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4일 누리호 3차 발사 일정을 참고하여 반차를 내고 여수시에 속한 낭도에 방문했습니다. 2차 발사 때와 같은 장소이죠. 그런데 2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기 상태가 불량하여 가시성이 몹시 나빴다는 게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도착 직후 발사 연기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발사를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못 얻었을 것이라 위안을 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점심식사를 하면서 TV를 보는데 문제 해결이 되어 같은 시각에 발사하게 되었다는 속보가 뜨더군요. 부랴부랴 다시 반차를 내고 낭도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날씨가 훨씬 좋아졌더군요. 이 정도면 뭐라도 찍히겠다 싶었습니다. 삼각대에 P1000을 얹고 발사대를당겨보니...?
멋지게 나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좀처럼 안정적인 촬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건 장소 특성이나 다름 없어 적당한 삼각대 무게추를 안 준비한 스스로를 탓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방송과 인터넷 뉴스 속보를 주시하면서 틈틈이 기록을 남겼고, 2시간 넘게 기다린 결과 발사 카운트다운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누리호가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낭도는 발사대에서 18km나 떨어진 곳이라서 눈으로 발사 시작하는 걸 목격하고 거의 1분이 다 되어서 로켓의 우렁찬 소리가 귀에 도달하더군요. 우연찮게도 그 타이밍에 누리호는 구름 속으로 모습을 감췄습니다. 안 보이는 로켓의 소리를 계속 듣게 되니 묘하더군요. 그래도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아서 잘 올라가고 있겠거니 하면서 촬영 장비를 챙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쯤 왔을 때 발사가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괜시리 뿌듯해졌습니다.
한편, 새로 준비한 삼각대와 비디오헤드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손으로 수동 추적을 할 때의 저항감이나 손목에 느껴지는 부담감은 줄어들더군요. 그런데 완전히 부드럽게 따라가는 건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영상 처리를 해서 안정화 적용을 했더니 까만 상자가 많이 나타나네요. 이건 결국 제 손놀림이 미숙한 탓인가 봅니다. 계속 하다 보면 실력이 늘려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이라고 해도 차로 2시간이지만...) 곳에서 로켓 발사를 구경할 수 있다는 건 운이 좋았습니다. 좀 더 자주 발사하면 좋겠네요.
현장의 경험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