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봐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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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방학이 되었고 20명의 학생은 인솔자를 따라서 필리핀 마닐라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서 나가자마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목욕탕의 사우나에 있는 기분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답답했다.
"여기서 2달을 어떻게 살지? 적응 되려나.." 하는 걱정과 함께 준비된 차에 타서 어학원으로 향하였다.
숙소는 어학원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였고 꽤 나쁘지 않은 시설이었다. 빨래는 바구니에 넣어두면 매일 빨래를 해주고 청소도 알아서 다 해주었다.
인솔자 선생님은 내가 가장 나이가 많으니 애들을 잘부탁한다며 떠나셨다.
수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했던걸로 기억한다. 단체수업 2시간 정도를 빼고는 모두 1:1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수업방식은 일단 선생님이 수십 명이 있다. 그리고 선생님마다 "어휘", "문법" , "발음" 뭐 이런 식으로 담당한다.
학생은 매시간마다 돌아가면서 방을 바꾸면서 공부를 한다.
아주 작은 방에 들어가서 1:1로 이야기를 하는 건데 나는 할 줄 아는 말이 "My name is.. "이였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도 모르고 무작정 갔다.
선생님이 영어로 물어보면 나는 "어? 어? Wait ~ 웨잇, 사전을 찾아보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문장으로 대화를 하지 않고 거의 단어와 감탄사로만 대화를 이어갔다. 10일 정도 지나자 대부분의 선생님들과 친해졌고 마음이 편하니 틀린 문법으로도 영어를 막 뱉었다.
여기서 신기한 건 분명 문장을 보면 제대로 읽고 해석을 하는데 말을 하면 그 문장을 만들지 못했다. (이때 나는 느꼈다. 소리 내어 공부하지 않으면 공부를 2번 해야 한다는 걸)
발음도 엄청 안좋고, 문장을 만드는데 시간도 오래 걸려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거의 안되었다. 15일째가 되니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되는 거 같았다. 영어는 거들뿐 바디랭귀지와 단어 선택의 달인이 되었고 필리핀 생활이 즐거워졌다. 어느덧 숨을 쉬는데 불편함도 잊었다.
그때부터 시간이 나면 마닐라 시내를 나가서 관광을 하였다. 4살쯤 되는 아이가 돈을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또 그런 아이들이 판자촌에서 사는 걸 보고 2차 충격을 받았다. 지하철을 타는데 가방검사를 하고 타는 모습도 신기했고 해외가 처음이다 보니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팍상한 폭포'라는 아주 유명한 폭포도 학교에서 보내줘서 가보았다.
뗏목에 타서 폭포수 밑 들어가서 물을 맞으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여러 가지 소원을 재빨리 빌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두 달이 다 되어 갈 때쯤 중학교 수준의 기본적인 대화는 가능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필리핀 어학연수에서 얻은 것은 영어실력보다 그 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치안, 빈부격차의 문제, 기후의 중요성 같은 그 외적인 것들이 훨씬 많았다.
치안이 안 좋은곳은 여자끼리 보낼 수가 없었다.
마사지는 한 시간 동안 받아도 3천 원도 하지 않았다. (내 시급이 그만큼 낮을거란 생각)
농구를 해보려 해도 덥고 습해서 제대로 하지를 못했고 자동차의 매연은 아주 심각했다.
한국과 비교해서 너무 안좋아보였지만 많은 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인생의 행복은 절대적인 게 아니고 상대적인 거구나. 하고 느꼈던 계기가 되었다.
이 곳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마사지를 하거나 편의점 알바를 해도 해외여행 한번 가는 게 꿈같은 이야기라는 걸 알았고 그동안 불만이 많았던 나는 행복한 편에 속하는구나 하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고 한국에 태어난 걸 감사하게 생각했다.
영어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패턴만 익히면 단어만 바꿔가면서 대화는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되었다.
그렇게 뜻깊은 2달을 보내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내고 편입시험을 준비하였다.
기왕이면 목표를 높게 잡고 싶었고 알아본 바로는 고려대학교가 편입의 최고등급으로 보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서울대학교는 뽑을 때가 있고 안 뽑을 때가 있던 걸로 기억난다.
그래서 나는 목표를 고려대학교 편입으로 잡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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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