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사법부를 핵심을 이루는 서울법대-사법고시-연수원 시스템의 폐쇄성과
1987년 체제의 예기치 않던 수혜자 '사법권력'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드렸는데,
결국, 이 싸움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드러난 게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사실상, 검찰에 의한 권력형 살인이죠,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YS와 DJ는 철저하게 법조인을 등에 업고 갔다고 볼수가 있습니다.
서민이 뽑은 "호민관"과 "사법권력"과의 역사적인 첫 파열음. 2002년.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한국 역사는 물론이고 아시아-아프리카 현대사를 통털어 봐도
노무현 대통령만큼 그렇게 어렵다는 "시험(고시)"를 통과한 대통령은 흔치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 어떤 기준으로 봐도, 최고의 엘리트 였고 인권변호사를 거친 당대의 휴머니스트 정치인이었지만
그야말로 비주류에, 못배운 놈에, 무식하고, 까칠한, 비정상적 아웃사이더로 매도당하며 비극적 최후를 맞았습니다.
다음타자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은 그래서 더 극적이었죠.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스펙 기준으로, 초초초엘리트였으니까요.
우리가 익히 감을 잡고 있듯, 사법연수원 2등(사실상 1등)의 성적이란,
이미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수준의 "공부능력"이 아니죠.
게다가, 주류법관이나 법조인들 기를 죽일 수 있는 효과도 있었어요. 그렇게 신봉하는 연수원 성적 까볼까?
그럼에도, 사법고시 출신이라면 절대피할 수 없는,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에 내려가 인권변호사를 30년간 묵묵히 수행했죠.
게다가 그 30년간 재산을 불과 15억 정도 모으는데 그쳤다는 건,
보통 인간의 노력으로는 상상이 불가능한 수준의 "절제력"일 겁니다.
웬만한 종교인도 저렇게는 못산다고 봅니다.
이게 왜그런가하면,
제가 앞서 설명해드렸듯이
법조시장/법률시장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언제나 항상 거대했고,
자신의 양심을 진짜 조금만 누그러뜨리면, 무자료 현금을 막대하게 챙길 수 있는 분야이고,
게다가 스스로 '조세' 전문가이기 때문에, 양껏 절세하면서, 맘껏 부동산 투기에 나설 수 있는 직업입니다.
현금 쌓아두면 머하나요? 아파트나 한 채 더 사두면 알아서 오르는데.
본인 이름으로만 사나요? 가족, 아들딸 명의, 장모님, 친척동생 다 동원가능하죠.
그걸 또 정가로 사나요? 법원경매 통해서 삽니다. 시장나쁘면 반값에도 구하죠.
게다가 양심적으로 공무원 생활 마치고 퇴직한 법관/검사라고 해도
살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선후배 관계만으로도 연간 수 억 원의 돈이 가볍게 생기는 시장입니다.
때문에,
저는,
만일, 2002년 대선에서 정통보수, 사법고시 시스템의 정점이신
"이회창 옹"께서 당선되셨다면,
한국호(號)의 방향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을 지 생각하면, 좀, 아찔해지기도 합니다.
1.
노무현-문재인 콤비가 만들어진 기적은
사실, 우리나라의 법조시장 자체가 수도 서울에 집중된 측면이 크기 때문일 겁니다.
당시 부산은 노동자들이 대거 포진한 공단밀집 서민지대였었죠.
만일 이 두 분이 서울에서 변호사생활을 오래 했다면,
그 압도적인 인맥과 화려한 시장의 유혹에 넘어갔거나, 자연스러운 "근묵자흑"의 원리로,
그 치열했던 정치공세를 통과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나라가 크다는 게 좋은 겁니다.
인재는 원래 변방, 지방에서 오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이 집요하게 '주류'의 공세에 시달린 이유도
바로 이 "로스쿨 도입" "공수처 도입" "법관고위인사 개혁"이라는
3단계 플랜이, 아주 철저하게 "사법권력 카르텔"을 향했기 때문으로 저는 해석합니다.
처음에는 어어, 이거 될것 같다, 하다가
공수처 대목에서 아주 아작이 났습니다.
검찰과 법원이 대대적으로 반격에 나섰죠.
행정수도위헌판결에, 예고된 사법부 인선 실패, 국회 법사위의 반란, 그리고 퇴임후 검찰의 수사.
단순히 MB의 광기라고 묘사하기에, 검찰의 행태도 도가 지나친 측면이 분명 있었습니다.
왜그런지, 그 이유를 살펴보면, 또 공수처가 나옵니다.
어디를 봐도, 결국 마주치는 것은, 검찰의 "공수처"에 대한 압도적인 반감 뿐입니다.
결국, 공수처의 등장은, 사법권력의 약점을 찌르는 "치명적 한수"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예상하는 그 이상의 충격..., 사법권력은 왜 아무도 감시를 안했는가?
2.
미국은 변호사의 나라입니다. 변호사들이 세웠어요
그래서,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가 5만 명이 훌쩍 넘습니다.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수입도 천차만별이지만, 그 사회가 갖고 있는 사법권력에 대한 권위와 존경은 대단합니다.
