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약간 어그로. ㅎ
...
2019년도 2월의 일이었어요.
야근 하고 퇴근하며 집 앞에서, 커피캔 하나 사려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앞에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과자랑 빵 등을 계산하고 있더라구요.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었는데, 편의점 알바가
"구매가능품목"이 아니라며 컵라면을 빼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응? 컵라면에 뭔 구매가능품목? 나이 따지는 것도 아닌데?
하며 무슨 소리인가 하던 차에, 포스기 아래쪽에...
"아동급식카드" 라고 찍혀 있는 게 보이더라구요.
어, 어, 하는 순간 아이가 그럼 그거 빼고 계산해달라고 하고는
휑 하니 계산하고 나가더군요.
조금만 더 용기 내서
내 거랑 같이 계산해주세요, 라고 해 볼껄.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이들이 가장 쉽게 먹을 수 있는 품목들일텐데
굳이 라면 등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빼놓는 것도 이해가 안 가서
국민신문고에 제안을 올렸습니다.
1. 아이들이 쉽고 편하게, 따스한 국물까지 포함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게 라면이므로 금지 품목에서 제외해 달라.
2. 겸사겸사 급식카드의 지급금액 상향과 사용처 확대도 고려해 달라.
...
국민신문고에 올린 글은
보통 30일 이내에 답변이 등록된다고 합니다.
근데 거의 석 달이 넘는 시간동안 답변이 없더군요.
그러다, 2019년 6월. 답변이 등록됩니다.

- 경기도에서는 아동급식카드(G드림카드) 이용 아동의 선택권 확대를 위하여
2019년 5월 1일자로 식사 시 섭취할 목적으로 도시락 등 식사종류와 함께 컵라면을 구 매할 경우에 한하여
아동급식카드로 컵라면을 구매하도록 가능 품목을 확대하였으며, 지난 2018년부터 22 개 시군이 참여하여 약 480개소 가맹점을 확대한 바 있습니다.
- 아울러, 2018. 10. 1부터 결식아동 급식 지원 단가를 전국 지자체 최대 금액인 6,000 원으로 인상하여 아동의 급식의 질을 향상시켰습니다.
처리 과정을 보면,
국민신문고 -> 경기도 -> 경기도의회 (의회에서 품목 확대)
-> 경기도 과정을 거치며 왔더군요.
(그래서 3개월이 넘게 걸렸...)
네, 별 거 아닌 일입니다.
심지어, 결식아동 급식 지원 단가는 저 제안과 상관없이
이미 2018년 10월부터 인상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즉, 겨우 [품목 확대] 하나가 이루어진거죠.
네, 결식아동들이 [라면도 사먹을 수 있다] 변화가 전부입니다.
치적도 아니고, 홍보거리도 안 됩니다.
정말 별 거 아닌 일이죠.
정치인들에게는 말입니다.
그 별 거 아닌 제안 하나를 검토하고
경기도 의회에 안건으로 제안해서, 의회 승인을 통과하고
제도를 변경해가며 (최소한 경기도 내 편의점 포스기에는 품목이 등록됐겠죠)
업무를 진행한 겁니다.
그냥, "알아보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답변 하나로도 끝낼 수 있는 일을, 무려 3개월씩이나 말입니다!
그리고, 그건... 홍보거리나 치적사항이 되지도 못할 그 작은 일은
정치인들에겐 정말로 별 거 아닌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식 아동들은 이제 겨울에도, 따듯한 라면 국물을 먹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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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혹시나 이렇게도 반박할 수 있을 겁니다.
저게 이재명이 한 일이냐, 이재명이 혼자서 저런 거 다 챙기겠냐?
맞습니다.
저걸 이재명이 다 하지는 않았겠죠.
다 챙기지도 못할 테고요.
근데요...
저런 의견이 무시당하지 않고
일선 담당자들이 저런 걸 하나하나 챙기는
그런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 가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능력 아니겠습니까?
...
그래서입니다.
저걸 봤기 때문에 - 저렇게 일하는 조직을 만들어내는 걸 봤기 때문에.
예전에 이 글을 썼을 때 저는이재명을 지지했던 유권자였고.
지금 저는, 이재명의 대한민국을 기대하는 국민입니다.
"시장이 정신 바짝 차리고
앞으로 사고가 안 나게 하면 승진시켜 주겠다
동네 민원 많이 찾아오면
숫자 많이 발굴해 오면 승진시켜 주겠다
이러니까 동네에 가 가지고 우리 동장들이
혹시 뭐 필요한 거 없어요
혹시 어디 뭐 문제 되는 거 없나
막 다니면서 민원을 발굴을 해 가지고
심지어 이골목의 쓰레기 저골목의 쓰레기 있으면
A 쓰레기 발견 B 쓰레기 발견
이렇게 써 가지고 저한테 보고하잖아요
그러면은 동장이 할 거 동장이 하고
구청장이 할 거 구청장이 처리하고
본청에 과장들이 할 거 처리하고
국장이 처리하고 부시장이 해도 안 되면
나한테 가져와라 시장한테
시장한테 가져오면 이거 왜 가능한데 안 했어?
하면 혼나죠
네 그러니까 다 처리하고
처리 불가능한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니까
동네 민원이 다 사라졌어요
그러니까 얼마나 사람들이 좋아해요
또 다 사라졌다니까 야 열개 남았는데
허위 사실 공표했다고 고발할라
거의다로 수정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성남 시민들이 지금도 저를 보면
좋아하세요 왜 인천갔냐 다시 돌아와라 그러는데
저는 그런 걸 볼 때마다 정말로 행복합니다
인생을 사는 묘미가 있잖아요
보람이 있잖아요 공직자의 보람
저는 그래서 성남 시장 시절이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행복해요
국정도 저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애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정말 실력 발휘를 하면
지금보다야 훨씬 나은 대한민국
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해당 연설문 전체보기]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8988729CLIEN
윗선이 어떤 사고를 가졌느냐에 따라 밑에 직원들의 움직임과 결정능력이 달라지죠
기대됩니다.
이잼의 대한민국 ^^
유능한 사람은 작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질질 끌지 않죠. 오히려 작은 일이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고 하고 나서는 더 큰 일을 수월하게 수행하게 해 주는 경험과 보람 그리고 동기부여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그런 작은 일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보통 도지사 정도 되면 스케일이 큰 일에만 관심있고 저런 민원은 관심을 안 가지는데 (나 도지산데 하는 인간이 딱 그럴 듯) 그런 사람들은 전 무능한 행정가로 봅니다.
아이들이라 영양에 대한 고려보다는 라면만 먹고 떼울수도 있으니까요.
올리신분과 받아서 처리한 사람의 양쪽모두 세심한 배려가 이루어낸 변화라는 생각듭니다.
실천하는 행동~~