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혹시 지난 글을 못 보셨다면,
1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716594CLIEN
2부: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721524C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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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편의 글을 올린 지 두 달을 훌쩍 넘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미국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비로소 창궐(혹은 뒤늦게 창궐한 걸 느끼고)하여 한국 교민들과 한국의 가족들 사이의 서로의 대한 걱정이 역전되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DDR을 구입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 온 사람들 마주치면 조심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서로 한국에 갈 수 있다면 가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비자로 와 있는 한국인들은 일찌감치 짐을 쌌다고 합니다.
마트에서도 긴 줄이 서고, 매장마다 휴지, 손 세정제, 계란, 우유 등이 품귀 현상을 빚기 시작합니다. 두달이 지난 지금도 휴지는 곧잘 품절됩니다. 식당, 마트 등 몇몇 특수업종을 제외하고는 많은 중소규모 자영업체들이 강제 휴점을 당했습니다. 아이들 생일파티도 못하고, 공원도 문을 다 닫았네요. (지역마다 조금씩 규제가 다르긴 합니다.)
그러다 보니 DDR이 있는 우리집은, 아이들에겐 지상낙원이 됩니다. 매일 매일 20분 이상씩 항상 버터플라이 노래가 울려퍼지고, 아이들에게 좋은 체력단련의 도구가 됩니다. 처음엔 난이도 최하곡인 Have you never been mellow 노래도 어렵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이 이제는 최상위 등급중 하나인 S를 쉽게 찍습니다....
자 이제 DDR이 잘 가동되기 시작하니, 작은 디테일들에서 아쉬움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락다운으로 외출도 못하니 더 뭔가 뚝딱대고 고치고 싶어지나 봅니다.
우선 저 상단 전광판, 디자인이 한국에서는 출시도 안된 전광판입니다. DDR Extreme 이라는 버전인데, 진녹색 색감도 그렇고 익숙치 않은 느낌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내가 어릴 때 즐기던 그 DDR 느낌이 저녀석 때문에 안 나서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이봐, 천장부터 메꾸는게 어ㄸ...
과감하게 나사를 풀고 제거합니다. 크기가 대략 가로 세로 85cm x 90cm 정도 됩니다. 위아래가 말려있어서 체감 높이는 60cm 이내입니다. 미술계통이나 인테리어쪽 분들은 잘 아시는 플렉시 재질로 종이를 감싸놓고, 종이 뒤쪽에서는 형광등 두 개가 빛을 내는 라이트박스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대형 벽면광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형광등은 구매 당시부터 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형광등중에서도 아주 아주 오래 된 방식으로, 스타트 전구(일명 스타트 다마)를 소켓에 꼽고 쓰는 방식입니다. 형광등이던, 배선이던, 스타트 전구던 간에 뭔가 말썽이 있어서 안 켜집니다. 과감하게 제거해줍니다.
이제 오락실 기계용 조명을 삽니다. 별로 특별한 제품은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LED 라이트 스트립을 디퓨저(빛을 여러 각도로 산란) 역할을 해 주는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감싼 제품입니다. 작은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라이트 스트립들은 원하는 부분까지 쓰고 끝을 일부 잘라내도 다른 전구엔 이상이 없게끔 직류 전기로 되어 있는데, DDR 전광판에는 교류 전기가 들어오므로, 반드시 AC/DC 변환 어댑터가 있는 제품으로 사야 합니다. 보통은 변환 어댑터를 바로 벽 전원에 꼽게 되어 있는데, 제가 산 제품은 DDR 내부 파워 서플라이에서 나오는 교류전원으로 (형광등에 사용되던) 바로 연결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맞게 설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기쪽은 무식자라서..)
형광등을 뜯어낸 상태입니다. 형광등 지지 금속판(가로로 두 줄) 뒤에 있던 형광등 안정기도 떼어냈습니다.
자, 이제 인터넷에서 찾은 초창기 DDR 전광판 디자인을 토대로 고해상도 자료를 수집해 나갑니다...
천신만고 끝에 몇 장의 폰카 사진이랑, 고맙게도 해당 전광판을 스캔한 이미지를 구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으니...
스캔 원본의 반짝반짝하는 재질 때문인지 여기저기 반사도 표현이 되어 있고, 그라데이션 부분에 망점이 너무 심합니다. 이걸 인쇄하면 보나마나 가까이서 보면 상태가 처참할 것이 뻔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코나미 DDR 관련 폰트를 구해보았지만 없어서 이렇게 전문 프로그램(어도비)으로 폰트를 대고 그린 다음 위에 이식해주고, 원본의 해상도를 두배 이상으로 끌어올린 뒤, 그로 인해 뿌옇게 표현된 모든 부분을 다시 그려주었습니다. 코나미 로고도 한번 바뀌어서, 로고까지 다시 그려야 했습니다. 집으로 치면 골조만 남기고 싹 다시 세운 느낌??
