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6일은 뭐랄까,
한국의 '정치검찰'이 '집권여당' 및 '청와대'를 정면으로 공격한
사상 초유의 날로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정말, 발상 자체가 획기적이지 않나요?
총장이 항의의 표시로 옷을 벗는 것도 아니고...MB시절과 그네시절은 어찌 견뎠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를 청문회 끝나기 직전에 기소를 한다라...
발상 자체가 신박한데, 근대적 대통령제 국가에선 아마 초유의 일일 겁니다.
대통령의 인사권과 헌법적 정부체계에 대한 전면적 반기(反旗)인데
100번 양보해서, 조국 후보자의 숨겨진 비리 정도가 드러난거라면,
이건 언론이나 시민들도, 99% 검찰 쉴드를 쳤을 거고, 청문회 등의 검증 과정에서 결론이 났겠죠.
대통령 및 국무총리실 산하 모든 조직이 '인사검증'을 마쳤고, 이를 '제청', 국회의 '동의' 절차를 거쳐
검찰 및 사법조직을 총괄하는 '법무부장관'을 임명하려던 건데...
그 법무부장관 '휘하'의 검찰조직이 "난 법무부장관 휘하가 아닌데, 기소권 가졌는데" 하고 도발한 겁니다.
'정치검찰'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나름의 답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밥통을 건드리면 다 죽거나 다친다"
과연 왜 그랬을까요?
앞에서 "이게 다 공수처 때문이다"라고 답은 이미 다 드렸고요
공수처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대형법무법인"의 구조적 문제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내 최대의 합동법률사무소 "김&장"
요직출신 전직 관료를 다수확보 및 장차관급으로 재배출함으로서
사실상 '준정부' 수준의, 견제받지 않는 최고의 권력이자 수익창출업체가 됐다
1.
로펌이란 무엇인가?
90년대 중반학번인 저는 이 조직이 "기업의 인수합병 (M&A)"에 주로 관여하는
머, 그런, 아주 비즈니스적인 조직으로 알고 21세기에 진입했었습니다.
좀 멋지지 않나요?
하얀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 뿔테 안경
그리고 엄청난 상법과 민법, 국제법으로 중무장 하고,
쓰러져가는 기업을 되살려줄 진정한 주인을 찾아, 힘겨운 거래를 성사시키고, 막대한 수임료를 얻는다
캬~, 정말, 1990년대 기업드라마에 나올만한 스토리입니다.
물론, 그런 낭만적인 시대는 이미 저 멀리로 흘러가버렸죠.
이 시장에서 일하는 분도 적지는 않는데, 이 시장은 일반 증권회사도 가능합니다.
진정한 로펌의 역할은 이제, 불가능해 보이는 법률을 만들어내고, 특정인의 입맛에 맞춰주는 역할로 진화했습니다.
입법과 사법 및 행정 전기관에 영향을 끼치는 거죠.
조금 더 멋지게 말하면 "사회공학 디자이너" 인 셈이죠.
그야말로, 우리사회의 국가조직이 하는 일에 "보이지 않는 손"을 더하는 바로 그 일입니다.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며, 엄청나게 많은 팀들의 손발이 착착 맞아야 하는 일입니다
그 거대한 작업의 상당수를 우리가 알고 있는 대형로펌이 조직적으로 해내고 있고.
여러 부처를 각개격파해야 하고, 또 고위층 사무실에 직접 들어가야 하니
그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전관"을 활용하게 된 것입니다.
로비스트란, 로비에서 관료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죠.
그런데, 로비스트가 최고위 관료를 직접만나면, 그 로비는 절반은 이미 성공한 셈입니다.
그리고, 그 로비스트 전관이란, 우리의 세금으로 길러진 사법/입법 시스템의 최고 엘리트들을
돈으로 빼앗겨 법조시장에서 굴러가고 있는 셈입니다.
