고도 이해가 안 돼서 인터넷의 해설을 찾아봐야 했습니다 (술 마시면서 게임한 탓인지도 모르겠지만요 ㅎㅎ).
그래도 전체적으로 바이오쇼크 1의 명성에 부합하는 꽤 좋은 게임입니다.
DLC인 Burial at Sea에서는 1편에서 있었던 일들과 인피니트를 연결시켜 주는데, 꽤 매끄럽게 이어지긴 합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섀도우 워리어 (2013)
도스 시절 듀크 뉴켐 3D의 빌드 엔진으로 만들었던 1997년작의 리부트입니다. 리부트이긴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으로 악명높은 원작과 스토리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고전 FPS 게임 스타일에 검을 이용한 액션을 강조했는데, 조작키를 이용한 콤보로 검을 사용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고, FPS 액션 역시 꽤 시원시원합니다. 클리어하고 곧바로 한번 더 플레이할 정도로 재미있게 했습니다.
상당히 의외였던 점은 스토리가 꽤 깊이있고 심지어 감성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흥행이 잘 되었는지 2편도 나왔고 3편도 제작 중이라고 하네요.
콜 오브 듀티: 고스트 (2013)
너덜너덜해진 인피니티 워드가 몸을 추스리고 모던 워페어 이후 새로 런칭한 시리즈이지만, 욕만 잔뜩 얻어먹고 한편으로 그치게 됩니다.
저도 나중에야 해 봤는데, 캠페인은 생각보다는 훨씬 괜찮았습니다. 여전히 콜옵 공식의 재탕이긴 하지만 홍수 장면 등 인상적인 연출들도 있었구요. 스토리의 개연성은 이제 기대도 안 하고 뭐 그러려니 하겠는데, 엔딩은 정말 최악이더군요. 엔딩만 아니었다면 그나마 조금은 나은 평가를 받았을 것 같습니다.
타이탄폴 (2014)
모던 2 이후 인피니티 워드를 떠난 핵심 멤버들이 설립한 리스폰(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하죠)의 첫 게임으로 멀티 전용 FPS입니다. 그 제작진들 실력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상당한 수작입니다.
제법 매력적이고 파고들 여지가 많은 세계관에도 불구하고 싱글 캠페인이 없고 멀티플레이 안에 스토리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 방식인데, 이는 별로 효과적이질 못했고, 후속작은 제대로 된 캠페인을 제공합니다(아니, 제대로 된 정도가 아니라 저 개인적으로는 2010년대 최고의 FPS 싱글 캠페인으로 꼽습니다만, 이건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게임플레이상 '타이탄'이라는 거대로봇이 등장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고, 그 파일럿으로 일반 FPS처럼 플레이하다가 타이탄을 소환해 탑승하여 대타이탄 및 대보병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파일럿 플레이도 기존 콜옵류와는 차이가 좀 있는데, 벽타기 등 화려한 이동 기술을 제공해 굉장히 속도감이 빠르고, 플레이어 실력에 따른 차이가 확실히 벌어지게 됩니다. 이는 퀘이크류의 고전 FPS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제작진이 콜옵으로 고전 FPS의 몰락을 앞당기는 데 기여한 본인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합니다.
스피디한 파일럿의 질주와 박력있는 로봇 대결, 파일럿으로 타이탄에 매달려 공격하고 역으로 타이탄은 대인 무기를 뿌려대는 등 게임이 그야말로 화려합니다.
너무나 화끈하고 재미있지만 오래 할만한 멀티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FPS 멀티가 뭐 그리 장기 콘텐츠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여기에 싱글 캠페인의 부재가 겹쳐 게임의 수명이 길지는 않았습니다.
보더랜드 프리 시퀄 (2014)
보더랜드 2의 성공 이후 나온,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별로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게임 분량은 풀 게임이라 할 만 합니다만, 2편에서 발전한 점이 없는 우려먹기 게임인데다 심지어 많은 부분 2편만 못합니다. 일부 적은 맷집만 높아 짜증나고, 미션 구성은 지루하기 그지 없는데다, 스토리도 별 볼일 없습니다.
보더랜드 세계관 게임을 더 원하신다면 차라리 FPS 가 아닌 어드벤처인 '테일즈 프롬 보더랜드'가 이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울펜슈타인 더 뉴 오더 (2014)
아무도 기억 못하는 2009년작 '울펜슈타인' 이후로 잊혀져 가나 했던 프랜차이즈가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전작들과 달리 40년대가 아니라 나치가 승리한 1960년 경의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대체역사물이지요. 나치가 지배하는 세계의 묘사가 제법 신경써서 만들어져 있고 소소한 잔재미를 줍니다.
