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루리웹에 올릴까 했었는데, 요즘 루리웹 취미게시판이 음식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고...클리앙에 올려봅니다...
part I
DDR, 그 여명의 순간
1999년 1월이었나...SBS 한밤의 티비연예에 조영구씨가 화제의 연예인과 함께 로드인터뷰를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압구정동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게임장으로 들어가 DDR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박자에 맞추어 건반을 두들기는 비트스테이지 류의 게임은 이전에 유행이었는데 직접 발판에 발을 대며 춤추듯 게임을 하는 DDR은 저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죠.
오리지널 DDR 기체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사는 동네 오락실에도 DDR이 들어오게 되었고, 무려 한 판에 천원!!! 이라는 가격임에도 참 많이도 즐겼던 기억이 납니다. 여동생이랑 항상 같이 다녔었으니 갈 때마다 일 인당 두판씩 4천원을 썼네요...당시 유행했던 입문곡인 have you never been mellow 라던가 butterfly 라던가 하는 곡들이 모두 이 기체를 통해 유행하게 됩니다.
서너달 시간이 흘러 DDR 보급이 많이 되자 게임장 사이에 경쟁이 붙어 가격이 5백원으로 떨어지고, DDR 발판에서 사용되지 않는 방향 (대각선 네방향, 중앙)을 정확하게 반전시켜 만든 아류작 펌프잇업이 나오면서 시장의 판도는 국산 노래가 들어가 익숙한 펌프로 잠식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2000년도로 넘어오면서 DDR도 부랴부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판인 3rd Mix 에 한국어 노래를 추가해 코리안 믹스로 보급을 시도합니다. 이때 샤프의 텔미, 가까이, 이정현의 와, 컨츄리꼬꼬의 김미김미 같은 노래들이 수록되지만 펌프잇업의 인기를 넘어서는데에는 시기가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코나미는 펌프잇업의 제작사인 안다미로와 소송을 진행하고, 오락실 상황은 점점 펌프잇업으로 기울게 됩니다.
글씨체 센스가...
결국 2000년을 기점으로 DDR은 완전히 펌프에 자리를 내어 주고 서서히 몰락합니다. 코나미 또한 더 이상의 한국어 업데이트를 하지 않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DDR이 사라진 동안, 일본과 미국에서는 꾸준히 DDR이 인기몰이를 합니다. 4th Mix, 5th Mix에 이어 해당 기기로는 마지막 제품인 DDR Extreme 이 나오게 되지만, 한국에서는 정식 기체로는 이용이 불가능했고, 플레이스테이션2를 통해서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part II
잊혀진 꿈을 향해 가다.
추억팔이용 추억의 그 노래.
DDR의 팬이었던 저는 한때 동네 DDR 춤꾼들을 따라다니며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도했을 정도로 이 게임을 좋아했었습니다. 실력이 좋았다기보다는 DDR이라는 게임 자체가 주는 묘한 매력에 끌렸었던 거죠. 유행이 지나고 군입대를 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타향살이 후 정착을 하면서 슬슬 젊은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목표들에 대한 욕구가 서서히 피어올랐습니다. 입시에 치이느라, 바쁜 삶에 누릴 수 없었던 것들의 대부분이 저는 전자오락이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서 오락실 출입에 대해 매우 엄격한 통제를 하셨었기 때문에 DDR이전, 즉 수능시험을 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락실은 딱 일년에 네 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끝나는 날에만 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오락실 느낌을 내고 싶어서 게임기를 자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작년 이맘 때 제작했던 저의 첫 홈 아케이드 캐비넷입니다.
DDR기계는 아무래도 만들어서는 그 맛이 안나기 때문에 기존에 오락실에서 가지고 있던 물건을 들여오는 방법이 유일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기체를 만들면서도 '발 디딜 틈도 부족한 비좁은 집에서 무슨 짓이냐!' 를 시전하신 집의 실세님의 엄명으로 DDR 구입은 요원했지요.
