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몇 주 전에 99년생 남성이라고 소개 올렸던 회원입니다. 그때 20대에 대한 현장 리포트를 쓰면서 세대 간의 소통을 도모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 적 있는데, 기억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90년대생이 어떤 경위로 윗세대 분들이 이해하기 힘든 정서와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인지 설명드리기 위해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프레임을 가져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바탕으로 다음 번에는 그래서 지금의 진보 진영이 앞으로 어떤 전략과 정책 방향을 가져가면 성공할 수 있을지 나름의 견해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99년생이 말아주는 90년대생 이해하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소속감의 박탈과 그릇된 욕망의 주입으로 인한, 유래없는 "정신병 판데믹"의 등장
저희 부모님이 50대 후반이신데, 부모님은 어릴 때 이웃 주민들과 음식이나 생필품을 나누고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것이 일상이셨다고 그러시더군요.
학연, 지연, 혈연 같은 것들이 여러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통상적으로 허용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학교나 회사에서 선후배 문화도 짙게 남아있었던 것 같구요.
저희 세대에는 일절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혈연은 몰라도 지연? 그런게 있었다는 것 조차 신기할 지경입니다.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도 동기나 선후배와 가까웠나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회적으로 활발한 개개인이 알아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느낌이죠. 강력하게 주어지는 "우리가 남이가" 식의 소속감이랄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드라마틱한 차이가 생겼나, 저는 입시와 채용의 양상이 변화되며, 경쟁이 왜곡되고 고도화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90년대생은 좋든 싫든, 실제로 열심히 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상당히 비인간적이고 소모적인 경쟁 압박 속에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90년대생들은 청소년기 내내 Race to the Top을 할 것만을 주입받은 세대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의미하기 그지없습니다.
어차피 대졸 수준의 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사회에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대학을 어떻게든 가는 바람에 결국 세대의 7-80%가 대졸자가 된 상황.
그 와중에 입시에서 정시가 사라지고 수시가 전체 TO의 70%를 차지하게 되어, 전국 익명의 학생들과 수능에서 결판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앉은 동급생을 꺾어야 승리하고, 학교생활 중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내는 구조 속에서 짧으면 3년, 길면 6년 이상 컨디셔닝된 상황.
거기에 Race to the Top 기조 때문에 남보다는 나아야 한다고 가스라이팅 당하며 경쟁했는데, 내가 노력을 꽤 했어도 간발의 차로 경쟁에서 밀려나니, 그 앞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평생 벗어나기 힘든 신분의 격차가 주어지는 상황.
그릇된 욕망이 주입되고, 일말의 소속감을 느껴보지도 못한 채 경쟁에 몰두해 오다가, 결국 사회인이 되는 시점에 현실을 마주하고 심리적 추락을 경험하면서도, 주변에 속 얘기 터놓을 사람 하나 없는 그런 인간군상--이것이 바로 90년대생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이유로 20대 우울증 환자는 17만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최고를 기록중이고, 쉬었음 청년 같은 현상도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명백한 정신병 판데믹 현상입니다.
처음부터 웃어른들로부터 사회에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자신이 선택한 커리어가 어떻든지 간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 명의 사회인으로써 당당히 살아가라는 당부를 들었다면 지금보다는 이 정신병 판데믹이 훨씬 덜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히도 저 경쟁에서 살아남은 축에 속하기도 하고, 참으로 인격적으로 훌륭한 부모님을 만난 데다가, 개인적으로 많은 시도 끝에 10명 남짓한 친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건강한 저만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여 흑화(?) 하진 않았습니다.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지금 제가 어떤 모습이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2. "정신병 판데믹" 사태 속 최고의 기폭제로 작동한 젠더 갈등.
이들이 대학에 가고 사회초년생이 될 무렵, 젠더 갈등이 본격화되기 시작합니다.
젠더 갈등의 발단은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그 이후에 전개된 미투 운동이었습니다. 이상적인 언론이라면 이를 사회적 타협의 계기로 삼겠지만, 우리 언론은 이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습니다. 높아진 관심 속에서 트래픽을 끌기 위해 언론은 여자의 무고로 인생 망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데이트 폭력으로 끔찍한 일을 겪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24시간 내내 송출했고, 이는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각각 이대남과 이대녀에게 끊임없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사법부가 진보 진영에 큰 악재를 터트리는데, 그것이 2018년경 대법원이 만든 "성인지 감수성" 판례입니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도 진술만으로 성범죄 유죄를 판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이대녀는 자신이 성범죄를 당해도 그 특성상 증거가 잘 남지 않으니, 범인이 벌을 받지 않고 사회를 활보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잠식당해 억울한 피고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고, 이대남은 자신이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려 사회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여, 여자들이 가진 근원적 불안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이대녀와 이대남은 각각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는 페미니즘을, 반페미니즘을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나름대로 페미니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로 인해 이대녀는 민주당에 소속감을 느끼고 주요 지지층이 된 반면, 이대남은 완전히 반민주당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윗세대 분들은 이 세상에 젠더이슈 말고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게 유일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어이없어 하십니다. 합리적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설명드린 걸 찬찬히 생각해 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네 그렇습니다. 애초에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었던 거죠.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서 판단하니 비합리적일 수밖에요.