사실상 미국 시스템의 핵심이죠.
그런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정부 검찰총장과 카운티 검찰총장은 선거로 뽑습니다.
그리고 2심 재판부에 해당하는 항소법원 판사는 선거로 선출되죠.
당연히, 실력이 검증된 법조인만 선거에 나갈 수 있고, 거기서 또 일잘한다고 인정받은 검사는
주로, 주지사나 국회의원으로 전직하기도 합니다.
우리 눈에서 보면 "잉? 미국은 검찰총장을 선거로 뽑아?"
아주, 당연한 일입니다.
형사재판과 기소라는건, 어쩔수 없이, 무슨 공식으로 답이 나오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자의적/정치적" 판단입니다.
그런 형사재판에 있어 '기소'와 '판결'의 권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제한을 해야 하고,
법률서비스의 최종 주권자인 국민이 어느정도는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합니다.
미국 영화보면, 배심원단 나오는거 보셨죠?
배심원 정도는 우리도 이제 일상이 되어야죠. 왜 전면도입 안하나요?
그런데, 우리 법조인들은,
일제시대-군부독재 시대 '메이지 유신' '박정희 유신'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면서 얻어걸린 권리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진 "천부적 권리"인 것 마냥,
사법고시 합격해 첫 직장을 '법원' '검찰'로 배정받은 아주 극소수의 공무원들이,
서로 기수 따지고, 학벌 따지면서, 사법권력을 사유하게 된거죠.
그리고, 그들이 퇴직후에는, 엄청난 공공법조시장의 과실을 압도적으로 독식하면서,
이제는 입법부와 행정부까지 장악에 나서며, 사실상의 "권력" 행사를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퇴직법관 로비스트들은, 국가관도 다 팽겨처 버리고, 그냥 자본에 충성한다는 겁니다.
한겨레 젊은 기자들아,
제발 좀 잘 살펴보고 취재 해보시라, 누가 권력인지
저는,
이 문제는, 언론이나 학자, 정치인들이 "정면에서 비판"을 해줬으면 싶은데,
비사법고시 출신은 전문가 아니잖아? 라는 고정관념 벽이 너무 높습니다.
그럼 사법고시 출신은 법조 개혁이 가능할까요?
그건 강남 부동산 재벌에게 "토지개혁"을 기대하는 것과 비슷한 기대수준입니다.
솔직히 제가 정치인이라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을 직접 목격한게 불과 10년 전이고, 그 사이에 사법권력은 더 강해졌으니까요
3.
사법권력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는
우리가 불과 몇년 전 "양승태 대법원"을 보면 압니다.
그 압도적인 권력과, 전관 예우도 부족해서, 아예 시장을 더 키울 요량으로 "상고법원" 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 이전에 추진된 사법부 개혁안은 물론 다 사장시켰고요.
인사도 사법부에 충성하는 인사들로만 채워놓았죠.
요놈의, "상고법원" 이라는게 만일 생기면, 법조 시장이 한 20~30% 정도는 더 커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야말로, 전관들이 활약할 여지도 늘어나고, 판사의 권력도 더커지고, 대법원의 위상도 머 하늘을 찔렀겠죠.
그거 한다고, 아예 법조계가 총동원 되어서 박근혜 청와대가서 "판결 딜(Deal)'을 건 겁니다.
"우리가 무슨 판결해주면, 상고법원 해줄래??"
그 양승태 체제에 충성한 판사님들이 아직도 재판을 잘 하고 계시고,
나중에 전관예우 받으면 또 어디서 잘 먹고 잘 사시겠죠.
양승태 사법부에 대한 철두철미한 반성과 개혁 약속 없이, 사법부 신뢰가 가능할까...
사실 판사님들의 문제도, 다시금 공수처로 환원됩니다.
사실 법조계 법원-검찰은 완벽한 쌍생아이자, 이익공유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지난 60년간 큰 틀의 변화가 없이 지켜져왔고, 엄청난 특혜 속에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를 감시할 국회 법사위원회도 사실 다 같은 사시출신이죠.
이를 비판해야할 언론인들은, 같은 '엘리티즘(Elitism)'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기왕이면 같은 "먹물"들이 지도하는 사회가 효과적으로 보는 것일테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는 것이죠.
이걸 누가 달겠습니까?
청와대가 사실 유일합니다. 직선제 대통령이 사실, 우리 헌법체계에서 국민의 가장 큰 권한 위임을 받았으니까요.
국회에서 가장 쉬운 개혁안이, 헌법이나 민감한 형사소송법을 건드리는게 아니라면
180명 선만 확보하면 가능한 "공수처"가 거의 유일합니다.
그래서, 내년 선거가 사실은 "공수처"를 놓고 "사법개혁"을 놓고 벌이는 대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이를 해결할 방안이 여럿 있습니다.
다만, 문제의식이, 제대로 공유가 안된 것 뿐이죠.
