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자기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가집니다. 그게 틀리고 잘못되면 욕 먹고 혼나고 그러죠. 배상을 해야 할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제가 친구한테 확실하지 않은 말을 했다 칩시다, 뭐 일주일 후에 우리 동네에 유명 연예인이 영화 촬영하러 오니까 보러 오라는 식으로 말이죠.
근데 안 와서 그 친구랑 헛되이 시간만 날렸다면? 커피 한 잔 사면서 용서를 빌어야죠. 이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책임입니다. 이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가지는 부분입니다.
법적인 책임의 경우 처벌을 전제로 합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를 했으면 그에 따른 벌을 받는다, 그게 법적인 의미의 책임이죠. 누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면 당연히 경찰에 잡혀가서 변호사 불러 달라고 하게 되겠죠? 유시민 씨가 어느 대머리를 향해 눈물의 반성문을 쓴 것도 이러한 법적인 책임을 진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근데 정치적 책임은 위의 둘과 좀 다릅니다. 정치에서 말하는 책임이라는 건 쉽게 말해 정치적 대가를 치르겠다는 의미입니다.
먼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들은 날 때부터 권한을 가진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 그 권한을 부여한 사람이죠. 그렇기에 업무 내용에 대해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을 의무가 있습니다. 내 돈을 내가 어디에 쓰건 그건 내 자유고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지만, 국민 돈으로 섬 박람회 같은 거 열겠다고 쓰면 그건 평가를 받을 일이죠? 그러한 평가 과정이 바로 선거입니다. 그래서 그 일을 못했거나 혹은 못한 것으로 알려질 경우 정치인은 당연히 선거에서 떨어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대가를 치르는 거죠.
그럼 이미 일을 신나게 말아먹은 정치인들은 어떻게 할까요? 이 경우 "선거라는 평가를 받지 않아도 내가 잘못한 걸 아니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합니다. 사퇴하는 거죠. 중간 과정 건너뛰고 그냥 결말로 가서 바로 대가를 치르는 겁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책임을 진다는 말은 흔히 사퇴를 의미합니다.
유시민 씨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책임도 가지고 법적인 책임도 가집니다. 당연합니다. 사람이고, 법 위에 있는 존재는 아니니까요. 다만 정치적인 책임은 질 수 없습니다. 정치인이 아니니까요. 물러날 자리가 없다 이겁니다. 이건 모든 평론가가 동일합니다. 그들은 떠들 수 있긴 하나, 정치적인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이거죠.
만약 유시민 씨가 '내 말이 틀렸으면 다시는 정치 평론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그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아닙니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인간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직업적, 사회적 책임을 지는 거죠.
그래서 어떤 분들 눈에는 그런 그들이 무책임하게 보일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버리지 도입으로 주식 시장을 거하게 말아처먹은 김용범은 자리에서 물러났잖습니까. 탈영방위 안규백 씨도 탈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 정권에 정치적 부담을 주니 물러났고요. 이처럼 물러나는 방식을 통해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 없는 평론가들이 무책임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 생각엔 평론가란 원래 그런 존재입니다. 현실성 없고 틀린 말도 자주 하고 듣기 싫은 소리나 해대는 존재죠. 언제는 뭐 평론가들이 옳은 말만 했을까요? 다른 평론가들도 틀린 소리 한 거 수두룩합니다.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에요. 들을 만한 말이 있으면 경청하면 되고요. 권한도 없는 사람에게 뭘 그리 신경을 씁니까?
만약 그런 사람들의 영향력이 크다면, 그건 정치를 잘못하고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 목소리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는 거죠. 그게 옳건 틀리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