약 하루만에 완성된 파일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편도 많은 지연 문제를 겪다가, 약 열흘 만에 인쇄된 필름이 도착합니다. 두근두근
플렉시에 필름을 끼워 주고...
새로 넣어 준 LED가 잘 동작하는지 확인하고 이제 뚜껑을 닫으면 됩니다.
쿵떡쿵떡 쿵떠덕 쿵떡 때앤스 때앤스 레볼루션~!!!
실제 게임화면은 3rd Mix 이지만, 저는 1st Mix 시절 디자인이 더 좋아서 저렇게 했습니다. (욱일승천기 디자인이 싫어서 그런것도 있...)
개인적으로 너무 맘에 들게 전광판이 잘 나왔습니다.
자, 이제 다음 복원 작업을 합니다.
예전에 처음 DDR 나왔을 때 오락실에 가면, 저렇게 양 옆에 하드보드지로 된 팝업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대단히 일본스러운 디테일이죠.
워크맨, 디스크맨 시절에 하던 스타일의 연장선상이라고 봅니다.
이런 스티커 느낌 이랄까..
아무튼, 노후되어 퇴역하고, 가정집으로 온 초라한 DDR이 아닌, 처음 DDR이 나왔을 때 오락실에 있던 걸 그대로 집에 옮긴듯한 느낌을 내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받은 사진 자료와, 몇몇 천조국 DDR동호회 형님들의 폰카 사진자료를 참고하여 만들어봅니다.
일일이 들어갈 디자인을 그리고 조합한 끝에...
디자인을 끝냈습니다. 일부러 한쪽은 한국어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폰트도 90년대 말에 '한국인을 상대로 어설프게 현지화했던' 인쇄물에 자주 쓰이던 굴림체로 대부분의 한글 부분을 구현을 했습니다.
이제 인쇄를 해야죠. 사진 인화 사이트에 의뢰합니다. 사이트에서 취급하는 용지 사이즈가 여백이 애매하게 많이 남아서 가족사진을 투척해서 같이 뽑습니다. 저는 알뜰하니까요. 다행히 행사중이라 종이값 수준으로 인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배송에 무려 4주가 걸렸습니다.
새싹이 움트고 이제 완연한 봄이네요...
오랜 기다림 끝에 온 택배...
오늘 준비물은 이겁니다. 형광등 설치하고 남은 박스종이. 사이즈가 넉넉해서 딱입니다.
미대생과 건축과 학생들의 친구 칠칠이를 이용해 사진을 붙일겁니다.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엔 사진용지 뒤에 매끈한 종이를 한꺼풀 벗기고 칠칠이를 썼던 것 같은데, 요즘 사진 인화지는 너무 얇아서 그냥 매끈한 면에 바로 도포해 보았는데 다행히 잘 붙었습니다.
과거 사진자료를 참조해서 이렇게 꺾어서 양면테이프로 붙여줍니다.
아, 이제 되찾은 1999년 1월 그때 그 모습입니다! 감개가 무량합니다.
흡사 날개가 이제 막 돋아난 아기새가 펄럭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뿌-------듯!
근데 이제...뭐 할까요...?
계속되는 격리 기간...이제 뭘 해야 할지 하는 와중에 동네 주민 페이스북에 한 할머니가 집을 정리하면서 구형 TV들을 버린다는 소식이 전해져 옵니다. 냅다 뛰어가서 두 대를 업어왔습니다.
다음엔 이걸로 또 뭔가 만들어봐야겠습니다.
그동안 DDR 사용기를 읽어주시고 추억의 댓글 많이많이 적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이제 Fun/Cool/Sexy 단어만 보이면 그사람의 어록이 생각나는 지경에 다다랐는지, 쿨하게 즐기자 보고 흠칫했네요
굴림체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듯 하지만 그래도 옛날 감성 어마어마하게 재현 잘하셨네요
그나저나 천정은 언제 복구해주실껀가요? ^^;;
구형티비에 레트로 게임 돌리고 싶네요 ㅠㅜ
와이프 등짝 스매싱~
그나저나 천장 보수는 언제...
덕중에 덕은........
내가 뭘본거지 하는 수준의 헤드 및 날개 제작이라니요..ㄷㄷㄷㄷㄷㄷ
놀러가고 싶다. 격하게 클리앙 정모하고 싶다
저런 큰 오락기를 놓을 수 있는 집이 더 부러워요. ㅎㅎ
그때 추억이 참 많은데 뿌와쨔쨔님 글 보면서 그때 생각도 나고 너무 좋으네요. 한국에선 펌프는 아직 오락실에 남아있는것같은데 ddr은 찾아볼수가없네요 너무 아쉽습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노래도 아마 다 있을거에요
티비로 뭘하실지 기대됩니다 두근두근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정말 감탄의 연속입니다!! 댄스 열심히 추세용!!
능력, 여유... 특히 열정이 부럽네요
이제 알류미늄판? 광을 내실 차례일듯 ㅋㅋ
천조국 살면 자동 덕력 패치되나 봅니다.
리스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