우리사회가 이번 조국 사태를 보고 느낀 사실이 있을 겁니다.
"아, 먼가, 권력이란, 무서운 거구나, 그게 사법권력이구나" 하는 점을요.
대통령의 의지나, 집권여당, 양심적 대법원장 수준의 압박으로는 택도 없는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있거든요, 법조권력의 영속화, 이것만은 터치하지 마라...,
건들면 모두 다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하고 양심적이라는, 게다가 그들의 스승이기도 했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들,
서울대 법대 안경환-조국 라인이 그 혹독한 검증에서 1명은 백기를 들었었고,
조국은 현재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죠.....
이렇게, 개혁이라는게, 무서운 겁니다.
이렇게 3편, 아니 4편의 글을 써봤는데,
어찌 조금 만족하셨을런지 모르겠습니다.
권력이라는 건, 돈에서 나오고, 또 그 권력이라는 것은 법에서 나오는 거기도 해서
여러모로 복잡하지만,
아무쪼록 조금 이해가 되셨으면 싶고....
결론은 간단합니다.
"일부 로펌변호사(로비스트)를 로비스트라고 부르면 됩니다...로비스트를 장관이나 국회의원으로 영입하면 큰일납니다."
"전직 공무원들이 로비스트로 이직할 때, 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면 됩니다"
"공수처 만들어서 로비스트와 현직의 관계를 감시하면 됩니다."
"현직 공무원들이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하면 됩니다."
PS.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에도 정말 훌륭한 판사님과 검사님, 그리고 변호사님들이 과반은 훨씬 넘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정 집단을 "악마화" 하는건 옳은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그 구조가 고착화되고, 기득권이라는 게 생기고 그것을 누리는 이들이 생기면
사회 전체에 독(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그 독은 스스로 치유가 힘들고, 게다가, 국가권력과 미래의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하게 국민의 감시를 받으면서 적절하게 관리가 되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시고,
수정사항 있으면, 바로바로 댓글로 조언 주시면 감사합니다.
저도, 이런 글 쓰면 조금 두렵긴 합니다. 괜시리 말이죠....아, MB정권 사찰의 잔재란 ㅠㅠ
+++ +++
'공수처'와 '전관예우'의 복잡미묘한 관계 파악하기
(1편)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972120CLIEN
(2편)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977107CLIEN
(0편)
한국 법조계는 어째서 '극단적'으로 보수적일까?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951655CLIEN
다행이 밤 늦게 써서, 보는사람이 덜해서, 쪽팔림은 조금 덜하네요.
감사합니다...
윤석열 같은 사람도 저렇게 나올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Vollago
다시한번 감사드려요.
별 특별한 내용은 없고 다 알만한 내용들만 추려서 쓴건데, 여튼, 구어체 글이라서 주술관계 안맞는 문장이 10%는 될 것 같은데, 필력으로 칭찬해주셔서 쑥쓰럽습니다. 꾸벅.
지금 검찰은 점점 썩은무리가 많아진다는데 문제가 있지요..
무소불위의 권력.....함부로 쓰면 안되지요...국민이 준건데..
좀 더 깊이 생각해볼 거리가 생겼네요.
판사는 쭉 판사만 하다가 정년퇴직하고
검사는 쭉 검사만 하다가 정년퇴직하고
변호사는 쭉 변호사만 하다가 정년퇴직해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노무현 전대통령 수사, 채동욱 검찰총장 임명, 그리고 이번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에 있어 천룡인같은 행태를 보이는데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적폐라 봅니다.
검찰, 나아가 판사조직의 견제가 절실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게 같은 내용을 주기적으로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그냥 잠깐 베스트 올랐다가 뭍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글이에요
전문가들이 워낙 많은 분야라, 저 아니라도, 더 많은 분들이 공수처 얘기 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오히려 제가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많은 분들이 감사하지요!
시간 되시면 또 써주세요
저 포함 너무나 많은 분들께 참 도움이 되었답니다
무슨일 하시는 지는 모르지만 하시는 일 항상 잘 되고 두루두루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일전에 매국 관련도.. 종종 좋은 글 써 주신 거 늘 감사합니다.
미래를 위해 다 같이 깨뜨려야할 큰 적폐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인간의 문명도 욕망만으로 채워진다는 역사의 쓰디쓴 교훈을 배워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넘겨짚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보 언론인들 평균적으로 이 글 수준의 기본적 이해 없이
주변의 정치부 기자들이나 민변 친구들한테 그때그때 의존해서 기사 날리더군요.
동료기자들이 다시 걔네들 얘기를 관점으로 삼으니 도돌이표.
클리앙 관음해서 IT와 각종 정보 기사 잘 받아썼으면 이 글도 읽고 배워야 할텐데요.
클량의 힘은 바로 이런데서 나오는듯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며, 내년 한일전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방심하지 말고 힘을 모으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애매하게 갑갑하던 이유를 좀 더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 카르텔을 어떻게 고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공수처가 저 틀을 깨는 첫걸음 이란건 확실히 알겠네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