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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의 경제공부노트 - 성과지표의 문제점 - 사람들이 꼼수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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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최근 글을 쓰다보면 항상 주장이라는 것은 반대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적인 정답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표에는 죄가 없습니다. 문제는 걸린 판돈입니다


☐ 어떤 일을 관리하려면 숫자가 필요합니다.

  • 숫자가 없으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 그래서 우리는 지표를 만듭니다.
  • 매출, 방문자 수, 응답 시간, 시험 점수.
  •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 문제는 그 숫자에 무엇을 걸어 두느냐입니다.

  • 지표를 그냥 참고만 한다면 사람은 그 숫자를 정직하게 봅니다.
  • 그런데 그 숫자에 성과급이 걸리고, 승진이 걸리고, 해고가 걸리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보상을 성과 측정과 연계할 때 측정 강박은 꼼수를 불러오게 된다.”

  • 제리 멀러, “성과지표의 배신”


☐ 측정만으로는 꼼수가 나오지 않습니다.

  • 보상이 연계될 때 나옵니다.
  • 그러니까 지표를 만들면서 우리가 진짜로 결정하는 건 무엇을 잴 것인가가 아니라 그 숫자에 무엇을 걸 것인가입니다.


여덟 개를 팔지 못하면 잘립니다


☐ 미국 웰스파고 은행 이야기입니다.

  • 이 은행은 고객 한 명에게 여러 금융 상품을 끼워 파는 ‘교차 판매’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습니다.
  • 목표는 고객 한 명당 상품 8개. 사내 구호는 “Eight is great”였습니다.
  • 문제는 이게 애초에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 웰스파고가 나중에 스스로 낸 내부 조사 보고서에는
  • 경영진이 전체 지역의 절반 정도만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세운 목표라고 나왔습니다.
  • 그런데 압박은 절반이 아니라 전원에게 갔습니다.


☐ 그래서 직원들은 답을 찾았습니다.

  • 고객들이 모르는 사이에 계좌를 만들고, 카드를 발급하고, 대출 상품에 가입시켰습니다.
  • 2016년 규제 당국이 확인한 무단 개설 계좌는 약 210만 건, 이듬해 조사 범위를 넓히자 최대 350만 건이 됐습니다.
  • 은행은 규제 당국에 1억 8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천억 원)를 냈고, 소매 부문 직원 약 5300명을 해고했습니다.


☐ 5300명은 나쁜 사람이었을 리 없습니다.

  • 이 정도 규모면 개인의 윤리 문제가 아니라 그 환경에 놓인 사람의 평균적인 반응에 가깝습니다.
  • 절반은 실패하도록 설계된 목표를 주고 그 숫자에 생계를 걸어 두면, 대다수는 결국 숫자를 만들어 내는 쪽을 택합니다.


캠벨의 법칙


☐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도널드 캠벨은 1976년에 아래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 정량적 지표가 사회적 의사 결정에 많이 쓰일수록 그 지표는 부패의 압력에 취약해지고, 원래 관찰하려던 과정 자체를 더 심하게 왜곡시킨다는 것입니다.


☐ 여기서 중요한 건 ‘많이 쓰일수록’입니다.

  • 지표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지표에 걸린 판돈이 커질수록 나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숫자가 되면서 잘려 나가는 것들


☐ 데이터가 되려면 맥락이 잘려 나가야 합니다.

  • 시험 점수 82점이 나오면 그 아이가 어떻게 82점을 받았는지는 숫자 안에 없습니다.
  • 위 계좌 한 건도 고객이 원한 것인지 직원이 몰래 만든 것인지는 숫자 안에 없습니다.
  • 정직하게 만든 100과 조작해서 만든 100은, 데이터로 올라가는 순간 완전히 같은 물건이 됩니다.


☐ 강한 지표가 걸린 조직에서는 정직한 사람이 먼저 손해를 봅니다.

