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단지화에 단점도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이런 글도 썼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9111091
이번 글은 역시 대단지 및 자동차 친화적인 인프라(보통 두 가지가 같이 가죠)가 쿠팡을 영원히 승승장구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써봤습니다. 다른 커뮤에 썼던 글인데 거기는 반말이 좀 더 일반적이라 반말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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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같은 온라인 사업이 강해져서 오프라인 상점이 망했는가? 물론 그 방향의 인과관계가 매우 클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반대 방향의 인과관계도 있을 것이라고 봄. 오프라인의 경쟁력이 줄어들어서 온라인이 더 강해진다. 아니면 온라인이라는 대체재가 있어서 도시 지형이 오프라인 상점의 경쟁력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볼 수도 있음.
오프라인 상점의 경쟁력은 단순히 그 상점 개개인의 역량에만 달려있는 것이 아님. 잠재 소비자가 그 상점에 얼마나 쉽게 갈 수 있느냐도 매우 중요. 그런 면에서 최근의 주거 형태는 점점 오프라인 상점을 소외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데 그것은 (대단지 아파트) + (자동차 친화적 인프라)라고 봄. 그리고 이런 건 최근 지어지는 신도시에서 극단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음. 부동산 관련 유튜브 보면 신도시 어디어디 상권이 완전 망했다 이런 거 종종 올라오는데 서울 대비 신도시에서 그런 게 특히 많은데 그건 서울도 대단지는 많지만 인프라는 이미 옛날거라 충분히 자동차 친화적이지 않은데 신도시는 인프라까지 자동차 친화적으로 만들어서 그런 거라고 봄.
그렇다면 왜 그 두 요소는 오프라인 상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가? 일단 최근 쿠팡이 싫어졌음에도 쿠팡을 탈퇴할 수는 없는 이유 중 하나를 들어보자: 맞벌이하고 저녁에 집에 왔는데 초등학생 아이 학교 준비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 그러면 내일 새벽 배송으로 쿠팡 시키는 것 밖에는 답이 없음 ㅜ 이런 이야기.
이 상황에서 두 가지 정도 팩트를 생각해보자. 첫째, 그 시간에도 이마트 같은 곳에서는 준비물을 팔고 있으니 거기 가서 사는 게 불가능은 아님. 둘째, 몇십년전 우리가 어릴 때도 학교 준비물은 사가야 했는데 그때도 맞벌이가 있었음.
둘째 팩트를 생각해보면 그때는 보통 문구점에 가서 준비물을 샀음. 선생님이 준비물을 알려주시면 학교 끝나고 학교 앞에 있는 문구점에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사기 때문에 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같이 준비할 수 있었음. 그런데 지금은 문구점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음. 왜?
여기에 대단지 아파트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봄. 이제 중상위층은 거의 기본 옵션으로 생각하는 초품아를 생각해보자. 거의 대단지에서만 가능한 그 초품아에서는 초등학교 인근의 배치가 그 아파트 단지의 계획 안에 온전히 들어가있을 수 밖에 없음. 그리고 그 초등학교 인근은? 거의 아파트들. 그런데 문방구라는 것은 그 잠재 소비자를 싹 다 모으기 위해서는 학교 바로 앞에 외부와 면해서 있어야 함. 일반적인 아파트 근린 상가 구조에서는 힘든 거. 그러니 잠재 수요자 층이 매우 크다면 학교에서 좀 멀어도 입에 풀칠은 하겠지만 그게 안 되면 아예 문방구가 없는 동네가 되버리는 거. 애초에 단지를 계획할 때 문방구가 있으면 좋겠네 이런 생각 따위 하기도 힘들고(아마 없는 걸 더 선호할지도.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같은 것도 팔고 하니)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단지 계획하면서 그런 다양한 요소 다 고려해서 계획을 할 수가 없음. 소비에트 계획 경제가 비효율적인 거랑 비슷.
그런데 단지가 작고, 인근 주택가나 상가와의 접근성이 크다면 상권은 훨씬 유연하게 인근 소비자층에 대응함. 문방구의 경우 초품아가 아니라 그냥 주택가에 있었다면 학교 입구 근처에 학생들 동선에 최적화한 문방구가 들어서기 용이하다는 것. 이제 요새 주거는 그런 환경이 아니니 문방구가 사라지고 있음.