게임플레이 상으로는 잠입과 전면전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고, 쏘고 달리는 FPS의 기본기 역시 충실해, 꽤 재미있게 했습니다.
스토리나 컷씬 등에서는 좀 잔인하고 선정적인 부분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2편에서는 더 과격해져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더군요.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2014)
모던3에 참여했던 슬레지해머의 콜옵 런칭작입니다. 4편 모던 워페어가 2차대전에서 현대전으로 넘어왔듯이, 현대전에서 미래전으로 배경을 바꿔 시리즈의 매너리즘을 타파하려 했습니다.
강화 외골격 등 미래 장비나 타이탄폴을 따라한다고 욕먹은 벽타기 같은 요소들을 도입해 나름 기존 콜옵과 차별화되지만, 레일 슈터(정해진 대로 따라서 진행하는 슈팅게임)라는 본질은 그대로라 아주 참신한 느낌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캠페인은 무려 케빈 스페이시를 메인 악역으로 고용했는데, 스토리가 평이하고 예측 가능해서 새로운 미래 장비들을 써보는 것 외의 대단한 재미는 없었습니다.
파 크라이 4 (2014)
3편의 성공을 답습한 속편입니다만, 게임 자체의 완성도는 꽤 높습니다. 3편 - 블러드 드래곤 - 4편이 시리즈의 황금기였던 것 같습니다.
일부 전작보다 단순화하거나 개선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3편의 게임플레이와 거의 같습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스킨만 갈아 끼웠다고 해도 될 정도지요. 하지만 3편의 게임플레이가 워낙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미는 확실히 보장됩니다.
배경은 열대 섬에서 히말라야 인근 산악 국가로 바뀌었습니다. 배경에 맞춰 코끼리를 타고 초소를 쓸어버린다든가 할 수도 있구요.
이번 작의 테마는 '이중성'인데, 악역인 페이건 민 뿐 아니라 주인공 편인 저항군 지도자들까지 모두 양면성이 있고, 이는 찝찝한 엔딩 후 게이머들이 페이건 민 전하를 위해 저항군을 쓸어버리고 싶다고 외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ㅎㅎ
페이건 민이란 캐릭터가 전작의 바스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상당히 인상적인데, 연기도 좋고, 저는 구닥다리 선악 이분법을 쓰지 않는 게 맘에 들더군요. 미치광이 독재자에 살인마임에도 그렇게 된 이유가 나오는 부분은 페이건 민의 입장에 이입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미치광이 독재자라는 사실은 변함 없지만요.
이 리스트에 적힌 것 중에 포탈 빼고 해본건 바이오쇼크 인피니티 밖에 없네요.
재밌긴 했지만 1편처럼 걸작은 아니였어요.. 결말은 너무 설명조였구요...
바쇽은 확실히 1이 최고죠.
하지만 포탈2는... 당시엔 너무 어려워서 포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ㅠㅠ
저도 보더랜드2는 800시간 가까이 한거 같은데 프리시퀄은 엔딩조차 못봤습니다..
바쇽은 1편이 워낙 걸작이라 비교되어 그렇지
3편이 시리즈의 마무리로서 꽤나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부커와 엘리자베스의 노래가 기억에 남네요.
타이탄폴2 싱글은.. 참 명작인데.. 분량이 짧아서 그런지 뭔가 판매량으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파크라이3은 빌런이 마지막이 아니라 중간에 빠지면서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글 잘 봤습니다.
타이탄폴 2의 흥행이 잘 안된 건 게임 외적인 요소가 컸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EA가 출시일을 이상하게 잡았는데, 리스폰의 가치를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그랬다는 음모론도 있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EA가 인수했구요.
바스는 사실 최종보스도 아니었는데 다들 바스만 기억하지요. ㅎㅎ
보더랜드 3는 사놓기만 하고 아직 못해봤는데 다들 2가 낫다고 하시더군요.
아트부문에서는 같은해 최다 GOTY받은 라스트 오브 어스보다 높게 쳐줄만큼 멋지고 이뻤었습니다.
제 눈에는 콜듀 시리즈가 다 똑같아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좀 새롭다 싶었던게 블랙옵스 1,2편이고
특히 1편 스토리와 연출이 상당히 인상깊었습니다.
혹시 메트로 시리즈는 안 해보셨나요?
저는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시스템적으로 특별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당한 난이도에 괜찮은 스토리 덕분에 몰입해서 플레이 했습니다.
메트로 2033은 조금 하다가 조작이 영 적응이 안돼 관뒀습니다. 슈팅보다는 어드벤처 느낌이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1 아니면 2가 라이브러리에 있긴 한데 아직 못해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