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하는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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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회로
우리 사회에는 오랫동안 학업성취와 직업적 성공, 소득과 자산, 사회적 지위를 서로 연결해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남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되고, 좋은 대학과 직업을 얻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렇게 얻은 소득과 지위는 다시 자산 축적으로 이어지고, 자산은 다음 세대의 교육과 주거, 사회적 기회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은 개인의 노력과 성취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동력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경쟁의 결과가 지나치게 좁은 기준으로 평가될 때 발생합니다. 돈과 직업적 지위가 능력과 성공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보다 다른 사람보다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전문직이나 고위직을 향한 치열한 경쟁을 단순히 개인의 탐욕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구가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성, 전문성, 사회적 영향력, 부모의 기대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욕망 자체보다 특정한 성공의 형태에 지나치게 큰 보상이 집중되어 있는 사회적 구조입니다.
자산가격의 상승 역시 이러한 경쟁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주택과 같은 핵심 자산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 자산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개인은 단순히 현재의 소득만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 격차까지 걱정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산을 축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많은 개인과 집단의 합리적인 선택이 모였을 때 반드시 사회 전체에 가장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정 직업군이나 이해관계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결속하는 것도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집단의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이 충돌할 때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면 갈등은 쉽게 극단화됩니다. 반대로 이러한 집단을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그 구성원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규정하고 모든 행동을 특권이나 탐욕의 관점에서 해석하기 쉽습니다.
결국 여기에서 상호 불신의 악순환이 만들어집니다.
어떤 집단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강하게 결속하면 사회적 불신이 커지고, 사회적 불신이 커지면 다른 사람들은 그 집단을 더욱 적대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면 해당 집단 역시 자신들이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면서 더욱 강하게 결속하게 됩니다. 서로가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기보다 가장 부정적인 동기로 해석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사람들에게 더 착해지라거나 욕심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함께 타인을 돕고 사회에 기여하려는 욕구도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욕구가 더 쉽게 발현되도록 사회의 규칙을 설계하느냐입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는 경쟁이 없는 사회가 아니라 경쟁에서 얻은 성취가 사회 전체의 발전과 연결되는 사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성공의 기준을 보다 다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뿐 아니라 연구, 교육, 돌봄, 창업, 예술,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교육 역시 단순히 남보다 높은 점수를 얻는 능력만을 평가하는 방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자산과 부모의 배경이 다음 세대의 기회를 지나치게 결정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주거와 교육의 격차가 개인의 출발선을 결정하는 구조를 완화해야 합니다. 자산을 가진 사람의 정당한 재산권을 존중하면서도, 자산 격차가 곧바로 기회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민주사회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해야 합니다. 의사와 환자, 기업과 노동자, 임대인과 임차인, 수도권과 지방,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게 무조건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더라도 사회 전체가 유지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기적인가라는 질문만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선량한 사람들조차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쟁하고 서로를 불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입니다.
개인의 욕망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의 합리적인 이익 추구가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고, 자신의 성공이 사회 전체의 발전과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경쟁을 없앤 사회가 아니라,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사회, 그리고 개인의 성공과 공동체의 번영이 가능한 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회입니다.
댓글 14
그리고 '특정한 성공의 형태에 지나치게 큰 보상이 집중되어 있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비판을 하셨는데 글로벌 경쟁에서 누가 선두에 뛰어들 수 있죠?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고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자본은 필수 같은데요.
가시면 됩니다
회사에서 평가 기준을 만들어도 그 기준에만 들도록 직원들이 행동해서 모든 일이 왜곡되는 것 처럼요. 정부에서 남녀 변기 수를 맞추랬더니 여자 변기 수는 그대로고 남자 소변기 수만 줄어들지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모든 삼성 직원들이 모든 삼정 직원들보다 유능한가?
인생은 운칠기삼인데 "능력"이라는 환상에 갇혀있는 느낌입니다.
학창 시절에 시험 잘친걸로 전부 포장되는 부조리요.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고
그것에 어려번 속는사람도 공범입니다.
문제는 항상 각론입니다.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 교육정책, 의료 정책... 등등 에서 이 총론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여기에 답을 해야죠.
문제는... 지난 정책은 어떠 했고, 정책의 결과가 어떠 했는지 절대 복습하지 않고 그대로 다시 추진하니,
정책 수행의 결과도 동일하고, 정권을 넘겨주는 결과도 동일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