첫째 팩트로 돌아가자면 분명 그 시간에 이마트에서는 준비물을 팔고 있음. 그런데 왜 안감? 너무 힘들잖아. 이마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걸어가기엔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차를 타야함. 그런데 다시 차를 타고, 시동 걸고, 지하주차장 나가서, 운전을 해서 ,이마트 주차장 들어가서, 주차를 하고, 다시 나와서, 엘리베이터 타서, 그 큰 이마트 돌아다니다가, 준비물을 찾고, 계산 줄 기다려서 계산을 하고,…. 다시 그 긴 과정 반복해서 집에 돌아오고. 준비물 하나 사려고 이걸 다 하는 게 너무 귀찮은 것임. 그것보다 쿠팡 딸깍이 비교도 안 되게 편함. 그러니 절대 쿠팡을 탈퇴할 수 없음. 이것도 이마트에만 준비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문방구가 있었다면 쿠팡에 대해 훨씬 의존을 덜 할 수 있었던 것.
문방구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다른 물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임. 미국 교외 마을에서는 물 한 병 사려고 해도 차를 타야함. zoning을 통해 주거지와 상권을 인위적으로 나눴거든. 차를 탈 수 없는 상황인데 도움조차 받지 못한다면 그 풍요로운 교외 마을이 바로 식품 사막이 됨. 우리 대단지 아파트도 물론 용적률이 매우 높으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밀도 대비 걸어서 무엇을 사는 것은 상당히 불편함. 근린 상가는 계획 시점에서 일단 수요와 동선을 예측하기도 힘들고 또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도 힘듦. 무엇보다 그 큰 대단지에서 한곳에 모여있는 경우도 많고.
그리고 자동차 친화적 인프라. 요새 조성되는 신도시를 보면 적어도 그 지역 내에서 자동차를 몰기는 굉장히 쾌적함. 차선도 많고, 도로도 사통팔달 잘 뚫려있음. 그런데 그렇게 자동차 몰기가 쾌적하다는 것은 그만큼 걷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임. 도로가 잘 뚫려있으니 걷는 입장에서는 어디 가까운 데 가려고 해도 신호등에서 몇번씩이나 기다리면서 위험한 횡당보도를 건너야 함. 차선이 많으니 그 횡단보도 걷는 것도 빡세짐. 그래서 사람들은 미국 스타일로 단지 내에서만 산책하면서 좀 걷고 그외 생활은 모두 자동차에 의존하게 됨.
그리고 이것이 다시 상권을 죽이게 되는데 아까 그 준비물 사러 이마트 가는 걸 생각해보자. 아무리 자동차가 좋아도 그렇게 주차하고 또 들어가고 하는 가정은 번거로움. 안그래도 피곤하게 운전해서 출퇴근했는데 다시 또 멀리 있는 상점을 가는 것이 너무 귀찮음. 그리고 다행히 내가 원하는 물건이 내 단지 안에서 팔면 좋은데 상당수 상점은 어느 정도 규모의 잠재 수요자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단지 내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음. 문제는 예전에는 단지 간 걸어다니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게 어려워졌고, 차 가지고 다른 단지 가는 것도 때로는 불가능하고 가능해도 상당히 번거로움. 그러니 단지 여러개가 모여 잠재 수요자 규모가 이루어질 수준의 상점은 아예 그 동네에 들어오지 못함.
그러니 어정쩡한 수준의 신도시 상권은 파리 날리는 게 보통임. 왜냐하면 그런 상권은 다 자동차를 타고 와아되는데 막상 자동차를 타고 올만큼 대단한 건 아니거든. 그러니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나 스타필드처럼 자동차를 타고 오는 게 당연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곳만 성황.
오프라인 상권에서 구매를 하는 것은 드라이브스루를 제외하면 자동차 바깥의 인간임. 그러니 주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자동차 안의 소비자는 구매를 하기가 힘든 건데 그 이외에도 자동차 출퇴근은 모든 통근자의 동선을 개별화함. 그런데 자동차를 안 타고 걸어서 대중교통을 타는 통근자들은 동선이 모이게 됨. 바로 걸어서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정문에 다 모여드는 것처럼 통근자들은 역으로 모여듬. 그래서 역세권이 생기고, 거기에 마치 학교 앞 문방구가 생기듯 다양한 상점이 생길 수가 있음. 그래서 설사 내 집 바로 앞에는 뭐가 없더라도 내가 퇴근하면서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적절하게 상권이 있으면 거기서 뭐 필요한 거 소소하게 사오는 게 가능함. 쿠팡 의존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임.
