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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장례식장에서 오빠의 글을 읽은 여동생 4

2026-05-30 23:31:53 223.♡.80.50
Oros

죽기 전, 수목금토 그리고




[수요일] 


'하늘이 이상하다.' 


산책로의 벤치에 앉아 있던 한 남자는 평소와 다른 이질감을 느낀다. 


미세먼지가 없어서 그런 걸까 싶던 남자는 고개를 들고 콧구멍을 크게 벌린 채, 이제는 없어진 맹장 위치까지 숨이 닿게 깊이 들이마신다. 


코 안쪽의 후각 신경세포에 냄새 분자가 결합되는 순간, 화학적 신호는 전기 신호로 바뀌며 두개골의 미세한 구멍들을 통과해 뇌로 전달된다. 


두 달 전 샀던 고급 디퓨저보다 더 진한데도 코를 찌르지 않는다고 느낀다. 


타르처럼 끈적이고 암흑물질처럼 규정하기 힘든 그의 마음마저 이런 향기라면 치유될 것만 같다. 


자연은 늘 그를 안아준다. 


어쩌면 자연만이 그럴지도 모른다. 


정답과 오답을 구분 짓기라도 하려는 듯 각진 블록으로 나뉘어진 신도시에서, 


그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블록의 갈대밭을 20분째 쳐다보고 있다. 


그는 카메라 없이 눈대중으로 이리저리 구도를 잡아보지만 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려하거나 예쁘게 조성된 공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완벽히 방치된 곳도 아닌 이 공간에서 그는 매번 안정감을 느낀다. 


수많은 사람들이 빽빽한 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어느 순간 한 명도 없는 고요한 공간에 들어섰을 때와 비슷한 안정감일까 생각해본다. 


너무 많은 것이 정리된 곳도, 


너무 많은 것이 버려진 곳도 그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서울을 사랑했다. 


특히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나무가 우거지게 심어져 있던 목동의 거리들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흘러넘치는 사람과 빌딩들에 점점 숨이 막혀갔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시골 역시 자신과 어울린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그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어설픈 산책로를 지나 집을 향한다. 





[목요일] 


흰색의 샤오미 전기 포트에서 물이 끓고 있다. 


그는 물이 끓을 때 특유의 소리를 카운트 다운마냥 느끼며 재빠르게 G7 커피 가루를 컵에 뿌린다. 


이어서 낭비하는 동작 없이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 컵 옆에 둔다. 


끓는 소리를 들어볼 때 아직 몇 초는 더 남아 있단 것을 느낀다. 


새하얀 전기 포트 입구에 묻은 커피 자국을 본 뒤 창문을 바라본다. 


역시 뷰가 좋은 고층에 살길 잘했단 생각을 한다. 


"틱!"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은 다 끓었다. 


소량의 물만 붓고는 수저를 쓰지 않은 채 손목의 스냅만을 이용해 커피를 섞는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은 물과 우유의 비율이다. 


별도의 계량기를 쓰지 않는 그는, 


감각적으로 완벽한 배합을 맞추는 일 자체를 하나의 유희처럼 느낀다. 


이번의 커피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배합이라고 느낀 그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표정으로 커피를 음미한다. 


혓바닥을 타고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금요일] 


맹장수술로 더 이상 그에게 맹장이란 기관이 없듯, 


이제 그에겐 카메라가 없다. 


명기라 불리던 Nikon D850과 중형 필름 카메라인 Mamiya 7-II의 조작감을 잠시 회상한다. 


검지손가락을 두어 번 까딱거리고 왼손은 파지 자세를 취하던 그는, 


시선을 떨구고 컴퓨터 옆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삼각대를 쳐다본다. 


과거에 사용하던 Leofoto 삼각대에는 못 미치지만 카본 특유의 질감과 비슷한 방식의 락 시스템 덕분에 여전히 만족스럽다 느낀다. 


아마 이 녀석은 팔지 않고 끝까지 내 곁에 두고 가지 않을까 싶다. 


주인을 잃은 녀석이 되려나 싶던 그는, 생각을 유보한 채 모니터를 본다. 


여전히 세상에 꺼내놓지 못한 정리해야 할 사진이 많다. 


완벽주의의 성격을 가진 그는 최근 무언가 변한 느낌을 받았다. 


기존 그의 작품은 다층적이어야 하고, 완성도가 높아야 하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합성이 있어야 했다. 


즉, 제작 혹은 가공 전에 그만의 설계도를 짜놓은 뒤 실행해야 했다. 


그렇기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대단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강박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작품이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전혀 다른 성질의 것으로 오해받는 것은, 그에게 손가락이 잘리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요새는 불완전한 것과 오해받는 것에 개의치 않게 되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그가 유일하게 느끼는 것은 어느 순간 그것에 생명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항상성을 가진 생명체와 같달까. 


굳이 먹이를 주지 않아도,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생명체는 항상성이 있기에 생명을 유지한다. 


그는 불현듯 홍상수 감독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사실 저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어떤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제게 주어진 것들과 함께 춤을 춘다고 할까요?" 


"제게 주어진 것들에 정말 집중할 수 있다면,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도 엄청나게 큰 것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갑자기 깊은 만족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는 어쩐지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고개를 돌려 책상 위의 빨간색 시계를 쳐다보고는 나갈 채비를 한다. 


신발을 새로 사서 그런지 유난히 가벼운 발걸음을 느끼며, 


보이지 않을 미소를 머금고 집을 나선다. 





