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모든 한국 대통령은 변화를 약속합니다. '혁명'과 같은 고결한 단어들을 내뱉으며, 과거의 모든 사건은 앞으로 일어날 위대한 일들에 비하면 그저 각주에 불과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합니다. 국민은 숨을 죽입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투쟁, 전쟁, 분단, 그리고 식민 지배의 아픔까지... 이 모든 고통이 마침내 해결되고, 이 나라가 비로소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습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희생을 치르고, 눈이 번쩍 뜨일 만큼 가혹한 고난을 견뎌낸 끝에, 내 손으로 민주적인 리더를 뽑았으니 이제야말로 운명이 완성될 시간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은...
그리고 그다음은… 역시나 '모든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청와대에서 제게 보내준 특별한 선물 세트가 기억납니다. 아주 화려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술잔 세트와 전통주였죠. 가족들은 저를 의아한 눈초리로 쳐다보았습니다. '세상에, 청와대에서? 너한테? 맨날 앉아서 책이나 읽고 술이나 마시는 너한테 말이야?'라면서요. 참으로 다정한 배려였고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제가 문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문제들에 대해 글 쓰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습니다. (주로 노동 문제,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 보호나 젠더 불평등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쓴소리들이었죠.)
(중략)
실제로 한국 정치에는 근본적인 가치를 두고 싸우는 의미 있는 좌우의 대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브랜딩이 다르고, 응원해 주는 언론사가 다르며, 사용하는 수사적 미학만 다를 뿐, 근본적인 지향점은 똑같은 두 개의 자본주의 정당이 있을 뿐입니다. 이들은 마치 유니폼 색깔만 다를 뿐 전술교본(플레이북)은 의심스러울 정도로 판박이인 두 라이벌 팀처럼, 경기장에서만 요란하게 경쟁하는 척할 뿐입니다.
하지만 현재 보수 야당은 갈갈이 찢겨 있습니다. 전임 대통령은 몇십년형을 선고받을지도 모를 만큼 기상천외하고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수사를 받고 있죠. 덕분에 이재명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유리한 조건 속에서 임기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확실한 권한을 부여받은 셈입니다. 물론 이것이 마음대로 다 해도 좋다는 '백지수표'는 아니지만, 분명 거부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열린 기회의 문 앞에서, 이제 두 가지 선택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가지 선택지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길입니다. 생색내기식 제스처, 소액의 지원금 뿌리기, K-팝 아이돌과의 기념사진 촬영처럼 실질적인 해결보다는 눈돌리기에 급급한 '빵과 서커스'식 정치 말입니다. 약간의 세금 조정이나 화려한 정책 발표도 포함되겠지요. 불평등이 뒤에서 조용히 독버섯처럼 퍼져가는 동안, 시장과 재벌의 눈치만 살피며 달래는 방식입니다. 국가 경제는 성장할지 몰라도 정작 시민 개개인의 삶은 고군분투의 연속인 5년이 될 것입니다.