즉, 정부의 뒤에서, 또 하나의 상부구조로 이뤄진 묘한 조직이 바로 대형로펌인거죠.
2.
이건 사례로 설명해야 딱 좋은데,
워낙 범위가 넓어 방대해서 오히려 예를 들기 어려운 분야이긴 합니다.
일단, 한 가지 사례로,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이 "외부인사 접촉 금지"령을 내린 적이 있는 데
바로 '김앤장"을 포함한 일부 대형법무법인 변호사들로 추론됩니다.
지난 10년간 공정위 소속 변호사들을 가장 많이 스카웃 한 집단이 바로 "김앤장"이거든요.
공정위 소속 변호사? 변호사가 로펌가는게 왜 문제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태반이죠. 그런데 공정위는 경제 검찰이죠. 거기 변호사는 사실상 경제검사입니다. 그런데 수사검사가 갑자기 기업측 변호인이 되는거죠. 이건 명백한 반칙이고, 부패죠. 이거 해결못하면 공정위의 미래는 없습니다. 과거 이적사례도 철저하게 조사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걸 누가하나요?
이밖에도,
한일 위안부 협상에 김앤장이 개입했다 정도는 이젠 다 알려진 얘기가됐으니,
요즘 뜨거운 "영리벙원" 건이나 "카지도 도입" 정도가 좋은 사례가 될 듯 싶네요.
한국의 입법-사법-행정 시스템을 어느정도 파악하면, 이 로비스트 조직의 행동은 대충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영리병원 건은 너무 현실성 있는 얘기니
아직은 조금 비현실적인 "내국인 카지노 허용" 논의의 구조 보면 이렇습니다.
그냥 사례로만 보시면 됩니다. 방송통신 관련법, 각종 산업규제, 금융관련, 전부 다 이과정을 거치는데
로비스트들이 철저하게 "기획"에 관여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개입하죠.
기존의 규제를 깨거나 살짝만 풀어줘도, 천문학적인 시장이 열린다.
그걸 해내는 게 바로 공공 법조시장의 목표, 전관이 필요한 이유, 로비의 꽃이다
1) 밑밥을 깐다 "언론사"
뜬금없이, 언론을 통해서, 카지노로 성공한 싱가포르나 라스베가스, 기사들이 나온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위락단지의 경제적 효과, 고용효과, 관광수지 효과가 나온다
수도권 일부지역이나 새만금, 제주도의 획기적 외국투자 가능성이 기사로 나온다
2) 국회의원을 통한 입법준비 및 여론 환기
일부 특정 지역 국회의원이 "카지노"와 "내국인" 얘기를 한다면,
해외카지노 자본과 연관된 로비스트들과 상의하고 자료를 받았을 가능성 100%
실제 법제화 가능성을 놓고 테스트 법안을 만들어 놓고 준비를 합니다.
법제와 과정엔 국회 입법조사처와의 협업도 나중에 아주 중요한 과정.
3) 청와대 및 경제부처 등 권력기관과의 물밑 접촉
청와대와 경제관련 부처에도 '카지노 관련' 담당부터들이 있습니다.
오랜 접촉과 토의, 세밀한 수준의 쟁점 사항 분석, 홍보 및 의견 청취
4) 각종 규제기관 섭외 및 갈등해결 방안 모색
입법/사법/행정부 산하기관 등의 협동연구, 보고서 작성, 규제혁파 등에 대한 심화논의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MB정부 초창기에 "전신주를 뽑자"는 규제혁파운동이나,
그네 정부 초창기의 "사소한 규제라도 없애보자"라는 구호가 모두, 사실 청와대로 진출한
로비스트 출신의 고위공무원들의 "철학"이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물론, 악성규제를 철폐하자는 운동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와중에 은근슬쩍 묻어간게 너무 많다는 거죠.
규제를 바꾸거나 조금만 완화하면 엄청난 시장이 열리는데,
사실 그런 시장은, 규제가 없어질 것을 예측한 쪽이 100%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3.