하지만, 최근 수년동안의 투잡 쓰리잡 야근을 통해 시나브로 모은 돈으로 이사를 하면서, 꿈에 그리던 지하실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DDR기계를 들여놓을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된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DDR은 미국에서도 이미 10년 전에 '지는 해' 게임이 된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1999-2001년을 풍미했던 게임인데, 미국에서도 이젠 많은 수의 오락실들이 게임기를 처분하거나 고장난 부품만 제거하고 싼 값에 팔아넘긴 후라,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문제로, 미국 땅덩어리가 워낙 넓은 탓에, 물건이 혹시 있다 하더라도, 집에서 차로 족히 20시간은 걸리는 곳에서 나오는 매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실어 올 엄두도 안 나고, 배송을 한다 하더라도 판매자가 배송에 시큰둥하거나 (포장의 어려움, 판매자가 직접 차에 싣는 것을 도와야 하는 문제, 배송중 파손에 따른 배상에 대한 걱정 등), 배송 비용이 너무나 높았습니다.
집에 DDR을 놓고 싶다는 꿈만 15년 넘게 간직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들여놓고 싶다 하여 4개월 가까이 드문 드문 올라오는 매물들을 찾던 중, 한국에서 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분명 아직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 행사용 오락기 대여 업체, 세운상가 게임기 매장 등 여러 곳에 전화를 돌리고 수소문 하던 중, 한 군데에서 반가운 소식이 옵니다.
'혹시 창고에 있을 수도 있으니 한번 주중에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던 업체에서 물건이 있다는 통보를 해 온 것입니다. 쾌재를 불렀지요. 선편 비용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내가 어렸을 때 썼던 그 기종을 집에 둘 수 있다는 기쁨에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런데...
"400만원 이하로는 팔지 않습니다."
"..."
판매자의 단호한 말 한마디가 저를 실의에 빠지게 합니다. '재고가 있는지도 불분명' 하다고 한 판매업체인데, 막상 구입을 위해 가격을 묻자 생각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비록 가뭄에 콩 나듯 등장하긴 해도, 최상품이 3천 달러, 수리를 요하는 제품은 천 달러 정도에 거래되는데, 선편 배송비에 만에 하나 있을 통관 비용이 발생함에도 판매자의 제시 가격의 벽이 높았습니다.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장문의 최루성 이메일(저의 DDR에 대한 애정에 대한)로 판매자분의 마음을 움직여 보았지만 아예 답장조차 하지 않으시더군요.
'그래, 모든 안좋은 일은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일어나는 거야.'
저의 삶의 모토를 다시 되뇌이며 침착하게 기다려 봅니다. 그 사이에 차로 9시간 거리에 있는 미국인 판매자가 2900 달러에 물건을 올려놓았습니다. 이거 붙들어야 하나? 한국발 DDR도 배송비 하면 5백만원 돈인데... 그런데 문제가 있었으니...
해당 모델은 DDR 수퍼노바였습니다. 외관은 완전히 동일하지만, 내부 사양은 다른 제품이었지요.
여기서 잠깐, 코나미는 당시 DDR게임기를 위해 총 두 가지 버전을 만들어내고, 각 버전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차별화를 두었었습니다. 초기 버전은 코나미의 '시스템 573' 기판 기반이고, 후기 버전은 '파이썬 2' 방식입니다. 시스템 573은 업소용으로 개조한 플레이스테이션 1 기반의 기판이고, 파이썬 2는 플레이스테이션 2 기반입니다. 이렇게 제작함으로써, 가정용 업소용 소프트웨어 개발 시 큰 이식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개발을 할 수 있게끔 한 것이죠.
