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사용기 #14 - 더프타운 증류소 (그리고 싱글톤) 특집
시작하기 전에 - 소개하고 싶은 위스키는 많고 사용기를 작성하는 속도는 그 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씩은 증류소별로 묶어서 특집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읽는 분들께서도 좀 덜 지루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싱글톤 오브 더프타운 12년과 15년은 개인적으로 선물 내지 협찬받은 병입니다.
위스키, 특히 그 중에서도 스카치 위스키 시장의 규모는 거대합니다. 작년인 2020년 한 해동안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수출액만 49억 파운드(한화 약 7.5조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이를 병으로 환산 시 매초 42병의 스카치 위스키가 판매되는 수준이고, 2019년 기준으로는 영국 전체 수출액의 1.4%를 차지할 정도라고 하니 대단한 규모입니다.
물론 그 중 상당량은 저가형 블렌디드 위스키가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제하고 남는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2016년 기준 전체의 약 25%) 특히 이 대분류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셋을 꼽자면 글렌피딕, 글렌리벳, 맥캘란을 들 수 있는데, 이 세 브랜드는 싱글 몰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도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출처: diageo.com
이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다국적 주류 기업인 디아지오에서 2006년에 출범한 브랜드가 바로 싱글톤Singleton입니다.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위스키 증류소의 상당수가 이미 디아지오에 속해 있고 무엇보다 디아지오의 대표 브랜드인 조니 워커는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의 강자로서 소개가 필요없는 수준이지만, 싱글 몰트 위스키 대표 브랜드의 자리에 대해서는 후발주자로서 도전하는 위치에 있는 셈입니다.
원래 싱글톤이라는 이름은 옛날에 위스키 판매상들이 각 증류소에서 나온 위스키의 마지막 재고 한 통을 일컫는 단어였다고 합니다. 이 이름을 따와 이미 7-80년대에 한번 (마찬가지로 디아지오 소속인) 오쓰루스크Auchroisk 증류소에서 싱글톤 오브 오쓰루스크 제품을 내놓은 적이 있기도 하지만, 이름의 유래 외에는 현재의 싱글톤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싱글톤 브랜드는 사실 하나의 증류소가 아닌 글렌 오드Glen Ord, 글렌듈란Glendullan, 그리고 더프타운Dufftown의 세 증류소에서 생산된 위스키를 묶어 부르는 통칭입니다. 처음에는 각각 아시아, 북미,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판매되었으나, 현재는 이러한 구분 없이 전세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또한 초기에는 면세점 판매와 12년 숙성을 중심으로 하여 싱글 몰트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교적 저렴한 제품들을 내놓았으나, 하나의 브랜드가 된 지금은 연례 한정판 스페셜 릴리즈나 최고급 제품군인 프리마 & 얼티마 제품군에도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몇몇 시장에서는 디아지오의 싱글톤 브랜드가 싱글 몰트 위스키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더프타운 증류소의 대략적인 위치
그 중에서도 이번 사용기에서는 더프타운 증류소에서 생산된 싱글톤 오브 더프타운 12년, 15년, 그리고 2020년도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로 출시된 싱글톤 오브 더프타운 17년에 대해 다룹니다. 더프타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위치한 동명의 마을에 위치한 디아지오의 증류소로, 한때 디아지오 소속 증류소 중 최대 생산규모를 보유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싱글톤 오브 더프타운 12년
도수 40.0% / 숙성년수 12년 (리필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 + 페드로 히메네즈 올로로소 셰리 처리 캐스크) / 냉각여과, 카라멜 색소 첨가
- 색상: Russet / Muscat (1.3)
- 향: 알싸한 꽃향. 달달한 맥아. 약간의 포도주스. 오크 스파이스. 후추
- 맛: 약간 기름같은 질감. 뭉근하게 요리된 사과. 약간의 설탕시럽. 쌉쌀한 탄닌. 백후추. 견과류. 미량의 오크 스파이스
- 여운: 후추. 쌉쌀한 탄닌. 나무. 중간 정도 길이. 미량의 팔각향
꽃향이라고는 하지만, 썩 마음에 드는 꽃향은 아닙니다. 분위기에 따라 풀잎이 되기도 하고, 또는 홈매트의 향(즉 제충국)도 연상이 되네요. 약간의 과일향도 있지만 코가 간지러운 후추향에 꽤 가려져 있습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맛은 강하지 않으나, 백후추를 연상시키는 매콤함과 탄닌의 쌉쌀함이 여운까지 일관적으로 나타납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운은 아니지만, 질감은 썩 괜찮은 편입니다. 가격은 0만원 중반대. 점수는 4/10점.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싱글톤 오브 더프타운 15년
도수 40.0% / 숙성년수 15년 (리필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 + 페드로 히메네즈 올로로소 셰리 처리 캐스크) / 냉각여과, 카라멜 색소 첨가
- 색상: Russet / Muscat (1.3)
- 향: 꽃. 약간의 베리류. 미량의 맥아 시럽. 후추. 달콤쌉쌀. 약간의 사과 또는 배
- 맛: 약간의 사과주스. 희미한 포도. 설탕사탕. 쌉쌀한 탄닌. 후추. 기름같은 질감
- 여운: 잠시 나타나는 벌꿀과 크림. 오크. 후추. 중간 정도 길이
제충국 향은 여기에도 있습니다. 대신 12년에 비해 과일향이 조금 더 도드라져 마시기에는 더 나은 편입니다. 후추와 쌉쌀함 역시 존재합니다. 여운과 질감 역시 12년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12년 대비 딱 가격이 올라간 만큼 더 낫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가격 경쟁력은 조금 더 떨어집니다. 가격은 0만원 후반대. 점수는 4/10점.