역시 이렇게 글로 쓰니 재미가 없긴 합니다.
제가 앞선 글에서
"정치권력은 법조시장을 통해서 (권력을) 현금화 시킨다"라는 표현을 쓴적이 있는데
저는, 이 표현이,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담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사법부는, 엉뚱하게도 엄청나게 비대해진 법조시장에서 비롯됐다
고위공무원을 로비스트로 변모시키는 현실에 대한 각성이 절실
정부가 정책 방향의 키를 쥔 게 아니라
자꾸 '신자유주의' 물결이 이 키를 잡아채고 흔드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 주역들이 대부분 "대형법무법인"을 중간에 세워놓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전관들을 구워 삶으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죠.
에이, 그게 얼마나 되겠어?
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미, 이 문제는 우리나라 일부 부처나, 국회의원,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컨트롤이 불가능한
거대한 시장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고, 그 자체는, 사법고시(이젠 로스쿨 엘리트)가 독점한
카르텔의 중심축이 되어가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 카르텔이, 단지 사법부의 퇴직관료만을 노리는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포섭하거나 직접 국회의원이 되고,
행정부 전직 관료들도 포섭하면서,
사실상 입법-사법-행정부의 최상위층을 '휘어잡는' 상위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4.
사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처음에 전관영입의 사례로 거론한 "버닝썬 수사경찰의 某 법무법인 FA이적 기사"도
조금은 새롭게 독해가 가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어째서 버닝썬을 수사했던 핵심경찰이, 하필 그 로펌에 영입 됐을까?
그 로펌은 YG와 무슨 관계를 맺고 있는 걸까?
그리고, 과연 이제껏 수사과정에서 그 경찰은 그 로펌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을까?
FA시장이 약속한 그 높은 연봉은 과거의 수사과정과 전혀 무관할까?
혹시?
법조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현직 판검사와 고위공직자들이, 주어진 권력과 임금에 만족을 못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임금을 줄 수 있는 곳에 미리 충성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성적과 연수원 기수로 무한 연결된 법조계는 특히 이 관계에 취약합니다.
나보다 공부 못한 변호사가 100억을 벌었는데, 나는 더 똑똑한데 200억은 벌어야 되는거 아닐까?
일부 전직관료들에게 주어진 막대한 현금이 다시 사법부와 법조시스템으로 흘러들어가
그들에게 더 큰 권력과 야망을 주게 된 현실,
사실, 이런 전반적인 "국가조직"과 "법조시장"의 충돌과 괴리가
현재, 검찰조직을 극단적인 수준의 정치화로 이끌어간 한 가지 축이 된게 아닌가, 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사법부 고위퇴직관료들에 쏠린 극단적 수준의
"자본"과 "권력"을 견제할 유일한 길이 "공수처"란 점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개혁 주체는, 국민과 5년의 단임제란 제한된 정치권력인 청와대일 수 밖에 없지 않나.
그 얘기를 3편에서 이어가보겠습니다.
PS.
+++++
'공수처'와 '전관예우'의 복잡미묘한 관계 파악하기
(1편)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972120CLIENCLIENCLIEN
(2편)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977107CLIENCLIENCLIEN
(3편) 종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977201CLIENCLIEN
(번외편 / 인트로)
한국 법조계는 어째서 '극단적'으로 보수적일까?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951655CLIENCLIENCLIEN
깨부수든 넘든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필요합니다.
그 벽 조차 보이지 않던 시절에서
우린 많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갈 길이 얼마가 될지는 상관 안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갈 길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스크랩 해두고 내일 봐야겠어요
그리고 쓰신 글들 좀 퍼가도 될까요?
어째서 굵직굵직한 사건에는 언제나 김앤장같은 로펌이 등장했는지 알것같네요
첫문단의 날짜가 6월 8일이 맞나요? 9월7일이나 9월6일이 맞을거 같습니다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