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호프> 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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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로는 우주전쟁와 어벤져스, 시대 배경과 지역 설정은 살인의 추억, 전체적으로는 대호가 어른거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SF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정이어서 흥미롭긴 하다.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이동하는지, 왜 공격하는지 알 수 없다. 봉준호의 괴물처럼 어떤 이유도 없이 그저 주어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곳을 지킬 것인가, 싸워서 물리칠 것인가, 아니면 생존을 위해 도피할 것인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정녕 그거밖엔 없나 하는 한숨이 생긴다. 그건 흔한 정답지 세 개에 불과하다.
봉준호의 괴물은 괴물의 등장 이후 서서히 서사를 발전시킨다. 추적과 회피가 전부가 아니다. 우주전쟁은 딸을 지키고 생존해야 한다. 어벤져스는 지구를 지켜야 한다. 호프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 외계 생명체를 죽여야 한다는 건 명백하다. 그런 점에서 호프는 한국영화 대호와 비슷하다.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추적해 사살해야 하는 대호는 실은 마지막 조선의 정기를 끊으려는 일본군의 수작이다. 외계 존재를 쫓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대호보다 훨씬 서사가 부족한 이 영화가 장르에 충실하려는 숏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호프에는 외계 존재가 지구에서 왜 이런 소란을 벌이는 건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자신들이 지구에서 잃어버린 왕자를 찾는다는 것이다. 호프는 친절하게도 외계 존재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을 번역해 자막으로 알려준다. 외계 존재들이 사람처럼 대화를 하는데 그들의 대화를 알려주겠다는 것은 나홍진 판 스타워즈를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야심에서 나온 걸까? 그들의 우주선으로 발견해서 미스테리를 영상으로 만들어 내면서 그런 미스테리를 굳이 언어로 설명해 이게 뭔가 하게 만드는 걸까?그들이 철저히 외부인이어야 성립되는 이야기에서 그 외계 존재에서 서사를 부여하고 한다.
불편한 장면은 또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왜 시민이 아니라 경찰일까? 영화에서 총을 쏘는 자들은 경찰 아니어도 사냥꾼들도 총이 있는데, 경찰이 왜 주인공으로 나오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물론 경찰이 나왔다고 안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피괴된 공간에 살던 시민들에게서 나올 때의 파괴력은 더 강하지 않았을까? 내가 과잉으로 생각하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머리에 끈을 단 사람들이 트럭을 타고 화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에서 518 광주가 연상되었다. 경찰 무기고가 텅텅 비었다라는 말은 그 느낌에 확신도 준다. 광주를 연상시키느냐를 떠나더라도 군대에서나 쓰일 무기와 중화기로 싸움을 벌이는 걸 보면 이 영화의 배경이 과거 한국의 어느 지방으로 설정된 게 아니라 완전히 상상으로 구상된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걸 보면 개인화기로 싸우는 것 또한 현실을 구상한 것이 아님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인지 호프의 배경이 평행우주 속 과거가 아닌가 싶다. 속편에서 그런 것이 다뤄질지는 모르겠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뒤로 하고서도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의아함은 왜 공권력이 부재하냐는 점이다. 공무원들이 대형 화재를 진압하는 곳으로 다 차출되어 나가고, 호포항에는 사실상 유일한 공무원과 경찰 동료들이 전부다. 그들이 유일한 저항자들이다. 도대체 사람들이 다 어디갔는지 의문이 든다. 그 지역에 사는 순수 민간인들은 대체 다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호프는 국가 공권력의 부재 상황에서 외계 존재들이 호포항을 침략한 사태라고 볼 수도 있다. 호포항만 침략한 것인지 점차 확장되어 이미 다 침략된 것인지 알 수는 겠지만 말이다. 침략자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들어오는데, 그들은 목적의 달성 전까지 기존의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게 일차적인 목표일 것이다. 침략자의 은유가 무엇이든 우리를 실제로 위협하는 무엇일 것이다. 호프는 그러한 위기에 대응할 우리가 거의 다 생존하지 못 하는 아포칼립스를 그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외계 존재의 공격에 대응하는 인간들에게는 서사가 보이지 않는다. 나약함이나 용맹함, 도피는 서사가 아니다.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그러는 것도 아니다. 말타고 싸우는 멋진 전투신과 후반부 박진감 넘치는 고속도로 전투신이 매력적이지만, 그 배경은 너무 낯설어서 어딘가 상상된 영토이자 매혹적인 영화 속의 인공적인 공간일 뿐이다. 서사가 강력하게 심어지지 않은 영화에서, 어딘가 현실감 느껴지지 않는 체험은 아름다울지 모르나 관객은 소외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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