잘못된 형식의 이미지 링크입니다.
싱글톤 오브 더프타운 17년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 2020)
도수 55.1% / 숙성년수 17년 (리필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 / 비냉각여과, 카라멜 색소 무첨가 /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 2020 한정판
- 색상: Old gold (0.6)
- 향: 부드러운(또는 약한) 벌꿀과 밀랍. 풀잎. 꽃향기. 백후추. 신 베리류. 약간의 배
- 맛: 파인애플. 기름같은 질감. 신 베리류. 진저비어. 바닐라
- 여운: 희미한 벌꿀. 약간의 밀랍. 오크. 후추. 중간 미만 길이
여기서는 벌꿀과 신 베리류의 향이 제충국과 후추의 향을 잘 잡아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12년과 15년을 맛보기 전에는 제충국 내지 홈매트 향이라고 연상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입에서는 증류액의 특징적인 새콤한 맛에서 밝은 베리류와 파인애플이 연상되며, 알코올의 존재감은 도수에 맞게 살아 있습니다. 다만 여운은 역시 짧은 편입니다. 출시가 기준 10만원 중후반대. 점수는 6/10점.
제게 더프타운 12년과 15년을 선물해주시면서 무엇인지는 말씀해주시지 않고 단지 개인적으로 시음을 부탁드리고 싶으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선물을 뜯고 나서 저도 얼핏 이해가 갔습니다. 특히 현재 더프타운 12년과 15년의 경우 GS25 앱이나 대형마트 등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취미를 시작하면서 궁금해했던 병들인데, 국내외를 불문하고 시음기가 얼마 없거나 있더라도 정확히 어떤 위스키인지 알기 어려운 정도더군요. 맛을 보고 난 이후에는 그 또한 왜 그런 현상을 보이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습니다.
제 경우 17년을 먼저 구매해서 맛을 보고 난 후 12년과 15년을 접하였습니다. 17년의 경우 캐스크 스트렝스인 높은 도수에 한정판으로 출시된 병이고, 가격대도 차이가 나는 만큼 일반 제품군인 12년 및 15년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숙성에 사용된 캐스크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증류액의 특징을 최대화하는 리필 아메리칸 오크 숙성을 통해 어느정도 기준점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17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증류소의 특징은 꽃향(제충국)과 신 베리류를 연상케 하는 새콤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새콤함은 아마 40%까지 희석되는 과정에서 많이 상실되는 것으로 보이고, 남는 것은 약간의 고소함과 오크통에서 나타나는 후추의 매콤함인 듯 합니다. 전반적으로 특별히 안 좋은 맛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맛도 아닙니다. 12년과 15년의 경우 페드로 히메네즈(PX) 셰리로 시즈닝 처리를 한 오크통을 일부 숙성에 사용하였다고 되어 있으나, 맛에서 PX 셰리의 특징인 강렬한 단맛 등을 유의미하게 느끼지는 못하였습니다.
아마 이런 비교적 무미무취의 위스키가 된 원인은 더프타운 증류소가 원래 블렌드용 원액을 주로 생산하는 증류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블렌드를 주로 생산하는 증류소의 위스키도 훌륭한 경우가 있지만, 더프타운의 경우에는 블렌드의 주 맛과 향을 담당하기보다는 보조를 맞추는 증류소라서인지 크게 인상깊지 못합니다. 특히 여운이 얼마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합니다.
싱글톤 브랜드가 싱글 몰트 스카치를 막 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왔다고 하지만, 과연 저라면 이 위스키들을 적극적으로 추천해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12년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걸 맛보고 나서 싱글 몰트 위스키에 매력을 느껴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라면 조금 더 과일이나 벌꿀향이 도드라지는 위스키를 추천하거나, 아니면 엄밀히 싱글 몰트는 아니지만 동사의 제품인 조니 워커 15년 그린 라벨을 추천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싱글톤 브랜드 제품군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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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톤 12년 더프타운이 궁금해서 한번 사마셔봤는데 왜 다른분들이 밍밍톤이라 하는줄 알겠더군요.ㅎㅎ
말미에 말씀하신 그린도 요번에 집에 들였는데 곧한번 맛보아야겠네요.
아무래도 증류소 원액 특징이 굉장히 연하고 섬세한 느낌인 것 같은데, 40%까지 희석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특징들이 많이 죽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발베니가 최애인지라 이녀석은 쓱 피해가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