반면, 또 다른 선택지는 더 어렵고 드문 길입니다. 정치적 자산을 동원하여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실제로 나아질지, 아니면 겨우 연명만 하게 될지를 결정짓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온갖 소음과 시끄러운 방해 요소들을 걷어내고 나면, 결국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끈질기게도, 지루하리만큼, 그리고 도덕적으로도 '비용 부담의 적정성'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무엇보다 '주거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평범한 시민들이라면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기가 막힐 정도로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보통의 노동자나 중산층 가정에게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은 이제 환상을 넘어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주거는 취향을 드러내는 액세서리도, 투기 수단도, 정치적 노리개도 아닙니다. 집은 사람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며, 다투고 사랑하고, 아이를 키우며 늙어가는 삶의 터전입니다.만약 한 사회가 그 공동체를 지탱하는 사람들—교사, 간호사, 요리사, 청소 노동자, 배달 기사, 그리고 돌봄 노동자들—에게 적정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집조차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이념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결함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집은 '사는(live) 곳'이 아니라 '사는(buy) 것', 즉 부를 쌓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내 집 마련 여부는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사회를 극명하게 갈라놓았습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미 본인들도 유주택자인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야말로 강력하고도 달콤한 유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는 참혹할 만큼 모순적입니다. 우리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바로 그 노동자들이, 매일 밤 자신이 소유하지도 못하고 살 수도 없으며 심지어는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만 커져가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그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며 묵묵히 기다리라고만 말합니다. 마치 안정적인 주거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라, 나중에나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인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한국 대통령이 수식어나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짜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올 때마다 나타나는 대중의 반응에는 분명 모욕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은 마치 '신성 모독'처럼 받아들여지곤 하니까요. 사람들은 '빨갱이'라고 수군댑니다. 교사나 간호사가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제안이, 마치 화폐 제도를 폐지하고 칫솔까지 공동으로 나누어 쓰자거나 서울을 평양에 통째로 갖다 바치자는 주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치인들이 재벌과 자본 권력 앞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길들여졌고, 심지어 그것이 '현실적인 정치'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의 존재 이유가 시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주장조차 파격적으로 들릴 지경입니다. 우리의 기대치가 그만큼 바닥까지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만약 이 기가 막힌 집값을 잡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단행한다면, 필연적으로 온갖 비난에 직면할 것입니다. '빨갱이', '종북 세력', '시장 경제의 위협',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낙인이 찍히겠지요. 하지만 이런 비난들은 기초적인 근거조차 없는, 너무나도 뻔하고 상투적인 공세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역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그 익숙한 전술로 되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듭니다. 입으로는 진보를 외치면서도 정작 경제 정책에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재벌의 비위를 살살 맞추는 동안 서민들의 일상적 불평등은 더욱 깊어지는 방식 말입니다. 우리는 이런 전개를 이미 지겹도록 보아왔습니다. 화려한 말잔치로 세상을 바꿀 것처럼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기득권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는 그 뻔한 결말 말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게는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에게는 없는 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잃을 게 없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대비해야 할 다음 선거도, 중도층의 눈치를 보며 끊임없이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도 없다는 뜻입니다.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신중하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식의 흔한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역사적 책임감뿐입니다.
대통령을 만든 것은 국민이지, 그 반대가 아닙니다. 만약 정치가 '근사한 구호로 포장된 완만한 몰락'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것을 증명해야 할 때입니다. 주거는 곁가지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올려져 있는 토대입니다.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이번 정부가 '혁명적'이라고 자처해 왔습니다. 기득권층은 적당히 던져주는 선물에 비판의 날을 무디게 하며 '진보적'이라는 말로 치켜세우겠지만, 현장의 일상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도 '혁명'의 언어를 수없이 들어왔고, 그 끝이 대개 어떠했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말잔치가 아니라 '가격'으로 차이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통령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글쓴이는 '데이비드 티자드'로 서울여대 한국학 교수입니다.
본문에 언급된 '교사, 간호사, 요리사, 청소 노동자, 배달 기사, 그리고 돌봄 노동자들' 이 집을 구할수 없는게 정말 맞는건가요?
솔직히 상급지라고 하는 중심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수 있는 거주지는 많지않나요?
아파트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빌라같은쪽으로 눈을 돌리면 조금 상급지에도 충분히 구매할수 있는곳도 많지요.
현 시점에서 소득의 차이에 따른 거주의 차이가 있을수는 있지만 절대적으로 매매할수 있는 거주공간이 없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봅니다.
아니면 저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완벽한 거주구역에 매매를 할수 없음이 안타깝다라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 서는 사회에 대한 공헌도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에 따라 거주구역을 선택해서 정부에게 공급받는 세상이 되야 겠죠.
그게 옳은 세상인건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아쉬운점이 우리나라 정책의 주거 안정이라는 측면이 저렴한 주거비를 타겟으로 하기에 부동산의 상승은 일부 묵인된 부분이 있으나, 그 또한 이번 정권을 통해 정상화 할 예정이니 한층 살기 좋아질 대한민국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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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한달만 모아도 보일러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화장실 딸린 역세권 집에 거주가 가능합니다.
