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올렸던 글인데요,
여튼 민생회복 지원금 나오면 저는 전액 이렇게 할겁니다.
주초에 액수 확인하니 그래도 18만원정도 나오네요.
확인하자마자 아는 동네 밥집 사장님에게 가서 '26일 보육원 기부할 샌드위치 50개를 만들어주세요' 했습니다.
선금 12만원은 제 돈으로 긁었구요, 온라인으로 콜라 60개도 주문해두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보육원 배달까지 사장님께 맡겼는데, 이번에는 제가 들고갈 생각입니다.
이번에 가는 보육원은 제가 학부 다닐때 종종 동아리활동으로 갔던 보육원이거든요. 이미 20년이 지났습니다만,
나름 의미가 있는 곳이라 미리 연락을 드리고 오늘 오후에 갖다드리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빈둥대다가 시간 맞춰 밥집 사장님 가게에 가기 전, 페북을 보니...

아 네. 사장님께서 아침부터 페북에 작업사진을 올려두셨습니다. 심히 먹음직스럽습니다...
일단 며칠전에 미리 주문해둔 콜라 60캔을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카트로 실어 차에 나릅니다.


차에 싣고 가게로 갔습니다.
지난번에 선금 12만원 결제하고 남은 18만원을 이번에 나온 민생회복지원금으로 결제하고 박스로 받았습니다.
"메뉴판에도 없는 메뉴인데 아침부터 너무 감사합니다"
"아이다. 우리가 더 고맙지. 가는데 김 좀 빠져야 하니까 스티로폼 박스 뚜껑 좀만 열어놔라"
이러고 받아서 차에 실었습니다. 콜라 60캔, 토스트 50개입니다.

수령 시각은 오후 2시였고, 1시간 정도 걸려서 20년전 대학 동아리 봉사활동을 했던 그 보육원에 다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세월은 지났는데, 위치나 건물은 그대로더라구요. 추억이 새록새록 했습니다.
잠깐 사무실에서 원장님 및 직원분들과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장님도 당연히 20년전과는 다른, 생각보다 젊은 분이시더라구요. 인상이 참 좋으셨습니다. 직원분들 모두 그랬지만요.
어떻게 포항에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동아리에서 와서 어떤 봉사활동을 했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원장님이 이런 제안을 하시더라구요.
"그럼 지금 그 동아리분들 연락이 되시나요?"
"아 네. 전부는 아니어도 꽤나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들 여기저기, 심지어는 독일에 사는 친구도 있구요"
"혹시 그렇다면 기회가 될 때 다들 모여서 여기 와보시는건 어때요? 저도 뵙고 싶어요"
하시길래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한번 추진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추억 삼아 와서 인사도 드리고 그때보단 다들 경제력도 생겼으니 돈 모아서 기부도 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갈때쯤 되니까 두 돌쯤 된 아기가 아장아장 걸으면서 배웅하더라구요. 너무 귀엽고 똘망똘망하니...ㅎㅎ
어떤 사연으로, 어떤 이유로 이곳에서 이 어린 나이부터 살게 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바쁘신데 제가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아 조용히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문제는 카트를 놓고와서 한참 다시 집으로 갔다가 돌아가서 카트 가져온게 좀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주신 사장님께 문자 하나 보내서 배달완료 보고 드렸구요.

네. 끝났습니다.
사실 뭐 특별할건 없습니다. 이런 기부물품이나 기부금을 전달하는 분들이 한두분도 아닐거고, 저같이 간헐적 이벤트로 하는 분이 아니라 상시로 봉사활동하고, 기부하시는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자랑하는것 같아 부끄럽기도 합니다.
별 큰 뜻은 없었습니다. 그냥 제 추억삼아 다녀온거고, 원래 내 돈 아니었던 건데,
동네 자영업자분들 통해 원래 이 지원금의 목적에 맞게 의미있게 써보는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냥 '공짜로 받게 된' 돈을 가장 행복하게 쓸 수 있는 방법, 가장 기억에 남게 쓰는 방법이 이거라고 생각했고,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제 동기는 지극히 이기적인겁니다. 근데, 별건 아닌데, 그 이기심의 발로가 저를 행복하게 하네요?
난 저 샌드위치 하나도 못먹었는데 행복하네요?
운전해서 돌아오면서 든 생각입니다.
보통 "돈으로 행복을 살수 없다" 고 말을 많이 합니다. 요즘은 배리에이션이 생겼죠.
'만일 돈으로 행복을 살수 없다면 , 그건 돈이 부족한게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고 하잖아요.
일단... 제 경험상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돈 18만원(+지원금 18만원)으로 행복을 샀다면,
'행복은 의외로 돈이 부족해서 못 살만큼 비싼 값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이 행복한 기억이 꽤나 오래 남을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20년전 학생 때의 나와, 그때의 친구들과, 그때의 마음을 만나고 온 하루였습니다.
그게 아직은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면서도, 행복했던 하루입니다.
덧) 카트 가지러 다시 보육원 사무실로 돌아가서 '혹시 그 두돌된 아이... 디딤씨앗통장 후원계좌 안만들었으면 제가 만들고 싶다' 고 했는데, 이미 다 만들어놓으셨더라구요. 그 아이가 자꾸 생각이 나네요. 정기적인 후원 방법을 조금 더 찾아봐야할것 같습니다.
남을 위하는 마음 쉽지않으실텐데..
아름다운 마음이시네요...
/Vollago
이번 여름 너무 더워서요..다같이 시원하도록.
복받으실겁니다
아니 이미 받으셨어요
우리 사회에 진정 보석같은 분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얼떨결에 학원비로 내버렸습니다
너무 좋은 일 하셨네요
와이프에게 돌어온 45만원은 값어치 있게 쓰고 싶네요
어찌나 이리도 나만 보고 살고 있는건지… 정신이 번쩍 듭니다.
정말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