[토요일] 


그는 그날 카페에서 북한산의 정경을 여유롭게 보고 싶었다. 


꼭 여행을 가지 않아도 여행 간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곳에 도착한 그는 포근한 햇빛과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자리를 찾는다. 


아이는 새로운 곳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날씨가 기가 막히다며 제법 어른스러운 말투로 내 맞장구를 친다. 


아내가 자리를 찾는 동안 아이와 나는 손으로 펜싱을 하듯 장난 섞인 게임을 한다. 


손으로 배를 찔러서 10점을 누가 먼저 달성하는지를 겨루는 그들만의 게임이다. 


비등비등한 점수를 기록하던 것이 불안했는지, 


아이는 나뭇가지를 줍고는 이 지팡이로 마법을 쓰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 큰 소리로 외친다. 


아이의 승리로 돌아간 그 게임을 마치고 자리를 잡은 테이블에 앉아, 가족은 호두가 뿌려진 시그니처 커피와 딸기라떼를 마신다. 


딸기라떼를 순식간에 비워버린 아이는 이제 힘이 찼다며 그에게 팔씨름을 제안한다. 


그는 평소 검지손가락 하나로 하고, 아이는 두 손을 썼지만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아이는 그 사이 성장했던 것이다. 


'한 살 더 먹어서 힘이 세진 것일까'라고 느낀 그는 못 이기는 척 져준다. 


몇 번의 팔씨름을 더하며 기세가 등등해진 아이는 못 이길 존재가 없었다. 


아이는 엄마에게도 팔씨름을 제안한다. 


엄마는 봐주지 않겠다며 말한 뒤 둘은 손을 잡는다. 


동시에 그는 아이의 자세가 불안정하다 느낀다. 


하지만 아이를 상대로 격렬하게 할 리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잠시 북한산을 바라본다. 


10초 정도 지났을까. 


아이가 "악!"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한다. 


그는 아이의 우는 표정을 본다. 


팔씨름에서 져서 우는 표정이 아니라 아파서 우는 느낌이 든다. 


순간 그의 입에선 욕이 나온다. 


아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가 본 아내는 늘 그랬다. 


악의는 없지만 상처를 주고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는 말해봐야 그녀가 이해도 못할 것이고, 말할 에너지도 없다고 느끼며 이제 스타필드로 갈 시간이 되었다 말한다. 


그곳을 향해 운전하던 그는,

 

아이가 밖에서 노느라 더러워진 손가락을 음료에 담갔을 때 소리치며 아이를 울먹거리게 만들었던 자기 자신을 떠올린다. 





[그 이후] 


장례식장에 앉아 있던 그의 부모는 슬픔에 잠긴 듯 보인다. 


장례식을 진행하지 말라던 그의 유언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득 부모는 경찰이 확보한 정보를 떠올리며 자식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느낀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계속 뒤섞였다. 


그의 여동생은 장례식장 건물의 화장실에 들어가 무심코 유튜브를 틀고는 그의 뉴스를 본다. 


차마 영상을 보기 힘들었던 그녀는 영상을 멈추고 댓글을 본다. 


'죽을 용기로 살아야지 ㅉㅉ' 


'무책임한 인간 쓰레기가 ... ' 


'뒤질 거면 산속에 들어가서 뒤져라!' 


몇 개의 댓글을 보던 그녀는 댓글을 재빨리 아래로 넘긴다. 


넘긴 끝엔 '이 사람 사이트 가보니 아티스트병 걸렸던데ㅋㅋㅋ'라는 댓글이 있었다. 


그녀는 어떤 사이트인지 빠르게 검색을 한다. 


변기커버 위에 앉은 그녀는, 허벅지에 축축한 무언가를 느끼지만 금세 잊는다.

 

몇 분이 지났을까. 


그녀는 '아버지는 오늘도 가장 늦게 수저를 내려놓는다.'라는 그가 남긴 글의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다. 


딱히 오빠와 친하지 않았던 그녀는 쓸데없이 가슴이 갑갑하다고 느낀다. 


건물 밖으로 나온 그녀는 하늘을 얼마간 바라본다. 


미세먼지가 없어서인지 '하늘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몇 시간째 식사를 하지 못한 그녀는 공복감을 느끼며 장례식장 안에 들어가 육계장을 먹는다. 


소고기인지 뭔지 모를 음식물이 씹힌다. 


흔히 육개장에 들어 있는 종류의 식감과는 어딘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어쩐지 식욕이 사라진 그녀는 수저를 간결히 내려놓은 뒤 자신의 앞에 있는 아버지를 본다. 


그녀가 바라본 아버지는 그날도 가장 늦게 수저를 내려놓았다. 



  


   

 

 

 

 

 

 

 

 

 

 

 

 

 

 

 

구조를 다양한 매체로 작업합니다.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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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을 향한 마지막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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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4]
에일리언
IP 92.♡.186.150
05-30 2026-05-30 23:35:49
·
구조가 뭐에요?
인공윈성
IP 114.♡.162.26
00:01 2026-05-31 00:01:59
·
이분 도움이 필요할거같은데요
올데포
IP 210.♡.46.99
00:35 2026-05-31 00:35:16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980947CLIEN

이런 사례인걸로 추정됩니다.
MAGPUL
IP 125.♡.5.149
00:41 2026-05-31 00:41:33
·
@인공윈성님 되게 무례하시네요 두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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