이전부터 계속 이어져 오던 여성정책 외에 문재인 정권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거나 한건 별로 없어요.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한 성인지 교육 정도? 저는 위에서 말씀드린, 사법부가 터트린 악재가 제일 중대한 변곡점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원리원칙주의자에 가까운 분이라, 전통적으로 약자라고 여겨지는 여성의 편에서 목소리를 좀 내려고 하신 것 뿐이겠죠.
그런데 하필 그 판결을 내린 대법원이 진보 정권에서 구성한 대법원이어서,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예민해진 이대남한테 너무 쉽게, 너무 크게 미움을 사게 된 것 뿐입니다. 국힘이랑 윤석열이 뭘 해주길래 찍었냐? 그런거 없습니다. 그들에겐 딱히 기대가 없었어요. 공포와 불안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감정적인 "적대감"에 기반해서 투표를 할 뿐이니 그걸 합리적으로 이해하려 하셔도 소용이 없는 것이죠.
역으로 생각해서, 진보 정권에서 여성정책을 화끈하게 해준게 없는데 이대녀는 왜 진보를 강력하게 지지할까요? 물론 민주당의 기본적인 이미지가 국힘보다 나으니 찍기 수월한 것도 있지만, 공포와 불안 속에서 이대녀는 "그래도 우리 말을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어!" 하고 지지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 가짜 소속감을 주는 존재, 커뮤니티와 사이비 종교.
이대남과 이대녀의 지지 양상이 뚜렷하게 갈릴 무렵, 이대남 일부는 더더욱 건강하지 못한 쪽으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소속감을 느낄 집단을 꾸준히 찾지 못하던 이대남들 중 꽤 많은 수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그들만의 부족을 형성하게 된 것이죠. 이 과정 속에 모종의 외부 세력에 의한 개입이 있었는지까지는 정확히 모릅니다만, 있었어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편향에 맞는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에코챔버 효과를 강화하며 그 세를 불려 나가게 됩니다.
사이비 종교도 침투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파편화된 개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에게 소속될 집단을 마련해주는 쪽에 혹하기 쉽습니다. 이 지점을 제대로 파고든 것이 신천지 같은 사이비 종교입니다.
윗세대 분들은 어릴 때 공동체 문화를 부분적으로나마 겪은 것도 있고, 또 노무현 대통령께서 돌풍을 일으킬 때 이에 호응하고 그분의 비극적인 죽음에 슬퍼하며 공통된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하나의 코홀트로 뭉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그런데 90년대생은 그 서사와 정서를 아예 모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제가 초등학생일 때 돌아가셨거든요. 그때 담임선생님이 우셨던 것 같은데.. 그것도 기억이 잘 나진 않습니다.
제 정치적인 기억은 박근혜 정권 말기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옛날에는 어렵사리 세력을 모아 선거를 치르고, 강성했던 보수정당에 맞서 이리저리 이합집산한 역사가 있다는 것을 저는 따로 알아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저한테 민주당은 항상 이기는 정당이고, 국힘 계열은 힘도 아젠다도 없는 비실이 정당이거든요.
이야기가 좀 샜네요. 어쨌든 우리 세대는 역사적으로도 하나로 뭉칠 이벤트 또한 딱히 없었고, 그러다보니 그 어떤 소속감도 가지지 못한 채 그 빈 자리를 엄한 조직들이 채우는 데 넘어가고 있는 상황 아닐까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4. 그럼에도 남아있는 희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
저는 90년대생들에 대해 희망섞인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그 지난한 경쟁과 갈등 속에서 이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낙천적 허무주의 사상, 스포츠에서 승패와 상관없이 열심히 했으면 박수를 보내는 문화,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을 깔보지 않고 존중하고 서로 응원하는 태도 등 서구적 개인주의/자유주의에 기반한 성숙한 문화가 그래도 알음알음 퍼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다른 세대 분들은 아직까진 이들에게서 그런 변화가 있다는 걸 느끼기 어려우실 수 있지만요.
