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변호사 사퇴 후, 민주당 여성계라는 사람들은 왜 이런 식의 내부총질을 계속하는지 생각하다가 날이 밝아버렸네요.
그동한 생각해온 것과 오전에 찾아본 자료를 종합해서 정리해볼까 합니다.
1. 여성운동은 정체성 정치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걸 풀어보려면 먼저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라는 개념을 설명해야 합니다.
정체성 정치는 1960년대 후반 미국 여성주의 진영에서 처음 내세운 개념으로, 정치의 목적을 기존 정당처럼 자유, 인권 등의 거대담론이 아니라 젠더, 종교, 장애, 민족, 인종, 성적지향, 문화 등 다양하 소수자 집단들이 "공통된 정체성"을 매개로 배타적인 정치 동맹을 추구하는 개념입니다.
그들이 내세운 슬로건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였죠. 즉 정체성 정치가 내세우는 것은 "당위(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정체성(아이덴티티)"인 겁니다.
이들 집단들이 맨 처음 타깃으로 삼은 것이 미국 보수가 아니라 진보 진영이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기존 운동진영의 중심에 있었던 계급해방과 사회혁명이 실제로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했거나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앞세워 각종 마이노리티의 목소리를 진보 진영에 띄우기 시작했죠. 그 결과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거대 담론에 가려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었던 인종, 젠더, 장애 등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좋은 영향에도 불구하고, 정체성 정치에는 태생적인 결함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1) 근원이 자존감에 대한 열망(The carving for dignity )이므로 모든 문제를 자신의 정체성에 치환해서 받아들여 버립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의견이 부정당하거나 수정을 요구받을 수 있는데, 정체성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런 요구를 "자신의 의견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여 버립니다. 그 시점에서 더이상 제대로 된 민주적 토의는 있을 수 없게 되죠.
2 ) 사고의 기본이 "자신의 정체성"이므로, "타인의 정체성"에는 관심 없거나 배타적이 되기 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메갈워마드의 성소수자 혐오가 딱 맞는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3) 같은 정체성을 기반으로 세력을 만들더라도, 거기에는 미세한 정체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성 정치세력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이 있다면, 이들의 차이는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 이런 거죠. 즉 마이노리티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주창한 정체성 정치가 현실에서는 또다른 억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4) 매우 배타적입니다. 정체성을 중심으로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특정 차별을 직접 겪지 않는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이해할 수 없기에 함께 싸울 수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다른 정체성 집단과 긴장과 폭력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5) 개인 또는 소집단의 피해를 기준으로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면, 초점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가 아니라 개인들 간의 위계나 차별에 맞춰지며 개인들을 성토하는 게 주가 됩니다. 그런데 차별을 주로 개인 관계에서 찾으면 누가 차별 유지에 이해관계가 있는지 오해하기 쉽습니다. 남성 일반이 여성을, 이성애자 일반이 동성애자를, 백인 일반이 흑인을 지배한다며 노동계급과 사회운동 내에서 적을 찾는 경향이 생기고, 이런 분위기는 정치조직의 불필요한 분열을 초래하며 그 조직의 파편화를 촉진합니다.
이런 정체성 정치는 1980년~19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에 얹혀서 퍼져나갔고,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의 정체성 정치세력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가장 강렬하게 나타난 것이 2018년의 혜화역 시위였습니다. 이 시위를 주도한 페미니즘 단체 "불편한 용기"는 시위의 남성 참가를 강력하게 거부했습니다.
시위를 같은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혼자가 아님을 서로 확인하고 연대하기 위함이라 생각하는 우리들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죠. 자기 시위에 가담하겠다는 시민을 거부하다뇨. 하지만 정체성 정치의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정체성 정치는 보편가치가 아닌 각 집단의 정체성에서 정치활동의 동기를 찾는 움직임으로, 소수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다른 집단이나 사회적 보편가지체 무관심하게 또는 배타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같은 진영에 피로감을 안길 수 있습니다.
여성운동은 이 정체성 정치의 발원지로, 이후 발전도 정체성 정치의식에 따라 진행되어 왔습니다.
민주당의 소위 여성계라고 하는 세력도 이 정체성 정치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고, 지금까지도 거기에 매몰된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그럼 이게 왜 문제가 될까요?
2. 민주당 여성계는 왜 저럴까?
지금까지 읽으신 분은 느끼셨을 겁니다.
"정체성 정치는 대중정당에서는 문제가 되겠구나."
네, 민주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정당에 가까운 정당입니다.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가치관을 지닌 지지자들이 민주사회 실현의 "보편이념" 아래 모여 있죠.
