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현직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서 최근 업무 근황 전해드립니다.
최근 코로나 환자 급증 국면으로 병상배정 업무가 다시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저는 병상배정반 소속은 아니고, 제가 속한 기관에서 환자를 의뢰받아 역학조사서와 전원의뢰서 및 선별질문지 등을 검토한 뒤 저희가 받을 수 있는지 결정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업무를 혼자 전담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다른 업무(통상진료 및 확진자 진료)와 병행하면서 동료 선생님들 몇 분과 교대로 병상배정반과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24시간 듀티 기준으로 많아야 3-4건 정도 대응했었는데 요즘은 두자리 수 이상인 경우도 종종 있네요.
역학조사서와 전원의뢰서에는 환자의 코로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신체증상 및 현재 중증도, 환자의 기저질환 및 신체상태 (기저질환의 경우 현재 안정적인지 아니면 동반 대응이 필요한지 등), 기타 특수상황 (보호자가 동반입원해야 하는지 여부, 이송시 동승인력이나 장비 필요여부, 외국인의 경우 의사소통능력이나 대사관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혹시 누락되거나 추가 파악이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추가로 요청한 뒤 의뢰된 환자를 받거나 아니면 받기 어렵다고 문의에 답변합니다.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6745
"수도권 병상배정반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전문의가 병상 배정 업무를 맡더라도 순식간에 수백 개씩 쌓이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파악하지 못하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 구조라고 했다. 현재 수도권 병상배정반에는 공보의 20명 정도가 배치돼 24시간 상주하면서 입원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상을 배치하고 있다."
기사에서처럼, 현재 업무는 카카오톡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정보유출관련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개인정보 보호 관련해서도 잠재적인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물론 전시에 준하는 현재상황으로 소명 가능할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문제인 것은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업무를 (의무복무중인) 공중보건의들에게 대부분 맡겨놓고 (여기까지는 사실 이 친구들이 제일 적임자일 수 있습니다만) 적절한 플랫폼이나 행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제일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수도권 병상 현황도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제공하는 병상 정보와 현장의 상황이 달라 공보의들이 의료기관마다 전화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수도권 병상배정반에서 근무 중인 공보의 A씨는 “병상배정반에 실시간 상황판도 업무 체계도 아무것도 없다. 배정 업무 전 과정이 공보의 개인 카카오톡으로 돌아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2월에도 수도권 코로나19 현장 대응반이 병상 현황을 카카오톡과 수기로 공유하는 사실이 알려져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5781
"업무가 카카오톡으로 진행되다보니 담당자가 요청 사항을 확인하고 병상을 준비 중인지 여부도 파악하기 어렵다. A씨는 병원마다 만들어진 단체 채팅방이 수십 개에 이른다며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환자 정보나 중요 연락이 누락될 위험도 크다고 했다. A씨는 "알람이 순식간에 수십, 수백 개씩 쌓인다. 누가 누구에게 대답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할 정보가 어딨는지 파악하는 것도 힘들다"며 "공보의들이 개인 번호가 아닌 카카오톡 업무 계정을 요청해왔지만 이것조차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공하는 병상 현황이 부정확하고 실시간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공보의들이 카카오톡과 전화로 직접 현황을 파악하는 게 더 빠른 실정이라고 했다. A씨는 "정부가 보낸 현황만 보면 병상이 있는데 정작 해당 병원에 문의하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병상이 있어도 담당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어렵거나 환자 조건에 맞춰 치료할 의료진이 없어 거절하는 경우도 많다"며 "병상 배정을 위해 병원에 문의하는데만 최소 30~40분이 소모된다. 그만큼 환자는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후 상황은 더 심각해져 중환자 병상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중증환자가 갈 곳이 없다. 대여섯 곳에 전화를 돌려도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병상 부족으로 배정이 계속 지연된다고 공보의들이 보고해도 구체적인 지시나 대책은 돌아오지 않았다"며 "환자가 적으면 우리끼리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돌아간다. 일이 고되더라도 견디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시스템을 개편할 역량 자체가 소진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기본적인 업무 분장부터 상하 소통 체계는 물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문제 제기를 하고 싶어도 어디에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의견 개진을 해도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는다. '해달라'는 공보의들의 요구가 어느새 전전긍긍하며 '해줘야 하는데'라는 혼잣말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배정 지연 기사가 나기 전부터) 공보의 사이에서 배정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에게 책임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며 "이번에 공보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정부 측에서 뒤늦게 개선 의사를 보였다고 하는데 솔직히 큰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계속 이런 말도 안 되는 방식이 이어져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도 지난 19일 성명서를 내고 “병상 배정이 지연되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원인은 체계적인 시스템 부재”라고 비판했다. "
'환자가 적으면 우리끼리 주먹구구식으로 해도 돌아간다. 일이 고되더라도 견디면 된다' 이건 저도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생각이구요.