수퍼 노바는 파이썬 2 보드 기반의 첫 DDR이었던 터라, 제가 어릴 때 즐겼던 DDR 3rd Mix 를 설치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후 텍사스와 유타, 오하이오 주에서도 2000 달러 내외라는 좋은 가격에 상태 좋은 매물들이 나왔지만, 거리 문제, 배송 문제 등으로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 로스앤젤레스에서 매달 초대형 규모의 게임기 경매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캡틴스 옥션 웨어하우스 라는 업체인데, 마치 수산시장 경매하듯이 순식간에 수백 대의 기기가 경매로 팔려나가는 방식입니다. 기계값+경매비(낙찰가의 18%)+상대적으로 저렴한 배송비 ($650)에 제가 사는 동부 지역까지 받아볼 수 있다는 소식에, 마침 비행기표가 싸게 나와서 LA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경매 3주쯤 전이었죠. 미국에 코로나 바이러스 대규모 창궐 전이었습니다. (결국 이 경매에는 참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이번엔 집에서 20-30분 거리에 고장난 DDR을 싸게 팔겠다는 판매자를 수소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판매자는 별로 판매에 큰 욕심이 없는지, 현재 하와이에 휴가중이라며 연락을 끌고, 여행 다녀와서 여독 푸는 중이라고 1주일을 또 소비하는 등, 저의 애간장을 계속 태우고 있었습니다. 좋은 매물 느낌이었지만, 물건이 고장이라니 여기에 목을 멜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그러던 와중, 동네 30분 반경에 두 군데 오락실에서 DDR을 기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해당 게임장의 웹사이트와 페이스북 페이지, 혹은 지역 방문자들이 구글 맵에 올린 사진속에 흐릿한 단서를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아쉽게도 두군데 다 DDR의 인기가 좋은 편이라 판매는 안된다는 답변만 듣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때는 몰랐지만 이 기기 또한 파이썬2 내지는 후기 모델이었습니다. 그분이 안 팔길 잘했죠.
많은 거래들이 고꾸라지며, 약간 몸과 마음이 포기를 향해 갈 때쯤, 이베이에 2개월만에 매물이 하나 올라오게 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차로 5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한 판매자가 에러 코드 189 문제가 있어서 기동이 되지 않는 DDR을 입찰에 붙인 것입니다. 곧바로 DDR 에러코드에 대한 문서들을 닥치는대로 참조하기 시작했고,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책! 을 알게 됩니다.
'에러 코드 189는 기기 시작 시 본체에 연결 된 패드와 통신 중 에러가 발생한 것으로, 실제 사용상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이런 경우 기동 시 내려지는 패드 체크 명령을 무력화 시킴으로써 게임 시작 화면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다른 유저들 중에도 해당 에러를 겪은 유저들이 많더군요. 결국 구입을 결정하고, 입찰에 도전하게 됩니다. 한국, 그리고 미국의 여러 판매자들을 상대로 수 많은 접촉을 했지만 수월하지 못했던 DDR...이번 경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합니다. 배송비 포함 3-4천 달러 내외였기 때문에, 만에 있을 수리 실패, 구하기도 힘든 시스템 753 보드 구매로 이어지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대략 2천 달러 아래로 낙찰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경매 마감일...
1,450달러라는 생각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경매에서 DDR을 낚게 됩니다. 게다가 마침 이 날은 이베이 최대 100 달러 캐시백 이벤트 중이었기 때문에 실제 구매 가격은 1350달러+세금 이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직접 운전해서 배송만 해결하면 되는 상황이었죠.
Home 이라고 된 파란 점이 저희 집, 좌측 하단의 빨간 점이 바로 게임기 수령 장소입니다.
이제 배송을 위한 트럭을 검색합니다. 작은 밴에 싣고 올 수도 있다고 하지만 행여나 있을 파손사고, 그리고, 차에서 내릴 때 무진장 힘들다는 이야기에 하역 작업용 레일이 달려 있는 큰 트럭으로 빌리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우리집 근처에서 빌려서 다시 차를 갖다 주는 요금보다, 현지에서 빌려서 우리 동네에 반납하는 요금이 훨씬 싸더군요. 나중에 알았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 나가는 차량 예약이 많아서 이렇게 편도로 사용하고 반납하는게 회사 입장에서는 좋다고 합니다.