그런데 여기에 정체성 정치의 대표인 여성운동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보시는 대로, "여성"만 들어가면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이 되는 겁니다.
반대로 "여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무관심해집니다.
독재 정권에 맞써 싸워야 하는 대중정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짓들을 하는 거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구호를 외치려고 숨 들이마시는데 뜬금없이 "남녀 근무시간 차이 철폐하라!" 이런 걸 외치는 겁니다.
아 제발! 쫌!!!
3. 그럼 왜 국찜은 놔두고 민주당에게만 내부총질을 하나?
이건 간단합니다. 그게 가성비가 좋거든요.
민주당을 비록한 여성계가 김학의 사건 때 목소리를 내지 않은 건 아닙니다. 당장 "김학의 여성계" 정도로 검색해 봐도 꽤 시끄러웠죠.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안희정/박원순 사건에 비해 언론은 거의 관심을 주지 않았죠.
여기서 머리를 굴리는 여성계 인사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민주당을 까는 게 가성비가 더 좋잖아?"
얼마나 좋나요? 애써 국찜 까봐야 기사에 한줄 날 까 말까 한데, 민주당에 내부총질 한 마디 하면 일주일은 인터뷰가 밀려들어오잖아요. 가성비 꿀이죠.
물론 이는 같은 정치조직에 몸담은 동지의 등뒤에 칼을 꽂는 비열한 행위죠.
하지만 여성주의는 태생적으로 뭐다? 정체성 정치죠.
그들에겐 민주당이 추구하는 이념 보다는 자신들의 정체성 향상이 더 중요한 겁니다.
동지의식? 에이, 그런 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나 느끼는 거죠.
결국 민주당의 여성계라는 자들은 당이나 당원들의 목소리와 동떨어져 자기 정치만 하고, 그러면서도 민주당이나 여성주의 같은 보편 이념 뒤에 숨어 공격받지 않으려 하는 기생충같은 존재가 돼버리는 겁니다.
4. 민주당은 얘네들을 왜 못 날리나?
여기서부터 참 골치아픈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는 "민주당 페미"를 날릴 수 없을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민주행위에 대한 저항을 기반으로 하는 대중정당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페미가 "페미니즘"이라는 껍질을 쓰고 있는 이상, 여러 소수자 집단과의 연대를 추구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페미질 했다고 내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그건 민주당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그런 일을 하면 이득볼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전에 WASD 님이 올리신 댓글을 인용합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655124CLIEN
성평등 건이라면 학을 떼는 분들이 있어 더 불이 붙는 것 같은데, 그들 박용진이 속한 계파는 여성인권, 페미니즘 이런 가치의 뒤에 숨은 거에요. 그런 가치 지향을 때리면 그들은 오히려 좋아할 겁니다. 그 논쟁 자체가 그냥 때리라고 세워놓은 허수아비에요 그들에게는. 그리고 때릴 수록 분란이 생기고 갈라치기가 되어 자기들의 세력이 더 단단해진다고 생각하죠. 이준석이 하는 갈라치기와 다를게 없습니다. 이준석이 펨코 20대남자 인권에 관심이 있을것 같나요? 천만에요. 이준석은 펨코20대남자가 조롱받고 자기대신 두드려 맞는걸 원합니다. 그래야 자기 지지세력이 되니까요.
따라서 이들 민주당 "페미"를 때리는 행위는 그 뒤에 숨은 자들을 날리지도 못하고 같은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반응만 나쁘게 만들어, 결국 이준석 같은 혐오주의자의 잇속만 챙겨주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5. 그럼 그걸 그대로 두고 봐야 하나?
당연히 아니죠. 4에서 "민주당 페미"를 날릴 수 없다고 했지, "민주당 페미 인사"를 날릴 수 없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음 2가지 방법으로 저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당원으로써는 무지무지 짜증나는 일이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 정체성 정치하는 인사 하나하나를 솎아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짜증나죠. 집단이 아니라 개개인을 날리려면 이번 이재정같이 개개가 하는 언행을 다 찾고 공유하고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저게 페미라는 이름이 붙으니까 짜증나는 거지, 이거 사실 우리가 지난 2년간 수박 상대로 해오던 거잖아요?