  • 규칙을 지키는 사람은 목표를 못 채웁니다.
  • 꼼수를 쓰는 사람은 목표를 채우고 승진합니다.
  • 시간이 지나면 정직한 사람은 그만두거나, 밀려나거나, 배웁니다.


☐ 여기서 무서운 건 아무도 나쁜 마음을 먹지 않았는데 조직 전체가 그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려 했을 뿐인데, 그 자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숫자를 만드는 것이라면
  • 숫자를 만드는 사람만 자리에 남게 됩니다.


지표를 안 만들 수는 없습니다


☐ 숫자 없이 관리되는 조직은 없기 때문입니다.


☐ 지표를 만드는 사람은 대개 선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하지만 보상과 불이익이 클수록 지표 달성을 위해 꼼수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 숫자에서 맥락이 빠지는 것은 표준화의 어쩔 수 없는 감수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 어떻게 보면 숫자를 챙기면서도 또 맥락도 같이 보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방법이 차선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건 조직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 저도 아주 작은 규모로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회수가 목표가 되기도 했습니다.
  • 그러자 생각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더군요.
  • 내가 관심이 있어서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주제를 찾는 대신, 어떻게 하면 제목을 잘 뽑을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뭘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결말은 좀 달랐습니다.

  • 조회수가 올라간다고 해서 그게 성과나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 그러니까 저에게는 꼼수를 쓸 이유가 없던거죠.
  • 대신 흥미가 떨어졌고, 그러다 보니 동기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 보상이 걸려 있으면 사람은 숫자를 만들어 냅니다.

  • 보상이 없으면 숫자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 다만 그 숫자를 좇는 동안 원래 있던 것을 잃습니다.
  • 웰스파고에서 밀려난 것이 정직이었다면, 저에게서 밀려난 것은 흥미였습니다.


“초등교육을 예로 들면 읽기와 쓰기, 산술 같은 교육은 표준화된 시험을 통해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람직한 행동 심어주기, 세계에 대한 호기심 불어넣기, 창의적 사고 기르기처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목표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 제리 멀러, “성과지표의 배신”


☐ 조회수는 잴 수 있고 흥미는 잴 수 없습니다.

  • 그래서 잴 수 없는 쪽이 먼저 밀려났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바꿨습니다


☐ 지금 제 목표는 그냥 ‘꾸준히 쓴다’입니다.

  • 조회수는 제가 통제할 수 없지만, 오늘 한 편 쓰는 건 통제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이 지표에는 꼼수를 쓸 방법이 없습니다. 쓰거나 안 쓰거나 둘 중 하나니까요.


☐ 물론 조회수를 아예 안 보지는 않습니다.

  • 다만 그건 확인하는 숫자이지, 달성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 결국 지표를 없애는 게 아니라 판돈을 내려놓는 쪽에 가깝습니다.
  • 숫자를 좇는 동안 잃어버린 건 무엇인지 가끔 생각해볼 일인 것 같습니다.

출처 : https://nodin.kr/posts/260825-1/

댓글 6

  1. Fivenines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 자유^^ ·
    @Fivenines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 사연객 ·
    비슷한 맥락에서 굿하트의 법칙이란 것도 있죠..
  4. 자유^^ ·
    @사연객님 들어본 것 같습니다.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좋은 측정 지표가 아니게 된다.”

    이런 뜻이군요.

    덕분에 찾아봤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5. 윤신영 ·
    저는 평가와 보상이 주된 일하는 동기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KPI에 부정적인데 자유님 글을 읽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측정과 보상을 분리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겠죠. 보상을 하려면 결국 숫자가 있어야 하고, 숫자를 보려면 측정을 해야 할테니까요. 아마 답이 없는 문제일 것 같은데 한 두 가지에 집착하지 않고 폭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6. 자유^^ ·
    @윤신영님 네, 회사에서 측정을 안할 수는 없으니 계속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윗선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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