새벽 5시, 집에서 나와 1시간 기차를 타고, 30분을 기다려 메릴랜드 주로 가는 기차를 타고 3시간 반을 달린 후, 우버 택시를 타고 20분을 달려 렌탈업체로 가서 트럭을 빌렸습니다.
트럭을 빌린 후 DDR을 잘 채결해 줄 끈을 여러 개 구입한 뒤, 판매자에게 갑니다. 집에서 5시에 나왔는데, 판매자에게 도착하니 어느 새 11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판매자는 매우 좋은 분이었습니다. 물건 싣는 작업 중에도 매우 협조적이었고, 여러가지 사용법, 유지 보수 등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취미로 게임센터를 운영하다가 잘 되어서 3개까지 분점을 냈다가 지금은 사양 산업이라 창고에 모아 놓고 몇개씩 이렇게 이베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고 하네요.
자, 이제 5시간의 운전이 남았습니다. 난생 처음 해보는 대형 트럭이라 적응이 쉽지 않더군요. 돈 아낀다고 초코파이 세개에 생수 한병 들고 떠난 여행이라 중간에 배가 많이 고팠지만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올라옵니다. 집에 도착하니 어느 새 저녁 6시,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합니다.
보기엔 그냥 적당히 무겁겠네..하시겠지만..본체 무게가 대략 150킬로그램 정도, 금속으로 된 패드 각각의 무게가 대략 80킬로그램 정도 됩니다. 성인 남자가 그냥 끼영차 하고 들 수 있는 수준의 기계가 아니죠.
본체의 경우 트럭에서 내릴 때 몇번이나 대형 충돌 사고가 일어날 뻔 했고, 패드의 경우 무게와 특이한 형태(무거운 물건 치고 이렇게 얇은 물건이 드물죠) 때문에 잡아서 옮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내려서 지하실로 들어가는 데에만 족히 2시간 가까이 소요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아내와 제 몸엔 온갖 멍과 핏자국이...
집으로 가져 와서 대충 연결은 했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습니다...혹시 아까 차에서 내릴 때 있었던 크고 작은 충돌에 망가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만약 아예 고칠 수 없는 상태면 이걸 어떻게 버리고 처분해야 하는지..온갖 생각이 듭니다.
파워 서플라이쪽을 확인해보니, 연결단자가 부서져서 덜렁거리고 있네요. 판매자와 통화를 해 보니, 마지막으로 기동한 것은 4개월쯤 전이었고, 그 이후로는 쭈욱 창고에 보관했다고 합니다. 그때 촬영한 사진이 이베이에 올라간 사진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배송중에 고장난 것인지? 내부 구조를 좀 뜯어보기로 했습니다.
기계 뒷면입니다. 잘 보면 쟁반 모양 두개가 세로로 꼽혀 있는데 청록빛이 은은하게 도는 금속은 왼쪽 나무판에, 케이블이 많이 연결된 금속은 오른쪽 나무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무를 잡아당기면 해당 금속부가 같이 딸려 나오는 구조입니다. 청록색은 오디오 앰프, 케이블이 많은 쪽은 바로 플레이스테이션1의 코나미판 업소용 호환 기판인 시스템 573 입니다.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삐져나온 금속부분이 파워서플라이 입니다. 우측 하단에 보이는 단자부는 게임기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다른 스피커로 출력할 경우 사용되는 오디오 출력 단자입니다.