똑같이 하는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생각 없이 자기 정치만 하는 이기주의자들이 발붙일 수 없는 민주당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2)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제 모든 공식 성명과 문서에서 젠더지향적인 이름은 좀 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남혐/여혐 발언을 하는 사람은 그냥 "혐오주의자"로 부르는 겁니다. 여성계에서는 어떻게든 여성이라는 단어를 넣으려고 하겠지만, 절대 들어주면 안 됩니다. 누가 누구를 혐오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혐오 자체가 중요하다는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이번 이재정도 "페미가 뒤퉁수 쳤다"기보다는 행위의 본질인 "해당행위"에 맞춰서 "해당행위자"로 불러야 합니다. 그래야 "페미 탄압"이 아니라 "해당행위자 응징" 프레임으로 갈 수 있죠.
젠더 프레임에 빠지면, 결국은 나가는 만큼 들어오기도 힘든 마이너스섬 게임으로 가야 합니다. 수혜는 저짝이 받겠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아예 당에서 쓰는 용어부터 젠더 프레임을 싹 걷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계속 하다 보면 그래도 민주당의 보편 가치에 따르는 척이라도 할 줄 아는 인사만 남게 되리라 희망합니다.
6. 마치며
제가 민주당 지지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이 당은 고쳐쓰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쓰레기 걷어내고 똥 치우고 하다 보면 짜증나지만, 치워놓고 보면 그럭저럭 지낼 만 하거든요.
이번 공천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재정이요? 어떻게 보면 겨우 0선 당직자가 연판장을 돌려야 할 정도로 저들은 위축됐습니다.
2년 전만 해도 저런 연판장은 비대위원장과 다선 의원이 돌렸지, 일개 당직자에게는 차례도 안 갔을 거예요.
우리는 나아지고 있고,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민주당 내의 정체성 정치세력(이제부터 페미라 안 부릅니다)은 솎아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의 보편 이념을 추구하는 지지자들이 꾸준히 생각을 교환해 가며 솎아내다 보면,
"정체성 정치를 품고 가야 하는 대중정당"의 딜레마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직에서 조직을 해치는 행위만 안 하면 됩니다.
이탄희가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해서가 아니라 그걸로 탄압받는 당대표를 겁박했기 때문에 욕먹듯,
정체성 정치인들은 자기 이념 때문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조직에서 조직의 공동선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솎아내야 하는 거죠.
다만 이준석이 이익보지 않는 방법으로 하자는 거죠.
예를 들어 이번에 이재정을 "페미"라는 이유로 날리면 민주당이 욕먹지, 박용진이 날아갈까요?
반전닷컴에서 보여지는 인사들 면면을 보면 민주당을 차지하려는 정치공작 세력들 입니다.
민주당 같은 거대정당을 차지하면 지네들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 운영을 해야 하는데, 저들이 그런 귀찮은 일을 할 리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부지런했으면 제가 애시당초 정체성정치인들을 까지도 않았을 겁니다.
쟤네들은 민주당에서는 딱 공격 안 받고 남 까는 재미로 살 정도의 세력만 필요한 겁니다.
정의당의 사례가 있다고 하실 수 있는데, 정의당도 마찬가지죠. 수권정당으로써의 부담은 지지 않고 남 까는 걸로 먹고 살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는. 사상의 자유를 태생적으로 억압할 수 없습니다.
페미라는 껍질을 두르고 있는 순간 강제적으로 억업할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이는 일베를 정부에서 억합할 수 없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럼 그냥 놔두면 되냐?
아니죠 주권자들이 그것에 부당함을 계속 거론하고
자연도태 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가장 민주적 방법이죠
단 오래걸릴뿐
그래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냥 페미 페미 하면서 폄하하지 말고, 그게 왜 잘못인지를 계속 구체적으로 거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같은 몸인 혐오주의자의 서로 다른 면일 뿐이죠.
서양에서 자꾸 성중립 용어를 사용하려고 하는데, 처음에는 우습다고 생각했다고 최근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여성들중에서 특히 외모, 몸매 가꾸는걸 좋아하거나 연예인, 레이싱모델, 치어리더 꿈꾸는 여성들은 성상품화 운운하면서 그쪽 컨텐츠를 억압하려는 레디컬페미들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싫어하고 성상품화 비판론 지지하는 여성들보다 그렇지 않은 여성들이 더 많기도하고 논란이 커질 가능성때문에 조심스러워서 그렇지 때려잡는게 불가능한건 아니라고 봐요
하지만 그게 가능한 정당을 지지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손해로 따지면 페미를 잘라낼때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건 정의당, 여성의당, 녹색당 같은 부류들이 더 크고 민주당은 손해가 커봐야 그들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걸 지들끼리 하지 굳이 민주당에서 하려고 한다는 거죠.
