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간 천체관측을 하면서, 고정된 상태로 카메라 촬영을 할 때는 슬릭 프로 340DX 삼각대를 써왔습니다. 전반적으로 믿음직스러운 물건이기는 한데, 2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작은 편이기는 하나 자주 쓰는 가방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기본 장착된 SH-705E 3웨이 헤드의 움직임이 이동 중인 피사체를 따라가기에 약간 부족했다는 것이죠. 작년에 누리호 발사 추적 촬영 때 흔들림이 심했던 게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아예 삼각대와 헤드를 세트로 바꿔봤습니다.
위에 보시듯이 헤드는 FX-VR1 비디오헤드로 골랐고, 삼각대는 FX-7432TTX로 했습니다. 둘 다 호루스벤누에서 나온 제품인데, 나름 고급형이라고 FX로 시작하는 제품이라 속는 셈 치고 주문해서 조합했습니다. 헤드 장착 후에도 기본 제공되는 휴대용 가방에 완전히 들어감은 물론, 앞서 언급한 애착(?) 가방에도 쏙 들어갑니다. 그래서 휴대성 문제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럼 남은 건 비디오헤드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무게가 좀 나가는 P1000 카메라를 장착해보면 기본 도브테일에 장착하게 될 경우 앞으로 쏠리는 문제가 있어서 연장된 도브테일로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이렇게 한 손으로 조절 막대를 잡고 움직여보면 꽤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움직임은 아래 동영상 참고). 이 정도면 쓸만하겠다 싶어서 우주정거장 추적 촬영을 시도해 보았죠.
피사체 크기나 밝기로 따지면 국제우주정거장을 찍어보는 게 최적이었지만, 구입 직후 천체 움직임 예측 데이터를 보니 톈궁(중국 우주정거장)이 제법 가깝게 접근하면서 통과하는 걸 발견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겠지만 육안으로 포착해서 눈으로 따라갈 수만 있다면 헤드의 부드러움을 시험해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해서 공터로 장비를 들고 촬영 준비를 했습니다.
이 날은 금성이 초저녁에 밝게 빛나고 있어서 카메라 초점 잡기는 편했던 반면, 대기 상태가 좋지 않아서 전반적으로 하늘이 뿌옜습니다. 이러면 어두운 천체는 잠식당하기 쉬워서 포착하기가 어려워지죠. 그래서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톈궁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랴부랴 1분 가량 추적 촬영을 시도해본 결과...
낮 시간에 태양 앞을 지나가는 모습과 비슷한 수준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게다가 연속 추적도 40초 넘게 할 수 있었고요. 기존 삼각대로 찍을 때 놓치는 프레임이 많았는데, 더 어두운 피사체였음에도 불구하고 놓친 수준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앞으로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누리호 촬영 때 기대가 됩니다.
톈궁을 따라가면서 찍은 실제 모습은 위의 영상에서 정리를 해보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FF, APS-C 에 70-200, 80-300 망원이 있어도 이런 시도도 안하는 저 같은 사람들과 대조되는 것이죠 ㅠㅠ;
장비 세팅하실 때 항상 헤드하고 다리 조임 부분 두세 번 더 체크하시고, 사용중에 풀리는 낌새가 없는지 수시로 체크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장바구니까지 담았다가 뺐던 브랜드인데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