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운전하다가 길가에 지역 고등학교가 2025년 Forensics champion을 했다는 표지판을 봤습니다.
여기는 지자체에서 지역 고등학교가 체육대회를 제패할 경우 길가에 영구 표지판을 세워주는 일이 흔합니다. 아래 인터넷 사진 예제처럼요.


위 사진에 나온 포렌식 클럽(Forensics club)은 한국 사람이 들으면 지문을 채취하는 붓과 혈흔을 찾는 자외선 조명 등을 들고 다니는 고등학생들을 떠올릴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제 딸이 친구 따라 고등학교 포렌식 클럽에 들어갔다고 말할 때만 해도요. 과학과 별로 관계 없는 네가 지문 채취를 하겠다고?
그런데 이 과학수사 의미는 포렌식이라는 형용사의 세번째 의미입니다. https://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forensic
제 딸이 들어간 포렌식 클럽은 해당 단어의 첫번째 의미, 즉 논쟁 클럽입니다. 지역 대항 경진대회에 한 번 차를 태워주느라 따라간 적이 있었죠. 만약 잘 했더라면 이런 식으로 전국 단위 대회에 출전했을겁니다. 2026년 대회는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했네요. https://www.speechanddebate.org/national-tournament-2026/
미국에는 고등학교에 벼레별 클럽이 다 있습니다. 모의 경영 클럽도 있습니다. 포렌식 클럽처럼 전국 단위로 모의 경영 클럽이 있어서 지역 예선, 주 예선을 거쳐 각 주 우승팀이 비행기를 타고 한 도시에 모여서 결승전을 합니다. 2027년 4월의 전국 대회는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하는군요. 디즈니랜드도 그 도시에 있습니다. https://www.deca.org/conferences/icdc
이런 클럽 활동은 대학교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 (영어로는 essay)에 기재하기에 좋은 주제가 되며, 클럽 선배는 대학교에 갈 때, 직장을 찾아 낮선 도시에 갈 때도 정착 정보를 위해 찾아가는 인맥이 되기도 합니다. 고등학교가 이런 클럽 활동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육구 예산이 있어야 하고, 경험과 열정이 있는 유능한 지도교사들을 채용할 수 있어야 하고, 학부모이나 학생들의 모금 (fundraising)을 통해 활동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 예전 게시물을 보면 여름에 제 도시 고등학교 운동부 학생들이 모금활동으로 손세차 행사를 연다는 내용이 있지요. 특히 주 대회나 전국 대회를 위해 이동하려면 운영자금이 좀 있어야 합니다.
굴러간당 - [미국] 고등학교 수영부 운영기금 모금 세차행사 이용 후기
미국 공립학교들의 수준이 지역별로 엄청나게 다른 이유중에는 이런 클럽 활동을 운영할만큼 학부모들의 관심과 여유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물적, 심적 후원이 있는 지자체의 공립학교는 웬만한 사립학교 못지 않은 또는 능가하는 실력이 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중국, 한국, 인도 3개 나라 부모가 공립학교 학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애들 클럽활동에 이만큼이나 열정을 불사른다고? 학부모들이 돈과 노력을 이만큼이나 써야 한다고?
갑자기 주말에 저 멀리 비행기 타고 가서 경기해라 이런게 부지기수인 미국인데요
미국은 아이에게 관심을 적게 들이는 사람이 느끼는 자책감이 한국만큼 심하지 않다는 점이 좀 다르지요.
미국도 같은진 모르겠지만 졸업식 같은 경우 여기 캐나다는 일생에 공식적인 졸업식은 고등학교 졸업식 한번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엄청 크게 합니다.
동네 전체가 기뻐해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죠. 동네신문에 얼굴 다 실어주고.. 공원같은곳에 사진도 붙여주고.. 상점마다 다 축하한다고 현수막도 걸어주고.. 차로 퍼레이드도 해주고..
저 개인적으로는 매우 인간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재밌기도 하구요,.
그리고 코로나때 시작된 일인데, 이 집에 어느 고등학교 졸업생이 살고 있습니다! 라는 lawn sign을 학교에서 만들어서 집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학교 이름(제일 크죠), 학생 이름, 학생 사진이 찍힌 lawn sign을 세워놓을 수 있습니다. 공식 집체 졸업식을 하지 않았던 2020년에만 할 줄 알았더니 반응이 좋아서 그 후로 매년 합니다.
(라크로스 같은 스포츠 팀 하나 만들어주고, 실력 좋은 학생들 스카웃 해와서 대회 우승시키고 이러기도...)
우리나라가 교육열이 강하네 뭐네 하지만,
천조국은 돈을 쓰는 스케일이 다르구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들의 정성은 높지요. 중학교 치어리딩 지역 경진대회를 우리 중학교 팀 간식 스탠드를 직접 만든 간식을 가지고 세워주는 학부모들이 많이있는 식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