물론 아직 왜곡된 욕망에 빠져 자신을 긍정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한 집단 속에 기생하며 타인을 공격하고 감정을 배설하는 인간들도 부지기수로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세대가 점차 회복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젠더갈등은 완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추세이고, 정치인들도 이 이슈를 섣불리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게 보여서, 지금보다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 봅니다.
또한 애초에 국힘을 지지했던 인원들도 무슨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 지지한 게 아니고 다분히 감정적 판단을 한 것이기에, 대한민국을 경영하기 위한 그 어떤 아젠다도 제시하지 못하는 국힘을 계속해서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에코쳄버에 빠진 이들이 다수 있어서 일정 수준의 왜곡은 계속 발생하겠으나, 적어도 다음 선거에서 이대남의 지지는 반반은 갈 것이라고 감히 예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상당히 잘 하고 계세요. 꽤 많은 친구들이 그리 생각합니다.
그러니 걱정은 하시더라도 너무 크게 절망하거나 분노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국가경영을 차분히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진심은 통하게 되어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포티니 뭐니 하는 세대혐오가 판치는 요즘, 이 자리를 빌어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하고 계신 수많은 짱돌 같은 윗세대 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힘이 되셨으면 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I 도움 없이 이 정도로 글 쓰실수 있으시면 정말 글 잘쓰시는 겁니다
내용은 사실 조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긴합니다
(1. 공동체 문화는 이미 그 전 세대에서 거의 없어졌습니다
2. 젠더 갈등에는 전 세대가 노출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정치적으로만 세상을 해석하시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가 옳다는 대전제를 가지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해석을 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윗세대가 하는게 항상옳지도 않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젠더갈등에는 모든 세대가 노출된 것이 맞지만, 20대가 제일 쉽게 휩쓸렸다고 생각합니다. 제 유투브만 해도 진짜 매일 무슨 여자가 어쨌네 남자가 어쨌네 하면서 도배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그런거 굳이 안 찾아보는 스타일이었는데도 말이죠. 언론의 부추김과 개인화된 알고리즘의 합작, 이게 컸다고 생각해요.
추후에 여건이 되신다면 90년대생이 느끼는 00년대생 리포트도 번외로 한 번 검토해주세요
이런거는 인공지능이 딱 선호하는 구조에요
내용 가운데,
“정시가 사라지고 수시가 전체 TO의 70%를 차지하게 되어, 전국 익명의 학생들과 수능에서 결판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앉은 동급생을 꺾어야 승리하고, 학교생활 중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내는 구조 속에서 짧으면 3년, 길면 6년 이상 컨디셔닝된 상황“
-> 교육정책하는 꼰대들이 이 문장 보고 반성해야 한다 봅니다. 수시를 장려하면 비인간적인 경쟁이 없어질거라 착각하는 모지리들이 정책을 입안하고 있으니 정신과 진료를 받는 아이들이 급증하지요. 99년생....10년, 20년이 더 지난 이후 태어난 아이들도 사정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낙천적 허무주의...그런 성향도 보이나 보네요. 일본 사토리 세대와 닮은 꼴일까요.
수시를 절대평가로 해야하는데 수시도 상대평가를 하니 모든게 경쟁 압박이 되는거겠죠
전국민을 의대로 몰아넣으려는건가 싶은 노동구조도 한 몫 하는듯한데... 어디가 시작인지 모르겠습니다
쓸만한 일자리가 연간 2만개가 나온다면서요.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 포함. 뭐, 대입 경쟁자체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고요. 남아도는 건 사람밖에 없는 땅에서.
어떻게해도 경쟁을 할거라면 수능으로 전국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세우는 것이 훨씬 인간적입니다. 살아남은 1등이 나머지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하는 구조가 훨씬 비인간적이지요.
보통 자기가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도 잘 인식을 못 하고/하거나, "내가 누리는 건 당연한데? 너희들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데"? 하지 않나 싶은데 아주 보석 같은 분이십니다. ㅋㅋ 화이팅 하세요.
인구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계급의 고착과 경쟁심화가 세대갈등과 성별갈등으로 변질되어 분출되었다는 측면도 살펴봄직 하다고 생각하여 제 예전 글을 소환해 봅니다. 원인에 대한 생각 이후 나머지 부분은 저의 생각과 대동소이하네요.