호주머니에 개미가 가득 차있으니, 번거롭지만 하나씩 집어서 옷 밖에서 갈게 던져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다른길을 가지만 홍준연 전 의원만 해도 민주당 페미계들이 내쫓았죠.
지들 심기에 불편하면 언론질을 해서 내쫓는 것이 특기인 세력인데... 이젠 민주당에서 당원들이 그들을 내쫓아낼 차례가 아닌가 합니다.
이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리앙도 가능했거든요.
한때... 클리앙에서 페미는 레디컬 페미랑 분리해야한다.. 페미 자체는 좋다라는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박지현을 위시로한 민주당내 개혁적인 인사들이 성폭력이라는 이름하에 잘려나가고...
요즘에는 용혜인 덕분에... 페미니즘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클량에서 거의 없죠.
저는 프레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베가 드러내지 못하듯이.. 페미도 일베랑 동급이다라는게
널리 알려지면 민주당에서도 축출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사적인 커뮤니티인 클리앙과 공당인 민주당이 정체성 정치를 다루는 방법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정체성 정치의 영향이 깁숙히 박힌 뒤라는 건데, 민주 사회의 정치조직이 정체성 정치세력을 수용하는 것은 보편선을 달성하기 위함이지, 해당 정체성의 배타성을 도와주려 함이 아님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문제의 해법도 제시하고 계셔서, 더 감탄합니다.
그들을 혐오주의자로 불러야 한다고 하신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민주당이 일찌감치 정체성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혐오/연대로 전선을 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원민주주의가 강화된 오늘날 민주당에는 그걸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역으로 비판적으로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인종, 성별, 종교, 민족, 등의 '정체성 정치' 혹은 '부족 정치주의'는 현실에서 이미 외면할 수 없는 상수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를 적대시, 타자화하는 것을 넘어서 명암을 구분하고 폐해를 극복하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체성 정치'는 기존 '계급환원론'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실재하는 다양한 일상의 권력 구조와 억압을 극복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관념론적이고 분리주의적 태도로 인해 대중을 파편화하고 무력화하며
현실의 구체적 사회적 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추상적 관념의 이념 정치로 변질됩니다.
이에 대한 극복은, 본래 역설적으로 비주체적인 '정체성'의 추상성과 허구성에 비판으로 그 실체를 폭로하는 것과
'면대면'의 사회적 실천 과정을 통해 다차원적이고 역동적인 존재로서의 개인을 이해하는 상호교차성적 접근이 있겠네요.
그런 맥락에서, 님께서 올려주신 글은 전자의 '정체성 정치의 실체 폭로'라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페미 정체성 정치의 문제점을 공유하는 또 다른 안티페미 정체성의 정치로 빠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나의 가족, 지인'이 2찍이고 꼴페미라 해도 우리는 그의 사회적 말살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그와 함께한 구체적 삶의 순간들이, 그를 단순히 '2찍', '꼴페미'라 규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면대면 삶의 접촉이 없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한 없이 잔인해 질 수 있습니다.
내 생각과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으로 타인의 말살 역시 정당화하는 것이 파시즘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이 지점에서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페미라는 정체성 정치를 비판하며 또 다른 추상적 허구 정체성 정치에 빠져들지 않도록 경계 해야겠습니다.
참고한 글: 정체성과 더불어, 그 너머의 해방을 향해 - 『오인된 정체성』서평 (박기형) - https://en-movement.net/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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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댓글 복붙해서 따로 글을 하나 팠습니다.
민주당 페미 정체성 정치에 대한 비판과 극복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8656598CLIEN
"페미 정체성 정치의 문제점을 공유하는 또 다른 안티페미 정체성의 정치로 빠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라고 쓰셨는데,
사실은 이게 가장 걱정돼서 이 글을 썼습니다.
어제 해당행위가 그 본질이 아니라 '페미'라는 이름이 붙어서, 민주당이(넓게는 우리 사회가) 수용하고 연대해야 하는 마이노리티 정체성 자체를 부정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거든요.
그래서 민주당의 보편 이념 하에 정체성 정치와 정체성 정치를 구분했고,
공격하든 배격하든 정체성 그 자체를 이유로 삼으면 의도한 바를 이룰 수도 없을 뿐더러 부작용도 크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만약 내 가족이 2찍이나 꼴페미라면, 저는 그 정체성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의 주장을 논박하겠죠.
정체성 정치가 그나마 가치를 추구할수 있는 대중정당은 대한민국에서 민주당 뿐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어쩌면 영원히 풀리지 않을 과제를 처음 받아들고 이걸 어떻게 녹여내야 하나 당황한 상태라 보입니다.
부디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 모두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