다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도저히 못 버티겠으면 사표 쓸 수 있는 저같은 공무원들과 달리 (저희 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들 중 반절 정도가 작년 초부터 최근까지 퇴사했고, 그중에 충원된 인력은 10%정도입니다. 많은 공공의료기관 상황이 아마 비슷할 것입니다.) 공중보건의들의 경우 병역의무 이행중이라는 취약한 신분 특성상 소위 까라면 까야 한다는 차이점이 있겠네요. 아마 이 친구들이 요구하는 상황에 대한 상부의 판단은, "얼마나 오래 해야 할 지 모르는 업무에 대해 예산과 자원을 투입해서 지원하는 것보다는, 거절할 수 없는 공중보건의 인력이 몸으로 때우게 하는 것이 간편하다"는 논리일 겁니다. 그런데 이게 몇 달 정도야 버틸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 친구들도 참다 참다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환자 배정을 알고리즘화하거나 자동화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병상배정반과 각 기관은 기관별 역량 및 받을 수 있는 개략적인 기준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상황은 유동적이고 (예를 들어서 아침에 몇 개 병상이 확보되어 있다고 공유했는데, 두세 시간 사이에 환자 몇 명이 퇴원 직전 상태가 악화되어 퇴원이 보류되어서 해당 병상이 불가용하게 되는 일은 부지기수로 일어납니다.) 다소 무리해서라도 환자를 위해서 특정 환자를 받기로 결정해줘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가장 최적의 배정이라고 결정해도 본인이나 보호자가 거부해서 이송이 불발되거나 지연되는 일도 꽤 자주 발생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환자를 배정하는 의학적 판단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전체적인 의학 분야에 대해 얕더라도 폭넓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더 유리합니다. 코로나 환자들 그중 특히 중환자들은 다양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고 그 기저질환은 거의 모든 의학분야에 걸쳐 있으니까요. 연차가 높은 전문의들이라도 자기 전문분야 외에는 공중보건의보다 오히려 이해가 떨어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사실 전문성이나 역량 측면에서 공중보건의가 이 업무를 담당하는 것 자체는 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친구들의 상위호환(?)이라고 하면 아마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정도일텐데,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 업무 말고도 이미 부족한 상태라 매우 귀한 인력이니까요. (많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분류 및 해당과 연결 업무가 소수의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책임 하에 응급의학과 전공의 및 갓 졸업한 인턴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것도 사실 이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고 환자한테도 이롭기 때문인 것처럼 비슷한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공중보건의로 이루어지는 팀에 백업을 해줄 수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 몇 분이 지원될 수 있으면 좀 더 나을 것 같긴 합니다.)
다만, 공중보건의들이 환자분류 및 배정에 대한 의학적 판단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은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아래는 이 기사https://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6741
에서 발췌했습니다.
“확진자 1명의 병상 배정을 위해 환자 문진 후 일일이 각 병원마다 전화를 돌려가며 잔여 병상과 여력을 확인하고, 갑자기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끼니를 거르며 자리를 지켰다”며 “야간에는 지원인력이 없어 구급차를 배차하고 병원과 연계하는 행정업무까지 떠맡고 있다”고 말했다. 대공협은 “병상배정반에서 의사 본연의 역할은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다. 의사는 환자 문진과 의학적 판단을 하면 이후 병상 배정 절차가 원활히 이뤄져야하는 게 '시스템'이고 '체계'”라고 했다. 대공협은 “병상배정이 지연된다면 (의사)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끔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시스템과 행정지원 인력이 없어서이지 공보의가 구급차 배차를 늦게 해서가 아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잔여 병상 현황이 실제와 달라 매번 각 병원에 전화해 새로 파악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 공보의의 판단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공협은 즉각적인 병상 배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행정지원 인력을 증원해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공협은 “장기파견 인력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발상은 현장의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피상적인 접근”이라며 “한 명의 의사를 조금 더 오래 쥐어짜보자는 근시안적 해결방안에 진심을 담아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해야 할 역할에 집중해도 빠듯한 인력인데, 야간이나 주말에 빠지는 행정인력의 업무까지 공중보건의한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은 환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부 공무원에 대해 공무원들로 돌아가는 저희 기관같은 경우 의사 인력은 의학적 판단에 집중하고, 구급차를 섭외하거나 환자 도착 상황을 공유하거나, 보호자 민원에 응대하는 업무 등은 간호, 보건, 원무쪽 선생님들이 대부분 맡아주시고 있는데, 공중보건의가 있을 경우 야간이나 주말에는 행정 업무까지 공중보건의들에게 떠맡기고 있는 상황을 저도 단톡방 통해서 보면서 내심 공중보건의 후배 선생님들한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행정 담당 인력들도 이미 마른 수건 수준으로 쥐어짜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뭐 대부분의 인력에 비해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체력과 주 80시간 정도는 꾸역꾸역 감당해온 경험 그리고 코로나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과 주변의 격려로 여태까지는 버텨 준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요.
