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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의 글을 보다가 요즘 들어 생각난 초등학교 때 등교 문화를 말해 봅니다.
( 저희 때는 국민학교지만 사소한 건 넘어가죠ㅎㅎ)
결이 살짝 다른 얘기이긴 한데.. 아무튼
저희만 그랬는진 모르겠습니다만
자가용 등교를 학교 차원에서 통제했습니다.
정문 앞 하차 금지.
교내로 진입하는 건 당연히 안 됐고
가능하면 학교에서 떨어진 곳에 내려야 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죠.
위화감 조성하지 마라.
저희 때는 자가용 있는 집이 반에서 손에 꼽혔습니다.
집이 먼 애들은 버스, 가까운 애들은 도보로 등교하는 게 당연했죠.
아니.. 집이 멀어도 1시간 정도 거리는 걸어다니는 애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본 학원물에 나오듯 교문 앞에서 내리면
엄청난 주목을 받는 그런 시대였죠.
그러니 '더불어 사는' 사회 풍토가 깔려 있던 그 시대에는
학생의 자가용 등교로 다른 아이들이 받을 상대적 위축감을 고려,
그런 통제를 했던 겁니다.
(어쩌면 교사들도 대부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데 어딜 감히라는 생각도 살짝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디 깊은 시골 동네가 아니라 서울 한복판 학교 얘기입니다.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죠.
당장 부모들부터 들고 일어날 겁니다.
내가 내 자식에게 해 줄 능력이 되는데 너희가 뭔데 못 하게 해?
혼자 등하교시키다 사고 나서 후회하느니 욕을 먹더라도 안전을 책임지겠다
할 수도 있구요.
뭐 정답은 없겠죠.
이 또한 약간 결이 다른 얘기이긴 한데
프랑스 초중고는 학기 초에 학용품 목록을 배포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학기에는 검정 파랑 빨강 볼펜 0자루, a4 링 바인더 3홀 짜리 0개, 노트 0권, 기타 등등
세세하게 작성해서 구비토록 합니다.
실제로 학기 내에 그걸 딱 알맞게 사용하구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BIC이라던가 어떤 제품을 사면 되는지 예시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학용품으로 학생 개인의 배경의 차이가 부각될 일이 없습니다.
부를 과시할 만한 명품은 학교에서 제재하구요.
종교를 드러내는 상징물 예를 들어 십자가 목걸이 같은 것도 금지합니다.
학용품은 교과 과정에 필요해서 규격화한 거라고 하지만
여기서부터 자연스럽게 통제가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나머지는 큰 틀에서 제한하면 되니까요.
모든 걸 세세하게 이건 되고 저건 안 되고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구요.
큰 틀은 얀테의 법칙이랑 상당히 닮았습니다.
네 배경을 드러내지 마라, 과시하지 마라, 위화감 조성하지 마라
교실은 공화국 시민을 양성하는 사회적 평등의 공간이기 때문이죠.
물론 아무리 해도 개인 간 배경 차이는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하게 어디 사냐, 방학 때 뭐했냐 학생들끼리 서로 대화해 보면 금방 드러나니까요.
그래도 학교 안에서는 최대한 의식적으로 서로 평등하려고 노력하자는 겁니다.
쓰다 보니 곁다리가 길어졌네요.
아무튼 우리가 그토록 강요받았던(?)
더불어 사는 사회는 어디 갔을까
왜 갔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계층간의 위화감 보디
고등학교때는 근처 학부모들끼리 돈모아서 소형버스 대절해서 등교했는데, 학교까지 거리가 5km인데 교통편이 1시간에 1대 다니던 버스였었죠...
아마 교문 앞 혼잡도 등 안전 문제도 이유 중 하나였을 것 같은데 일단 표면적인 명분은 그랬습니다.
저는 저런 얘기를 고등학교에서도 들었거든요. 위화감 조성하지 마라. 교문 앞 00미터 이내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