1년정도 모으면 서울에 대출끼고 59형 빌라 매수가 가능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소나타 사는것만큼 쉽습니다. 유지비는 오히려 소나타보다 낮을겁니다.
대체 어느정도의 집을 어느 값에 팔아야 무주택자들이 만족이 될지 궁금합니다.
지금도 서울 내 오피스텔 빌라 충분히 사서 거주할 수 있으면서 안하는거거든요.
이유는
1. 전월세 사는게 더 생활수준이 높기 때문입니다.
2. 자기들도 투자가치 낮은 주택은 안 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노동자가 집을 살 수 있게 "어떻게"하자가 빠졌고 디테일한 내용들은 매우 마음에 안드네요.
잘나신 교수나부랭이가 객관화없이 일기쓴 수준으로 느껴집니다.
사치품이어야만 합니다
신체가 건강하고 노동의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노동력의 댓가로 얻을 수 있는
보편타당한 주거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불편해서 노동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보장해주어야겠지요
시장이 못하면 국가가해야지요
lh와 sh 국민 시민 주택들이 해야지요
이 글은 사치품 고급품을 달라고 얘기하는게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부탁하는것이죠
그러다보면 단기간에는 자산가격의 조정으로 내 자산에 손해가 오는 일도 필연적으로 발생할겁니다
그걸 못견뎌서 자본주의의 정점만 지향한다면
그 이후에 올 ai와 로봇으로 인한 부의 초집중과 노동의 종말의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할일이 없고 아무것도 사지못하는 세상이 오게될겁니다
반대로 공동의 삶의 개선에 힘쓰는 세상이라면 부의 초집중과 노동의 종말의 세계에서도 그 달콤한 과실을 나누어 먹을수 있을겁니다
경상도에 직장이 있는데 서울에서 산다 이런게 여유있는 사람들이 부릴수 있는 사치라고 생각합니다
부촌은 촌단위지 그게 서울같은 광역시 단위면
그리고 가장 큰 인구규모의 단위면 이상하지 않나요
요? 인구의 20%가 있는지역이 부촌이라는건 좀..
더 좁게 놓고 본다면 더 건강이 안좋거나 미성년이거나 직업을 구하기 어렵거나 노년이거나 등등 그러한 집들조차 구하기 어려운이들을 위한 lh sh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특정 지역 그중에서도 특정 거주 형태가 사치재 인거죠
서울 중심부에 역세권이어야하고 치안도 좋아야하고 공원도 있어야해 돈은 없지만 무조건 살게해줘!! 하는 것은 그냥 응석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평균급여는 거기서 3~4배가 된것은 아닌데
집들은 3~4배가 되었고
이제 서울 아파트는 대부분 10억이 넘죠
sns와 커뮤니티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다보니 서로서로 올리자고 으쌰으쌰하고 그게 노동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니 안하는게 바보였죠
심지어 삼청동 부촌집보다 애매한 아파트가 훨씬 더 비싸지는 일까지...
결국 감당은 후손이 해야하는데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
결혼안하고 츌산율 낮고 취업눈높이 올라가고
한탕주의 인터넷도박 코인 이런곳에 손이가고
건전하지만 큰돈을 못버는 직업군들은 점점 도태되어가고
각종 부작용이란 부작용은 양산해나가는것 같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건전한분들 차근차근 다져나가는 분들 능력있는분들은 존재하지만
정치와 사회는 그런 분들만을 위해 있는건 아니니까요
노력하는 민주당과 이재명대통령이 좋습니다
구축 아파트라고 못사는것도 아니고 신축 대단지 아파트들은 공급을 틀어막아서, 사치품이 된거라고 봐요. 신축아파트 하나 하나 다 나라에서 주면 좋겠지만 모두에게 신축아파트를 살게 해줄수는 없고, 해야할 필요도 있나 싶죠. 그렇게하면 누가 열심히 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