공감되는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20~30대까지는 원래 기성세대와 기성권력에 대한 반발심이 있어서 반민주당 편에 서는게 거의 당연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세대는 언제나 더 기존 세대보다 발전해 왔기에 걱정은 없으나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원자력폐기물처리 이런 똥을 너무 많이 싸질러서 미래는 더 답도 없다 싶습니다.ㅜㅜ
다행히도 사회가 빠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듯 합니다. 정성 어린글 감사하고, 건투를 빕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도 한창 세금 퍼부어야 하는 시기에.. 숫자가 제일 많은데다, 갈려나가고 있더라도 어찌되었든 이미 자리잡고 경제활동 하는 세대에 투자하기보단..
같은 금액이면 숫자가 적은 동생뻘 세대에 투자하는 게 20대를 챙겨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는 이미지도 얻기 좋고 아웃풋도 훨씬 가시적이죠
문제는 이러다보니 일본의 잊혀진 세대와 완벽히 같은 길을 가게 되었죠
숫자는 가장 많은데 자산으론 선배뻘 세대 못 따라가고 동생뻘 세대에 추월당하게 생긴
이러니 악에 받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몇 년 전엔 언론에서 90년생들 멸칭조차 퍼트리던 거 없이 아예 없는 세대 취급했던 이유가 있는 거죠
숫자는 가장 많으면서 애매하게 끼인 세대인 얘네들 챙기려면.. 정치인들 입장에선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 겁니다
니들은 알아서 이때까지 하던대로 살아남고 자살하고 하면서 잊혀진 세대로 남으라는 게 가장.. 효율적이죠
다만 정시수시 때문에 90년생 00년생들만 목숨걸고 옆에 친구와 경쟁한건 아닙니다.
그 이전부터 경쟁했습니다.
교실이데아라는 노래 등등이 왜 나왔는지 생각해보면
그 당시 학교생활 또한 지옥이었습니다.
70년대 생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주제에요.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고, 제대로 몰랐던 혹은 좀 다르게 생각하던 부분도 곱씹어볼 수 있게 해준 좋은 글이라 공감 남기고 갑니다.
2. 경쟁의 문제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문제가 그 이전 세대부터 존재했다는 댓글들의 의견도 맞습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원인이 존재함에도 결과적으로 각 세대에 끼친 영향의 정도는 아주 크게 차이났다는 의미인데, 각론이 아닌 총론적으로 보면 자본주의가 발전단계의 끝에 이르렀고, 우리나라의 산업화도 정점을 넘겼기에 부의 총량, 기회의 총량이 크게 줄어든 게 가장 밑단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 그대로 말이지요. 인심이 나기엔 곳간이 너무 비어버린 것 아닐까요.
3. 개인적으로는 말단의 입시제도 그 자체보다 '교육'이라는 시스템의 바뀐 지향점(인문, 도덕, 사회를 경시하고 취업과 기능에만 집중하는)이 해당 세대의 정신적 성숙이나 공동체 의식의 함양 같은 교육의 본질적 역할을 외면하면서부터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토대로 가장 중요한, 아니 토대 그 자체라 할 교육 전반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4. 진보교육감들을 필두로 이전 세대들이 발안하고 동의한 교육 정책들은 대부분 이 세대가 몸으로 겪고 뼈저리게 느낀 지점들에서 출발합니다. 윗 댓글에도 수차례 등장하는 것처럼 이를테면 '수시의 도입' 같은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되고 패배가 확정되는 제도를 이 세대들은 끔찍하다고 느꼈기에 다음 세대에게 이런 시스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지요. 하지만 모든 제도엔 단점과 부작용이 있고, 그 단점이 자신에게 피해로 돌아왔을 때 글 쓴 분 말씀처럼 불안과 적개심으로 가득한 당사자 세대들에게 그 제도가 자신들을 '위한' 절절한 선의에서 출발했다는 이해 같은 건 떠오를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5, 글 쓴 분과 제 생각이 다른 부분은 결론인데, 무언가 하면 저는 그럼에도 이 세대들에게 그리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세대가 이 지점에 이른 것은 위에 쓴 것처럼 그 이유도 추론할 수 있고, 안타깝고, 설령 선의에 기반했다 하더라도 상당 부분 앞 세대인 우리의 선택이 가져온 결과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조건이었더라도, 혹은 조금 더하거나 덜한 조건 어느쪽이었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우리 세대는 지금 세대 같은 결말로 스스로를 몰지 않았다- 하는 생각을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실망이나 의아함, 나아가 약간의 분노 같은 감정의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어른으로서 속 좁은 생각인 것 맞습니다.
6. 결론적으로, 저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반말과 조롱을 '쿨함', '자유'라고 포장하고 '햏자', '잉여' 같은 실은 다분히 자조적이고 멸시적인 용어를 낄낄거리며 공유하는 그 옛날의 디시인사이드를 묵인하였을 때 그 때 이미 우리는 지금의 사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저는 늘 생각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