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한국 땅에 도착한 두 외국 청년들에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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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을 통해 알게 된 외국 청년 두 명이 있습니다. 20대의 젊은 친구들인데, 농가에서 일하기로 정식 고용허가제 절차를 거쳐 근로계약을 맺고 며칠 전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큰 꿈을 안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제가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농가 측에서 사정이 바뀌어 일손이 필요 없다는 취지로 채용을 거부했다고 합니다. 저도 한 다리 건너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경위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정식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고용허가제 절차를 거쳐 입국한 친구들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당장 지낼 곳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이 친구들은 한국에 와서 바로 일하고 돈을 벌 생각으로 최소한의 여비만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도 시작하지 못하고 숙소도 마땅치 않으니 얼마나 막막했겠습니까. 눈앞이 캄캄해진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제가 직접 차에 태우고 XX고용센터로 달려갔습니다.
담당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새로운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업장 변경 신청 절차를 밟는 데 필요한 서류 접수를 도와주고 왔습니다.
문제는 새로운 농가를 찾아 다시 일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당장 머물 곳과 식비였습니다. 모텔에서 며칠만 지내도 얼마 없는 돈을 거의 다 써버릴 판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근처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분께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드린 끝에, 당분간 머물 수 있도록 공장 기숙사 방 하나를 마련해 줄 수 있었습니다.
기숙사로 가는 길에 배가 많이 고프다고 하길래 휴게소에 들러 돈까스를 사줬습니다.
두 친구는 허겁지겁 맛있게 먹더군요.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저한테 너무 미안했는지 자기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힌 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내밀었습니다.
가진 돈도 얼마 없을 텐데, 자기들이 먹은 음식값은 직접 내겠다는 겁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으니 손짓 발짓까지 해가면서 돈을 건네려는데, 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 돈을 제가 어떻게 받겠습니까.
손사래를 치며 절대 받을 수 없으니 다시 넣으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시원한 커피까지 한 잔씩 사서 손에 쥐여줬습니다. 그제야 안심했는지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는데 괜히 코끝이 찡하더군요.
혹시 새로운 농가를 찾을 때까지 공장에서 일이라도 도울 수 있을까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농축산업 사업장과 근로계약을 맺고 입국한 상황이었습니다. 허가받은 근무처가 아닌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면 취업 자격이나 근무처 변경과 관련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조심해야 하더군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인분께도 두 친구가 공장 일을 돕지 않도록 부탁드렸고, 친구들에게도 관련 절차가 정리되고 정식으로 일할 수 있는 사업장이 확정될 때까지는 공장 일을 하지 말고 숙식만 하면서 기다리라고 단단히 당부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믿고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왔을 텐데, 도착하자마자 이런 일을 겪으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같은 한국인으로서 제가 다 미안하고 낯이 뜨거웠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라고 해서 우리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들도 각자의 꿈과 가족을 위해 낯선 나라까지 와서 열심히 살아보려는 평범한 청년들일 뿐입니다. 정식 계약과 절차를 믿고 입국한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도착하자마자 일자리와 숙소, 당장 먹고살 문제부터 걱정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전해 들은 이야기만으로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모두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두 청년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보호와 도움은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당장 머물 곳은 마련했고, 고용센터에도 사업장 변경 신청 관련 서류를 접수했습니다.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관련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새로운 사업장을 언제 찾을 수 있을지, 그동안의 생활은 어떻게 이어갈지 걱정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부디 절차가 잘 진행되어 두 친구를 따뜻하게 맞아줄 좋은 농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타국에서 더는 억울한 일을 겪지 않고,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일하다가 언젠가 웃으며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 청년이 한국에 온 첫날의 기억을 고생과 실망으로만 간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돈까스 한 끼를 사준 일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도움을 받았다면 얼마나 고마웠을까 생각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낯선 곳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의 손길이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두 친구의 앞날에 좋은 일들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어제 구글번역기가 큰 일을 했습니다. ☺️
댓글 30
마음으로는 열번쯤 눌렀습니다!!
세상은 아직 살맛 납니다!
군대 전역하고 나서 냉동창고에서 알바할 때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면서 일하던 네팔 친구 2명 생각 나요.
창고장이 좋은 학교 나와서 일머리가 왜 이렇게 없냐고 막 인신공격해서 멘탈 나가있을 때 옆에서 다독여주고 도와준 게 너무 고마워서 일 그만 둘 때 집에 있는 서브 컴퓨터 포맷해서 선물해줬었네요. 둘 다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어요.
부디 젊은이들이 일할 좋은 곳을 찾기를 바래 봅니다.
베푸신 선행이 돌고 돌아 결국 님께 다시 복으로 돌아올 겁니다.
저희 공장에서 몇 년 근무하던 필리핀 노동자가 있었는데, 일자리가 없을 때는 안양 어딘가에 쉘터가 있어서 그 곳에서 임시로 거처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고용센터에 인계하셨으니 그 곳에서 도움을 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