시스템 573을 꺼내봅니다. 코나미는 시스템 573을 활용하여 자사의 플스용 게임을 아케이드 용으로 포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스템 573이라 하더라도 DDR의 경우엔 몇몇 부분이 차별화되는데, 패드를 사용하는 등 일반 게임센터용 기기와 차이점을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씨디롬이 일체형이 아니라, 일반 PC에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된 점 또한 특이합니다. 씨디롬 아래쪽에 있는 기판은 JAMMA라고 하는 일본 아케이드 기판 표준 입출력 포트입니다. 저도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코인 인식이라던가, 게임기 버튼만으로는 접속할 수 없는 업소용 게임 세부 설정 화면들을 호출하기 위한 카트리지 슬롯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우측 상단에 보이는 푸른 게임팩 같은 것은 DDR게임 시큐리티 카트리지입니다. 해당 기기를 다른 DDR 버전으로 업데이트할 경우(예: 3rd Mix->4th Mix)씨디롬에 새 소프트웨어를 넣어 주고, 해당 파랑 카트리지도 교체합니다.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넣은 장치로 보입니다. 더 오른쪽 하단에 보면 검게 카드가 튀어나와있는데, 90년대 말 고급 노트북에 들어가던 PCMCIA 인터페이스용 메모리카드입니다. 32메가 제품이 들어가 있는데, 기본 로딩용 데이터는 이 카드에 인스톨되고, 게임중에는 CD롬에서 노래만 로딩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전부 만들어진지 족히 15년은 된 케이블들이라 조금만 세게 당겨도 끊어지거나 바스라질 수 있어서 매우 조심조심 제거해 봅니다.
자, 이제 파워서플라이를 분해해 문제가 있는지, 혹시 퓨즈가 끊어진 곳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줍니다. 녹이 좀 슬긴 했지만 이상이 있는 부분은 찾지 못했습니다.
어느 새 밤 10시가 되었습니다. 새벽 5시부터 운전에 기차에 짐나르기 강행군에 기기동작까지 안되자 온갖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몰려오는 찰나, 눈 앞에 이런 게 보입니다..
움? 이 케이블들은 그냥 이렇게 자유로이 둬도 되는 것인가?
셀러에게 스샷을 보내자 이런 답장이 옵니다.
'그건 뒷문이 열린 상태에서 기기조작을 할 수 없게끔 만들어놓은 센서 케이블이야. 왼쪽 상단에 보이는 회색 경첩 뒤쪽에 연결해줘야 할거야.'
실날같은 희망을 부여 잡고 경첩부를 분해한 뒤 센서 케이블을 연결하고, 뒤뚜껑을 닫아줍니다. 그리고
허거거..부팅이 됩니다... 이베이 판매자 말 그대로 에러 코드 189가 나오네요.
하지만 소인에겐 한척의 배가 있었으니..
이제 인터넷에서 알려준 대로 패드 접속 체크를 하는 코드를 삭제시킨 소프트를 구동해 줍니다. 로딩이 잘 됩니다.
우퍼 스피커에 네온등도 잘 들어오고...구동이 됩니다. 셀러님 죄송합니다. 님께는 이 게임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ㅠㅠ
이제 위쪽에 사인등을 달아주어야 합니다. 바로 이 녀석인데요,
이녀석 무게만 해도 대략 20킬로그램은 됩니다. 뭐 하나 하나가 군용 장비같은 녀석들입니다.
파워서플라이에서 전원과 음성출력 및 게임 신호를 받아서 불을 깜박이게 하고,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다 여기 몰려 있어서 연결할 케이블도 많습니다. 단자를 몇 개 끊어 먹었는지 일부는 핀이 탈거되어 있었습니다. 다행인 점은 색상이 대부분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비슷비슷해서 눈치껏 잘 연결해주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더 문제가 있었으니, 우리집 지하실 천장 높이가 DDR 사인보드까지 연결할 경우 약 5센티 정도 부족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천장을 톱으로 잘라(!)내야 했습니다. 1층으로 옮길까 생각도 했지만, 1층에 놓을 경우 장기적으로 집에 무리가 갈 것 같았고, 실생활에 DDR소음이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지하실로 가야 합니다.
천장을 후벼 파 가며 겨우 기본 설치가 끝났습니다.
