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소개할 천체는 사진이 딱히 없어서 밋밋할 수 있는데, 내용 자체는 꽤 흥미로워서 글로만 정리해봤습니다.
스페인 하엔대학교 연구팀이 우리 은하 안에서 '마이크로블레이자'라는 걸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해요. 이름이 좀 낯설죠. 먼저 비슷한 이름들을 구분해두면 이해가 쉬운데, '블레이자'는 아주 먼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제트를 지구 쪽으로 정면에 가깝게 쏘고 있는 천체를 말합니다. '마이크로퀘이사'는 우리 은하 안에 있는 항성질량 블랙홀이 제트를 뿜는 천체인데, 이쪽은 제트 방향이 지구를 향한 경우가 드물었어요. 이번에 발견된 마이크로블레이자는 이 둘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 안에 있으면서, 제트는 지구 쪽으로 거의 정면을 향하고 있는 흔치 않은 각도의 천체예요.
이런 천체가 존재할 거라는 예측은 이미 30년 전에 나왔지만, 그동안 아무도 실제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천체 자체가 먼지 벽 뒤에 숨어서 30년 가까이 눈에 띄지 않았거든요. 발견 과정을 보면 전 세계 여러 기관이 각자 조금씩 단서를 모아서 겨우 실체를 밝혀낸 느낌이에요. 시작은 별빛이 미세하게 깜빡이는 것 하나를 포착한 거였습니다.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증명이 안 되니까 이걸 붙잡고 계속 분석을 거듭했고, 그 결과 11.38일 주기로 도는 동반 블랙홀이 숨어 있다는 걸 겨우 알아냈어요. 그다음엔 유럽 여러 나라 전파망원경을 묶은 네트워크(EVN)랑 가이아 위성이 각자 잡아낸 좌표를 정밀하게 맞춰보는 작업까지 거쳐야 확인이 끝났고요. 지구에서 약 12,000광년 떨어져 있고, 블랙홀 질량은 태양의 10배 정도, 제트 속도는 광속의 75%에 달한다고 하네요. 이론 하나를 30년 동안 붙들고 있다가, 결국 여러 나라 관측 데이터를 짜맞춰서 밝혀낸 겁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반대쪽으로 나가는 제트예요. 이쪽은 지구에서 직접 보이지 않지만, 남아공의 MeerKAT 전파망원경이 지름 100광년짜리 거품 모양의 흔적을 잡아냈다고 합니다. 이 제트가 주변 물질과 부딪히는 지점에서는 100TeV, 그러니까 100조 전자볼트가 넘는 초고에너지 감마선까지 검출됐어요. 유럽입자물리연구소 LHC가 만드는 양성자 에너지보다도 10배 넘게 높은 수준이라고 하니, 이 작은 천체 하나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 가속기 역할을 맡고 있다는 뜻이죠. 우리 은하 안에서 이런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 이른바 '페바트론'의 실제 사례를 처음으로 보여준 발견이라고 하네요.
나머지 내용은 블로그에 정리해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