최소한 대한민국 정도의 IT 강국이라면 전산화된 플랫폼과 현황판이라도 적극적으로 마련되면 좋겠는데, 이 역시 보건복지부 입장에서는 "코로나 끝나고 나면 무용지물이 될 지도 모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예산 인력 자원을 쓰는 게 꺼려지는 상황이라 "공중보건의 시키면서 버텨보자"로 지금까지 이어왔을 겁니다. 뭐, 군대에서 기계화할 수 있는 많은 업무를, 기계 가격보다 싼 인건비로 활용 가능한 병사들의 몸으로 때우고 있는 거랑 본질적으로 비슷한 거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왕 활용할 의무복무 인력을 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라도, 지금 정도로 위드코로나에 따른 환자수 폭발과 단시일 내에 이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라면 전산화 플랫폼은 좀 빨리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댓글에 박제글 달아주시는 수고를 하실 생각인 분들은 SIGNATURE 및 제 과거 글 목록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군의관 시절에는 공중보건의로 군복무 마친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부러웠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상황이 역전된 것 같기도 합니다.
환자도 늘어가고 아마 부스터샷 접종 등과 겹치면 인력 보릿고개는 심해질텐데 대책이 있을까 싶습니다
코로나 없어도 병상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추운 시기에 각자의 위치에서 다들 고생 많으십니다
제일 만만한 강제동원 인력이니까요..
민간도 이제 병상 강제차출 행정명령으로 난리네요
더이상 끌어 쓸 인력이 없으면 예비군이라도 끌어쓰겠다는 소리 나올까 겁나는 상황입니다
으르신들의 판단에는 아마도 "지금은 필요할지 ㅁ몰라도 코로나 끝나고 잉여가 될 수도 있는(?) 인력이나 조직,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대해 저항이 크신 것 같다고 짐작해봅니다. 특히 이런 분야에 예산 들어가는 건 기재부에서 매우 부정적이고 기재부의 권력이 워낙 막강하기도 하고요.
당장 현장에서 파견인력 동원할 때도, 환자 조금만 줄면 인건비 아까워서 인력 줄이고 쫓아내서 원성 사는 일이 작년부터 지금까지 반복중인데.. 그렇다고 정규직 인력 늘이는 건 부담스럽겠죠. 그러니 남은 선택지는 기존 인력 갈아넣기 + 군인 또는 준군인 쥐어짜기 + (최근) 민간 기관 윽박지르기 정도 되겠네요..
주변에도 몇 있구요. ㅠㅠ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공공의료 기관에 온 분들은 워낙 의사중에서도 정말 소수이고… 경제적인 부분이나 편하게 살 수 있는 부분 제처두고… 각자의 뜻을 가지고 일하고 있을텐데요…
공공 의료 시스템이 충분한 상황도 아니고… 겨우겨우 꾸역꾸역 돌아가게만 해놓고서는.. 그 소수의 사람들을 정말 볶네요…
공보의 군인들도 안타깝지만, 그들은 군 의무복무 대신 하는 것이고…기간이 정해져 있고 도심에 나와 일하던지…페이라도 많이 받고 하죠…
말씀하신 것 같은 ‘코로나 끝나고 잉여가 될수도 있는 인력이나 조직 시스템’을 지난 2년동안 준비했어야 하는데… 5000명 ~만명의 확진자가 예상은 되었다면서…… 시스템적인.. 기반 단계에서의…준비가 너무 부족하네요….
공공 느낌 나는 곳에 여전히 있기는 해서.. 여기도 또한 코로나 진료로 받는 압박이 장난 없네요 ㅠㅠ
기반이나 시스템을 준비해놓은 것이 없으니..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 생각해낸 것이 조기퇴원 인센티브… 같은데…
의학적인 판단으로는 퇴원 해야하는데 안하는 사람을 적시에 보내는 인센티브도 아니고…ㅠㅠ
사측인 원장, 행정부장, 간호부장 이런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까라면 깔것이지 ㅋㅋ" 이런식인데
간호사들은 지금 당장 퇴사해도 바로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 걸까요.
맨날 일할 간호사가 없다면서 정작 병원이나 지자체가 하는 행태는 어여 퇴사해라 어여 퇴사해라~로 밖에 안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