이제 남은 작업은 팔로 잡을 때 사용하는 봉을 달아 주어야 합니다. 이 봉을 달려면 댄스패드에 있는 나사를 여러 개 풀어낸 다음 안쪽에 볼트와 넛트로 단단히 고정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나사 하나하나마다 녹이 엄청나게 슬어 있고, 나사홈도 다 뭉그러져서 탈착이 안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손님들이 와서 먼지와 땟국이 묻은 신발로 15년간 두들겨 댔으니 오죽할까요...인터넷에 찾아 보니 다행히 호환되는 나사 목록과, 녹슨 나사를 제거하는 팁들이 나와 있습니다.
이 제품은 드릴용으로 나온 그래빗 이라는 제품인데, 이가 나간 나사에 강제로 나사홈을 파 주는 녀석입니다. 나사홈을 낸 다음 날을 뒤집어 끼우면 후벼파진 나사와 강력하게 체결되어 나사를 풀어낼 수 있게 해 줍니다. 사용해 보니 성공률이 대략 80-90% 정도네요. 이걸로 해도 안빠지는 녀석들은 엔지니어 pz-59 이라는 제품으로 돌려뺄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사용은 못해보았습니다.
플라이어의 일종인 이 제품은 체결부위 홈이 가로와 세로홈 모두 나 있어서 나사를 위에서 물어서 잡아 비틀어도 충분한 마찰력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사진 업로드 제한으로 1부로 끝을 내고 반응 봐서 2부 계속해 보겠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4721524?od=T31&po=0&category=&groupCd=CLIEN
저는 이지투디제이를 구입하고 싶은데 아파트라 사이트만 뒤져보고있습니다.
디디알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부럽습니다.
소중한 사용기 잘 봤습니다.
얼른 2편 올려주세요.
단독주택 이사가시면 꼭 꿈을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최고이십니다. 너무 잼있개 봤습니다
제 친구가 한 때 전세계 2위까지하며 강남역과 신촌 등 그 때 서울에서 알아준다는 오락실에 가면 구경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만큼 유명했었죠.
/Vollago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재미 있네요. 2편 기대하겠습니다.
여러 의미해서 대단하십니다. ^^
업소용 메모리??? 라는게 있나하고 들어왔는데...
대단하십니다
2부 주세요 현기증납니다ㅜㅜ
이런 정열을 가지고 계시다니요.
이젠 k덕후도 나오나요? ㅎㅎㅎ
2부도 올려주세요!!!
집에 펌프 한데 두고 싶네요...
아내분이 DDR놓자고....
멋진 열정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그리고 그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
다음편 기다립니다.
그 분은 DDR Extreme 랑 DDR 3rd Korean Edition 기판을 모두 구매해서 바꿔 하시더군요
https://paxxstyle.tistory.com/196 https://paxxstyle.tistory.com/904
DDR 3rd mix는 저에게도 추억이 많아서 정신 놓고 읽었네요.
2부 기대하겠습니다!
아니 그런데, 혹시 Upstate New York 사시나요? 지도에서 익숙한 지역즈음이 보이네요.
https://maty-taneczne.pl/
전원이 안들어왔다는 순간에는 제가 다 가슴이 철렁했다가, 부팅 성공한 부분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ㅎㅎ
빨리 다음편해주세요! 현기증납니다 !! (가능하면 내외분이 동시 플레이하는 영상도 좀 찍어 주시구요!)
DDR 스테이지 1에 나오는 곡이지요..ㅋㅋ 저도 이 곡에 맞춰 육중한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PC용 키트가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친구랑 가지고 놀았었네요.."둘이 막퍼"라는 게임 클럽도 만들어서 놀았던 젋었던 시절이 생각납니다.ㅋ
한동안 유튜브에서 플레이 영상을 시청 했네요.
추억이 추억이 ㅎㅎㅎㅎ
과감히 지르고 집의 구조를 바꿔버리시는 용기!
하지만 가장 부러운 건 모든 것을 허락해주시는 아내님이네요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