이런 이유로 대단지 아파트와 자동차 친화 인프라는 오프라인 상권을 망하게 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이게 온라인 상권을 더 흥하게 하는 결과도 가져온다고 생각함. 더 나아가서 보면 온라인 상권의 발달은 반대로 대단지 아파트와 자동차 친화 인프라 역시 발달시키는 역할도 했다고 봄. 주변에 뭐 상권 없어도 어차피 쿠팡이 있으니 그외 대단지와 자동차의 풍요를 누리면서 그 불편함은 쿠팡으로 대체를 하면 완벽해지는 것임. 그러면서 그 되먹임이 반복되면서 온라인 강세, 오프라인 약세의 움직임 계속되는 거.
그런 의미에서 이제 쿠팡은 지금 잠시 소란이긴 하지만, 오늘자 기준으로 더 이상 논란도 없을 것 같고, 그래봤자 계속 승승장구할 수 밖에 없다고 봄. 물론 네이버에서 굉장히 잘 치고 나가면 모르겠지만 그런 거 같지도 않고. 저런 대단지 아파트와 자동차 인프라는 한번 지어지면 40~50년 가는 것인데 이미 저런 걸 너무 많이 만들었음. 그리고 그런 곳은 쿠팡이 없으면 사막화가 진행이 됨.
대단지와 자동차 인프라는 쿠팡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쿠팡도 그런 걸 필요로 함. 쿠팡맨도 대단지 구역 얻으면 효율이 엄청 오른다고 함. 아파트 단지 하나 들어오면 그냥 거기서 다 해결되니. 또 위에서 이야기한 오프라인 사막화에 따라 주민 상당수가 쿠팡 이용자라 엘리베이터 한번 타면 몇십개를 해결. 구시가 주택가에서 꾸불꾸불 길 가다가 겨우 택배 하나 주고, 그것도 주차 공간이 없어서 뒤에서 빵빵대는 차 있으면 부리나케 달려와서 차 빼주고. 이런 곳보다 대단지 택배 효율성이 훨씬 큼. 더구나 자동차 인프라가 좋으니 왔다갔다 하기도 편하고. 이러니 구시가에서 발생하는 택배 비용 적자가 대단지에서 메꿔진다고도 볼 수 있음.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서로가 강화되는 관계.
1기 신도시를 보면 아파트 사이의 녹지를 ‘차 안 만나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공원’으로 꾸며놨는데 (특히 일산),
2기 신도시 및 그 이후의 택지를 보면 대부분 녹지를 ’완충녹지‘의 형식으로 아파트 단지를 도로에서 이격 시키는 형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오히려 공원을 나가면 차를 만나는 기괴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건 명백한 도시 설계의 오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린 공원을 가면 차를 안 만나야 되는데, 오히려 근린 공원을 가면 차를 만나게 되고. 그러니 도보로 이동을 안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도보권 상권은 싹다 죽고, 스타필드나 더현대 같은 대형 몰링만 살아남게 됩니다.
그런데, 워크데이 저녁에 퇴근하고 스타필드나 더 현대 같은 몰을 매일 방문할 수 없으니 쿠팡과 같은 ‘즉시 배달‘ 형태의 채널의 성장할 수 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1기 신도시권에서 자랏고 2기 신도시 도시계획에 참여해봤고, 지금은 1기 신도시 구축 사는 입장에서 보면
2기는 결합개발 같은걸로 녹지 장난을 많이 쳐놔서 도시 계획만 따지면 1기 신도시가 더 맘에 들더라구요
2기 신도시 가면 뭔가 사람은 안보이고 차도만 보이다가 어느 특정 지점에 가야 사람이 스폰되는 것 처럼 느껴져요.
근데 1기 신도시 재건축 블록별 계획 나오는거 보니까 , 그꼴 나겠더라고요….
단지 내 거리가 상당해서 단지내 코끼리 열차라도 운행해야 하지 않나 싶더군요. 차 없으면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